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테러

여자들의 테러

$16.00
Description
『아이들의 계급투쟁』,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통해 복지제도가 축소된 사회의 밑바닥에서 빈곤과 차별, 혐오와 폭력에 삶이 무너져 내린 사람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렸던 브래디 미카코가 이번에는 100년 전 개인의, 특히 여성의 존엄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맞서 맹렬히 싸웠던 세 여성의 삶을 교차해 서술했다. 식민지 조선과 일본 제국주의 사이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삶과 사상을 지키려 했던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국왕의 말 앞으로 뛰어들었던 여성 참정권 운동가(서프러제트) 에밀리 데이비슨,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부활절 봉기에서 저격수로 활약했던 마거릿 스키니더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 세 사람은 힘없는 자들을 착취하고 각성한 이들을 짓밟던 거대 권력을 상대로 죽음마저 불사하며 저항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영국, 아일랜드에서 각자의 싸움을 했던 세 사람의 이야기는 브래디 미카코의 박력 있는 문체와 만나 마치 바다와 대륙을 뛰어넘어 공동 투쟁을 벌이는 것과도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몰랐지만 이들의 분투가 하나의 싸움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싸우는 사람 옆에는 늘 또 다른 싸우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싸우는 사람 뒤에는 늘 또 다른 싸우는 사람이 온다. 자신이 산산이 부서져 사라지더라도 뒤에 올 신세계의 여성들이 다른 인생을 산다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했던 100년 전의 세 여성이 홀로 외롭게 싸우는 오늘의 여성들을 큰 소리로 부르고 있다.
저자

브래디미카코

BradyMikako
작가,칼럼니스트.
1965년일본후쿠오카현출생.빈곤가정출신으로펑크음악에빠져존라이든(펑크록밴드섹스피스톨스의보컬)에게큰감화를받았다.후쿠오카현립슈유칸고등학교를졸업한후상경했다가영국으로건너갔다.런던과더블린을전전하다무일푼이되어일본으로돌아왔지만,1996년다시영국으로건너가지금까지20년넘게살고있다.런던의일본계기업에서몇년간일하다프리랜서로전향해번역과저술활동을해왔다.보육사자격증을취득한후탁아소와어린이집에서일하며‘반反긴축’의입장에서게되었고,그경험을바탕으로『아이들의계급투쟁』을써서일본사회에큰반향을일으켰다.
『아이들의계급투쟁』으로2017년제16회신초다큐멘터리상을수상했고,2018년오야소이치기념일본논픽션대상최종후보에올랐다.『나는옐로에화이트에약간블루』로2019년제73회마이니치출판문화상특별상,제2회서점대상논픽션부문대상,제7회북로그대상(에세이·논픽션부문)을수상했다.
그밖에지은책으로『꽃의생명은NoFuture』,『아나키즘인더UK-무너진영국과펑크보육사분투기』,『EuropeCalling-땅바닥에서보내는정치학보고서』,『THISISJAPAN-영국보육사가본일본』,『지금모리시를듣는다는것은』,『와일드사이드를걸어라』등이있다.

목차

가네코후미코
에밀리데이비슨
마거릿스키니더

여자들이부른다-후기를대신하여


참고문헌
옮긴이의말
연보

출판사 서평

“우리의적은모두같은얼굴을하고있었다”
100년전,바다와대륙을뛰어넘어함께싸운
과격한여자들의분투와산화

이책은본문을몇개의부나장으로나누고,각각에소제목을붙이는일반적인단행본과는다른구성을취한다.가네코후미코,에밀리데이비슨,마거릿스키니더세인물의이야기가교대로등장하되,앞사람이야기의마지막구절을다음사람이야기의첫문장이넘겨받아마치끝말잇기를하듯전개된다.예를들면“눈동자깊은곳에검은불꽃을품은아이는뚜벅뚜벅땅바닥을밟으며썩은여자들이사는지옥의집으로돌아갔다”라는문장으로끝난가네코후미코의이야기를“지옥이란,틀림없이바로여기다”라며에밀리데이비슨의이야기가넘겨받는식이다.저자브래디미카코는한번도겹친적없는세여성의삶을부단히이어붙이며,이들이결국같은얼굴의적을향해싸웠음을간접적으로드러낸다.
그적이란바로국가,민족,전통,신분,도덕,제도등의이름으로불리는지배권력이다.또한고귀한사람과열등한사람이따로있다고말하는공고한사회구조다.기존의권력과사회구조에서이들은‘자격을얻지못한사람’이었다.무호적자였던후미코는학대에가까운유년을보낸뒤정해진거처없이사회밑바닥을떠돌았고,유복한사업가와하녀사이에서태어난에밀리는사회문제에관심이많았으나여성이라는이유로정치적권리를얻지못했으며,스코틀랜드에서아일랜드인부부의딸로태어난마거릿은영국통치하에서극심한빈곤에시달리던아일랜드를위해총을들었지만처참히실패했다.이들로서는어차피경계바깥에있고,자격없는인생이라면장렬히싸우다부서진다해도아쉬울게없었다.

‘무자격자’를얕보지마라.나의출생은데이터에들어가지않았다.탈진실post-truth이란나를두고하는말이다.나는사실fact이전에존재한다.어디에도소속되지않은나를그누구도지배할수없으리라.-15쪽

시켜도하지말라고.기대를해도배신하란말이야.예속의사슬을참으로끊을수있는사람은주인이아니야.노예뿐이라고.-145~146쪽

브래디미카코가이들의삶을연결해100년후오늘로가져온것은‘자격’을얻기위한투쟁이지금도계속되고있기때문이다.성별,인종,계급,정체성,국적,장애등을이유로여전히많은사람들이사회구성원으로서동등한자격과권리를누리지못하고있다.그런상황을돌파하기위한싸움은100년전,혹은그전후의많은불화와분투를딛고앞으로나아간다.서로의얼굴도존재도몰랐던세여성이동시대에벌인공동투쟁의이야기는오늘의여성들에게,또미래의저항하는사람들에게힘찬동력과영감을제공할것이다.

이는“나는어쩐지내목숨이아깝지않은모양이다”라는것을스스로명확하게깨닫는순간이기도했다.그때에밀리는개인의인생보다더긴,먼시간뒤의무언가와접속했을지도모른다.-96쪽

“말이아니라행동으로”
테러하는여자들,이들은왜과격해졌는가

후미코,에밀리,마거릿은이른바과격하고무모한여자들이었다.자신이원하는삶을살기위해총을쏘고,폭탄을던지고,유리창을깨고,불을질렀다.달리는경주마에뛰어들고,투신자살을시도하고,단식투쟁을하고,법관을비웃고,끝끝내전향하지않고죽음을맞았다.이들은왜이렇게과격해졌을까.자신의주장을담은글을쓸수도있고,권력자에게대화를청할수도있으며,평화적인시위를할수도있었을텐데왜폭력을사용하고목숨을내던지는방식으로저항했을까.그것은누구도이들의목소리를들어주지않았기때문이다.말과글로는달라지는게없었다.대화와소통은힘을가진자들이나하는것이다.그들이듣지않겠다고한다면,깨고부수고보란듯이죽어세상에충격을주는수밖에없었다.

주권의회복.통치자에게서,부자에게서,기득권층에게서주권을돌려받는다.독립이란스스로제인생의주권을돌려받는것이다.살려달라고부탁해서어쩌자는거냐.
총을들고다이너마이트를배에감고살아가라.
삶의주권은나에게있으니.-43~44쪽

후미코는박열과함께아나키스트단체불령사를조직했다가천황일가를암살하려했다는대역사건에연루된다.함께사건을모의한바는없지만,박열과함께하기로한이상흔들림없이감옥에서자기글을쓰다가모든권력과권위를비웃으며죽음을향해걸어갔다.에밀리는여성참정권을주장하기위해기물파손,방화,폭력,의회의사당침입등의범죄를저질렀다.수차례투옥되고,교도소안에서단식투쟁을벌이다강제음식주입을당하고도다시또같은일을벌여체포,수감되었다.온몸이부서지도록싸워도아무소용이없자,결국많은사람이모이는경마대회에서서프러제트의깃발을가슴에품은채국왕의말앞으로뛰어들어죽고만다.스코틀랜드에서수학교사로일하며총쏘는법을배운마거릿은1915년크리스마스에기폭장치와폭탄제조장비를더블린으로반입해아일랜드독립운동가들에게전달한다.1916년부활절봉기때다시더블린으로넘어가저격수로활약하다총상을입는다.이후로도마거릿은아일랜드의독립과여러사회운동에자기삶을오롯이바친다.
에밀리의묘비에는서프러제트의슬로건이기도한“말이아니라행동으로”라는문구가새겨졌다.말이통하지않는세상에서힘없는자들이할수있는가장큰행동은‘죽음’이었다.이들은다른내일을위해서라면죽는것조차앞으로나아가는일이될수있다고믿었다.삶의주권을되찾기위해죽음을무릅쓴세여성의이야기를통해저자는내삶을속박하는모든것에분노하고저항하라는메시지를전한다.

깨달을때까지반복해주지,라고그들은말하는것이다.너희안의각성된것,살고싶어하는그것을죽이라고.그것이죽지않으면이사회에서는살아갈수없다고.
하지만이것을뒤집으면어떻게될까?진짜로죽으면오히려살수있지않을까?정말로죽으면역으로살릴수있는것아닐까?
무엇을?나를.그리고여자들을.-176~177쪽

“나를한번찾아보렴”하고부르는과거의사람들
지워진목소리를되살리는브래디미카코식역사쓰기

이책의세주인공가네코후미코,에밀리데이비슨,마거릿스키니더는국내독자에게익숙하지않은인물이다.가네코후미코는영화〈박열〉을통해대중에게소개되었으나,이영화는박열과의관계속에서후미코를묘사하기때문에그의일면을보여주는데그쳤다.에밀리데이비슨역시영화〈서프러제트〉에등장하지만주인공의주변인물로설정되어그생애나사상이잘드러나지는않았다.마거릿스키니더는더욱이나낯선데,국내에서는확인할수있는정보가거의없고영국이나아일랜드에서도널리알려진인물은아니다.
저자는이책의후기에서마거릿과의만남을소개하며“나를한번찾아보렴.이런방식으로부르는고인이분명히있다고생각한다”라고말했다.역사에쓰이지않은사람들,쓰였더라도보조적인역할에머물렀던이들에게목소리와숨결을부여하는일은‘저변’혹은‘밑바닥’사람들의삶에주목해온저자의시선이그대로과거로향했음을보여준다.브래디미카코는공식적인기록에서충분히조명받지못했던세여성의삶과사상을정성껏복원하여그들이뒤늦게나마자기목소리를내게한다.1인칭과3인칭을오가며질주하는문체는마치저자와후미코,에밀리,마거릿네사람이혼연일체가되어같은곳을향해달려가는듯한감각을준다.

눈치를보며참고견디는것은미지근하다.독립시켜달라고청한들들어줄리없다.멋대로독립해버리면된다.선언해버리면내것이다.누구도우리를멈출수없다.경사로세!얼쑤,좋구나!롱리브마이인디펜던스!만세!만세!-34쪽

왜나는그저방관하고있어야하는가.공화국선언은남녀평등을외치고있다.그런데왜여자는아일랜드를위해목숨을걸수없는가.-157~158쪽

이책에는후미코,에밀리,마거릿이외에도그동안역사에서비중있게다루어지지않았던여러인물이등장한다.저자는식민지조선과일본제국주의,영국의여성참정권운동,아일랜드의부활절봉기라는역사적상황을배경으로19세기말에서20세기초세계곳곳에서저항을실천했던사람들의이야기를생동감있게전한다.후미코가일생을통해찾아낸단한명의여성이라고표현했던니힐리스트니야마하쓰요,귀족신분임에도여성참정권운동에투신한레이디콘스턴스리턴,무력투쟁파서프러제트로서에밀리와특별한유대관계를맺었던메리리,마거릿을물심양면으로도와활동가로키운인물이자부활절봉기와아일랜드독립전쟁을이끌고영국최초의여성의원으로당선된콘스턴스마키에비치,아일랜드시민군지도자제임스코널리,『아일랜드의여성들』이라는신문의편집책임자이자배우,무력투쟁파정치활동가였던헬레나몰로니등브래디미카코가오늘로불러온사람들의이야기를통해독자는다양한사상과이념,가치와도덕이분출하고충돌하던100년전세계의모습을실감나게살펴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