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영국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 계급의 사랑과 긍지)

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영국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 계급의 사랑과 긍지)

$17.80
Description
사회파 에세이스트 브래디 미카코의 본격 노동 계급 탐구
『아이들의 계급투쟁』,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등의 책을 통해 긴축 정책이 장기화된 영국 사회에서 빈곤 계층 아이들의 삶이 얼마나 적나라한 차별과 혐오 아래 놓이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 브래디 미카코가 이번에는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 계급의 생활을 들여다보았다. 한국 사회에 이른바 ‘아저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듯이 영국 사회에는 백인 노동 계급 중장년 남성에 대한 혐오와 멸시가 만연하다. 한때 영국 정치를 움직이는 힘이자 대중문화의 발원지였던 노동 계급은 어쩌다 여성과 이민자를 차별하고, 세금을 축내며,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고, EU 탈퇴에 찬성표를 던지는 사회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을까.

이민자이자 노동자로서 25년 이상 영국에 거주해온 브래디 미카코는 자동차 파견 수리공, 택시 운전기사, 마트 점원, 도장공, 택배 기사 등 자신이 오랜 시간 교류해온 노동 계급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물한 편의 에세이에 담았다. ‘모든 악의 근원은 아저씨’라는 듯 세상은 이들을 한 덩어리로 묶어 비난하지만, 저자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걸어온 삶의 궤적과 노동 현장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며 이해의 발판을 마련한다. 정부가 밑바닥 사회를 더 이상 책임지지 않겠다고 선언한 긴축의 시대에 노동 계급의 긍지와 자부심, 체념과 좌절을 품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세대론이나 계급론이 다 담지 못하는 생활 현장의 복잡다단한 풍경을 보여준다. 특정 세대나 집단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뒤에 놓인 정치사회적 맥락을 살피면서도 개인의 삶을 지우지 않는 방식으로 그들을 이해해보려는 저자의 성숙한 시선이 빛을 발하는 책이다.
저자

브래디미카코

BradyMikako
1965년일본후쿠오카현출생.빈곤가정출신으로펑크음악에빠져존라이든(펑크록밴드섹스피스톨스의보컬)에게큰감화를받았다.1996년영국으로건너가정착했다.런던의일본계기업에서일하다프리랜서로전향해번역과저술활동을해왔다.보육사자격증을취득한후탁아소와어린이집에서일하며‘반反긴축’의입장에서게되었고,그경험을바탕으로『아이들의계급투쟁』을써서일본사회에큰반향을일으켰다.
『아이들의계급투쟁』으로2017년제16회신초다큐멘터리상을수상했고,2018년오야소이치기념일본논픽션대상최종후보에올랐다.『나는옐로에화이트에약간블루』로2019년제73회마이니치출판문화상특별상,제2회서점대상논픽션부문대상,제7회북로그대상(에세이·논픽션부문)을수상했다.그밖에지은책으로『여자들의테러』,『타인의신발을신어보다』,『꽃의생명은NoFuture』,『아나키즘인더UK-무너진영국과펑크보육사분투기』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아저씨들아직안죽었거든?
주요등장인물

1부디스이즈잉글랜드2018~2019
1.문신과평화
2.초겨울찬바람을맞으며
3.브라이턴의동화
4.2018년의워킹클래스히어로
5.원스텝비욘드
6.리얼리티바이츠
7.노서렌더
8.노맨,노크라이
9.우버와블랙캡,그리고블레어의망령
10.언제나인생의밝은면을보기를
11.노를저어라
12.타올라라,사이먼
13.데어제너레이션,베이비
14.킬링미소프틀리-우리의NHS
15.너는나를알아
16.두근두근투나잇
17.나의포효를들으라
18.슬퍼서견딜수가없어
19.베이비메이비
20.?그랜토리노?를들으며
21.프레이즈유-길고긴길을함께

2부[해설]현대영국의세대,계급,술에관하여
1.영국의세대구분
2.현재영국의계급구분
3.마지막은중요한술에관하여

나오며-눈보라속의UK를살아가는일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노동계급의영웅은쓰러지지않아”
영국베이비부머세대노동계급의사랑과긍지

브래디미카코는출세작인『아이들의계급투쟁』을비롯해보수당정부의긴축정책으로영국의밑바닥사회,노동계급의삶이무너져내린모습을핍진하게묘사한여러권의책을썼다.그자신이일본의빈곤가정출신으로고교시절교복을입은채아르바이트를하다가담임교사에게“요즘일본에그런가난한가정이있을리없다.노는데쓸돈이필요한거겠지”라는이야기를듣고는‘가난한사람은일본에있지말아야한다.가난한노동자임을당당하게노래하는펑크록의나라영국으로가자’라고마음먹고1996년영국에정착했다.영국에서도여러직업을전전하며뼛속까지노동자의정체성으로살아온그는“브래디씨,아저씨들이야기를써주세요”라는편집자의제안에자신의남편을비롯한베이비부머세대노동계급남성들의이야기를쓰기로했다.
브래디미카코는폴윌리스의『해머타운의녀석들』(원제는LearningtoLabour:HowWorkingClassKidsGetWorkingClassJobs로한국에는『학교와계급재생산』이라는제목으로소개되었다)을언급하며책의문을연다.1977년에출간된이책은산업도시해머타운의10대소년들을참여관찰방식으로조사하여‘노동계급의아이들은반항적이며권위에저항하는데왜스스로육체노동을선택하여전형적인노동계급의일원이되고마는가’를밝힌작업이었다.40여년이흐르는동안,그소년들은어떤어른이되어어떤인생을살았을까.마침남편과그친구들이‘해머타운의녀석들’과또래인지라,브래디미카코는그들한사람한사람의직업과생활환경,인생의경로가어떻게변해왔는지를서술하며영국노동계급의어제와오늘을되짚는다.
리바이스청바지에닥터마틴부츠를신고양껏맥주를마시다젊은동양미인과사랑에빠지기도하는변두리아저씨들의에피소드로도읽히는이책은실은영국노동계급의삶을지탱하는긍지와자부심,어떤상황에서도꿋꿋하게살아내는강인한생명력에관한이야기이다.“뭐,그래도죽지는않겠지.우리대처시대에도살아남았잖아”(287쪽)라는저자남편의말처럼,이들은영국이전후‘요람에서무덤까지’의복지사회를지나각자도생의긴축시대로접어들고,글로벌자본주의의격랑속에서브렉시트를감행하기까지택시를몰고자동차를수리하고도장일을하며생활세계를지켰다.젊은세대의앞길을가로막는다는비난속에서도끝끝내노동조합의힘을믿고,복지국가시절의마지막유산인NHS(국가보건서비스)를아끼며,노숙자나이민자등곤경에처한이웃을보호하는이들의모습에서영국사회에면면히이어지는‘계급의식’의구체적얼굴을엿볼수있다.계급이라는주제를잘꺼내지않는한국사회에록과술,중장년의서글픔을더해부담스럽지않게계급이야기를건네는책이다.


세대론과계급론사이로미끄러지는
밑바닥사회의생활과노동,강인함과취약함에관한이야기

브래디미카코는“아저씨들이라고해서다결이같은한덩어리는아니다.노동계급아저씨들도자세히들여다보면여러종류의사람들이있어서대충하나로묶을수없다는것을나는안다”(7쪽)라면서자신이오래만나고겪은노동계급‘아저씨들(그리고아줌마들)’의이야기를펼쳐놓는다.60대의자동차파견수리공출신레이는30대의수완좋은사업가이자세아이의엄마인레이철과파트너가되어전업주부로살다가브렉시트찬반국민투표를계기로사이가틀어진다.이민자들이몰려오고국경과주권이흐릿해지는게싫었던레이가찬성표를던지자,이민자들을고객으로상대하며사업확장의야망을불태우던레이철은불같이화를낸다.복지국가의청년이었던레이와신자유주의의적자레이철은생활과노동에대해완전히다른가치관을드러내는데,이는현재영국사회가겪고있는세대갈등의일면이기도하다.결국레이철은떠나고레이는잠시흔들리지만“절망같은낭만적인것은위쪽계급놈들이나하는거야”(132쪽)라며마음을잡고일자리를구한다.브래디미카코는이를‘노동계급의합리성’에서나온체념이라고표현한다.
마트에서일하는스티브는이민자의증가를우려하며브렉시트에찬성하는입장이지만,이미영국에들어와사는이민자들은존중해야한다는신념을가진사람이다.그래서동네의10대들이중국인들을괴롭히자야간순찰대를조직해그들을보호한다.정부가빈민가를방치한다면우리스스로우리를돌보겠다며상호부조의정신을실천한다.스티브는또한일하지않는시간에도서관에서책을읽는것이인생의낙인사람인데,긴축재정의여파로도서관이폐쇄되고어린이놀이방한구석에책상자만남게되자그곳을지키고앉아꿋꿋하게시의도서배송서비스를이용한다.빡빡머리에매서운눈빛을한아저씨가스키니진을입고닥터마틴부츠를신은채어린이놀이방한구석에앉아책을읽는모습에저자는‘과연이것이야말로긴축재정에항거하는민중의모습이로군’(72쪽)하며감탄한다.항거하는와중에놀이방을방문한아이들과엄마들을살뜰히챙기는스티브는‘브렉시트에찬성하는꼴통보수아저씨’라는말로단정지을수없는한사람의복잡하고다채로운면모를보여준다.
EU이민자의유입을제한해야한다고주장하는강경한브렉시트파이지만생애첫노동쟁의에나서는조카와프랑스인이민자인그연인을위해플래카드만드는법과노동조합의힘을알려주는사이먼,싱글맘으로온갖육체노동을하며가족의생계를책임지다가공영주택지에서죽을수는없다며혼자힘으로집전체를뜯어고쳐내놓은60대여성재키,술고래에축구광에화려한여성편력을자랑하다말년에는베트남여성을영국에불러들여임종까지지키게한‘전형적인’아저씨이지만다운증후군조카를끔찍이아끼던대니등이책의등장인물은누구하나단순하지않다.브렉시트에찬성하는배외주의자,연금을받으며유유자적하게사는퇴직자,토할때까지맥주를마시다폭력을휘두르는백인남성노동자같은한가지이미지에딱들어맞는사람도없다.브래디미카코는이미워할수없는인물들의희로애락을통해세대나계급을규정하는이론들이다담지못하는밑바닥사회의강인함과취약함을생동감있게보여준다.전작『타인의신발을신어보다』에서상세히고찰한‘엠퍼시empathy’를그스스로유감없이발휘한책이라고할수있다.


“긴축재정이란놈은죄가많다”
밑바닥에서바라본영국사회의어제와오늘

영국사회에세대갈등,노동계급에대한혐오,브렉시트찬반을둘러싼대립이극심해진이유는무엇일까.저자는특정그룹을비난하는것은사회전체에여유가없기때문이며,이는대처정부이래로보수당정권이강화해온긴축재정의결과라고말한다.이책의1부에등장하는인물들의삶이안정적인궤도를이탈하여동요하고하강하는데는어김없이긴축재정의여파가자리하고있다.
견디기힘든두통이수개월간지속되는데도절대로민간의료시설에는갈수없다며끝끝내NHS진료를기다리는저자남편의에피소드는영국노동계급의NHS에대한집착에가까운애정을보여준다.재정이고갈되어온갖방법으로환자를밀어내는NHS는국가의료제도로서기능하지못하게된지오래다.그러나NHS에대한영국서민들의뜨거운마음만큼은계속되어브렉시트찬반투표에서어마어마한영향력을발휘했다.EU에서탈퇴하면EU로나가는분담금을NHS로돌릴수있다는탈퇴파의대대적인선전에찬성표를던지고만,우파도좌파도아닌사람들이많았다.세간의인식처럼배외주의자에극우애국주의자라서가아니라,‘NHS가개선된다’라고만하면무조건믿고싶을만큼비참한상황에놓인사람들이탈퇴를택한것이다.런던의명물블랙캡과새롭게등장한배차서비스우버의대립을통해서도인종과계급,글로벌리즘과배외주의가복잡하게뒤엉킨영국의현재를확인할수있다.백인영국인이주로운전하는블랙캡과운전기사의다수가이민자인우버의대립에인종차별적발언과영국국기가등장하고,블랙캡운전기사대부분이EU탈퇴를지지하면서블랙캡은배외주의의온상처럼여겨지게되었다.그러나뜻밖에도진보를자처하는노동당은국내노동자의처우가악화된다며우버에반대한다.오른쪽과왼쪽의구별이간단치않게된시대를단적으로보여주는사례다.
브래디미카코는책의2부에서이러한현실을설명하는데동원되는영국의세대론과계급론을두루소개한다.이책의주인공들이속한베이비부머세대를비롯해X세대,Z세대등그앞뒤에놓인여러세대의특징을개괄하면서이들이갈등을빚는지점과그것을부추긴사회경제적배경을지적한다.아울러여전히계급의식이굳건한영국사회에서계급이어떻게세분화하고있는지소개하며,현재영국에서가장문제시되고있는백인노동계급의교육및문화적상황을상세히다룬다.지적인‘워킹클래스히어로’가대중문화를이끌어가던시대는저물고이제백인노동계급은성적이가장낮고향상심도없는,사회적지원이필요한사람들이되었다.그러나저자는이런논의가거듭될수록백인이아닌노동자의처지는잊히거나무시된다는사실또한함께언급한다.‘노동계급’이라는말에습관적으로‘백인’이붙게되면“노동계급은문신을잔뜩새긴인종차별주의자”와같은부정적편견이강화될뿐만아니라,반대로노동계급안에서이민자의존재를배제하게된다는것이다.
저자는노동계급에‘백인’을붙이고그들의부정적면모를강조해악마화하는것,그럼으로써이민자들이스스로를노동계급이아니라고여기게하는것은“가난한계급의분열을조장해서로싸움을붙여두면,정권과정치인들쪽으로분노를돌리지않으리라생각한위정자들의지혜”(271쪽)라고일갈한다.그러면서앞으로의노동계급은그내부의다양성,즉인종,종교,문화,젠더등이각기다른사람들이노동자로서한공통의경험에기초해연대해야한다고주장한다.위정자들이‘DIVIDE&RULE(분할과통치)’이라면노동계급은‘UNITE&FIGHT(연대와투쟁)’라는멋진라임을선보이며.


존레넌,매드니스,루리드,더후,밥말리……
록과팝의명곡들로엮은노동계급의투지와기백

이책의밑바닥에는시종일관음악과술이흐른다.브래디미카코는영국음악이좋아이민을결심한사람답게각각의에피소드에영미권의록과팝,일본의대중가요를긴밀하게엮어글을썼다.영국의록음악이노동계급의문화에뿌리를두고있는만큼배경음악과글이어우러져일관된정서를만든다.소개된곡을듣고가사도함께살펴본다면,이책의등장인물들이각자의인생앞에서보였던투지와기백을한층선명하게느낄수있을것이다.
영국문화를이야기할때‘퍼브pub’가빠질수없듯이이책의거의모든에피소드에는맥주가등장하고,그것으로도모자라영국의술이야기가대미를장식한다.저자는음주문화의변화를통해서도영국사회의변화를엿볼수있다고말한다.이책의주인공들인베이비부머세대는이제60~70대에접어들어맥주대신그린스무디를마시는사람들이되었다.그들보다젊은세대는애초에술을적게마시고,맥주보다는스파클링와인을선호한다.저자는어쩌면술을마시는사람이누구인지,어떤술을선호하는지가세대론,계급론보다저변사회의변화를더선명하게보여주는지도모르겠다며한세대와시대의황혼을애잔하게그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