소년아, 나를 꺼내 줘 (제15회 사계절문학상 수상작 | 김진나 장편소설)

소년아, 나를 꺼내 줘 (제15회 사계절문학상 수상작 | 김진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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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 여름,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된 소녀의 이야기 청소년문학 20년, 사계절출판사가 선정한 제15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열여덟 살 여름, 소녀 ‘신시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지금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고, 한 번씩 지독하게 싫어질 때도 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 ‘얼’을 만나면서 시지의 고요한 세계는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라면 좋았을 걸 그랬어, 네가 거기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 나는 왜 네 마음에 들지 못했을까, 나는 이렇게 심장이 터질 거 같은데 어떻게 이게 아무것도 아니니.’
어른들은 청소년기를, 청소년의 사랑을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의 사랑이 가볍고 풋풋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소년아, 나를 꺼내 줘』는 여름이 언젠가 끝난다는 것을 잘 안다고 해서 그 열기가 견딜 만해지는 것은 아니며,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고통’의 무게가 지극히 상대적이라는 태도로 청소년의 사랑을 그린다. 그렇기에 상대에게 가닿지 않는 ‘사랑’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소녀의 모습은, 무엇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기를 견뎌 내는 청소년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책의 제목과 달리 사랑을 시작하고 끝낼 기회를 ‘소년’에게 넘겨주지 않은 채, 오롯이 소녀의 힘으로 ‘의미 있는 짝사랑’을 완성하는 『소년아, 나를 꺼내 줘』는 ‘왕자가 나타나 잠든 공주를 깨우는’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들을 눈뜨게 하고, 한국 청소년문학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수상내역
- 제15회 사계절문학상 수상
저자

김진나

저자김진나는문장속에신비롭고따뜻한기호들이있다.그런기호들로삶의깊이를열어보고싶어글을쓴다.2015년『디다와소풍요정』으로제5회비룡소문학상대상을받았고,『소년아,나를꺼내줘』로제15회사계절문학상을받았다.그밖에청소년소설『도둑의탄생』,『숲의시간』을썼다.

목차

그런하루…9
1일…21
2일…30
3일…39
4일…47
일주일…55
열흘…60
열흘+3…67
열흘+5…76
열흘+6…87
열흘+10…94
열흘+16…102
열흘+19…112
열흘+20…124
열흘+23…131
열흘+29…139
열흘+34…145
열흘+40…163
열흘+41…173
열흘+43…179
열흘+51…183
작품해설…186
작가의말…194

출판사 서평

만약예전에내가지금쯤널만날거라는걸알았다면나는행복했을것같아.
무슨일을겪어도,어떤일을겪지않아도계속행복했을거같아.
내가조금더좋은사람이었다면좋았을걸그랬어.
너에게하고싶은말이많아.
네가보고싶어.
연락,할거지?

아무일도벌어지지않는짝사랑의과정을,벽에부딪히는마지막순간까지한방향으로그려낸소녀의성장서사.반어적인제목의매력만큼이나우리청소년문학에신선한파장을만드는작품이되기를기대한다.?오정희·신여랑·김지은·최상희(제15회사계절문학상심사위원)

동화에서잠들어있는정적인아름다움은언제나공주의몫이고잠든공주의사랑을깨우는것은언제나왕자의역할이었다.그러나이작품에서소년을깨우고자다가가는것은소녀다.(작품해설중에서)

◎짝사랑이라는,고요하게들끓는내면에대한우아하고투명한응시
시지는엄마와함께간자리에서엄마친구와그아들‘얼’을만난다.어릴적몇번만났을뿐인시지와얼은나란히걷고,대화를나눈다.편안한분위기임에도시지는평소하지않던실수를하고,당황하는와중에도얼의웃음이눈부시다.

“알속에서2개월쯤지나면새끼거북이는알을깨고나와야해.그때알을깨기위해’카벙클‘이라고불리는임시치아가생겨.새끼거북이는카벙클이온통부서지고입에서피가나도록알의내벽을깨.”
나는‘카벙클’을발음하는얼을자세히바라보았다.그발음이신비롭게들렸다.그때주변의것들과상관없이갑자기나를툭건드린건뭐였을까.소리도없고격렬한동작도없었다.묘하게달라졌다.나는조금더바짝당겨앉았다.(15-16쪽)

그이야기를듣는순간,시지마음속에있던커다란문이‘아무도힘주어밀지않았는데저절로열려버렸다.’(16쪽)얼을만난다음날부터각장의제목은1일,2일시간순으로적힌다.멈춰있던시지의시간이흐르기시작한것이다.
『소년아,나를꺼내줘』는사랑이시작된미묘한순간에서부터시지의마음이한없이가라앉기도격렬하게내달리기도하는61일밤과낮의기록이다.‘너를만나고나는더커진것같아’,‘사랑을하면발꿈치가투명해진대’등사랑을표현하는신선하고감각적인문장들은이작품을읽는큰재미다.좋아하는두사람이‘서로를끌어당기면’새로운중력과공간이생긴다는낭만적발상을바탕으로시지가꿈과현실,상상속에서얼과의관계를이어가는구성은진부한사랑싸움없이도독자들을소녀의사랑한가운데로데려간다.

◎나조차도설명할수없는나를,있는그대로받아들여주기를
그여름,지구도달도성실하게움직이는세계에시지는‘누워있다.’아무것도하고싶지않고,누구와도이야기하고싶지않다.특별한이유나말못할고민은없다.그러나얼을만난이후시지는자기자신을설명하고싶어진다.

아침에눈을뜨자마자죽었으면좋겠다는생각을고등학교1학년때처음으로했다.무슨일이있었느냐고물어도소용없다.설명할만한그럴듯한이유가있는게아니었다.어쩌다보니내앞에절벽이있었다.나는그끝에서있었다.이렇게된게누구의고의도아니듯나역시여기있는게고의는아니었다.(27쪽)

어른들은청소년들에게‘지금네안에서벌어진일’을설명하라고요구한다.정작대답을기다리지않고학교폭력,가정불화,성적비관같은이유를들며모든원인을‘청소년기’로돌린다.타인의단정에동의할수없고,스스로를설명할수도없는청소년들은시지처럼소통의문을닫는다.그러나‘숨기만하면힘드니까고양이를찾아줘야’한다는대사처럼,얼이좋아할만한사람이되고싶다는수줍은고백들사이에시지의바람이담겨있다.

난그동안좀그랬어.(중략)좀죽어있었던거같아.냉동이되었다든가방부제처리가되었다든가아무튼좀그랬어.그렇다고문제가있는정도는아니야.아니,문제가있다해도그게내전부는아니야.너나어렸을때봤잖아?그런나도여전히있어.그리고다시그런내가될수도있을것같아.그러니까겁내지마.나이상한사람아니야.(50-51쪽)

얼은시지자신이‘자유롭고반짝거렸’던어린시지를기억하고,지금의모습을모른다.누구의평가도없이,시지가원하는방법으로자신을보일수있는유일한존재다.그렇기에시지는얼에게‘유치한나,게으름피우는나,꿈이없는나,무엇이든꿈꿀수있는나,장점투성이인나,단점투성이인나’(29쪽)를숨김없이내보이고,그럼에도나를좋아해주기를바란다.단순히애정을넘어,자신조차도설명할수없는‘지금의나’를받아들여주기를바라는간절한소망인것이다.시지를이해하려애쓰는엄마조차도‘사춘기에스쳐갈가벼운감정’으로여기지만『소년아,나를꺼내줘』는청소년에게‘사랑’이왜그토록중요한가를진지하게바라본다.

◎우리는왜‘사랑’하는가
연락이없는얼을향한시지의마음은기쁨과그리움,원망,분노를오간다.혼자시작한감정에대해책임지라고강요하지말라는얼의비난은갈등의절정을보여준다.

‘내가어째서무엇을알아야하니?내가어째서무엇을결정해야하니?내가어째서뭔가를헤아려야하니?내가어째서무엇이되어야만하니?’
얼의목소리가예전의내목소리같았다.나도그렇게말했다.나는무엇이되어야만한다는게지겨웠다.(127쪽)

시지는세상이자신에게그랬듯,얼에게감정을강요했음을인정한다.그러나얼을좋아하는게아니라‘네취향에맞는누군가필요했던’것이고‘내가어느순간네생각과다르다는걸발견하면차갑게식어’(128쪽)버릴거라는비난에는동의하지않는다.

사람을좋아하는건그냥좋아하는거야.내가부족할수도있어.내무엇이너에게상처가될수도있어.내가네마음에안들수도있어.그렇다고내가너를좋아하는게잘못된건아니야.네가내마음을받아들이지않을수도있어.그렇다고내가너를좋아하는게잘못된건아니야.(128-129쪽)

시지와얼이나누는긴장감넘치는대화는모두시지의상상이다.시지가갈등하는대상은‘연락이없는얼’인동시에시지를둘러싼‘외부세계’이고,시지자신이다.시지는‘사랑’을통해미처몰랐던자신을발견하고,타인을이해하고,삶의태도를바꿔간다.이책은사랑이단순히‘아름다운감정’이아니라관계맺기이며,상처받고부서진뒤에얻는성숙함역시소중하다는사실을전한다.

◎소녀를눈뜨게한것
얼(사랑)이닫혀있던세계의문을열었다면,작품후반으로갈수록은은히빛나는것은시지의세계를이루는사람들이다.가족은시지가닫은문을억지로열지않았고,시지가밖으로나올때까지기다려준친구들은사랑에힘겨워하는시지에게대가없는위로와조언을준다.작품에서큰비중을차지하지않지만,‘내가서있을수있는자리가한군데생겼다’(182쪽)는믿음은시지에게,그리고방황을끝낸청소년에게무척소중한감각이다.
처음부터끝까지자기세계의오롯한주인공인‘시지’는『소년아,나를꺼내줘』가가진가장큰매력이자미덕이다.시지는자신이아무것도하지않은채그저얼을기다리기만했다는사실을자각한다.새끼거북이카벙클로알을깨고나오듯,무언가를해야겠다고결심한다.그리고여름이끝날무렵,자판에손을얹는다.자신만의카벙클을찾았기에시지는응답하지않았어도얼은여전히사랑스러운존재이며,닿지않은자신의마음은‘초라해도내가갖기로’하는해답에도달할수있다.
결국소녀를깨운것은소년이아니고,소년과소녀가만나지않는사랑이야기임에도『소년아,나를꺼내줘』의역설적인결말은충만하고눈부시다.이토록주체적인짝사랑이야기가또있었을까.『소년아,나를꺼내줘』는독자들의마음에긴여운을남기고,우리청소년문학을확장시킬새로운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