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홍콩 : 시간에 갇힌 도시와 사람들

리멤버 홍콩 : 시간에 갇힌 도시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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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19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홍콩 행정부가 범죄인을 중국으로 송환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반송중反送中(중국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되었다. 수십만의 홍콩 시민이 거리로 나와 송환법 반대와 정치적 자유를 외치며 홍콩/중국 정부와 강력히 충돌했다. 시민들의 요구는 하나였다. 2047년까지 보장하기로 약속한 일국양제, 항인치항, 고도자치를 지키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시민의 요구를 묵살하고 최루탄을 살포했다. 그리고 1년 뒤인 2020년 7월 1일, 중국은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며 일국양제를 사실상 종료했다.
『리멤버 홍콩』은 지난 14년간 홍콩 가이드북을 쓰며 밥벌이를 해온 전명윤이 남기는 마지막 홍콩 이야기이다. 지은이는 책 속에 홍콩의 화려한 과거와 불안한 현재,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를 차곡차곡 쌓았다. 최루탄 연기가 자욱한 홍콩 거리를 취재하면서 지은이는 생각했다. ‘이 여름이 지나고 나면 우리가 알던 홍콩은 사라지겠구나, 어떤 의미로든 앞으로의 홍콩은 이전과 다른 곳이 되겠구나, 우리가 사랑한 홍콩은 이제 기억 속에만 남아 있겠구나.’ 그 불안한 예상이 현실이 된 지금, 전명윤은 그동안의 기록을 모으고 거기에 홍콩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1842년 홍콩섬이 처음으로 등장한 순간부터 오늘까지 170여 년간 작은 섬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을 관통하는 이 책은 홍콩은 물론 중국의 근현대를 아우르는 훌륭한 역사서이다. 나아가 1980년의 광주와 1989년의 천안문, 2019년의 홍콩, 2021년의 미얀마 시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는 끈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홍콩은 오늘 우리의 삶과 이어지는 장소가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각자의 추억 속에 있는 홍콩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제 홍콩의 마지막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저자

전명윤

저자:전명윤
일명환타幻打.환상을깬다는뜻이다.세상어느곳이든먹고사는일이가장중요하다.그사실을감추고반짝거림만을좇는여행구원론을깨트리고싶었다.아시아이곳저곳을떠돌던어느날홍콩에빠졌다.영국이만들고중국인으로채워졌으며세계의문화를덧입은이도시의정체성은그야말로코즈모폴리턴cosmopolitan이다.나는이매력적인도시를오랫동안보고싶어서가이드북을썼다.지난14년간수없이홍콩을들락거리며도시와사람들을살펴보았다.화려한네온사인뒤로비치는사람들의표정은묘하게외롭고쓸쓸했다.그모습이좋았다.이책『리멤버홍콩』은내가,그리고우리가사랑했던도시와사람들에게바치는마지막헌사이다.
지은책으로『프렌즈홍콩·마카오』,『프렌즈베이징』,『프렌즈인도·네팔』,『프렌즈오키나와』,『상하이100배즐기기』등의여행서와에세이『환타지없는여행』,『생각으로인도하는질문여행』이있다.『거의모든재난에서살아남는법』이라는응급상황매뉴얼북을함께쓰기도했다.

출판사 서평

『리멤버홍콩』이라는제목에일단울컥했다.필명‘환타’로익숙한전명윤작가의가이드북을들고홍콩을누비기도했고,최근홍콩의민주화운동을보며가슴이차가워질수밖에없었던입장에서,그시절사랑했던홍콩과홍콩영화가멸종직전에다다랐기때문이다.중국본토의문화혁명과천안문광장의기억,그리고홍콩의우산혁명에이르기까지이책은훌륭한역사서이기도하고,홍콩영화사랑의기폭제였던<영웅본색>의영어제목이기도한‘더나은내일ABetterTomorrow’을향한예언서이기도하다.책을덮을즈음에는오히려다시가슴이뜨거워지는것을느꼈다.아마당신도이책의부제와달리,절대시간에갇혀있지않을
이도시와사람들을기억하게될것이다.
-주성철|영화평론가·『그시절우리가사랑했던장국영』,『홍콩에두번째가게된다면』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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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들어보니도시가불타고있었다.
언제나사람들로붐비던쇼핑몰의불이꺼지고,
디즈니랜드와갤러리,은행도문을닫았다.
그리고2020년7월1일,국가보안법이제정되며
홍콩의친구들도하나둘씩모습을감추었다.

그렇게우리가알던홍콩이사라져버렸다.

홍콩사람들의홍콩이야기
우리에게홍콩은어떤도시일까?아마도주윤발이코트자락을날리고장국영이맘보춤을추던영화들이먼저생각날것이다.혹은미쉐린스타레스토랑을찾아가는미식여행을떠올리는사람도있을것이며,밤하늘을화려하게수놓는빅토리아항의불꽃놀이와디즈니랜드를추억하는사람도있을것이다.어묵꼬치와월병을먹기위해방문하는시끌벅적한야시장도,최고급호텔에서즐기는애프터눈티도모두홍콩을대표하는얼굴이다.혹은‘영국제국의마지막식민지’로이도시를기억하고있을지도모른다.홍콩을방문하는전세계의여행자들은이모습을기대하며이도시를찾는다.
그런데우리가알던홍콩은더이상세상에존재하지않는다.2020년7월1일을기해홍콩국가보안법이발효되면서홍콩의정치적기초였던일국양제一國兩制(한나라안에서로다른두체제가공존하는제도)가폐지되었기때문이다.그리고2021년1월28일시진핑중국국가주석이앞으로홍콩은“애국자가통치한다愛國者治港”라고발표하면서홍콩의민주적기초였던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홍콩을통치한다)도무너졌다.우리의기대와달리,그리고홍콩사람들의바람과달리홍콩은더이상홍콩이아니게되었다.이말의뜻을알기위해서는홍콩의역사와한계,그리고그속에서살아간이들의삶을이해해야한다.

아무도살지않던돌섬,아시아의진주가되다
홍콩은1842년아편전쟁에서패배한청나라가영국과「난징조약」을맺으며역사에등장했다.영국은그때까지아무도살지않던작은돌섬을할양받아식민지로삼고그영역을계속확장했다.1860년에는「베이징조약」을맺고홍콩섬과마주한카오룽반도를식민지로추가한데이어1898년에는신계와란타우섬을비롯한주변도서를99년간조차하였다.
1949년내전에서승리한중국공산당이중화인민공화국을건국하자수많은중국의민중이홍콩으로몸을피했다.이후홍콩의인구가매달10만명씩증가했을정도이다.이시기에중국에서온피난민들중에는상하이와닝보같은대도시출신의자본가와금융전문가가많았고,이들을통해홍콩에시장자본주의가뿌리내리게되었다.홍콩이아시아는물론세계경제와금융의중심지가될수있었던배경에바로이들이있다.
1966년부터1976년까지10년간중국대륙에문화혁명의광풍이불어닥치면서중화문명의전통이모조리쓸려나갔을때,홍콩은‘중화의계승자’를자처하며전통을지키고현대화했다.중국이죽의장막을치고세계와단절되어있는동안홍콩은경극을무협영화로되살리고명절에용선을타고월병을나눠먹으며오히려세계로나아갔다.이후홍콩의경제적·문화적잠재력이폭발하며이섬은아시아의진주이자세계도시로환골탈태했다.

브리티시홍콩에서홍콩차이나로
1997년7월1일자정성대한불꽃놀이와함께홍콩은영국령식민지에서중화인민공화국홍콩특별행정구가되었다.이때중국은2047년7월1일까지홍콩인이홍콩을통치하는항인치항,영국이홍콩에만들어놓은체제를유지하는일국양제,중국이홍콩의내정에간섭하지않는고도자치高度自治,이상의세원칙을유지하겠다고약속했다.그러나1989년6월4일베이징천안문광장에서벌어진중국의국가폭력을목격한홍콩사람들은다가올미래를불안해했다.일부는이민가방을싸서미국,캐나다,호주등으로떠났고,그빈자리는중국에서온노동자들이채우기시작했다.홍콩시민들은신계일대에거대한슬럼이생긴것도,저소득계층의삶이더욱궁핍해진것도,교통질서가어지러워지고거리가지저분해진것도모두중국이민자탓이라고생각했다.그들이새로온중국인을질서를해치는이물질로여기면서중국과홍콩사이의사회갈등이싹트기시작했다.또한홍콩특별행정구의통치규범인‘홍콩기본법’을제정하고개정할권한이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에부여되면서중국이언제든마음만먹으면홍콩의독립성을훼손할수있는상황이되었다.
눈부신경제성장에자유로운언론과출판환경등을갖춘홍콩에유일하게부족한것은정치적자유였다.홍콩시민들은자신들의정치적자유를확대하고민주주의를실현하기위한투쟁을시작했다.

광복홍콩시대혁명으로향하는홍콩인들
우리의기억속에각인된2014년우산혁명과2019년반송중시위이전에도홍콩시민들은홍콩에대한통제권을늘리려는중국의시도에맞서꾸준히저항해왔다.이들은2003년중국의‘홍콩국가보안법’제정시도와2012년학교교과과목에‘국민교육’를추가하여학생들을친중국화하려던계획을막아냈다.또한친중국정당에게절대적으로유리하게설계된홍콩입법회의원선거에서민주계정당을지지하여입법독재가실시되지않도록견제했다.2014년에는무려78일간수십만의시민이거리를점거하며‘홍콩행정장관직선제’와‘더많은민주주의’를요구하는우산혁명이일어났다.비록우산혁명의요구는관철되지않았지만,이기간에청년세대가정치적으로각성하고시민들의‘홍콩인’으로서의정체성과공동체의식이고양되었다.이는다음에올민주화운동의자양분이된다.

시간에갇힌도시와사람들의이야기,『리멤버홍콩』
2007년부터홍콩을취재해온가이드북작가전명윤은홍콩을처음만났을때를다음과같이설명한다.“알면알수록홍콩의삶은영화와달랐다.그도시에서삶을살아내고있는이들은자신은중국인이아니라‘홍콩인’이라는사실에자부심을갖고있었다.처음에는그낯선정체성이껄끄럽기도했다.(…)그래도난홍콩이좋았다.중국과인도를휩쓰는민족주의열풍보다는,세계시민으로서떠다니기를꿈꾸는홍콩사람들의정서가더마음에들었다.”그는해마다수차례씩홍콩을방문하여이도시의변화를취재하였고,그내용을가이드북에옮겨한국에소개했다.2014년의우산혁명을비롯해,매년홍콩반환기념일무렵에정치적분위기가고조될때나천안문학살기념식이열릴때면늘홍콩으로가서홍콩사람들의목소리를듣고왔다.일국양제의종료가예정된2047년7월1일까지보다더홍콩다운홍콩을만들고지키려는노력을함께하며홍콩은전명윤에게또하나의고향이되었다.
2019년중국송환법반대시위가시작된뒤전명윤은홍콩의역사를기록으로남기기로했다.수개월간이어진송환법반대시위가2047년까지주어졌던시간을앗아갈것같았기때문이다.우리는이책을통해아무도살지않던돌섬에거미줄같은도로가생기고고층빌딩과쇼핑몰이채워지는과정을볼수있다.그리고고층빌딩이드리운그늘에감춰져있던홍콩사람들의삶을엿볼수있다.또한홍콩과중국이갈등할수밖에없는역사적배경과문화적차이도확인할수있다.그곳을둘러싼역사와삶을이해하는순간그들이2019년에“광복홍콩시대혁명”이라는구호를목이터져라외칠수밖에없었던이유도알게될것이다.이제당신이알던도시홍콩은사라졌지만,전명윤이성실히옮겨담은이도시에남은사람들의목소리를함께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