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8.37
Description
“일본인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가?”
메이지라는 이름의 야만 세계를 고발하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메이지 이후의 일본』은 2016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교도통신이 주관하고, 전국 30여 개 일간지에 동시 연재된 화제의 기행문 「강상중 사색의 여행 1868년부터」를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2018년 메이지 150주년을 앞두고 과거에 대한 찬사와 만세 구호가 휘몰아치고 전 국가적 성대한 기념식을 준비하며 애국심을 고취하던 그때, 강상중은 메이지가 남긴 야만적 차별과 불평등, 그리고 그로 인해 비참에 빠진 국민을 보듬는 작업을 시도했다. 모두가 과거의 영광에 취해 곧 완성될 완전한 국가 일본, 완전한 국민 일본인에 열광하고 있을 때, “아니오, 일본은 영광스럽지 않습니다”라고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최남단 오키나와에서 나가사키현 군함도와 구마모토현 구마무라, 효고현 고베시, 후쿠시마현 원자력 발전소 등을 거쳐 최북단 홋카이도 노쓰케반도에 이르기까지, 그가 방문한 일본 열도 전역은 떠오르는 국가에 짓눌리고 버림받은 국민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강상중은 그들을 만나 대화하며, 메이지 이후 일본의 역사는 국민을 버리는(기민棄民) 정책들로 가득했음을 밝힌다. 일본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이자 영원한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는 강상중이 이 책에서 드러낸 역사의 그늘은 단지 일본 근대에, 그리고 전후의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야만의 기록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150년간 계속되고 있는 헐벗은 백성의 현장에서 강상중은 메이지가 남긴 야만의 정체를 고발한다.
이 책은 사회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인 동시에, 지은이 자신의 존재를 깨달아가는 구도求道 과정이기도 하다. 영원히 희극일 것만 같았던 근대화와 고도성장을 몇 겹 벗겨내니 힘겨운 생존의 비극이 드러났다. 하나 강상중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상처를 더욱 깊숙이 도려내어 야만의 뒷면에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국가에 버림받은 자, 그럼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말을 받아와 이 책에 옮겼다.
저자

강상중

저자:강상중
1950년규슈구마모토현에서재일한국인2세로태어나일본의근대화과정과전후戰後에대한날카로운분석을펼치며시대를대표하는비판적지식인으로자리잡았다.
재일한국인으로서일본이름을쓰고일본학교를다니며자기정체성에대해치열하게고민했고,와세다대학에다니던1972년한국방문을계기로“나는해방되었다”라고할만큼자신의존재를새롭게인식하게되었다.이후일본이름을버리고‘강상중’이라는본명을쓰기시작했다.
뉘른베르크대학에서베버와푸코,사이드를파고들며정치학과정치사상사를전공했다.재일한국인최초로도쿄대학정교수가되었고,도쿄대학대학원정보학환교수,도쿄대학현대한국연구센터장,세이가쿠인대학총장을거쳐현재구마모토현립극장관장겸이사장으로재직중이다.
지은책으로『만년의집』『나를지키며일하는법』『위험하지않은몰락』『악의시대를건너는힘』『구원의미술관』『마음의힘』『고민하는힘』『살아야하는이유』등이있다.

역자:노수경
일본어전문번역가로활동중이다.브래디미카코의『아이들의계급투쟁』과강상중의『만년의집』『나를지키며일하는법』『위험하지않은몰락』『악의시대를건너는힘』『구원의미술관』『마음의힘』등을번역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5
들어가며15

1.에너지가곧국가다
성장의빛과그림자?폐허의섬에서25
연기에우는달?근대의비명소리29
산하가무너진곳에국가가있으니33

2.빈곤과격차의미래
패망의발전?풍요속의어린희생자41
기민과멸시?제몸뚱어리크기만큼의미래45

3.인재를만드는궤적
개국과통제의이율배반?메이지와경쟁하는현대53
폐쇄되는자유공간?모순에멍드는학생들58
신화의붕괴,흔들리는대학?성숙사회와대학의존재의의63

4.천재지변이라는숙명
대지진이폭로한사회?전쟁에필적하는물음69
부흥을가로막는관치官治와분투하는사람들74
커뮤니티가주인공-마음을갉아먹는거대한이물질78

5.벼랑끝에선농업
농업을망가트린시장주의?별천지의고질병87
개척정신?미래의리트머스종이92

6.경세제민의계보를찾아서
정치란무엇인가?정치의순환을막는가업화99
의식의비대화?경영의신이세운정치학교102
정치가부족현상?세습의원과벼락의원107
후보자선발시스템의문제?공명당,공산당의강점과한계112

7.동맥의망치소리
철도와근대화?육증기가가져온혁명119
권력의원천,도로망?노후화와뒤틀림123

8.근대의나락으로가다
바다가들려준일본의고질병?미나마타병을방치한차별구조131
반복되는인간무시사상?검붉은아시오의통주저음136

9.잔치는끝났다
시대착오적발상?박람회가꿈꾼미래145
반세기전에끊어진미래?만국박람회터를바라보며149

10.차별이라는이름의병
유용성을선별하는시선?일등국가강박증157
정상을가장한사회의그늘?우생사상의현재161

11.지울수없는기억
폭력과공존하라는명령?오키나와의과거와현재169
비전으로통하는비군의확신?집단사의지옥174

12.재벌이라는키메라
근대화와함께솟아오른이에의지배181
재벌의미래를생각하다184

13.자이니치라는물방울
전후73년,그리고메이지150년191

14.변경적인것
희미한빛으로깃드는희망?‘야만의기록’을고발한다203

마치며207
감사의말220
옮긴이의말223
참고문헌226

출판사 서평

“일본은지금어디로가고있는가?”
코로나19로드러난일본의맨얼굴
아시아최초로근대화와산업화를달성한국가이자올림픽을개최한국가.“재팬애즈넘버원JAPANasNO.1”이라는수식이어울리는경제대국.20세기에우뚝솟은일본에대한설명이다.그런데최근일본에대한평가가급속히바뀌고있다.30년장기불황에도끄떡없어하던나라가새롭게등장한바이러스앞에서휘청거린것이다.아베신조총리를비롯한내각관료들이자국의방역시스템은아무런문제없이작동하고있다고발표하며진화에나섰지만,일본을향한전세계의의심은날이갈수록커졌다.그리고질문하기시작했다.

“일본이라는국가가왜이렇게형편없어진것인가?”
“일본은지금어디로가고있는가?”

코로나19는일본경제에낀거품뿐아니라,정부와체제를비롯한국가시스템에낀거품까지걷어냈다.강상중의새책『떠오른국가와버려진국민』은거품이꺼진이유를새로운관점에서분석한다.그거품은메이지유신이남긴그늘이라는것이다.그는지금일본이어디로가고있는지알기위해서는‘국민을버리며떠오른국가의역사’를제대로알아야한다고말한다.

150년전의개국과서구화,그리고80년전의2차세계대전이불러온거대한전환에필적할만한코로나19가전세계에창궐한지금,한국과일본의대응을비교하면그답을찾을수있다.2020년의한국은메이지유신과10월유신의그늘로부터완전히벗어나는중이다.반면메이지국가를영광의시대로칭송하며아름다운일본을만들겠다고말하는귀태의아이와,그를중심으로하는통치시스템은지금도‘약한사회위에우뚝솟은국가주의’의생리를버리지못했다.그결과일본전국에서균열과비틀림이계속되고있다.이에비해한국은여러한계를극복하며착실하게시민과사회운동의힘을키웠다.규범과정의라는관념이사회적결속을강화했고‘강한국가’를견제할수있는‘강한사회’를갖는데성공했다.한국은강력한통제와처벌을앞세우지않고도코로나19바이러스의폭발적확산을제어하는데성공했다.이런모범적대응은하루아침에가능해지지않는다.끊임없이민주화를통해사회를건강하게만들고국가를감시하는능력을길러온역사의성과일것이다._8~9쪽,「한국어판서문」중에서


“국가에유용한인간이되어라.”유신의그늘에버려진국민
메이지유신이일본에,그리고한국을비롯한동아시아에미친영향은실로엄청났다.국가와민족이가진본래의정신에서양의기술을결합하는‘화혼양재和魂洋才’와산업을양성하고군대를강화하는‘부국강병富國?兵’은20세기비서구국가의거의유일한근대화모델이되었다.실로아시아의근대는메이지유신으로부터시작되었다고말할수있을정도이다.
그러나시민혁명과정치체제의민주화라는굳건한기반없이서구의기술을모방하는데만몰두한메이지유신의결과,산업화에성공한근대국가‘대일본제국’은심각한결함을가진괴물이되어버렸다.‘서구의기술(洋才)’과제대로섞이지못한‘일본의정신(和魂)’은제국주의로변해폭주했다.그끝은태평양전쟁이요,히로시마와나가사키에투하된두발의원자폭탄이다.1945년8월15일“무조건항복”을알리는천황의목소리가라디오전파를타고퍼져나간이후일본에게는‘보통국가’로돌아오는길이강제되었다.
여기까지가우리가익히아는메이지유신과일본의근대이다.그뒤이어진20세기후반의현대는일본이다시세계일류국가로도약하는과정으로채워진다.그런데메이지유신으로부터150년이지난2018년,강상중은또다른이야기를써내려갔다.그는발전과미래를향해달려나가는국가에깔려있던국민들,국가에의해변방으로밀려나고버려진사람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일본열도를종단하며그가만난버려진국민은국가의성장을떠받친‘사람기둥人柱’들이었다.

국가는살아있는인간들의집합이다.그러나이곳에서는살아있는인간이보이지않는다.그저무기질적권한과규칙,관행만남아있을뿐이다.이상황을바로잡는것은정치의몫이다.전후민주주의는‘평화국가’의기치를내걸고개인의인권과함께인간다운‘문화생활’을보장하겠다고주장했다.하지만실제로마주한일본은마치국가를위하여국민이존재하는것처럼도착된상태였다.국민없는국가주의만팽창했다._211쪽,「마치며」중에서


“왜우리가도쿄를밝히기위해희생되어야하는지모르겠어요.”
버려진국민의비명이들리지않는가
2011년3월11일일본도호쿠지방에서발생한대지진은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폭발사고라는미증유의재난으로이어졌다.그현장을찾았던강상중은한이재민으로부터다음과같은질문을받아들었다.

대지진몇주후의일이다.취재차방문한후쿠시마현소마시에서원전사고로피난을온주부를만났다.“왜우리가도쿄를밝히기위해희생되어야하는지모르겠어요”라는그녀의말이벼락처럼떨어졌다.그말이‘정치학자나부랭이는아무것도모른다’라는무거운질책으로다가왔다._25쪽,「1장.에너지가곧국가다」중에서

1990년대의버블붕괴와이어진장기불황을겪으며‘관리의일본’이라던자랑이흔들리고있던때에갑자기찾아온재난상황에서국가와정부는사태를수습하고피해자를구제하는데완전히실패했다.원전사고후10년가까이지난지금까지도후쿠시마시민중4분의1이살던집으로돌아가지못했으며,발전소구역안에는지금도처리되지못한원자력폐기물이쌓여가고있다.이재민의비명소리같은질문을받아든강상중은국민에게닥친비극과원전사고앞에드러난일본정부의무능을보며기시감을느꼈다.메이지유신이후150년역사의도처에서이장면이계속반복되었기때문이다.


“선진국가일본안에후진사회와국민은존재할수없다.”
메이지라는망령의패턴
산업화의속도를높이던20세기전반부의군함도에서,신세계를건설하겠다는꿈에부풀었던1930년대의만주국에서,그리고세계일류국가로우뚝선20세기후반부의미나마타와오키나와에서똑같은일이반복되었다.일본은문제가불거졌을때그것을관리하여회복하기보다는한결같이감추고피해자를쫓아내는방식으로대처했다.‘선진국가일본안에후진사회와국민은존재할수없다’라는망령이지난150년간시기와장소를가리지않고솟아올랐다.그는비극이되풀이되는이유는문제를“한갓자연재해로치부하고,망각이라는안전지대로도망가서희극적일상을계속하는것이일본근대의패턴”이었기때문이라고단언한다.

군함도는과거에존재했던계층질서를공간적으로표현하고있다.볕이잘들고전망도좋은빌딩상층부나섬중앙의고지대에는상급자와임원이,하층부에는광부와그가족이거주하는구조이다.이런의미에서일본이라는국가의축소판이라고할수있다.식산흥업殖産興業과부국강병,풍요와번영,발전과성장이라는일본의꿈이,그러나그반대였던가혹한현실이응축되어있다._28쪽,「1장.에너지가곧국가다」중에서

피해자들은마을사람들로부터정체를알수없는기괴한병에걸렸다고멸시받으며병고와빈곤으로내몰렸다.정부는이들을돕지않고,오히려매몰차게내던졌다.부작위不作爲가반복되고참상은묵인됐다.(중략)미나마타병에걸려서차별이생긴게아니라,차별이있는곳에서공해가발생했다고하는편이정확할지도모르겠다.그러는사이에차별은배속의태아에게까지향했다._135쪽,「8장.근대의나락으로가다」중에서

전쟁이막끝났을때미군해병대는본토에주재했다.한국전쟁이끝난뒤본토의반기지감정이고조되자이를진정시키기위해미군을오키나와로이동시켰을뿐이다.오키나와에폭력을집적시키고격리한이유는군사전략이나억지력때문이아니다.이는오키나와가일본이지만일본이아니라서가아닐까?_173쪽,「11장.지울수없는기억」중에서


“나는변경을몸에두른자들의상속인이다.”
희극과비극으로나뉘지않은미래를가리키는이정표
재일조선인2세인강상중의삶은변경으로쫓겨난기민의삶그자체와닮았다.변경에는그이름자체로차별의상징이된피차별부락과「우생보호법」때문에합법적으로죽음에내몰린한센병환자들이있었다.천황을위해죽음을강요당한우치난추(오키나와사람)와광산에서유출된독극물로부터도쿄를지킨다는명목하에수몰된야나카무라주민들도있었다.그리고일본제국의몰락과함께발디딜곳을잃어버린재일조선인,곧자신도거기에있었다.
바닥에깔린이들을만나고,그들이들려준이야기를책으로옮기는일은곧자신을둘러싸고있던세상을직시하는일이었다.따라서이책은사회문제에대한날카로운비판인동시에,지은이자신의존재를깨달아가는구도求道과정이기도하다.영원히희극일것만같았던근대화와고도성장을몇겹벗겨내니힘겨운생존의비극이드러났다.하나강상중은거기에서멈추지않고상처를더욱깊숙이도려내어야만의뒷면에까지도달한다.그리고그곳에서국가에버림받은자,그럼에도살아남은자들의말을받아와이책에옮겨적었다.그들의말과삶에서어슴푸레한희망을발견했기때문이다.

피해지역주민의생활을부흥시키고그것을돕는사람을지원하는조직이공동체내부에서탄생했다.대지진의기억을전승하고마음의상처를보살피는눈물겨운모임이사방에서피어올랐다.이는지진이낳은예상밖의결과물이다.피해지역에서꿋꿋하게살아가는사람들의일상과사회의복원력에서희망을발견할수있다._78쪽,「4장.천재지변이라는숙명」중에서

메이지초기에는다카시마탄광의갱부를억압하는궁핍과아시오광독사건의참상을폭로한지식인이있었다.전후에도공해반대운동,시민운동,평화운동,차별철폐운동등에투신한지식인이있었다.(중략)이책에서내가만난사람들은사회적곤경을공론의장으로끌어올린유사인텔리이다.그들의유산이현대로계승된다면메이지의그늘에갇혀국가를올려다보기만하던순종성에서해방될수있지않을까?_217~218쪽,「마치며」중에서

강상중은과거의참상을기억하고사회의어둡고깊숙한바닥에서희미하게빛나는희망을캐는광부가되기를마다하지않는다.그것이그가생각하는지식인의책무이기때문이다.따라서이책의마지막장,마지막단락의“나는변경을몸에두른자들의상속인이다”라는문장은끝을가리키는것이아니다.이것은체념이나포기가아니라,버려진국민으로부터미래가다시시작되었음을알리는이정표이다.그의말처럼일본의미래가이름없는민중의삶으로채워질지우리도함께지켜볼것이다.

전후가어제의세계로물러나고,야만의역사가애국과만세구호에묻히고있다.변경은기억과기록에서지워질운명에처했다.그러나그렇게되지않을것이다.역사는승리의전유물이아니다.이름없이사라진사람들,자신의처지를저주하면서죽은사람들을복원해야한다.역사의묘지에버려진이들을되살려이어붙일때,비로소내부모가살아간역사도제대로이해할수있을것이다.나는이꿈을포기하지않았다.나는변경을몸에두른자들의상속인이다._205쪽,「14장.변경적인것」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