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15.00
Description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이야기 속 인물들을
미래에 데려다놓으면 생기는 일
정명섭 작가의 ‘옛이야기를 SF로 재해석한다’는 한 줄 기획에서 시작된 ‘고전xSF 앤솔러지’가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박애진, 임태운, 김이환, 정명섭, 김성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흥미로운 글을 쓰는 작가들이 이 기획에 참여했다. 각자 ‘심청전’, ‘별주부전’, ‘해님 달님’, ‘장화홍련전’, ‘흥부와 놀부’를 SF라는 장르로 재해석해 전혀 새로운 소설을 완성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과 설정에 SF라는 장르를 결합하자 이야기는 상상 이상으로 흥미진진해졌다. 스토리의 전개뿐 아니라 인물의 선택, 감정, 갈등 등 모든 면에서 스케일이 커졌다. SF적 배경과 사건을 설정하는 작가들의 상상력이 우주로 뻗어나갔기에 가능한 일이다. 옛이야기에서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의 역할을 맡아 전형적으로 행동하던 캐릭터들은 이 책에서 입체적이고 개성 있는 면모를 뽐내며 부당한 현실, 이루지 못한 꿈, 억압된 상황에 마음껏 제 목소리를 낸다. 그 변화는 이야기에 극적인 재미를 더한다.
폭발하는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다섯 편의 단편소설, 이 이야기들은 과연 이번에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날까?

폭발하는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다섯 편의 이야기

박애진 「깊고 푸른」
- ‘정부고위’에게 눈을 빼앗긴 아빠. 그런 아빠를 위해 청은 공장에 나가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아빠에게 물려받은 손기술로 기계들을 만지다가 십장과 정부고위의 눈에 든다. 얼마 전부터 심상치 않은 인당수 타워에 내려보낼 기술자가 필요했다며, 청에게 아빠와 마을 사람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한다. 실패하면? 청이도 아빠도 죽는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리라 다짐하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지만, 깊고 푸른 바다는 결코 만만치 않다.

임태운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코닐리오의 간」
- 용궁주의 명령으로 육지에 있는 ‘클론’의 간을 구하러 간 안드로이드 타르타루가. 수백 번 수행한 명령이지만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클론’은 좀 다르다. 코닐리오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호락호락하게 간을 내어줄 것 같지 않다. 심지어 간을 가져가려면 버킷리스트 이루는 데 협조를 하라는데. 타르타루가는 용궁주를 위한 싱싱한 간을 무사히 배달할 수 있을까?

김이환 「밤의 도시」
- 인공태양이 망가져 낮이 없어진 ‘밤의 도시’. 그곳에 사는 소녀 루비와 대학 입학 에세이를 쓰기 위해 낯선 도시로 여행을 온 소년 럭키의 이야기다. 두 아이는 들어가서는 안 되는 폐허로 들어가 오래된 문명의 흔적을 찾아 헤맨다. 과연 어른들도 못 찾은 새로운 걸 우리가 찾을 수 있을까?

정명섭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
- 우주비행사 홍련은 탐험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계모에게 “언니가 실종됐다”는 말을 듣는다. 장화의 우주선을 추적해본 결과 접근 금지 구역에 해당하는 ‘부활 행성’에 갔다가 실종된 것이 밝혀진다. 장화는 왜 접근 금지 구역에 갔을까? 홍련은 언니를 찾을 수 있을까?

김성희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 ‘흥부의 과학’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과학 이론. 이로 인해 엄청난 부와 인기를 얻은 흥부. 그런 흥부의 자서전에 등장하는 최대 빌런 놀부는 억울하기만 하다. 박놀부 독점 인터뷰를 통해 ‘흥부의 과학’이 도대체 무엇인지, 두 형제는 무슨 사연으로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놀부는 왜 억울한지 알아본다.
저자

박애진

SF,판타지,스릴러,청소년소설등다양한장르의글을쓴다.소녀와여성사이의경계에있는예민한시기를다룬단편을모은작품집『원초적본능feat.미소년』,소외된혹은차라리소외를선택한이들의이야기를담은작품집『각인』을출간했다.장편으로는『지우전:모두나를칼이라했다』,『부엉이소녀욜란드』,『바람결에흩날리고강을따라떠도는』,『명월비선가』가있다.

목차

깊고푸른_박애진
당신의간을배달하기위하여-코닐리오의간_임태운
밤의도시_김이환
부활행성:홍련의모험_정명섭
흥부는답을알고있다_김성희

출판사 서평

옛이야기와공상과학소설이만나
더욱생생해지다
우리가흔히고전,옛이야기라고부르는작품이라면모르는사람이거의없을정도로유명한이야기가대부분이다.입에서입으로전해진다고하여구전동화라는이름이붙기도하는데,그만큼다양한시대의상황과평범한이들의희망이담기게마련이다.오랜시간전해져내려오며응축되고변형된작품은더욱깊고다채로운이야기를품게된다.하지만시간이흐른만큼이제와읽어보면다르게해석되는부분도있고,이해할수없는사건들도있다.
현대소설장르중하나인SF는아직도래하지않은,먼미래의이야기들을‘과학적’상상력으로풀어낸것이다.공상과학소설이라고도불리는이장르의정의는‘시간과공간의테두리를벗어난일을과학적으로가상하여그린소설’이다.이에맞춰옛이야기를새로정의해보자면‘권위와신분을뛰어넘는일을소설적으로가상하여그린이야기’라고할수있겠다.
얼핏보면고전과SF는서로관련없는,오히려정반대의장르로여겨질수있다.하지만정명섭작가는두장르사이에는무엇보다강한공통점이있다고한다.바로‘꿈을이야기한다’는것이다.

고전의대부분은이뤄질수없는꿈을얘기합니다.‘홍길동’은당대사회의보편적인기준인적서의차별을넘어서는모습을보여줬고,‘춘향전’에서는기생춘향과암행어사가된양반이몽룡의결혼이라는현실적으로불가능한해피엔딩을맞이했습니다.……사이언스픽션(ScienceFiction)의줄임말인SF역시마찬가지입니다.현재로서는이뤄질수없거나혹은존재하지않는기술을통해이야기를풀어나갑니다._정명섭「부활행성-홍련의모험」작가의말중에서

『당신의간을배달하기위하여』속다섯단편은,아주오랜시간동안우리민족의꿈을반영하며수없이변형되어온고전을SF라는전혀새로운판에앉혀시대의꿈을반영한이야기로재탄생했다.
기술자의피를물려받은심청이가인당수에뛰어든이유(박애진작가의「깊고푸른」),간을배달하기위해육지로간안드로이드와클론소녀의만남(임태운작가의「당신의간을배달하기위하여-코닐리오의간」),해가없는‘밤의도시’소녀와소년,그리고호랑이외계인의동화같은이야기(김이환작가의「밤의도시」),계모의계략으로우주에서실종된언니를찾아나선우주비행사홍련의모험(정명섭작가의「부활행성-홍련의모험」),마음씨착한흥부와형놀부.‘흥부의과학’때문에벌어진형제의난(김성희작가의「흥부는답을알고있다」),이렇게새로쓰인다섯편의소설과기존옛이야기사이의차이점을찾아보는것도재미요소중하나이다.등장하는인물이나설정등공통점은무엇인지,인물은그대로이고배경만바뀐상황에서이야기는어떻게다르게전개되는지비교해보며이책을즐기는것이다.정반대의장르처럼보이는두이야기의결합은‘고전’과‘SF’를따로떨어뜨려놓았을때보다독자에게훨씬생생한재미로다가갈것이다.

시대의변화는곧여성캐릭터의변화
앤솔러지의첫작품은‘심청전’을모티프로한박애진작가의「깊고푸른」이다.이작품은작가의어린시절기억속‘왜?’라는질문에서부터시작되었다.‘심청전’을읽고작가는‘왜옛이야기에서는늘처녀를제물로바칠까?아버지가시각장애인이라니가슴아픈일이나아버지의눈을뜨이게하기위해죽기까지해야했을까?사람의목숨을제물로삼는뱃사람들은나쁜사람이아닐까?왜이야기어디에도그사람들이나쁘다는말이없을까?’하는의문들을가졌다고한다.
이런질문을마음속에품고쓰기시작한「깊고푸른」에는제물로바쳐지는처녀도,운명에순응하는여성캐릭터도등장하지않는다.주인공‘청이’는할머니로부터손기술을그대로물려받은소녀다.아버지가눈을잃자공장에출근해먹고살길을마련한다.그러다손기술이좋은것으로‘정부고위’의눈에들게되고,깊고푸른바닷속에가라앉은‘인당수타워’에뛰어드는것도스스로선택한다.‘심청전’의청이처럼누군가를위해목숨을내놓은것이아니라,아버지와마을사람들을모두살리기위해,자기자신역시살아돌아오기위해바다로들어가는것이다.

최근에는마냥수동적이었던원작의인물들,특히여성캐릭터를적극적으로자기운명을개척하는인물로재창조하는경우가많다.「깊고푸른」의청이도그러하다.여자아이에게착하고순종적이고희생적인성품을요구하던시대가저물어가고있으며,그만지난시대로떠나보낼때도되었다._작가의말중

박애진작가의말처럼「깊고푸른」의청이는적극적으로자기운명을개척하는인물이다.이것이,같은‘심청’이라는인물을데려다SF의주인공으로삼았을때얻을수있는가장통쾌한재미가아닐까생각한다.
「당신의간을배달하기위하여」역시독보적인여성캐릭터가등장한다.용궁주의클론으로태어나간을빼앗길위기에처한코닐리오는‘토선생’처럼꾀를내기보다타르타루가에게원하는것을요구하는전면승부를택한다.「부활행성-홍련의모험」의홍련역시언니장화를찾아나서는과정에서주체적인결정과선택을한다.계모에게학대당하는힘없고약한인물의모습을벗어던지고,필요할때는복수도마다하지않는우주비행사홍련으로다시태어난것이다.이렇듯옛이야기에서는제물로바쳐지고,꾐에넘어가목숨을잃거나이용당하던여성캐릭터들이새로운시대와장르를만나주체적인모습으로새롭게재창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