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듣는 시간 - 사계절 1318문고 114

산책을 듣는 시간 - 사계절 1318문고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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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리는 듣지 못해도 다른 친구들처럼 미래를 고민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평범한 십 대 소녀 수지가 전하는 진심!
제16회 사계절문학상 최종 심사에서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소설 『산책을 듣는 시간』. 태어났을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해 소리를 못 듣는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열아홉 수지의 이야기를 통해 장애에서 더 나아가 타인과 나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자신만 아는 수화로 완벽한 대화가 가능했고, 상상 속에서 모든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기에 소리를 듣지 못해도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는 수지.

그런데 어느 날 인공 와우 수술을 받게 되면서 모든 게 달라진다. 완벽했던 침묵의 세계에서 불완전한 소음의 세계로 옮겨진 수지는 낯선 세상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새로운 발걸음을 준비한다. 눈이나 귀가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수지를 통해 독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마주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수상내역
- 제1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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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은

대학에서컴퓨터공학과영화를배웠고현재는대학원에서서사창작을공부하고있다.여러편의단편영화제작에참여했다.서점,극장,출판사,고시학원,선거캠프,방송국,드라마편집회사,무인경비회사,비서실,절,식당,카페,문화재보존업체등에서일한적이있다.매년한달이상다른도시에머물면서쓴글과찍은사진을두권의독립출판물로만들어독립서점을통해판매했다.『산책을듣는...

목차

고래의귀지/
유성우/
코스모스사운드트랙/
비밀의땅/
침묵을듣는시간

출판사 서평

‘손이안다’는뜻을가진소녀,수지

수지는소리를못듣는다는게무엇인지모른다.태어났을때부터소리를듣지못했으니까.출생신고때고모가실수로‘빼어날수(秀)’대신‘손수(手)’를적는바람에‘손이안다’는뜻을갖게된수지(手知).이름과어울리게그는첫언어로수화를배웠다.수지가쓰는수화는보통의수화가아닌,엄마와소통하기위해새로만든언어였다.늘엄마하고만이야기하기때문에그것만으로도의사소통이충분히가능했다.수지는소리가들리지않아도‘구름이흘러가며내는소리,물결이번져나가는소리’등상상속에서그어떤소리도만들어낼수있는행복한아이였다.

친구는없었지만나는혼자노는법을여러가지개발했다.그중에하나는노래지도만들기다.공간에서공간으로이동할때마다지도와같은노래를하나씩만들었다.물론이노래는속으로만불렀다.노래라기보다는리듬타기나춤에가까웠다.안방에서별채옥상까지는내발로서른여섯걸음이었다.발걸음하나마다음에해당하는촉감이있었다.
_본문16쪽

수지는음악을좋아했다.음정이아니라촉감과무게감으로도음악을느낄수있었다.피아노를배우기위해학원에갔을때,농인교회에서교인들이보통의수화로노래하는장면을봤을때수지는자신도음악을느낄수있다는사실에기뻤다.그러나음악에대한수지의열망이간절해질수록엄마는수지를외부로부터더욱차단했다.이해할수없는엄마의행동에수지는엄마하고만나누던수화를그만둔다.

세상을느끼는방식이달라도괜찮은우리

수지네가족은하숙집을운영했다.할머니,엄마,고모,그리고하숙생들까지대식구가살았다.하숙생의도움으로수지는특수학교에들어가기전까지가까스로한글을익히고,입모양으로사람들과소통할수있도록구화를배웠다.그러나엄마의반대로수화를배우지못해특수학교에들어가고나서도청각장애인친구들과잘어울리지못했다.그런데중학교때처음으로한민이란친구에게관심이생겼다.시각장애인안내견과한몸이되어다니는그의모습은너무나완벽해보였다.한민의주위를서성이기만하던수지는안내견의간식을챙겨주면서한민과처음인사한다.

“너는어떻게말해?고맙다는말?”
처음이었다.나의언어로고맙다는말을어떻게하는지묻는사람은.그냥고맙다고말하면되는데나는나도모르게엄마와나만의약속인수화로가득찬마음이라고말했다.어렸을때이후로는쓴적이없는수화였는데갑자기튀어나왔다.손으로상대방을가리킨다음에심장근처로가져가원을그리며쓰다듬는일련의동작을그애는천천히정확하게따라했다.그것은이제지구상에서단세명만알고있는단어가되었다.
_본문52쪽

색깔을구분하지못하는전색맹한민은앞을보지못하는건아니지만안내견마르첼로와언제나함께다닌다.수지는마르첼로를사이에두고한민과많은대화를나누며친해진다.사람들은소리를못듣는수지와전색맹한민이어떻게친구가되었는지신기해했지만,마르첼로까지이셋은서로를가장잘이해하고배려해준다.수지는한민,마르첼로와함께산책할때더욱완전해진느낌이든다.안정감을느끼던수지에게변화가찾아온것은고등학교3학년이되면서부터다.

소리가들린다는것의불편함

수지가고등학교3학년이되자정부에서청각장애인을위한인공와우수술보조금을지원하기시작한다.수지네가족은수지가소리를듣지못해사고를당하는일이없도록하숙집을팔아수술비를마련한다.수술을원하지않았던수지의의사와상관없이수술은강행된다.수지는자신의귀보다더소중한집을잃은슬픔에더하여인공와우를통해들리는끔찍한기계소리까지들어야한다.사람들은소리가들리게되어다행이라고했지만,수지는자신의고요함을빼앗긴것이더화나고슬프다.유일한위로가되어준것은역시한민과마르첼로다.한민은수지에게기타를공동구매해밴드를결성하자하고,[미스블랙홀]이라는노래를함께만든다.

먼곳을돌아와우리에게도착하는날
블랙홀이태어나는소리를들을거예요
그소리는아직도우주를여행하죠
우주가태어나는소리를들을거예요
눈을감고귀를닫아야만들을수있어요
눈을감고귀를닫아요
그래야들을수있어요
_[미스블랙홀]가사중

소리에적응하는것도힘든수지에게더큰위기가찾아온다.한민과마르첼로다음으로좋아하는할머니가돌아가신것이다.할머니는하숙집이있던옛집터를팔았지만,가운데땅은팔지않고남겨두었다.건설업자들의협박에도끝까지팔지않아가운데가빈채로‘ㅁ’자모양의빌딩이세워졌는데,할머니는그빌딩가운데땅에묻혔다.그런데할머니장례식이끝나고얼마후엄마까지가출을한다.보호자도없이혼자남겨진수지는이힘겨운순간을어떻게이겨낼까?

사람을이해하는방법을이야기하다

이작품은단순히장애를이해하는소설이아니다.장애에서더나아가타인과나자신을이해하는방법을이야기한다.수지는한민에게우정이상의감정을느끼면서그를더완전하게이해하지못한다는사실에슬퍼하고,어릴때부터수지의행복을방해하는엄마를이해할수없어화가나고,다른사람을이해하려고노력하는자기자신마저마음에들지않는다.그런수지를위해할머니는돌아가시기전에당부의말을남겨놓는다.

“수지야,네가무슨일을하든지먼저너자신과좋은친구가되어야한다.(중략)선택은언제나너자신을위해서네가하는거야.네가무엇을선택하든잊지말아야할것은,너는아름다움을발견하는법을알고있다는거야.그힘으로세상을더나은곳으로만들의무가있어.그것만잊지말아주렴.”_본문125쪽

수지는점차할머니의당부가무슨뜻인지깨닫는다.무엇이든완벽히이해하지않아도모르는것은모르는채로인정하고남겨두어도된다는것을깨우치자마침내불안한마음을내려놓게된다.복잡하게따지지않고매순간최선을다해기뻐하고달려와주는마르첼로처럼말이다.수지는한번뿐인인생에서자신의힘으로세상을더나은곳으로만들방법을찾는다.수지가가장잘할수있는일,‘산책을듣는시간’사업이바로그것이다.수지는자신이그랬던것처럼한민,마르첼로와의산책을통해다른사람들도자기스스로를들여다볼수있는시간을만들어주며새로운발걸음을시작한다.

심사위원의만장일치로뽑힌수작

사계절문학상최종심사때심사위원모두의선택을받은이작품은심사를위해원고를읽으면서도한번에읽기아까워서아끼면서읽을정도로문장이좋았다는평을받았다.장애를결코부끄러워하지않는주인공의자세는난청에대해갖고있는환상을깨주면서오히려소리가주는불편에대해생각해보게한다.주인공수지뿐만아니라‘미스블랙홀’이란별명을가진엄마,도르래를타고내려가야만갈수있는무덤에묻힌할머니,강렬한색깔을사용하는화가마크로스코의작품을가장잘이해한다고믿는한민,있는그대로온전한사랑을주는마르첼로까지등장하는모든인물이매력적으로그려져소설의재미를더해준다.이작품에쏟아진심사위원들의찬사는4년이라는긴시간동안수정을거듭하며작품속인물들을이해하기위해깊이고민한작가의노력을증명한다.

타인을혹은이야기를온전히이해하는게불가능하다는것을알면서도기꺼이시간을내어다가가는것.그렇게한걸음다가가면절대일어나지않을거라고생각했던일들이마법처럼일어나게됩니다.저는그마법을믿습니다.마법의힘으로다양성이포용되고존중받는사회를만들어갈수있다고생각합니다.
_‘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