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13.00
Description
『나의 아름다운 정원』『설이』
소설가 심윤경, 20년 만의 첫 에세이
제대로 사랑하고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드립니다.

“밥숟가락 뜨는 법도 잊어버린 할머니가 된 내가 의미 없이 환하게 웃고 있다면,
그때 나는 나만의 위대한 성취를 해내는 중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설이』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소설가 심윤경이 작가 활동 20년을 맞아 처음으로 에세이를 펴냈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들에 나온 좋은 어른들의 원형은 ‘할머니’였다고 말한다. 책에는 작가가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은 할머니의 사랑법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받은 사람이 받은 줄도 모르는 조용한 사랑으로 작은 영혼을 채워준 할머니의 지혜로운 양육 방식은 오늘날 아이에게 많은 것을 주려다 오히려 실패하고 마는 양육자들에게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해준다.

소설가로서가 아닌, 생활인으로서의 심윤경은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장착하고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면서도 생생하게 들려준다. 육아 분투 속에 새로이 되새기게 된 할머니의 사랑과 중년에 겪게 된 우울과 소설가로서의 위기, 가족과 친구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작가와 한층 더 가까워지는 기회를 선사한다. 더 나아가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할머니의 잔상을 일깨우고, ‘할머니’ 같은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준다.
저자

심윤경

1972년서울출생.서울대분자생물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사과정을마쳤다.대학을졸업후얼마간의직장생활을거쳤으며,1998년부터소설을쓰기시작했다.2002년자전적성장소설『나의아름다운정원』으로제7회한겨레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05년『달의제단』으로제6회무영문학상을수상했으며,장편소설『이현의연애』『서라벌사람들』『사랑이달리다』『사랑이채우다』...

목차

작가의말
1.돌연한눈물
2.아기에겐무엇이필요할까
3.네가강아지라면
4.관용속에사라진것들
5.두사랑의평행우주
6.고요한세계
7.상처없이혼나기
8.할머니께가는길
9.다섯가지사랑의말
10.보너스라니,저런
11.아이는부모의빈틈에서자란다
12.최선이라는환상
13.절반은할머니
14.내가만만해?
15.고마운무심함
16.기대와격려의두얼굴
17.나의아름다운할머니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나의아름다운정원』『설이』의작가심윤경,20년만의첫에세이

『나의아름다운정원』『설이』등독자들의열렬한응원과지지를받아온소설가심윤경이작가활동20년만에에세이를펴냈다.2002년한겨레문학상을받은작가의첫책『나의아름다운정원』은20년이되었지만여전히독자들에게큰사랑을받고있다.작가의첫에세이『나의아름다운할머니』엔다행히동구할머니나아버지는없다.실제의할머니는외려작가가죽을때까지닮고싶고,독자들에게선물하고싶을정도로위대한사랑을전해주신분이다.우리시대부모의자식사랑에대한이중성과위선을가차없이폭로한『설이』에서도작가는아이가성장하기위한좋은환경은무엇인지,사랑의진정한의미를끊임없이고민했다.『사랑이달리다』에서는폭주하는주인공김혜나와가족들을통해평생어른이되지못하는어른들의민낯을보여주기도했다.또『영원한유산』에서해동의고모나진형의가족들이보여준믿음은작품을끌어가는또하나의축이었다.

심윤경작가는매번쓰는작품마다스타일이나주제가예측불가능할정도로새롭지만그세계를관통하는화두중하나는늘가족과사랑이었다.작가는『나의아름다운할머니』를통해할머니와함께한자신의유년시절을돌아본다.그돌아봄에는자신이아이를키우며좌충우돌했던양육의시간이들어있다.자식을키우면서수많은책들과강연으로부모역할을연구하고연마하던작가는할머니가주신사랑이그어떤육아현인의가르침보다더뛰어났음을깨닫는다.그리고이제할머니가남긴위대한사랑의성분을작가특유의정확한분석과생생한복원을통해옮겨놓는다.

할머니의다섯단어,할머니의유산

작가는아기에게‘꿀짱아’라는예쁜애칭을붙여주고야심차게엄마의길로들어섰지만서툰새내기엄마의일상은그야말로‘이불킥’의연속이다.물론읽는사람들에게는커다란웃음버튼이지만.똑똑한아이를향한한국인의피가불러낸‘힘센다리한일전’과까다로운아이돌보기에지쳐쓰러질무렵강아지와놀아주다깨우친육아비법,늦을까봐초조한마음으로아이를데려다주는엄마와느긋한사춘기아이의모습,설거지로티격태격하다“DoIlooklikewater?”라는실없는농담으로무마한뒤혼자열폭하는장면등은우리네모습과똑닮아있다.어린생명체의성장에크게관여하는양육자로살면서마주치는고비마다작가는자연스레할머니를떠올린다.심하게낯을가리고생떼를쓰는아이앞에서인내심이바닥을보일때자신의유난한어린시절과그를말없이보듬어준할머니의관용을기억해낸것이다.스무살이될때까지함께살았던룸메이트이자심리적안전판이되어준할머니의모습을.작가의기억속에할머니는‘말없는사람’으로존재한다.

할머니가평생한말들의80퍼센트는단열두글자로요약할수있다.‘그려,안뒤야,뒤얐어,몰러,워쩌’다.표준어로하자면‘그래,안돼,됐어,몰라,어떡해’일것이다.(101쪽)

이평범하고단순한일상언어에는지금당장우리가따라야할지혜와깊이,공감과이해의의미로가득하다.작가는할머니가어떤상황에서이런말들을했고,지금우리에게이단어가왜필요한지적절한예를들어가며설명한다.심윤경은사춘기아이를키우면서언어의과용이오히려독이됨을깨닫고,언어의미니멀리스트였던할머니의다섯단어를실천하려고애썼다.

최선이라는환상버리기

“아이는부모의빈틈에서자란다”.심윤경작가가가장좋아하는교육격언인데작가는자신의경험을통해이를증명한다.수험생시절공부하라며엄마가자신이좋아하던책들을싹치우고문제집을잔뜩넣어줬는데,한쪽구석에처박혀있던박경리작가의『토지』를발견하고30권을독파한경험이오히려소설가가되는결정적순간이되었다.“달리는말에채찍질한다”를실천한엄마의교육과사랑덕에모두가부러워하는삶을살게되었지만작가는사십대의어느날,안정된생활속에서도모든것이무너져내리는감정에휩싸인다.무기력함속에서휴대폰게임속으로도피하기도하고,심지어난독증까지겪고만다.소설속동구가겪은그증세가자신에게나타난것이다.늘제3자의눈으로자신의상황을살펴보고문제점을분석하는작가답게심윤경은자신의상처를객관적으로들여다본다.그리고스스로를비난하는대신고양이와식물들을돌보며자신을웃게하는일에몰두한다.이시기가마치사춘기청소년과완전히똑같은상태였기에그는입시로힘든시간을보내고있는아이를온전히이해하게된다.

우울과난독의기간동안‘최선과열심’에대한생각도바뀌었다.자신이직접겪은만큼까다롭고엄격하게들이대던잣대를거두게된것이다.‘그가지금해낼수있는만큼이최선이고열심이고그자체로소중한것이다’,‘그는한심하고생각이없어서휴대폰게임을하며웃는게아니라온힘을다해자신을사랑하려애쓰는중이다’,‘그사이중요한것들을놓칠수도있지만인생은길고다른기회가찾아올것이다’라고.이속에서탄생한작품이바로『설이』다.

절반은할머니처럼,비더그랜마

심윤경작가의이런분투를할머니가보셨다면분명“장혀”라고말씀하셨을것이다.작가는어린시절자신의성취와상관없이‘장하다’고위로하고격려해주던할머니가더는존재하지않는다는사실을깨닫는다.

꿀짱아에게함께사는할머니가없다는것,그것이의미하는거대한빈구멍을내가인식한날이었다.아이들에게는무턱대고믿어주고기특하게여겨주는누군가가절대적으로필요하다.예전에는그런존재들이함께살았는데이제는함께살지않는다.내딸에게꼭필요한어떤것이없다면,내가그존재가되어야한다.나는꿀짱아의엄마지만,절반은할머니가되어야함을깨달았다.(162쪽)

오늘날에도조부모는손주들에게한없이자애로운분들이지만한집에사는경우는많지않다.작가는이제할머니같은엄마가되기위해노력한다.그리고할머니처럼남의상처를알지만헤집지않고알면서도모른체해주는,무심한이해를보여준딸과지나친기대와격려대신부담없는편안함으로두려움을떨치게해준좋은어른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윤고은작가는추천사에서‘심윤경의소설을읽을때면자신을흔들어놓는이야기가어떤시간을통과해왔는지궁금했는데그중심에할머니가있었음을알았다’고밝힌다.이사랑스러운에세이는받은사람이받은줄도모르게하는작은평화,스스로를다독이며위로하는일상,소리없는함박웃음으로자신의존재를채워가는것이할머니가없는시대의좋은사랑법임을일깨운다.

그래서나는할머니처럼웃었다.
내가할머니처럼웃는것이기를간절히바라며그렇게웃었다.(208~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