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송경아 소설집)

백귀야행 (송경아 소설집)

$12.00
Description
“나이 찬 채로 연애도 안 하고 음음하니 오직 책과 공부만을 눈앞에 두고 혼자 사는 여자의 방에 귀신 없을 리 없으니!”
비현실 같은 현실을 살아내는 우리, 백귀야행의 세계에서

PC통신에 글을 쓰다 1994년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에 「청소년 가출 협회」로 등단하고, 같은 해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 연구 부분 인용』이라는 다소 도발적이고 긴 제목의 소설집을 펴내며, 이른바 ‘신세대’ 작가의 출현을 알린 소설가 송경아가 오랜만에 『백귀야행』이라는 제목의 소설집을 펴냈다. 송경아 작가는 SF, 판타지, 장르문학 전문가로 오랫동안 번역가로도 활동해왔으며, 이번 소설집에는 그가 2000년대 초중반에 발표한 작품들을 포함해 총 6개의 단편을 묶었다. 10년, 2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작품들에서 펼쳐 보이는 우리 사회와 여성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지금 여기’의 첨예한 화두로 날카롭게 독자를 찌른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이 시대의 고통과 상실을 여러 방향에서 비스듬히 바라보는 존재들”(정소연 추천사)은 현실에 요령껏 발붙이지 못하는 평범한 우리 모습과 묘하게 닮아 있기도 하다.
저자

송경아

소설가이자번역가.대학에서는전산학을,대학원에서는국문학을공부했고,국어국문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1994년「청소년가출협회」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성교가두인간의관계에미치는영향에대한문학적고찰중사례연구부분인용』『테러리스트』『누나가사랑했든내가사랑했든』『우모리하늘신발』등이있고,『롱워크』『뱀파이어유격수』『S&M페미니스트』『드래곤펄』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나의우렁총각이야기
백귀야행
히로시마의아이들
열다섯,서른다섯
하나를위한하루
고통의역사

작품에부쳐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우렁총각이라면하나갖고싶지.내가돌봐야하는남편은싫어.”
생활이라는구덩이에빠져야만얻을수있는세상과의관계

「나의우렁총각이야기」에는우렁각시대신‘우렁총각’이등장한다.심지어이우렁총각은홈쇼핑에서할부로구입할수있다.결혼을부추기는사촌언니로부터우렁총각을선물받은소현.유리수조안에들어있는주먹만한우렁이는‘우렁이가사람으로변했을때마주치지말라’는주의사항하나만지키면사람이없을때총각으로변신해가사도우미역할을놀라울정도로해낸다.그러던어느날,파경을맞은사촌언니와술을마시고숙취에시달리던소현은우렁총각을보게되고,우렁총각은우렁이로돌아가지않고소현에게결혼해달라요구한다.「나의우렁총각이야기」는남자들이당연하게받고있는돌봄노동이오히려여자들에게필요한건아닐까하는억울함에서시작한다.하지만돌봄노동의혜택만누리고,그노동을제공하는주체를살피지못한소현의반성으로까지이어져,우리가늘잊고살지만모든‘서비스’뒤엔노동하는사람들이존재한다는깨달음을준다.표제작「백귀야행」은봄날대학가에서귀신들이횡행하는이유를판소리사설조로코믹하게그린작품이다.작가의자전적이야기로국문학과대학원생미연과동료들의이야기를통해사회경제적으로불리한위치에놓일수밖에없는고학력여성들의삶의애환을자조섞인유머로유쾌하게펼쳐보인다.작가는‘석박사과정을끝내면취직할수있는반경이넓어진다는희망이있었으나이제그런희망은무너졌다’며,“공부하고싶은사람들이가는곳이면서,동시에생활력은별로없고공부밖에할수없는사람들이옹기종기모여있는대피소”가된대학원의위태로운구조를“현실에밀착할수도없고현실을떠날수도없는귀신들의행진처럼”(219쪽)그려보고싶었다고한다.

“이미탄생해버린원자폭탄이사라지지않는것처럼,어떤일들은,되돌릴수없다”
상실과고통의상처가만들어낸삶의부스러기

「히로시마의아이들」은성폭행피해자가겪는고통과상처를원자폭탄의강력한폭력성에빗대상징적비유와함께생생하게전달하는작품이다.열살때사촌오빠한테성폭행을당한‘나’는그뒤병적으로남자들을피해다닌다.유일하게편한남자는같은과의성훈으로,그는히로시마에징용나간할아버지의피폭이원인이되어소아마비를앓아남성성이느껴지지않기때문이다.이둘은남몰래비밀스레간직한서로의상처를내보이며섹스를통해보통연인들처럼되어보고자하지만그게쉽지가않다.송경아작가는가족의본질에대해서도집요하게파고든다.가족해체의시대라지만보이지않는곳에서도서로에게크고작은영향을미치는이관계는「하나를위한하루」의형의말처럼“벗어버리고싶어도벗을수없는옷,잠겨버리고싶어도밀어내는물.부정하고싶어도결국돌아오게되는뿌리”(162쪽)같은것이다.서른다섯이모의이혼생활과열다섯조카의임신중단수술을통해가족에게어떤도움도이해도지지도받을수없는,결국엔혼자감당해야하는상처를안은어른과아이가서로에게버팀목이되어주길바라는가하면(「열다섯,서른다섯」),죽은아내의유전자로탄생한딸하나를알츠하이머병을앓는아버지를위해희생시켜야하는상황에처한남자의이야기를그려내기도한다(「하나를위한하루」).「고통의역사」에서는아이를통해자신의삶이실수가아니었음을증명하고싶어하는주인공이아이의불치병을치료하기위해고군분투하는과정에서자신이오히려실수를저지른건아닌지하는후회를담았다.
『백귀야행』은현실과환상성의공존,유머러스하면서도날카로운묘사,실험성강한다양한문체로여성의자의식과사회의관계맺음에대한작가의고민과질문을보여준다.세상과의관계맺음을통해크고작은상처를주고받는비루하고허랑한영혼들이밤거리를헤매다니는이야기는,현실에밀착할수도없고현실을떠날수도없는우리의삶을서늘하게돌아보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