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좀 빌려줘 - 사계절 1318 문고 136

지우개 좀 빌려줘 - 사계절 1318 문고 136

$11.00
Description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은 찾아오니까,
혼자인 너에게 건네고 싶은 외로워서 아름다운 6편의 이야기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작 「고등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필원 작가의 첫 번째 청소년단편집이 나왔다. 독고독락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에서처럼 『지우개 좀 빌려줘』 역시 청소년기의 예민한 찰나를 포착해 내는 작가의 예리함이 정점에 다다른 작품집이다. 작품집에 실린 6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공통된 정서를 보인다. 바로 ‘외로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청소년기의 외로움’에 대해서다.
작가는 상처와 외로움을 지닌 인물들을 가끔, 환상 세계로 데려간다. 인물들은 모두 현실 세계에 발 딛고 있다 작가가 열어 둔 허공의 틈을 찾아 아주 잠시, 환상 세계에 다녀온다. 작가는 인물들을 절대 환상 세계에 남겨두지 않는다. 그들은 반드시 다시 현실로 복귀한다. 바로 이것이 이필원 작가가 보여주는 힘이자 위로이다. 독자들은 모두 책을 덮고 난 뒤에, 다시 지금을 살아나가야 하는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니까.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은 찾아온다. 왁자지껄 떠들고 친구들과 헤어지는 길에 문득 마음속을 파고드는 휑한 감정, 오랫동안 품어 왔던 비밀을 털어 놓았는데 도리어 무거워지는 마음 한편, 혼자인 밤 끄적인 유서를 가방 속에 품고 다니는 일 역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순간들이다. 작가는 그런 순간들에 혼자된 인물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담았다. 여기 『지우개 좀 빌려줘』에는 외로운 순간들을 오롯이 혼자 이겨내는 6명의 인물들이 나온다. 책 밖에서 같은 시간을 감당하고 있을 청소년 독자들에게 감히 이 책을 건넨다. 외로워서 아름다운 6편의 이야기 끝에 당신의 내일 역시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아채길 바라며.
저자

이필원

고양이집사.다양한장르의글을쓰고있으며,지은책으로『푸른머리카락』(공저),『주황은고통,파랑은광기18번째소설공모전수상작품집』(공저),『고조를찾아서』(공저),『내가좋아하는사람이나를좋아하는』등이있다.

목차

지우개좀빌려줘
안녕히오세요
호랑님의생일날이되어
우는용
호박마차
우주장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이소설집에나오는6편의이야기는각기다르지만,책을덮고나면모두한인물같다는생각이든다.마치내십대시절을6편으로나누어읽은것처럼.전학생에게지우개를빌려주며첫사랑을시작한우성이,멸망이다가오는지구에끝까지남아있으려는‘나’,밤새유서를끄적이다가방에커터칼을품고다니는고운,은둔에서벗어나려다도깨비를만나는윤희,점점희미해지는자신을잡아보려는수완이,캡슐에든할머니를우주세계로보내려는‘나’까지.여섯명의인물들은마치한명의‘나’인것처럼,책밖의청소년들이겪을만한일들을오롯이혼자관통해버린다.

누구에게나십대시절을떠올리면생각나는
두근거리는장면하나쯤있지않을까?

책의표제작인「지우개좀빌려줘」에서교문에서있는우성에게전학생이건넨한마디.“지우개좀빌려줄래?”를들었을때,불현듯나의십대시절한장면이포개어졌다.점심시간이지나고막시작된5교시수업시간,내자리까지는오지않는교실구석에자리한라디에이터온기를상상하며나른한눈꺼풀을겨우견디고있을때짝꿍이말을건다.“손좀줘봐.”5센티미터쯤될까,둘사이허공에서어느새포개어진두손은짝꿍이입은외투속주머니로들어간다.그때느꼈던떨림과따뜻함이책속에서그대로재현됐다.
우성은환하게웃는전학생을보며감탄한다.소리없이웃는저미소에서들리는파도가부서지는상쾌한효과음과눈이온듯주변이새하얘지는광경,햇빛에반짝이는부드러운모래사장에찍힌발자국같은것들이자꾸만연상된다.한마디로,예쁘다.그냥예쁜게아니라웃는모습이‘노랗게’예쁘다.우성은뜬금없이지우개를빌리러온전학생에게빠졌다.알아차렸을때는이미어쩔수없다.우성은사랑하는마음을찰랑찰랑안고,학교에간다.고3신분인것은잠시잊고,찰랑찰랑넘치기직전의물컵처럼급속도로전학생과가까워진다.
그러던어느날,하굣길에전학생이들려준비밀하나.“내비밀말해줄게,너한테만.”전학생의비밀을듣고한동안벙찐우성은후회도,실망도할수가없다.다시돌아간대도나한테만말해준다는그유혹을막을수는없었기에.하지만우성은자꾸만주머니에여분으로넣어둔지우개를만지작거리게된다.언젠가전학생이떠날그날을상상하며.그이후에혼자남겨진자신을준비하며.그저지우개만만지작거린다.

누구에게나죽음은피할수없는일이니까
또다시찾아오는내일이버거운너에게

소설집에는밤새죽음에대해생각하거나,이미죽음곁에다녀왔거나,자신도모르는사이죽음에게다가가고있는인물들이나온다.「호랑님의생일날이되어」에서고운은좋아하는팀을응원하러야구장에가다낯선여자아이를만난다.고깔모자에나비넥타이를한작은아이는마치아는사람처럼고운을부르더니,이제는자기가천명산에사는호랑이라고한다.“얘,너내생일파티에올래?”고운은모르는아이아니,호랑이의손을잡고천명산으로향한다.야구장에가야하는데,하면서도아이의손을놓지못한다.‘어쩌면누군가붙잡아주길,다른경로로이끌어주길바랐는지도모른다’생각하며.생일파티가끝나갈무렵,호랑이가말한다.“안고운,네가방에뭐가들었는지알아.”고운은가방에숨겨온커터칼을들키기라도한듯마음이쿵내려앉는다.야구장에다녀온뒤고운은자신이하려던일을떠올리며,빤히호랑이를쳐다본다.“이동네에외로움이고이지않길바랄뿐”이라는호랑이와의만남은과연고운에게어떤변화를가져다주게될까?
「호박마차」에서윤희는한달동안집밖에나오지않았다.사업이망해고모네에윤희를두고간아빠와그런집안사정을용기내절친에게말했을때돌아온침묵과휑한마음으로접속한온라인게임에서알게된아이디‘달콤엔젤93’과의만남,이후에경찰서에서들었던“학생이자발적으로만난거면합의를….”같은말들앞에서윤희는언제나혼자였다.그럴때면윤희는‘호박마차’에찾아갔다.뜬금없이“도깨비놀기좋은날씨네.”하고혼잣말을중얼거리는주인앞에서조금씩붕어빵을아껴먹었다.어딘지외로움과는거리가멀어보이는주인앞이면괜히마음이놓였다.그렇게호박마차에드나들던어느날,윤희는주인의말처럼놀고있는도깨비무리들과마주하게되는데.점점다가오는도깨비의검은그림자,“네외로움은근래먹은것중에제일별미더구나.”하는악몽같은말들앞에서윤희는과연벗어날수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