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조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 송섬 장편소설)

골목의 조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 송섬 장편소설)

$15.00
Description
“조, 골목에 있고 싶다면 얼마든지 있어도 돼.
그곳은 그러라고 있는 장소니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으면서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
오직 고양이 두 마리와 두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장소.
그곳에 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온전히 받아주는 곳.
당신에게도 그런 장소가 있나요?

신인 작가 송섬의 첫 책
선정 및 수상내역
제2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저자

송섬

1995년생.중요할때꼭한눈을파는버릇탓에사년제대학을칠년만에졸업했다.월요일부터토요일까지글을쓰고,일요일엔쉰다.아침에마시는커피한잔에많은것을걸고있다.
지금까지두명의독자를확보했다.〈골목의조〉로2회박지리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9
작가의말
작품해설
박지리문학상
심사평

출판사 서평

‘박지리문학상’은2010년스물다섯의나이로샛별같이나타나『합체』『맨홀』『다윈영의악의기원』등일곱작품을남기고2016년에세상을떠난박지리작가를기리고,그가남긴문학세계를이어가기위해만든신인문학상공모이다.인세와는별도로창작지원금5백만원에독자후원금2백만원이주어지는이상의두번째수상작『골목의조』가출간되었다.『골목의조』는1995년생송섬작가의첫책으로심사위원이기호,김성중소설가와윤경희평론가가수상작으로선택한작품이다.
국비지원프로그램으로배운기술로건축사사무소에서도면긋는일을하며사는‘나’는어디에서도딱히존재감을드러내거나환영받는스타일은못된다.하지만나의반지하집에는버려진고양이두마리와변변찮은술집을운영하는조,그리고어느날벽에서돋아난아저씨유령까지함께살게된다.어머니의부재와아버지의자살로유년기의상처를안고사는스물네살반지하생활자에게찾아온무해한존재들,이들과함께인생의절기를보내며관계맺고이별하는과정을통해‘나’는스스로의공백을채워나가며삶에대한담담한용기를얻는다.

반지하생활자들의모임,작고힘없고무해한

작품해설을쓴박혜진평론가의표현에따르면『골목의조』는세상사에큰흥미를느끼지못하고자기만의영역에서삶을영위하는스물네살여성의시점으로쓰인‘반지하생활자의수기’다.태어나자마자겪은엄마의부재와열아홉에마주친아버지의죽음으로유년기의트라우마를안고사는‘나’는1층에서계단세개를내려가야하는반지하에서살고있다.내가책임져야하는식구는버려진고양이설리와설리가데려온고양이밤비다.나는셋이간신히살아갈만큼의월급을받으며막연한희망과불안속에서하루하루를연명한다.

물풀처럼꼬리를흐느적거리며바닥에녹아붙은고양이를보면무슨일이든잘되리라는막연한희망이든다.당장충치치료를받을돈이없어도양치질만잘하면더이상썩지는않겠지하는희망.어차피돈이별로없다면그런것이중요하니까.그러나나는결국인간인지라회의감에휩싸일때도있다.그럼나는내나이를되돌아보고,직장을되돌아보고,수입과집과고양이의수명을되돌아본다.19-20쪽

어느날,나는집나간고양이를찾아헤매다우연히조의술집을발견한다.마치세상의끝처럼버려진골목,낡은건물지하에위치한술집은모든것이변변찮다.의욕없는주인조는두종류의맥주만팔고,손님들은늙은비둘기들처럼얌전히자기잔을비울뿐이다.나는날마다퇴근길에들러술을마시다조와가까워지고조역시고양이들이그랬듯자연스레나의반지하집으로흘러들어온다.
그리고이시기에나의반지하집에아저씨가나타난다.미처벽에서다나오지못한듯한자세로모퉁이에딱붙어있는아저씨의존재는무엇일까?오래된양복차림에기묘한광택이도는새와이셔츠,지극히평범한무표정의중년남자는유령이거나,죽은아버지의환영일수도있고,우리사회에서흔히볼수있는평범한사회인의허상일수도있다.아저씨유령과조우하게된건나자신이조를통해내면의상처를들여다볼용기가생겨서였을지도모른다.
그리고지민씨라는의외의인물이나의삶에들어온다.상사의결혼식장에서우연히알게된그는내가아버지의유골함을분실했을때도움을준사람이다.그역시지하철역사분실물센터직원으로일하는지하생활자이다.한없이가볍고다정한지민씨역시결코호감형이라할수없지만나는그의느슨한친절이마음에든다.
이처럼나와관계맺는이들은하나같이특별할것없는존재들이다.‘작고창백하고힘없는’존재들의별거아닌생활이주는안정적인무해함,그무용의매력을작가는이십대특유의감성으로풀어낸다.


남겨진골목과떠나간이들,애도와생존을위하여

박지리문학상심사를맡은이기호소설가는이작품의매력으로‘골목’이라는장소를꼽았다.어떤장소를통해우린달라지고변할수있으며,그로인해성장할수있음을『골목의조』는상징적으로보여준다.
좋아하는것과유용한것,갖고싶은것과필요한것의의미를구별할줄아는조는아저씨가서있던벽에서바깥으로통하는자투리땅을발견한다.다세대빌라들이등돌리고서있는버려진공간에‘남겨진골목’이라이름붙이고,그곳을‘나’와자신만의안식처로꾸민다.

창문을닫으면골목도사라졌다.아무도그곳에서우리의창문을노크할수없었다.무슨일이든일어날수있으면서도아무런일도일어나지않는곳.오직고양이두마리와여자와남자만을위해존재하는,처음이자마지막장소.로버트프로스트가집을두고말했듯,그곳은우리가그곳에가야하는상황에처했을때우리를받아주는곳이었다.물론로버트프로스트는우리의골목을알지못했지만.-114쪽


한편으로조는사회가부여한정체성에합류해야하는삶에숨막혀한다.서른을앞둔조는사회의고정관념으로보자면의사,변리사,변호사등이름앞에사회적지위가부여된고교동창생들과달리대학에들어가는데2년,나오는데8년이걸렸으면서도결국졸업은못한,지금껏“아무것도”(58쪽)해본게없는“서른살쯤된아이”(152쪽)에불과하다.

“나는긴줄에서있어.끝이보이지않을만큼긴줄이야.늘그줄에서있었어.그줄에끝이라는게있을까따위는고민해본적도없었어.그런데언젠가부터저멀리서어렴풋이끝이보이는것같은거야.그줄에끝이있다는걸알자마자나는두려워져.줄에서빠져나가고싶은데,아무도나가지않아.나만이나가고싶어하는것처럼보이지.그리고문득그줄의끝에대해서아주잘알고있었다는걸깨달아.”86-87쪽

나는아버지의죽음이후사람모양구멍을남기고탈출하는것처럼유년기로부터급하게도망쳐나왔다.그러다조를통해조금씩자신의트라우마를되돌아볼수있게되었다.하지만아버지의죽음은여전히내삶을짓누른다.조는주말마다본가에가는데그가없는동안나는홀로고양이설리의죽음과마주한다.나는고양이의죽음을잠시멈춰두고싶다는생각에사체를냉동실에보관한채슬퍼한다.그리고조는서른이되면더는자기자신으로남지못하고사회구조안에편입되어야함을잘알기에결국그줄에서빠져나와‘기요틴’에자신의목을맡긴다.나는조의죽음을받아들이지못하는그의부모와마주하면서아버지의죽음으로부터탈출하고싶어했던자신을만난다.

아버지가죽었을때나는정말슬펐어.너무슬퍼서한걸음도떼지못할만큼.현관문에매달려죽은아버지를바라보면서,정말로깊이슬퍼했어.잘기억나지않는다고했지만,그건거짓말은아니지만,잊은적도없었어.닫힌문뒤에매달려달랑거리는기억처럼아버지의죽음은내게늘남아있어.186쪽


나는조의죽음을통해아버지의죽음과정면으로마주하고조와함께한순간들을되짚으며아버지의시간들을바라볼용기를갖는다.아버지의납골당안치기간이만료되어5년만에고향을찾은나는아버지의유골함을든채,태어나서처음으로어머니와도마주하게된다.그리고사라졌던아저씨유령과또다시조우하고,그를쫓아가다유골함을잃어버리고만다.
나는아버지와조,설리로이어지는일련의죽음들을통해시간이흐르기만기다리며회피하거나탈출하는것이능사가아니라는것을깨닫는다.결국그상처를관통해내야하는것은나자신이고,그속에서길을잃지않는것이중요하다는것을.그래서어떤날은유독많이슬프고,헤어나오기힘들어도괜찮다는것을알게된다.이제나는자신을남들보다더불행하다생각하는대신‘남겨진골목’을보며조에대한사라지지않는기억을갖게된다.둘러대지않고살아가는방법에대해조금은알게된것이다.

조,골목에있고싶다면얼마든지있어도돼.그곳은그러라고있는장소니까.원한다면언제든내창문을노크해도좋아.네가떠나기전까지나는여기에있을게.214쪽


신인작가송섬은무용하고무해한것이아무것도아닌것은아니라는사실을섬세한묘사로예민하게포착한다.책을읽는동안우리는골목에서조와‘나’가그랬듯이해지는풍경을바라보며네개에만원하는캔맥주의여유를즐기게된다.녹록지않은세상을통과하는방법은작가의말대로결국하나일지도모른다.서로아껴주는마음.존재의공백을견뎌내고,세속의작은행복속에서실재를견뎌내는것이불행의터널을통과하는방법임을작가는평범하고보잘것없어보이는공간과인물들을통해보여준다.

불행은좁은골목과낮은집의모습을하고있지않다.‘나’는삶이던져주는불연속성을품고당당하게터널을지나는것처럼골목을지난다.터널을빠져나오며어둠과멀어지듯서서히불행을통과하는이소설은도래할불행을기약한다.그리고나는《골목의조》를통과하며새로운비극을기다리는담담한용기를얻는다.박혜진평론가,작품해설에서

□심사평

어떤‘장소’는그자체만으로도하나의주제가될수있다는것.그것이이소설이쓸쓸하게남겨진작은골목을통해서우리에게전하는메시지이다.-이기호(소설가,심사위원)

이소설은어떤절기에관한이야기,죽은남자와죽을남자,살아있는고양이와죽을고양이와더불어한시절을보낸주인공이마침내외면해오던자신의슬픔과마주하고애도를할수있게되는이야기일것이다.-김성중(소설가,심사위원)

우리는〈골목의조〉의위스키,맥주,피자의세속적장례식을택했다.박지리이후,이작은애도와생존의용기를더많은독자들과나누고싶어서.-윤경희(평론가,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