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맑음 (사진과 이야기로 보는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

비 온 뒤 맑음 (사진과 이야기로 보는 타이완 동성 결혼 법제화의 여정)

$22.00
Description
사랑은 타이완에서 어떻게 이겼는가
2019년 5월, 타이완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법제화했다. 2017년 5월 ‘동성 간의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의 자유와 평등 원칙에 위배되므로 2년 이내에 관련 법을 개정 또는 제정해야 한다’라는 사법원의 헌법 해석이 나온 이후, 타이완 사회는 결혼 평등권을 실현하려는 성소수자운동 단체 및 그 지지자들과 이를 반대하는 기독교 및 보수 단체들의 대립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 온 뒤 맑음』은 타이완의 결혼평등권운동을 중심에서 이끈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남짓 진행된 동성 결혼 법제화의 상세한 경과와 이 과정을 함께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충실히 기록한 책이다.

다양한 인권 의제에서 진보적 입장을 표방해온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2016년 1월 총통에 당선된 후 본격화된 입법 논의부터 2019년 5월 특별법의 형태로 동성 결혼 법안이 통과되기까지의 긴박한 타임라인과 집회, 콘서트, 지역 행사 등을 담은 약 270장의 현장 사진, 각자 선 자리에서 자기 몫을 성실히 수행한 국회의원과 활동가, 성소수자의 부모, 성소수자 목사 등의 인터뷰로 구성된 이 책은 동성 결혼 법제화라는 역사적 결정의 막전막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활동가와 정치인이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 사회적 의제로 만들고, 법안을 마련해 논쟁과 타협 끝에 관철시키는 이 역동적인 과정은 ‘타이완은 되는데 왜 한국은 안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 책은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미온적인 한국 사회에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저자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

彩虹平權大平台
2016년11월,결혼평등권법안을추진하고다양한성정체성과성적지향을가진사람들의사랑이야기를널리알리는것을목표로5개의여성운동및성소수자권리운동단체(타이완성소수자상담핫라인협회,타이완성소수자가족권익촉진회,여성자각재단,타이완성소수자인권법안로비연맹,GagaOOLala성소수자동영상플랫폼)가모여‘결혼평등권빅플랫폼’을결성했다.2020년‘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으로이름을바꾸고,모든종류의젠더불평등없애고성소수자에게우호적인일상을만들어타이완이다양성을존중하는사회로나아가는일에힘쓰고있다.

목차

이책을읽기전에
평등을향한끈질긴여정
□류민희(성소수자가족구성권네트워크)

추천의글
햇살의따스함이언제나함께하기를
□쑤전창(타이완행정원장)
결혼평등권의작은걸음,타이완인권진보의큰걸음
□퉁쯔셴(페가트론코퍼레이션회장)
희망을가져다준운동
□알렉스그리니치(호주결혼평등권협회이사장)
사랑은타이완에서어떻게이겼는가
□에번울프슨,탈리아제파토스,캐머런톨(결혼의자유)

들어가며
비온뒤맑음
□뤼신제(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집행위원장)

1부타이완동성결혼법제화의여정
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이걸어온길
우리와함께한의미있는숫자
우리가디자인한홍보포스터
2016
2017
2018
2019
2020&2021

2부이야기
국회의원이해야할일
□유메이뉘(전민진당국회의원)×쉬위런(전국민당국회의원)
정치참모의눈으로본동성결혼법제화의여정
□리화이런(쑤전창행정원장의전보좌관)
기독교인이자성소수자라는두가지정체성
□장마오전(참빛복음교회목사)
성소수자의부모는귀인이될수있어요
□궈마마(성소수자부모사랑협회설립자)
스스로옳다고생각하는자리에당연하게서있을뿐
□원전링(배우)
승리를위해지방을움직이다
□리즈천(결혼평등권빅플랫폼의전타이난지부책임자)

3부긴급회의여섯장면
장면하나
□결혼평등권빅플랫폼의탄생
장면둘
□법안발의계획변경
장면셋
□보수단체들의공격
장면넷
□대규모집회를이어가자
장면다섯
□국민투표막전막후
장면여섯
□새로운역사를쓰다

나오며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타이완이아시아최초로동성결혼법제화를이루기까지
2016-2019결혼평등권운동의결정적인순간과함께한사람들의이야기

아시아에서성소수자에게가장친화적인곳으로알려진타이완은일찍이1986년치자웨이가계엄령하에서게이로커밍아웃하고혼인신고를접수하며동성결혼의권리를주장한이래로30여년간성소수자운동의역사를이어왔다.2000년평소‘여자아이같다’며따돌림을당하던남자중학생이화장실에서사망한사건을계기로2004년에「양성평등교육법」이「성평등교육법」으로,2007년에「양성고용평등법」이「성별고용평등법」으로개정되는등사회전반에성정체성이나성적지향으로인한차별을금지해야한다는인식이점차확산되었다.
그럼에도동성결혼법제화움직임이본격화된것은2010년대중반무렵이다.2015년재차시도한혼인신고를거부당한치자웨이가사법원에헌법해석을청원하고,같은시기에혼인신고를거부당한세쌍의레즈비언커플에대해타이베이시정부역시헌법해석을청원하면서결혼평등권이사회적의제로떠올랐다.때마침2016년1월결혼평등권의실현을공약으로내세운차이잉원이총통으로취임하고,2014년해바라기운동이후성장해온청년세대정치인들이평등,인권등의의제를앞세우면서성소수자의권리를논의할수있는분위기가무르익었다.이러한시대적흐름을읽은성소수자및여성운동단체들은‘결혼평등권’을핵심의제로삼은‘결혼평등권빅플랫폼(2020년무지개평등권빅플랫폼으로명칭변경)’을결성하고,여성운동가출신의민진당국회의원유메이뉘등과함께동성결혼법안을준비한다.
빅플랫폼은본래2017년에민법개정안을발의할계획이었으나,프랑스태생으로타이완대학교에서강의하던비안성교수가동성반려자쩡징차오가사망한이후1년만인2016년10월에자살한사건이도화선이되어입법시간표가앞당겨진다.2016년10월유메이뉘의원을대표로하여민법개정안이발의되고,빅플랫폼은12월10일25만명이운집하는대규모결혼평등권콘서트를개최한다.다음해인2017년5월사법원이현행민법이동성결혼의자유를보장하지않는것은헌법에위배된다는해석을내놓으면서순조롭게동성결혼입법이가능할듯보였다.그러나기독교및보수단체를중심으로한반대세력이민법개정을국민투표에부치는안을발의하면서그에대한찬반여론이전국을뜨겁게달군다.온갖가짜뉴스가판치는가운데빅플랫폼은온오프라인캠페인,지역워크숍,전시회,거리집회등을통해적극적으로시민을만나지만국민투표에서무참히패배하고만다.결국타이완동성결혼법제화는2019년5월특별법의형태로실현된다.‘결혼’이라는두글자를명시한특별법이통과되던순간,비가그치고맑게갠하늘에는기적처럼무지개가떠올랐다.
이책은3년남짓긴박하게진행된동성결혼법제화의여정을활동가들의연대단체인빅플랫폼의입장에서기록한결과물이다.1부의‘타임라인’을통해서는하나의의제가입법에도달하기까지거치기마련인격렬한충돌과점진적합의의과정을살펴볼수있고,2부의‘이야기’를통해서는사회변화를이끌어내는과정에서개인이각자의자리에서할수있는역할에대해생각해볼수있다.3부의‘긴급회의여섯장면’에서는중요한의사결정이이루어진결정적인순간을엿볼수있다.

“진실한삶의이야기로다가가자”
새로운세대가이끈2016년이후의결혼평등권운동

30년넘게이어진성소수자운동의흐름속에서‘결혼평등권’이라는의제를중심으로뭉친2016년이후의결혼평등권운동에는어떤차별성이있었을까?무엇을동력으로이들은타이완전지역의전세대에게성소수자관련의제를전할수있었을까?빅플랫폼을중심으로한새로운세대의활동가들은소송등법적투쟁에초점을맞추던앞세대활동가들과달리성소수자들의진실한삶의이야기를다양한방식으로전하고자했다.
이책1부의타임라인을살펴보면대규모거리콘서트,성소수자의사랑이야기를주제로한전국순회전시회,마조여신을맞이하는전통신앙행사참여,어린이날및어버이날행사,플래시몹이벤트,다양한형태의가족을초대한잔디밭소풍,고향기차역에서귀성객을맞으며국민투표독려하기,동성결혼을지지하는상점들에깃발꽂기등수많은이벤트가빼곡하게자리잡고있다.빅플랫폼은동성연인의사랑이야기,성소수자가가족과오랜갈등끝에화해한사연등을부지런히수집해공유했다.이를통해동성결혼이나와무관한일부사람들의문제가아니라,내가족이나친구,이웃의이야기이자자연스러운삶의형태임을알렸다.반대진영과격렬하게충돌하기보다는진솔한삶의이야기로사람들의마음을움직이는전략을택한것이다.
또한이들에게는온라인이라는새로운장이있었다.빅플랫폼활동가들은페이스북페이지등을통해‘비상동원령’을내려짧은시간안에수천,수만명의시민을입법원앞으로집결시켰다.크라우드펀딩으로광고비,행사비를충당했고,입법원이나국회의원의소셜미디어에댓글남기기등온라인캠페인도수차례진행했다.국제교류에도적극적이었다.결혼평등법안을먼저발의한네덜란드,프랑스,호주의국회의원,동성결혼국민투표를경험한미국과호주의활동가를타이완에초청해조언을얻었고,유엔의인권행사나미국국무부,태국외신기자협회등을방문해강연과인터뷰를진행했다.한마디로이들은온라인과오프라인,국내와해외,전통과현대,올드미디어와뉴미디어를넘나들며할수있는모든일을했고,만날수있는모든사람을만났다.이에더해‘국민투표’라는예상치못한상황이펼쳐지면서전국민이성소수자의제를학습할기회를얻은덕분에동성결혼법제화라는구체적성과를얻을수있었다.

“자기목소리를내면정말로역사를바꿀수있어요”
타이완민주주의의성취가한국사회에전하는말

타이완의동성결혼법제화는이름난활동가나관록의국회의원같은어느한사람의성취가아니다.더평등한사회,다양성이존중받는미래를만들고자하는시민들이각자의자리에서자기목소리를내고,자기가할수있는일들을한끝에얻은결과다.이책의2부와3부에는여야의국회의원으로서,정치인의보좌관으로서,성소수자당사자이자목회자로서,성소수자의부모로서,이름이알려진연예인으로서,지역활동가로서,그리고이모든노력을한곳에모으는빅플랫폼활동가로서자기역할에충실했던시민들의목소리가담겨있다.

여성운동에참여한뒤로자신감이생겼고더는남들의시선에아랑곳하지않게되었어요.제가중요하게생각하는건자신의행동이옳은가그른가이고,또한그행동에스스로책임을지는것입니다.-유메이뉘,전민진당국회의원(180쪽)

국민당같은보수정당에서다른목소리를낸다면,어쩌면균열을낼수도있지않을까싶었어요.저는현행민법을수정하는개정안을내놓았어요.그것도가장진보적인버전으로요.돌격하는역할을맡았다고할수있지요.-쉬위런,전국민당국회의원(183~185쪽)

사법원은동성결혼의권리는반드시보장되어야한다고판결했고,민의는민법을건드려서는안된다고했죠.그결과로특별법을마련하게된것이고요.이는타이완사회가법과행정,나아가민의에이르기까지모든역량을결집해만들어낸집단지성의산물이에요.-리화이런,쑤전창행정원장의전보좌관(202~203쪽)

우리교회에트랜스젠더교우가있어요.아이들은처음에그사람을이모라고불러야할지,삼촌이라고불러야할지고민하겠지만부르다보면이내익숙해지죠.그밖에도학부모중에는동성애에반대하는사람이아주많아요.그럴때우리교회의학부모들이들어가면교류할수있는기회가생기잖아요.-장마오전,성소수자이자참빛복음교회목사(213쪽)

성소수자의아버지,어머니는다른사람들을돕는귀인이될수있어요.자기아이를이해한다면거리에나가아무하고도이야기를나눌수있을테니까요.그렇게되면더많은사람이이세계를이해할수있겠죠.-궈마마,성소수자부모사랑협회설립자(228쪽)

저는우리와그들을구분하지않아요.제가결혼평등을지지하는것은제자신의권리,미래의아이의권리를지지하는것과같아요.어쩌면지금당장은모를지라도당신곁의누군가의권리일지도몰라요.-원전링,배우(238쪽)

이들은담담하면서도유쾌한어조로자신이지키고자했던신념,갈등과타협의순간,가치관의변화,행동의동력,기대하는미래에대해이야기한다.그리고이들뒤에는책에이름이실리지는않았지만집회때마다거리로쏟아져나온수십만의시민,무지개깃발을꽂아동성결혼지지를드러낸작은상점의주인들,자녀의설득에마음을움직인부모들,광고와행사에필요한비용을기꺼이기부한사람들,수없이많은자원봉사자들이있었다.이들각자는자신이믿는바에따라행동했을뿐이지만,그행동이모여거대한흐름을만들었고역사에길이남을결정이이루어졌다.빅플랫폼활동가들은이책의3부에서주요회의장면을재연하면서대립하는상대와도소통하려는노력이얼마나중요한지,민주주의의힘이란얼마나강력한지를직접경험했다고말한다.이와같이이책은시민한사람한사람의힘은결코작지않으며,그힘을지혜롭게모아낸다면사회를움직이고역사를새로쓸수있음을증명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