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의 비밀 - 사계절 동시집 20

기뻐의 비밀 - 사계절 동시집 20

$12.53
Description
시의 다정한 손을 잡고,
이제껏 가 보지 않은 비밀스러운 세계로 가는 길
우리는 늘 말을 하며 살아간다. 나와 이야기할 때에도 남과 이야기 나눌 때에도, 마음속에서도 종이 위에서도, 입으로든 눈으로든…. 말은 다른 세계로 가는 ‘길’이다. 그러니 우리는 제법 가깝고 친한 사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생각지도 못한 틈새를 발견한다면 어떨까. 아주 가느다란 줄 알았던 틈새에서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린다면?
동시집 『기뻐의 비밀』은 그 반짝이는 세계로 독자를 데려간다. 이 책에 담긴 동시들은 시의 바탕인 말을 이루는 글자와 소리, 의미를 아주 가까이에서 유심히 들여다보고, 한 발짝 떨어져 낯설게 보기도 한다.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뻐(「기뻐의 비밀」, 24쪽)’라는 말 안에 숨은 ‘이뻐’를 발견하고, ‘개미’가 될 뻔했던 ‘거미’를(「거미」, 14쪽)를 만나며 모음과 자음, 식물과 동물, 나와 너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그러다 보면 누구나 비밀을 발견하고 싶어진다. 아주 작은 존재들을 눈여겨보고, 그 존재들을 부르는 말의 의미에 관심을 가지며, 이제껏 당연하게 여겨 온 모든 것을 새롭게 보게 된다. 그 감각은 세상을 보는 태도를 바꾼다. 미처 깨닫지 못했을 단단한 고정관념들을 살짝, 건드려 독자의 마음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이안 시인의 동시가 가진 큰 즐거움이자 힘이다.
이안 시인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른자동롬원」, 2020 화이트레이븐즈 선정도서 『오리 돌멩이 오리』 등을 통해 수많은 독자들을 동시 세계로 초대해 왔다. 그의 다섯 번째 동시집 『기뻐의 비밀』을 펼쳐, ‘이안’이 ‘아니’었다면 ‘비밀’이었을 ‘보물’을 찾고, 동시에 ‘가까이’ 다가가 ‘기꺼이’ 즐겨 보자.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이 이 책에 가득하다.

시인이 살짝 혹은 꽁꽁 감춰 놓은 것을 찾아가는 재미. 지금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쉽게 찾아지기도 하는 이상한 보물 같은 것. 『기뻐의 비밀』에는 그런 이상한 보물이 많이 숨겨져 있는데, 이안 시인은 특히 잘 숨기는 시인이니까 눈과 마음을 크게 열고 읽어야 해. -방주현(시인)
저자

이안

충북제천에서태어났다.1998년『녹색평론』에시를발표하고,1999년『실천문학』신인상에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목마른우물의날들』『치워라,꽃!』,동시평론집『다같이돌자동시한바퀴』,동시집『고양이와통한날』『고양이의탄생』『글자동물원』『오리돌멩이오리』『기뻐의비밀』등을썼다.격월간동시전문지『동시마중』의편집위원이다.

목차

작가의말
1부아홉살시인선언
그림자약속|시쓰기시간|거미|배추가배추벌레에게|나비|꽃과거미|아홉살시인선언|힘이불|이슬이는나만만나|기뻐의비밀|현호색의대답|까마중|도꼬마리는아빠처럼말하네|그림자모자
2부이상한날의해바라기그림
그림자시|이상한날의해바라기그림|꽃마리꽃말이|달려라사자|이러려고그런건아닌데|어쩌다가|씀,씀씀씄씀,씀씀씄|꽃댕댕나무|돌앞에서|구석이되고싶은믿는도끼|일년동안국어사전이한일|하느님나라의입학식|사과꽃도모르고모과꽃도모르는|발톱을살짝,|황새떼를기다리는유칼립투스
3부아침마다엄마는세상에없는무늬를만들고
그림자새|헬리콥터와까치와낮달|지렁이말을믿자|지금당장냉장고문을열고코끼리를꺼내자|호박덩굴이그럼그러자고|반가른감자가웃는얼굴모양을하고있어서|세상에서말이가장느린사람이야기|세상에서말이가장빠른사람이야기|병아리가새가되어날아간이야기|도라지꽃이야기|아무리구름이라지만|고속도로|아침마다엄마는세상에없는무늬를만들고|아침마다엄마는세상에없는무늬를만들고2
4부도토리들은다어디로갔을까?
그림자춤|망초꽃|만리향|해바라기지팡이|응달꽃양달꽃|마리골드|가을,거울|도토리들은다어디로갔을까?|모자|리토도아니고도토리|도토리들은다어디로갔을까?2|늘,오하이오우!|이까만분꽃씨|의자|신비로운사람|그림자눈사람
해설│방주현

출판사 서평

요모조모뜯어보고이리저리살펴보는말의맛

기뻐안에는이뻐가들어있다/잘봐/왼손으로‘기’,오른손으로‘뻐’를잡고/쭈욱늘리는거야/고무줄처럼말이야/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뻐/어때,진짜지?
-「기뻐의비밀」부분

표제작「기뻐의비밀」은하나의말에하나의의미만들어있다고생각하면절대로찾을수없는비밀을담고있다.단어를한글자씩잡고쭈욱늘려보면,생각지도못한글자가얼굴을내민다.동시「이슬이는나만만나」(23쪽)는앞에서부터읽어도,뒤에서부터읽어도같은의미인말들을담았다.놀랍게도제목만떼어뒤에서부터읽으면‘나만만나는이슬이’가된다.거꾸로읽었다면이제는거꾸로‘볼’차례다.

선생님이칠판에이렇게썼어
허리피라우
우리는웃었어유치해요

선생님은다시이렇게썼어
할머니가커다란들통에논문을끓인다
우리는또웃었어
할머니가마녀같아요
-「시쓰기시간」부분

‘곰’이라는글자를뒤집으면‘문’이된다는것은어린이라면누구나아는말놀이다.그것이바로힌트다.그렇게‘물구나무서서’보아도‘허리피라우’는변함없이‘허리피라우’로보인다.
이동시집을제대로즐기기위해서는이제껏‘말’과‘글자’를대하던방법을바꾸어야한다.시인이숨겨둔실마리들을따라가며으레당연하게여겨온말의낯선얼굴을발견하는것은그자체로재미난놀이처럼느껴지고,동시에생각과상상력을한껏북돋운다.

매일보던세상을날마다새롭게보는눈
‘손녀’에서첫글자의받침인‘ㄴ’을두번째글자로옮기면‘손녀’는‘소년’이된다(「시쓰기시간」,12쪽).자음하나를옮겼을뿐인데,완전히반대의의미가되는것이다.‘나’를‘너’로바꾸는것도,‘개미’가‘거미’가되는것도아주사소한계기에서다.이런발상은말놀이를넘어,존재와세상을보는시선과태도를바꾸어놓는다.무엇을부르는‘말’이그저소리가아니라의미라는것을깨닫고나면,‘꺾으면/댕강/소리가난대서’꽃댕강나무라불리는식물이안쓰럽다는생각에다다를수있다(「꽃댕댕나무」).

감자야
난속이꺼멓게
썩어가면서도웃는구나?
물었더니,

나는썩으면서싹을내거든
그래서웃으면서썩는거야
대답해서깜짝놀랐다
-「반가른감자가웃는얼굴모양을하고있어서」전문

‘썩’은것이‘싹’을품고있는것처럼,‘말’이그존재의‘전부’라고생각해서는안된다.그존재는언제든다른존재가될수있고,오늘발견하지못한의미가내일혹은더먼미래에는한눈에보이기도하니까.이안시인은이귀한진리를단순한시어와반짝이는시상에담아넌지시전한다.그러니눈에보이는것을다안다고생각하지도,눈에보이지않는다하여없다고생각하지말기.세상을보는겸허한태도가곳곳에배어있다.

모든존재가저마다의의미를꽃피우는세계
빛에반대되는의미로쓰이곤하는‘그림자’는『기뻐의비밀』에서언제나함께나와있어줄가까운친구(「그림자시」),내가있다는증거(「그림자시」)이기도하고,어느순간에는나와그림자중누가‘그림자’인지알수없어지기도한다(「그림자새」).‘나’의‘부속’인것처럼취급되던‘그림자’는어떻게바라보느냐에따라다르게보인다.너무작아서바짝꿇어앉아야보이는‘꽃마리꽃’의꽃말이‘나를잊지말아요’라는것을알고나면,그작은꽃의존재감이세상을다채울만큼커다랗게느껴진다.우리가얼마만큼그이야기에귀를기울이고,열린마음으로바라보느냐에달려있다.

양달국화는일찍
응달국화는늦게
노란꽃을소복이올려놓았다

이르고늦고
그런게아니라

둘다애써
여기까지왔다는거

응달에도노란가을을
소복이올려놓았다는거
-「응달꽃양달꽃」전문

모든존재가각자의속도로,각자의꽃을피운다.이르고늦는것은중요하지않다.모두가꽃을피워야하는것도아니다.까만씨앗이무엇으로피어날지는,그씨앗말고는아무도모른다.우리가할수있는것은그씨앗이스스로움을틔울마음을낼때까지기다려주는것뿐이다.그씨앗의자리에식물을,동물을,나를,타인을,어린이를놓아도달라질것은없다.우리는이미이시집을통해그다정한진리를깨쳤으니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