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18.79
저자

이창현

만화가,대표작으로『에이스하이』,『빅토리아처럼감아차라』가있다.

목차

01안녕,노마드
02예비박도없이
03불꽃의숙명
04성실함의미덕또는악덕
05봐라,해가뒤를쫓는다
06히말라야대답없네
07예비박도없이II
08회피기동
09서바이벌가이드
10젠장x12
11사자의서
12좋을대로하시든지
13위장경찰
14우주원숭이
15북독일풍의음악을작곡하는사람
16먼지는먼지로
17안녕,경찰
알아둬도쓸데없는작가주석
익명의독서중독자들독서리스트

출판사 서평

책은넘쳐나지만,모두가읽지는않는다

성인기준‘한국인의평균책장’이있다면어떤책들이꽂혀있을까?『익명의독서중독자들』에따르면“대충소설3권(베스트셀러위주),자기개발서3권(각성계열1권,닦달계열1권,위로계열1권),대학시절교재1권(한때대학생이었다는유일한증거물.전공보다교양교재일확률이묘하게높음),영한사전1권(고교때구매),자격시험이나토익등의수험서1권(열심히공부한기록이남아서인지버리지못함)”일거라고한다.대부분의사람들이고개를끄덕일만한디테일한분석이다.

올해는‘책의해’이다.국가에서나서서책읽기를독려하고,개성있는동네서점,지역서점이핫플레이스로떠오르고,다양한독서모임이활성화되고있는시절이지만,모두가책을읽는건아니다.성인10명중4명은책을전혀읽지않는다는통계도있다.2017년출간된신간이9만종을넘는다고하는데,독서중독자가아닌비독자나간헐적독자들은어떤책을어떻게읽어야할지엄두가나지않는것도사실이다.

이런현실에서독서가들의취향을제대로저격하면서도,비독서가들도의도치않게책의세계로빨려들게하는마성의웹툰이단행본으로출간되었다.최규석,앙꼬,소복이등개성강한만화가들의작품을출간해온사계절만화가열전열세번째책으로,이창현작가가글을쓰고유희작가가그림을그린『익명의독서중독자들』이다.[에이스하이],[빅토리아처럼감아차라]두웹툰에서도기막힌조화를보여준두작가는팬들사이에서는이미고품격‘병맛’개그로유명하다.출격하지않는용병조종사이야기,축구하지않는축구이야기와달리대놓고독서를권장하는『익명의독서중독자들』을만나보자.

세상어디에도없는독서클럽

‘익명의알콜중독자들’모임에서책제목을따온것처럼독서클럽의운영방식도이모임의성격과비슷하다.서로의사생활이나이름,직업은모른채별명으로만서로를칭하고,책에관한다양한이야기들을풀어간다.선생,사자,고슬링,(슈크림의)슈,미확인중년동물예티가기존멤버이다.그리고여기에조폭에잠입해이중생활을하고있는경찰과자기개발서만읽다들어와줄곧추방당하는노마드,컴퓨터공학과대학원생으로D.H.로렌스를동경하는소설가지망생로렌스가새롭게회원으로들어오며이야기는진행된다.정작자신들은깨닫지못하겠지만독자들이보기엔사회부적응자의아우라를풍기는캐릭터들은일상생활은젬병이지만책에관해서는‘중독’수준으로고수들이다.

독서중독자들이전하는독서비법

독서중독자들의이야기를모아보면책과잉시대에도나에게맞는방식으로책을읽을수가있다.책고르기부터시작해,책읽기에관한유용한팁을모아보면다음과같다.

-저자소개에TMI가많은건피한다.‘저자소개’보다‘역자소개’가긴책은재고의여지없이무시한다.목차확인이중요하다.번역서의경우책제목이랑목차는원서와대조해본다.
-‘꼼꼼한서문읽기’로‘본문읽기’를대신할수도있다.서문에장별로어떤내용을다뤘는지압축적으로제시한책은실패확률이적다.
-완독에집착하지마라.끝까지다읽으려다아예책을멀리하게될수도있다.
-독서중독자들은베스트셀러에냉담하다.(어쩌다읽은책이훗날베스트셀러가되는것조차불명예로여길정도.)
-독서중독자들은여러권의책을동시에읽어나간다(‘동시병행독서법’).단,분야를겹쳐읽지말것.

독서가라면어느정도공감하는부분도있을것이고,책읽기를좋아하지않는사람들일지라도이방법대로책을읽고싶어질것이다.의외로독서에대한진입장벽을없애주기때문이다.이들은대학교권장도서나명사추천도서도비추한다.이유는“그걸작성한인간도읽지않았을책들을초보자가억지로읽다보면금세독서와담쌓게”된다는것이다.간헐적독자의경우그나마읽는책이검증된추천도서나베스트셀러인데이부분에서는고개를갸우뚱할수도있겠다.그에대한선생의답변은이렇다.베스트셀러는‘그때그때의인기있는책’이라맥락없이‘읽어야할신작목록’만늘어난다고.사자는또이렇게조언한다.평소관심사에맞는책을고르라고.책선택은‘나자신’이중심이되어야하니자신의호기심을충족할책부터읽으라고한다.그래서그리스비극과셰익스피어비극만읽던경찰은독서중독자들의영향으로평소관심사에맞춰사회과학서를읽게된다.자기개발서만읽던노마드역시독서모임의일원이되기위해역사서를읽는다.

B급감성사이로고고히흐르는지적인문주의의대향연

작가들의내공은장면하나하나에서빛이난다.『책과세계』(강유원),『읽지않은책에대해말하는법』(피에르바야르),『독서의역사』(알베르토망구엘)등책읽기에관한책들은물론이고,슈테판츠바이크의『에라스무스평전』,셰익스피어4대비극,최승자의시등이스토리안에서유기적연결성을가지며인용된다.또한로렌스가발표하는소설[욕망의동토]는D.H.로렌스의소설문장을패러디한것이고,[냉동과해동사이]는『냉정과열정사이』의패러디이다.경찰을중심으로돌아가는스토리는영화[무간도]를패러디했으며,청기사파,다리파로나뉘는범죄조직은독일현대미술의유파이름이다.카메오처럼출연하는전작[에이스하이]와[빅토리아처럼감아차라]의캐릭터들역시큰웃음을선사한다.알면알수록더많은웃음코드와지적허세를만끽할수있는이책은작가가책말미에밝힌[알아둬도쓸덴없는작가주석]을통해더깊은매력을느낄수있다.

한편으로는방대한스케일의범죄추리액션물이기도한『익명의독서중독자들』은작가들의전매특허인‘예측불허한신선한병맛’에담겨세상에서제일매력적인‘책에관한’만화로탄생했다.캐릭터들이좋아하는작가,무인도에가져갈책,평소읽는책목록은결말에서밝혀지는캐릭터들의정체성을설명하는단서이기도하다.

들고읽어라

‘독서의힘’에대해이야기할때인용되는유명한문구는아우구스티누스가『고백록』에서자신의회심과관련해언급한“들고읽어라,들고읽어라”(톨레레게,tollelege)이다.작가들이웹툰[익명의독서중독자들]을연재하면서구호로내건문구‘들고읽어라’는결국이책을관통하는큰주제이기도하다.

그러나어른은다르다.일평생책을읽을수있는날은한정되어있어.(186쪽)

내가스무살이냐,마흔살이냐에따라새로운면이보이는게책의매력아니겠어?(194쪽)

나이가들수록독서를통해얻는기쁨과지식은깊어지죠.독서가로서나개인의역사가그만큼깊어졌으니까요.(196쪽)

결국책읽는습관이중요한건데,이들의직업과정체를알고나면어떤상황에서도책을읽을수있음을깨닫게된다.이는선생이독서클럽에새멤버를들이면서인용한문장과도궤를같이한다.

“인문주의는적이란것을알지못하며하인을원하지않는다.이정선된영역에속하고싶지않은자는그냥바깥에있어도좋다.아무도그를강요하지않는다.이새로운정신의조합에가입하려는사람은누구도거부당하지않는다.교육과문화에대한욕구를가지고있는사람이면누구나인문주의자가될수있다.어느누구에게도어떤인종인지,어떤계급인지,어떤언어를사용하는지,국적이어딘지묻지않는다.”(22쪽,슈테판츠바이크,『에라스무스평전』)

요즘무슨책읽어?

『익명의독서중독자들』은독서가든비독서가든들고읽기에그야말로적합한책이다.허를찌르는대반전에당황한웹툰독자라면종이책으로읽으면서처음부터작가들이곳곳에숨겨놓은치밀한단서들을발견하는기쁨을누리게될것이다.거기에단행본에서만맛볼수있는장치들도있다.아영이쓴[냉동과해동사이Rot],책의대미를장식할독서클럽의셰익스피어비극공연에피소드는최고의장면으로꼽을만하다.셰익스피어4대비극을“판단력이흐려진노인네이야기”(리어왕),“질투에눈먼중년아저씨이야기”(오셀로),“우유부단한유학파왕자님이야기”(햄릿)로간단명료하게재해석한로렌스가주연을맡은‘맥베스’는과연성공할것인가?거기에‘알아둬도쓸덴없는작가주석’은작품이해를심층적으로돕고,‘독서중독자들의독서리스트’는이책에언급된책뿐아니라참고한책,영감을준책목록까지훑을수있다.이제이책으로독서중독까지는아니어도독서장벽을넘어섰다면앞으로사람들과나누는인사는이렇게바뀔것이다.“요즘무슨책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