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세대에게가장적합한번역과고전읽기의현재적의미를충실히구현한해설로‘유교사상의안내자’역할을톡톡히해온영산대배병삼교수가『맹자』의완역과주석,해설을담은『맹자,마음의정치학』을펴냈다.서양정치학을전공하다어떤목마름을느껴동양고전으로공부의방향을틀었던배교수는30년학문의도정에서늘당대의구체적인문제를치열하게고민하는것이학자의역할이라믿었다.그가전국시대의혼란을타개할정치적제안을담은『맹자』를글로벌자본주의시대를사는우리의문제로당겨와해석할적임자인이유다.
배병삼교수는『맹자』라는텍스트가형성될당시의고대문헌들뿐아니라,이후2000여년간『맹자』를해석해온동서고금의다양한역주서와해설서,오늘의인문사회과학서는물론문학작품,일간지및주간지기사에이르기까지방대한문헌을섭렵하여맹자가고민했고지금우리에게도유효한인간사회본연의문제를탐구하였다.나아가폐해가극에달한현대자본주의사회를넘어설대안을모색하고,조선건국의사상적바탕이되었던『맹자』의저항정신과혁명성이한국현대사를이끌어온평등의식과민주주의에대한열망으로까지이어지는도저한흐름을짚으며‘21세기대한민국’에서『맹자』를읽어야할분명한이유를제시했다.
“끝내사람이사람을잡아먹게되리라.나는이사태가두렵다”
두려움의공유를통해만난전국시대의맹자와21세기의우리
맹자는‘두려움(懼)’이라는감정을통해공자와만났다.폭력과파괴,살육이일상이던전국시대의현실에서벗어나기위해묵가?양주학파?법가?농가?종횡가?병가등당대의제반사상을샅샅이탐색하던맹자는『논어』를통해오로지공자만이사람의처지를느껍게아파하고,짐승보다못한수준으로추락하는인간의조건을진정으로두려워했음을발견했다.
세태가쇠락하고도가미약해지자삿된학설과폭정이되살아나임금을시해하는신하와아비를해치는자식이생겼다.공자께서이사태를두려워하여『춘추』를지었는데『춘추』는천자가해야할사업이다.……인의가막히면짐승을몰아사람을잡아먹다가끝내사람이사람을잡아먹게되리라.나는이사태가두렵다._『맹자』,제6편제9장(『맹자,마음의정치학2』,74~76쪽)
법이니외교니군사니그방법론만다를뿐결국권력자의이익추구로귀결되었던여타사상과달리,함께더불어사는문명세계의이상을제시한공자의인仁사상은맹자의눈에죽음을등지고삶의길로향할유일하고도현실적인방책으로보였다.공자와맹자가공유했던당대에대한두려움은“아귀와같은자본주의의게걸스러운아가리가무섭다”라는배병삼교수의뜨거운공감을거쳐,인간삶의다양한가치가운데“하필이익만을말하는”세태에상처입은우리안의두려움으로까지연결된다.“하필이익을말씀하십니까”(『맹자』,제1편제1장)라는외침에아파하는사람이라면,2000여년의시간을뛰어넘는두려움에공감하는사람이라면『맹자』를읽을이유가충분하다.
“삼강과오륜은다르다”
오해에갇힌유교를위한변론
맹자가펼친인간과사회에대한모든논의는공자가제시한실마리를확충해나간것으로,『맹자』는『논어』의첫번째해설서이기도하다.따라서『맹자』를읽는것은곧유교의본령에가닿는일이다.그런데우리가알고있는유교는어떤모습인가?지배-복종,상명하복,남녀차별및강고한가족주의로무장한봉건윤리,시대착오적인폐습에가깝지않은가.
유교에대한오해가『맹자』의이해를방해한다고생각한배교수는본론에앞서「읽기전에」라는별도의글을마련해유교에대한잘못된상식을조목조목반박하고,권력의수단으로변질되기이전본래유교의청신한속살을드러내보인다.흔히유교의대명사로삼강오륜三綱五倫을꼽지만,배교수는삼강과오륜사이에칼을집어넣어삼강은신하,자식,아내가군주,아비,남편에게복종해야한다는노예의윤리를군주독재체제로확장한한漢제국의통치이데올로기인반면,오륜은부모와자식,군주와신하,남편과아내,윗사람과아랫사람,그리고친구사이에상호존중과소통,균형과책임을중시하는쌍방의윤리이며이것이공자와맹자의본래뜻임을강조한다.
권력의상하구조를특징으로하는삼강에서통치자중심의위민爲民정치론을추출할수있다면,상호성을특징으로하는오륜에서는너와내가함께‘우리’를구성하는여민與民정치론을찾아낼수있다.……삼강의더큰문제는역사적으로진화(?)하면서동아시아사람들의숨통을눌렀다는사실이다.즉“임금이임금답지않더라도신하는신하다워야한다,아버지가아버지답지않더라도자식은자식다워야한다.신하는군주에게절대적으로복종해라,자식은부모에게절대적으로복종해라는식으로흔히이해되는경향”이그렇다.……나는『맹자』를주석하는입장에서오륜의관계론이유교의정통이며,삼강은청신한본래유교가타락한형태로본다.이책을저술하는나의뜻은삼강의이데올로기를혁파하고,오륜의유교를오늘이땅에서해석하고부각하려는것이다._『맹자,마음의정치학1』,34~35쪽
『맹자』가품은저항정신과혁명성,즉군주와신하는상호계약적인관계이니책무를방기한군주는추방할수있다거나,부모의명령에무조건따르는것이아니라부모를올바른길로이끄는것이효라는주장은삼강이아닌오륜을바탕으로하는것이다.그리고이것이바로유교의본령이다.
“이땅은맹자를살아낸사람들이밤하늘의별처럼많았던곳이다”
『맹자』로일어서고,『맹자』로저항했던이땅의사람들
배병삼교수는이곳한반도의조선에서대한민국으로이어지는역사가특히나『맹자』와밀접한관계임을힘주어말한다.이성계와정도전이고려를뒤집어엎고조선을세울때그정당성과건국이념을『맹자』에서빌려왔을뿐아니라성삼문,곽재우,황현,안중근이목숨을버린자리에도“삶도내가바라는바요,의또한내가바라는바이지만둘을다얻을수없다면삶을버리고의를취할것이다”(『맹자』,제11편제10장)라는‘사생취의捨生取義’네글자가있었다.
임진왜란과병자호란이후경직된주자학을개혁하려는사상혁신작업도『맹자』에서자원을얻었으며,동학의인내천人乃天사상도『맹자』에서길어올린것이었다.반식민지투쟁과해방이후이어진4?19혁명과학생운동,부마항쟁,광주민주화운동,6?10시민항쟁과촛불혁명등자유와정의,자립과자주를향한시민들의움직임에도맹자의저항정신이깔려있었다.배교수는한국인이평등의식과민주의식에유난한까닭도서구민주주의의영향에앞서모든인민이동등한주체로정치에참여해야한다는맹자의여민與民주의정치철학이있었기때문이라며,『맹자』를읽는일은우리를형성한바탕자리를찾아가는길이기도함을강조했다.
“맹자,적임자를만나다”
배병삼의『맹자』는무엇이다른가
본래정치학을전공했던배병삼교수는박사과정에서서구정치학의한계를절감하고,유교정치사상으로방향을틀었다.자신이발을딛고있는이곳의정치현실과삶의현장에밀착된고유의정치학을찾고자한철학적모색의결과였다.유교사상은,그중에서도『맹자』는어떤초월적존재나다른세계를설정하지않고지금여기의구체적인시공간에서,마음을지닌사람들의공동체를상정하고새세상의비전을조밀하게설계한지극히현실적인정치론이다.학문의구체성,생생한현장성을중시해유교사상을택한배병삼교수가『맹자』를해설하기에적임자인이유다.
동양사상은서양의철학과다르다.개념으로관념과형이상학을수립하는독립적인사유체계가아니라당면한시대문제를해소하려는종합적사유다.동양사상의인성론은인간에대한철학적검토에국한되는것이아니라,당대의문제를해소하고새로운사회를설계하는재료다.동양사상은대부분인성론과정치론을함축한다.가령‘인성이선하다’고보는관점에서는학교가중시되는나라를꿈꾸고,‘인성이악하다’고보는관점에서는교도소같은나라를지향하게된다.인성론은곧정치적주제다!_『맹자,마음의정치학1』,473~474쪽
이책에실린방대한참고문헌에서확인할수있듯,배교수는동서고금을종횡무진누비며각시대의사상가들이고민했던인간사회의문제와그에대응한공동체의정치적노력이『맹자』와만나어울리거나충돌하는지점을풍부하게제시했다.뿐만아니라우리시대의문학작품이나비평,논평에서얻은소재와아이디어를적재적소에맞춤하게활용해고전이우리삶으로들어와넓고도깊게확장해갈길을마련해두었다.독자는그길을따라걸으며맹자의호방한기개에어울리는배병삼교수의장쾌하면서도미려한글맛을즐길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