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국어교사,소년원에가다
소년원은우리에게어떤곳일까.소년원은범죄를저질렀거나저지를위험이있는만10세부터만18세까지의소년을보호하여교정교육을하는법무부소속특수교육기관이다.실형이확정된소년범의형을집행하는소년교도소와는다르며,수용경력도전과로남지않는다.교화와교육을목적으로하는일종의학교이기에명칭도OO학교라한다.하지만과연우리사회는소년원본연의목적처럼소년들이행동을교정하고좋은삶을살기를바랄까.혹시우리에게해를끼치지않는,무해한투명인간으로살아가기만바라는것은아닐까.평소라면그존재조차몰랐을소년원에서국어수업을하며학생들과함께성장한이야기를담은『소년을읽다』가나왔다.저자서현숙은교육부사업의일환으로의무교육을마치지못한학생들이졸업할수있도록도와주는교육청파견교사로,2019년한해동안소년원에서국어수업을하며소년들과마음을나눈이야기를솔직하게담았다.
구조나생김새는학교와완벽하게같지만무거운철창을대여섯번통과해야도착하는교실엔소년원특유의냉기가흐른다.이곳에서저자는일주일에한번,두시간씩많게는일곱명적게는한명의소년과일년동안국어수업을했다.짧은글쓰기,시한편외우기,한자성어익히기,짧은분량의책읽기로이뤄지는수업.소년들은저자가막연하게걱정하던험상궂은아이들이아닌,과자나젤리를먹고싶어하고,걸그룹스티커에환호하는평범한소년들이었다.책읽기에익숙하지않아적은분량의책을서로돌아가며읽어주는수업을통해소년들과저자는서로에게조금씩다가간다.자신들이재미있게읽은책의작가가온다는사실에설레고,자신들이책의‘독자’임을알게된다.그리고작가를반갑게맞아정성껏대접하기위한‘환대’의준비를한다.작가와의만남을통해소년들은환대로사람을맞이하는경험,자신이주체가되어활동하는경험,나도타인도소외시키지않는연습,사람의온기를느끼는연습을한다.배우는사람과가르치는사람사이에신뢰가만들어지고소년들과저자는기다림,설렘,긴장,흥겨움의시간을함께통과한다.
삶의신산함을알아버린소년들
소년원에서처음책을만나책읽기의즐거움을알고환대의의미를알게된소년들일지라도소년원에서의시간은그들의인생에서삭제하고싶은순간이다.이들에게이곳의시간은인생의겨울일뿐이다.자신의존재를긍정할수없고모두에게부정당하는시간,숨기고싶은시간이자소년의삶에서어떤흔적도남기면안되는시간이다.
책을읽고인상적인문장을나누는장면들을통해우리는소년들의구체적삶의이력을알게된다.자신의처지와관점에서읽기때문에소년들이고른문장은보통사람들의감상과는다르게다가온다.먹고사는일의급급함을안타까워하는강준이는갑작스레엄마를잃고삶이급격하게흔들렸다.17년동안한번도누가책을읽어준적없고,단한권의책도읽어본적없는민우는6개월동안학교도가지않고집에서라면만먹으며몸무게가30킬로그램이늘도록가정과학교에서방치되었다.명구는2년만에소년원을나가는데아무도데리러오지않았다.집에갈상황이못되어자립생활관으로간다.아기때엄마가죽어사진으로조차엄마얼굴을본적이없는동수는유일한자기편인할아버지마저여덟살때돌아가셨다.동수는감정조절이안돼소년원에서도집중방과징벌방을오가며형벌의시간을견디고있다.소년들은저마다안온하지않은가정환경에서자랐고,형기를마쳐도돌아갈집이없거나,극심한가정폭력을당했다.어린나이에공사장노가다,택배상하차,치킨집,횟집,전단지돌리기등다양한노동의이력을몸에지닌소년들은일의고단함과삶의신산함을일찍경험했다.이들은타인에게해를끼치고,고통을준범죄자들이지만동시에수치스러움,미안함,후회,연민의마음을온전히지닌소년들이기도하다.
다음에는‘이런곳이아닌곳’에서만나요
작가는수업을위해아이들수만큼책을준비하고,간식을준비하고,시엽서세트를만들어아이들에게준다.수업이없을때도‘왕자님면회’를통해이들에게짜장면을사주고손편지를써주며다정하고친절하게자신을돌보는방법을알려준다.소년들은선생님한테고마움을표하며한결같이다음에는이런곳이아닌곳에서만나자고이야기한다.그만큼이곳에서만나게된것이면목없고수치스럽다는것을알기때문이다.소년들은이전과다르게살기를열망하지만,한편으로는그것이불가능함을알고있다.이곳에있는동안바르게살고자하는꿈을가져도바깥세상으로나가면모든것이그대로이기때문이다.오히려자신을바라보는주위의시선이더안좋아졌음을깨닫고비슷한생활을반복하다가소년원이나교도소로가게되는것이일반적이라한다.작가는봄,여름,가을,겨울을소년들과함께하며그들로부터큰위로를받는다.소년들에게필요한사람이자의미있는존재가된다.동시에작가는자신의뿌리깊은고정관념을재확인한다.범죄력과는거리가먼착하고순수한영혼을가진소년들의존재가현실의무게로묵직하게다가오면서나쁜행동과인간의영혼에대해고민한다.
고생한손을보고마음아파하는아이,다른이의고단한삶을불쌍하게여기는아이가여기에왜있을까?이런‘고운마음’으로어떤범죄를저질렀을까?마음이라는것이도대체뭐지.사람은여러가지의다른모순된마음들을도저한지층처럼겹겹이지니고있는걸까.이곳에는‘어떤부류의마음’을지닌소년이오는걸까.마음의고저내지는상중하,혹은미추를나눌수있을까.-174쪽
사람들의시선에띄지않는것이미덕인곳,죄를짓고벌을받기위해가둔아이들이니열악한환경이나인권유린이당연시되는곳,사람의심리나정서는염두에두지않은삭막한공간.작가는세상가장낮은곳에서수업을하는자신의처지와아이들에게환대를받으면서도동시에이들이자신의삶에서지우고싶은시간에함께한다는것에씁쓸함을느끼기도한다.그럼에도작가는소년들에게책으로말걸기를멈추지않는다.이들이책을통해마음과영혼을보듬어인간답게자신을돌보며살길바라기때문이다.
좋은삶을욕망하는소년들을위하여
소년들은책읽기를통해자신이‘독자’임을알게되었고,세상에는좋은사람들이많다는것도알게되었다.소년들을만나기위해찾아와준작가들은사회의어른으로서소년들에게좋은삶을꿈꾸게해주었다.소년원에서소년들은죗값을치르면서,잘못된행동을바로잡기위한교육을받는다.저자는자격증이나검정고시준비같은실용적인교육외에,‘좋은삶’을직접경험하는것을포함시키길바란다.소년원의아이들은그런경험을많이해보지못했기때문이다.삶의주인공이되는경험,환대를주고받는경험등좋은삶이무엇인지알고욕망하면삶에서자신을소외시키지않는다.길밖으로떨어지더라도자신을돌보며다시삶의길위에올라서게된다.작가는소년원생활관개선과관련한기사에달린댓글들을읽다소년원아이들이야기를들려주기로결심했다.이미사회의악으로낙인찍힌소년원아이들은추상적인생각속에서는당연히‘얼굴을모르는범죄자’다.죄질이안좋고형편없는아이들이라고생각할것이다.작가역시구체적이고개별적인존재로서이들을만나지않았다면이들에게미안한마음도갖지않았을것이다.작가는소년원에서만난소년들이야기를미화하거나과장해서들려주지않는다.무엇보다그들이죄를지은소년들이라는전제를결코잊지않는다.
그가지은죄는누군가를괴롭히고,누군가에게고통을주었을것이다.가해자인소년을영원히가둘수있다면그저가두면된다.가두는것만으로죗값을치르게하면된다.하지만그는곧우리의이웃으로,사회의구성원으로,무엇보다영혼을지닌하나의존재로,우리곁에서게될것이다.이것이죗값을치르는그‘너머’를생각해야하는까닭이다.-215쪽
그래서그의목소리는더설득력을갖는다.자신이느낀감정을솔직하고덤덤하게기록한이책은묵직한감동과따스한유머를선사한다.사납고날선마음을순하게만드는존재가누구에게나필요하듯이아이들에게도그런어른이,그런사회가필요하다.전국에소년원이11개가있고,천명의아이들이그곳에있다한다.그들이이사회에뿌리내릴수있도록다정하고친절하게이끌어주는제도와장치가필요하다고저자는역설한다.우리아이들이건강한어른으로성장할수있도록힘을쏟는일이어른의일이라고.한사람의영혼을따뜻하게환대하는것과는거리가먼그곳에서결국엔아무것도변화시키지못하는어른임을깨닫고온작가는우리에게말한다.소년원에도‘사람’이살고있고,사람을살아가게하는힘은‘사람’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