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에세이

$15.00
Description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
어린이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몸이 작아서이기도 하고, 목소리가 작아서이기도 하다. 양육이나 교육, 돌봄을 맡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 곁에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기 쉽다. 10년 남짓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고,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는 김소영은 어린이의 존재를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 부지런히 글을 쓰고 목소리를 내 왔다. 이 책에는 김소영이 어린이들과 만나며 발견한, 작고 약한 존재들이 분주하게 배우고 익히며 자라나는 세계가 담겨 있다. 이 세계의 어린이는 우리 곁의 어린이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가 통과해온 어린이이기도 하며, 동료 시민이자 다음 세대를 이루는 어린이이기도 하다.

독서교실 안팎에서 어린이들 특유의 생각과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김소영의 글은 어린이의 세계에 반응하며 깨닫는 어른의 역할과 모든 구성원에게 합당한 자리를 마련해야 할 사회의 의무에 이르기까지 점차 넓게 확장해 간다. 어린이를 더 잘 이해해 보려는 노력은 나 자신을, 이웃을, 우리 사회를 구석구석까지 살피려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모두가 경험하지만 누구도 선뜻 중요하다고 말하지 못했던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를 비로소 시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삶과 어린의 삶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사람이다. 어린이책 편집자로, 독서교실 선생님으로 긴 시간을 이어왔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더라고 그 속에는 늘 어린이 있었다. 이 책 속에는 다양한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모두 가명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건네는 저자에게 우리도 말을 건네고 싶게 만든다. "당신의 삶을 보여주어서 감사합니다."하고. 저자가 써내려간 이야기 속에 초대된 독자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추억하게 될 것이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김소영

이화여자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을전공했으며졸업후출판사에서어린이책편집자로10년넘게일했다.지금은독서교실에서어린이들과책을읽고있다.『어린이책읽는법』,『말하기독서법』등을썼다.

저자의독서교실을찾은아이들은무엇보다책읽기의재미에흠뻑빠지게되는데,그비결은‘말하기독서법’에있다.책을읽은후아이가가장즐겁게할수있고실제로도움되는활동은‘말하기’다.책...

목차

들어가며

1부곁에있는어린이
시간이걸릴뿐이에요
선생님은공이무서우세요?
착한어린이
어린이의품위
무서운일
놀이아니고놀기
읽고쓴다는것
제가어렸을때는요
무수히많은방식으로

2부어린이와나
가장외로운어린이를기준으로
한지붕아래사는친구
마음속의선생님
어린이의편식,어른의편식
선배님말씀
위로가됐어요
사랑이라고해도될까
삶을선택한다는것
양말찾아가세요
남의집어른

3부세상속의어린이
저오늘생일이다요?
한명은작아도한명
쉬운문제
어린이가‘있다’
오해
어린이는정치적인존재
내가바라는어린이날
길잡이

추천의글

출판사 서평

우리곁의,내안의,세상속의어린이를
쾌활하고다정하고신중하게반기는목소리

이책에는저마다다른빛깔을보이는어린이들의고유한목소리가담겨있다.유연하고기발한생각으로낯선세상을해석해나가는어린이,자신을존중하는어른을만났을때정중한태도로화답하는어린이,작은위험은기꺼이감수하며모험을즐기는어린이,더없이다정하게호의를표하는어린이,어른들의잘못을단호하게지적하는어린이…….

“지금도묶을수있어요.어른은빨리할수있고,어린이는시간이걸리는것만달라요.”_18쪽
“밑에모래있으면떨어져도안아파요.”_63쪽
“이책이선생님한테있잖아요?하지만다똑같은책이어도이책앤(엔)제마음이있어요.”_72쪽
“만약에통일이된다면,그때는지금어린이들이커서어른이되어있을텐데그때가서문제가발견되면어떡해요?좋은점만알고대비를못했다가‘아,이건아니다’하고없었던일로할수는없잖아요.그때가서는저희가해결해야될텐데,왜어린이한테는의견을안물어봐요?”_231쪽

특별한어린이들이하필김소영앞에만나타난것이아니다.대다수의어른들이무심히지나치는순간을김소영은세심하게눈여겨보고정성껏기록해두었던것이다.이책속의어린이들은누구의딸이나아들,무엇무엇을배워야할몇학년학생이아니라자기생각과목소리를가진한사람의개인으로서등장한다.김소영은어린이를해설하거나어린이에게유익한것을제안하기보다는한명한명의어린이가각자의모습으로우리곁에‘있음’을드러낸다.낑낑대며신발끈을묶거나,혼자서엘리베이터를타지못하거나,음식에서당근을골라내는작은순간을포착해조금서툴고느리더라도자기몫의생활을살뜰하게해나가는이들이있음을보여준다.어떤모습이어도좋으니우리한번잘지내보자며어린이들을반기는김소영의목소리는독자의세계에자연스레어린이의자리를마련한다.

누구나지나온어린시절의쉽게꺼내지못했던이야기들

어린이에게무심한어른이라도한때는모두어린이였다.가정과이웃,학교라는제한된환경에서지내기마련인어린시절은누구에게나어느정도는안락하고,어느정도는상처입은기억일것이다.이책이스스로어린이와무관하게살아간다고여기는사람에게도특별한감흥을주는것은바로이지점이다.김소영이소개하는어린이들과의일화는우리의기억속깊은곳에웅크리고있던‘어린이였던나’를불러낸다.담임선생님의칭찬한마디에가슴이두근거렸던날,악몽에서깨어난밤,아끼던지갑을잃어버려속상했던마음,지금보다는조금더가까웠던자매?형제?남매사이,넓고환한친구집에서느꼈던당혹스러움까지오랫동안잊고있던기억을마주하며,나는이미지나왔지만누군가는지금이순간품고있을어린마음들을깨닫게된다.

집이너무넓어서눈을어디에두어야할지몰랐다.그러는중에도두리번거리는모습을보이기는싫어서그애발끝만보며방으로따라들어갔다.방에는오로지그애만을위한침대와책상이있어서나는또놀랐다.그사실을들킬까봐아무말이나했다.물론들켰을것이다.그리고곧할머니가간식을‘쟁반에받쳐서’가지고오셨다.예쁘게깎인과일,과자,유리잔에담긴주스.TV에서는본것도같지만실제로는경험한적도,한번상상해본적도없는상황이었다._99쪽

어린마음의존재를깨달은사람들은더이상어린이를함부로대할수없다.어린시절부끄럽거나속상해서,힘이약해서,충분한어휘를갖지못해서할수없었던말이지금의어린이들에게도있을것임을짐작할수있기때문이다.이책은‘서로존중하자’,‘약자를차별하지말자’는말대신어린이의마음을기억해내고,그마음이되어보기를권한다.그것만으로도우리는세상을좋게변화시키는데한몫을할수있다.

나는어린이에게느긋한어른이되는것이넓게보아세상을좋게변화시키는일이라고생각한다.어린이를기다려주는순간에는작은보람이나기쁨도있다.그것도성장이라고할수있지않을까?어린이와어른은함께자랄수있다._20쪽
어린이의말에더많이귀를기울이겠다고다짐한다.어린이가표현한것만듣지않고,표현하지못한것이무엇인지생각하겠다고.어린이가말에담지못하는감정과분위기가무엇인지알아내는어른이되겠다고._192쪽

어린이에게좋은세상은어른에게도좋은세상이다
다음세대를맞이하는‘남의집어른’의역할

김소영은오랜기간어린이에관한일을해온전문가이지만,어린이를직접키우는양육자는아니다.그래서쉬이“아이를낳아봐야어린이책을잘만든다”,“엄마가아니라잘모른다”라는식의이야기를들어왔다.그러나양육의경험이어린이에대한완전한이해를보장하지않듯이,비양육자라고해서어린이에대해무지하거나발언할자격이없는것은아니다.오히려비양육자들은가족의울타리밖에서어린이를만나기때문에,어린이가사회구성원으로서누려야할권리와어른이동료시민이자앞선세대로서해야할역할을때로더선명하게인식할수있다.가족의사랑이외에‘남의집어른’의정중한대접과환대가있다면어린이는더순조롭게세상속자신의자리를찾아갈것이다.

나는‘남의집애’라는말이좋았다.그러면나는‘남의집엄마’‘남의집아빠’‘남의집이모삼촌’이될수있지않을까?가까이에서보고배우고좋아하고샘내고안심하고걱정하면서‘남의집애’를같이키울수있을것이다.언젠가는어떤어린이의‘남의집할머니’도될수있다.어린이의초콜릿을지퍼백에넣어주고,어머니에게어깨를빌려드리면서나도한몫을할수있다.양육자가아니어도‘남의집어른’은얼마든지될수있다._181쪽

김소영은‘남의집어른’으로서우리사회가어린이를대하는태도를단호하게비판한다.‘노키즈존’이니‘노배드패런츠존’이니하는이름으로어린이를내쫓거나,어린이를일부러울리고는감상하는방송프로그램을만들거나,어린이를대상으로한범죄에가벼운처벌을내리는사회에분노를표한다.이런일련의흐름은어린이는저항할수없기때문에마음대로다루어도된다는생각에서비롯한다.어린이를내쫓는사회는자연히자기목소리를내기어려운약자나소수자를몰아내는방향으로움직이기마련이다.이말은어린이에게좋은세상은곧어른에게도좋은세상이라는뜻이다.양육자가아니더라도,어린이와만날일이없는사람이라도어린이가처한환경을살피고,어린이를존중하는태도를익혀야하는이유가바로여기있다.이책은‘어린이라는세계’가우리모두의세계가될출발점이되어줄것이다.

어린이에대해생각하다보면장애인,성소수자,이주민등여러소수자들에대해내가얼마나무지하고둔감했는지깨닫게된다.어린이는자라서어른이되기때문에소수자라기보다는과도기에있는사람들이아닌가생각해보기도했다.그런데나자신을노인이될과도기에있는사람이라고여기지않는것처럼,어린이도미래가아니라현재를기준으로생각하는것이맞다.또어린이가청소년이되고어른이되는사이에늘새로운어린이가온다.달리표현하면세상에는늘어린이가있다.어린이문제는한때지나가는이슈가아니다.오히려누구나거쳐가는시기이기때문에모두가머리를맞대고고민해야하는일이다._201~202쪽

주요내용

어린이의허세는진지하고낙관적이다
호언장담으로허세를부리는어린이도있다.미래를가정하는순간확신도한다.여덟살때하윤이는세계최고의부자가된다면“지구절반만큼땅을사서농사도짓고개도한다섯마리기르고,고양이도한일곱마리기를거예요”라고했다.그러다영화‘해리포터’시리즈덕분에영국에관심이생긴뒤로영국으로유학을가는꿈을품게되었다.(…)어린이의허세는진지하고낙관적이다.그래서멋있다.결정적으로그허세때문에하윤이가옥스퍼드(또는케임브리지)에갈가능성이생기는것이다.생각조차하지않는다면어떻게바다건너까지유학을가겠는가.어린이의‘부풀리기’는하나의선언이다.‘여기까지자라겠다’고하는선언._27~28쪽

어떻게된게매번어린이한테배운다
‘잉여생산물’과‘물물교환’을설명할차례였다.
“그렇게농사를짓다보니까,드디어!필요한것보다많이생산하게된거야.우리마을에서다먹고도남을만큼많이!자,그러면어떻게하면좋을까?”
하윤이는조금도망설이지않고대답했다.
“나눠줘요!”
그밖에다른답이있을리없다고확신하는얼굴이었다.이런하윤이에게경제논리를설명하려니나는갑자기속이시커먼어른이된것같았다.(…)칠판에“서로몸이달라도자”라고썼다.내심‘존중하자’라는말이나오기를기대하면서예지의답을기다렸는데선뜻답을하지못했다.
“예지야,그럴때‘무시’의반대말을떠올려보면좋아.”
“아!알았다!”
유일한답이라는듯,예지는이렇게썼다.
“서로몸이달라도같이놀자.”_31~36쪽

어린이의품위
나는어린이들이좋은대접을받아봐야계속좋은대접을받을수있다고믿는다.안하무인으로굴기를바라는것은당연히아니다.내경험으로볼때정중한대접을받는어린이는점잖게행동한다.또그런어린이라면더욱정중한대접을받게된다.어린이가이런데익숙해진다면점잖음과정중함을관계의기본적인태도와양식으로여길것이다.점잖게행동하고,남에게정중하게대하는것.그래서부당한대접을받았을때는‘이상하다’고느꼈으면좋겠다.사실내가진짜바라는것은그것이다._41쪽

가장외로운어린이를기준으로
어린이들도이쇼를본다.‘세트장’이아닌,유명연예인의실제집과거기살고있는다른어린이를본다.대수롭지않게보아넘기는어린이도있을것이다.그러나어떤어린이에게는그집이꿈속의것처럼크게보일것이다.(…)어떤어린이는여전히TV로세상을배운다.주로외로운어린이들이그럴것이다.어린이도볼수있는프로그램이라면,가장외로운어린이를기준으로만들어지면좋겠다.성실하고착한사람들이이기는모습을,함께노는즐거움을,다양한가족의자연스러운모습을,가족이아니어도튼튼한관계를,강아지와고양이를,세상의호의를보여주면좋겠다.세상이멋진집이라고어린이를안심시키면좋겠다._101~102쪽

이름모를어른의작은호의
“그여성분이요,저를처음보셨을수도있잖아요.아닐수도있지만.어쨌든그분이제가가방을메고있으니까이상하게보였나봐요.‘공부하러가니?’하고물어보시는거예요.그래서제가‘네’했거든요?그랬더니‘일요일인데공부하느라고힘들겠구나’그러시는거예요.”
나는왠지조마조마했다.혹시주이가모르는사람한테그런말을들은게이상하다거나오히려기분나쁘다고생각하면어떡하나하고.
“그말을듣고기분이어땠어?”
“뭐라고해야하지?위로가됐어요.그런날은운이좀좋은것같아요.”
“위로가됐어요”라고할때주이는오른손을가슴에가져다댔다.그장면이이따금생각난다.평소주이와다른모습이었기때문이기도하고,어린이에게는어른들이환경이고세계라는사실을그날다시깨달았기때문이기도하다._143~144쪽

어린이는어른의길잡이
나는예전에‘어린이는어른의길잡이’라는말을못마땅하게여겼다.어린이를대상화하다못해신성시하는듯해서였다.어른이어린이를잘가르치고이끌생각을해야지,어린이한테길안내의책임을떠맡기다니.그리고어린이가길을어떻게안단말인가?무슨신비한힘이있는것도아닌데.그렇게생각했다.그런데어린이에게할말을고르고,그말에나를비추어보면서‘길잡이’에대한오해가풀렸다.어린이가가르쳐주어서길을아는게아니라어린이에게무엇을어떻게가르칠지고심하면서우리가갈길이정해지는것이다.그렇기때문에어린이를가르치고키우는일,즉교육은이세상을살아가는우리모두의몫이된다.가정과학교는교육의출발점일뿐결국책임은사회가져야한다.그러기싫어도사회의몫으로돌아오고만다._253~2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