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글〉
“『생명이란무엇인가』를당대의생물학지식에기반을두어의미를해석하고,기본적인물리학지식들을같이소개해주어누구나쉽게읽고이해할수있도록돕는해설서가나와참으로반갑다.”―서울대학교의과대학생화학교실부교수배상수
살아있는유기체내에서일어나는사건을물리학과화학으로설명할수있을까?
금세기최고과학고전을친근한글쓰기와풍부한해설로읽다
잊히거나난공불락으로여겨졌던고전을새롭게번역하고알기쉽게풀어쓴사계절출판사의주니어클래식시리즈열일곱번째책이출간되었다.20세기위대한과학고전이자,분자생물학의탄생과이후DNA발견과연구에커다란영향을끼친슈뢰딩거의『생명이란무엇인가』를오랫동안과학전문기자를지내고현재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치는저자오철우가해설한책이다.
저자는슈뢰딩거가『생명이란무엇인가』를쓴1940년대의과학지식이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한지를꼼꼼히비교검토하고,당시과학계의상황과이론이등장한맥락을두루살피며책을풀이한다.또한과학용어와원리,개념등배경지식을별도글상자로설명하여특출한과학적소양이없는이일지라도수월히이해할수있도록돕는다.무엇보다물리학,화학,생물학,통계열역학,양자역학등제분야를종횡무진넘나드는『생명이란무엇인가』를처음부터끝까지순차적으로따라가며적확하게우리말로옮기고설명한국내유일한해설서라는점에서그출간의의가깊다.
유전자는비주기적결정이다
유기체는어떻게무질서경향을거슬러스스로생명을유지하는가
슈뢰딩거는책의서두에서이야기를이끌어가는화자를겸손하지만자신감에찬‘순박한물리학자’라고소개하며,통계물리학과양자역학을기반으로‘생명이라는수수께끼’를풀어나가겠다고밝힌다.생물학이아닌다른분야의학문이유전구조의안정성을설명하는데어떻게사용될수있는지를보여주려는독특하면서도예리한시도였다.
이강연에서주로다룬물음은이런것이었다.“살아있는유기체라는공간경계안에서일어나는‘시간적이고공간적인’사건들은물리학과화학으로어떻게설명될수있을까?”어떻게유전형질은한세대에서다음세대로그토록안정적으로전해지는가?유전물질분자가지닌안정성의비결은대체무엇인가?그렇게안정적인유전자에서일어나는돌연변이사건은물리학과화학의일반법칙으로어떻게설명할수있는가?시간이흐르면질서상태는무질서상태로나아간다는자연법칙(열역학제2법칙,엔트로피증가법칙)과다르게유기체는어떻게무질서경향을거슬러스스로생명을유지하는가?이런물음의답을찾아가는지적여정이슈뢰딩거의책에담겼다.―본문16-17쪽
유전자의물리적실체가어떤것인지밝혀지지않았던1940년대,슈뢰딩거는세포분열,대립유전자,염색체교차등유전메커니즘에관해밝혀진중요한최신생물학적사실등을정리하고종합하면서,유전물질이세대에서세대로안정적으로전해지는비결을그물질구조가규칙적이되반복적이지않은‘비주기적결정’이기때문이라는가설적추론을제시한다.
이때슈뢰딩거는당시에는아주낯설었을‘유전암호문서’라는표현을사용하는데,그는이말을처음쓴사람으로서생명과학역사에기록되었다.유전물질이유전되는정보를담은문서라는뜻으로,전해진정보가단하나의수정란세포에서시작해개체로완성되는발생과정에서유기체의모든구조와기능을구현하는설계도면과같은역할을한다는점에서그의비유는매우탁월한것이라하겠다.
슈뢰딩거의『생명이란무엇인가』어떻게읽을까
생명의법칙을찾아나선양자물리학자의지적탐험을따라가다
저자오철우는모두일곱장과「에필로그」로구성된『생명이란무엇인가』를순서대로따르되「프롤로그」에서슈뢰딩거의삶과읽기전에알아두면좋을1940년대생물학전반의이야기를소개한다.그다음1장에서는「서문」과1장의전반부를,2장에서는1장의나머지부분을다룬다.
슈뢰딩거의책은다음과같은구조로이루어졌다.우선1장에서그는“살아있는유기체라는공간경계안에서일어나는‘시간적이고공간적인’사건들은물리학과화학으로어떻게설명될수있을까?”라는물음을던지고,이에20세기초고전물리학이어떻게답할수있는지를찬찬히다룬다.
2장과3장에서는생물학의측면에서생명문제에접근한다.유전학에서이미밝혀진것과여전히수수께끼로남아있는것을세포분열과염색체복제,그리고돌연변이발생메커니즘을중심으로정리하고서유전정보는아주작은분자안에담겨있다는소결론을제시한다.
4장에서는고전물리학으로는다설명되지않는유전물질분자의놀라운안정성이양자역학으로입증됨을보여준다.이렇게살펴본생물학과물리학의사실과원리를바탕으로슈뢰딩거는유전물질분자가안정적결정성구조이면서동시에주기성은띠지않는비주기적결정구조일수밖에없다는과감한예측을제시한다.이런독특한구조덕분에5장에서작은분자는안정적이면서도무수한유전정보를담아낸다고밝힌다.
6장과7장에서는생명이란무엇인가와관련해좀더깊은이야기를다룬다.슈뢰딩거는6장에서살아있음의생명질서를유지한다는것은달리말해환경에서음의엔트로피를먹고사는것과같다는독특한통찰을제시한다.우주만물의질서는시간이흐르면서자연스럽게붕괴해결국에평형상태에이른다는열역학제2법칙(엔트로피증가법칙)과달리유기체는환경에서음의엔트로피라는질서를뽑아내어섭취함으로써스스로질서를계속유지할수있다는것이다.마지막장에서슈뢰딩거는생명물질은이미입증된물리법칙들에서벗어나지않으면서도지금까지발견되지않은새로운물리법칙들과도연관될것이라며‘생명의과학’에서새로운발견들이이후과학의도전과제임을강조한다.
후기로덧붙인「에필로그」에서는앞에서다룬주제에서한걸음물러나그의오랜철학적주제인결정론과자유의지,정신과물질의문제를다룬다.
DNA발견을예측한경이로운통찰력
생명의비밀에접근해가는탁월한사유와탐구의교본
“부모에게서자식으로전달되는유전정보를담은분자들의본질은무엇일까.이들의화학적특징은무엇일까.나는이러한생명의비밀을알아내기위해과학자가되었다.생명에대한호기심은1944년슈뢰딩거의『생명이란무엇인가』를읽었을때불꽃처럼타올랐다”라는제임스왓슨의말처럼,슈뢰딩거가쓴90여쪽의이작은책은DNA를발견한프랜시스크릭과제임스왓슨,그리고모리스윌킨스,시모어벤저등다른분야의과학자들을유전학과생명의분자메커니즘연구로이끌었다.
일각에서그의이론에대한비판이있기도했지만,슈뢰딩거의『생명이란무엇인가』의진정한가치는이론물리학자가낯선생물학의세계에뛰어들었다는데있을터이다.과감한과학적상상력과흥미진진한지적모험의여정,그리고독창적사유는동시대와후세대과학자와연구자에게영감을불어넣기에충분했다.대중강연에400여명의일반청중을불러모을수있었던이유도여기에서비롯할것이다.
‘생명’이라는주제는인간으로서품게되는영원한신비다.자신이머무는세계의작동원리를이해하기를좋아하는사람,지적호기심으로가득찬사람,어려운문제에도전하기를즐기는사람,낯선세계를통찰해보려는사람이라면길잡이오철우와함께이책을탐험해보기를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