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원 - 사계절 1318 문고 137

우리의 정원 - 사계절 1318 문고 137

$12.00
Description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다정한 세계
‘책을 좋아하세요? 돌고래를 좋아하세요? 누군가의 팬인가요?’
무언가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단순히 그 대상에 대한 관심을 넘어 상대방의 취향을 알고 싶다는 호감, 혹시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더구나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벅차고 설레는 일이다. 그런데 열일곱 살 ‘정원’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상, 아이돌 그룹 ‘에이세븐’에 대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기를 주저한다. 자신에게 전부인 세계를 남이 가볍게 여긴다면, 상처 입을 것이 뻔해서다. 정원이 안심하고 마음을 털어놓는 상대는 화면 속 에이세븐과 SNS로 만난 ‘달이’뿐이다. 그런 달이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정원은 불안함과 상실감에 빠진다.
‘나는 왜 늘 언젠가 깨져 버릴 세계에 마음을 빼앗길까.’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우리의 정원』은 ‘좋아하는 마음’이 한 사람을 움직이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는 정원에게 선뜻 다가와 온기를 주는 친구들, 그에 힘입어 자기만의 세계를 가꾸고, 마침내 다른 사람의 간절한 소망에 귀 기울이는 정원. 그들이 보여 주는 따뜻한 소통과 변화는, 비록 대상은 다르더라도,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존중하고 지지할 때 만들어지는 자유롭고 다정한 세계를 꿈꾸게 한다.

이 작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 모두를 긍정하는 시선, 조심스럽게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인물들의 태도, 따스한 숨결과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관계에까지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 좋은 소설이 독자에게 정답을 알려 주기보다는 새롭고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면, 이 작품은 분명한 그러한 장점을 지녔다. -오정희, 김해원, 오세란, 정은(제20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

[줄거리]
열일곱 살 정원에게 친구 관계는 늘 어려운 숙제다. 특히 학기 초, 아이들이 자연스레 서로를 알아가고 무리를 짓는 모습을 보면 초조해지기도 하고, 외로워지기도 한다. 서로 취향과 생각이 맞으면 가까워질까? 하지만 정원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대상인 아이돌 ‘에이세븐’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에 대해 남이 시큰둥하게 반응하면 정말 상처받을 테니까. 정원은 화면 속 에이세븐과 덕질 메이트 ‘달이’로 이루어진 자기만의 세계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그러던 어느 날, 달이가 계정을 폐쇄하고 사라지자, 정원의 안전한 세계는 무너져 버린다. 정원은 ‘우리는 아주 가까이에 있어’라는 달이의 마지막 메시지를 실마리로 삼아,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너는, 어디에 있어?
선정 및 수상내역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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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지현

돌아보면어릴때부터늘글을써왔다.새로운세계를짓고이야기를만들때가장즐겁고충만하다고느낀다.문학공모에서아홉번떨어지고,열번째에당선전화를받았다.『우리의정원』은나를모르는사람들에게내보이는첫번째작품이다.

목차

1부사막너머의낙원
2부파랑새를찾아서
3부일만번의개화
작품해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마음의창이자기안으로향해있는사람의관계맺기

나는사람과사람이만나서로를끌어당기는과정이너무의아하고,또신기하다.일만개의관계가있다면,양쪽을끌어당긴일만개만큼의연이있었을텐데.아무리생각해도그런건어떻게만들어지는건지감이오지않는다.(15쪽)

고등학교에입학한지한달.반아이들이서로를파악하고,자연스레무리를이루는모습을지켜보며정원은늘그렇듯좀놀랍고,또외롭다.어떻게자신에게잘맞을사람을찾고,자연스레친해지는걸까?관계의시작점은‘취향’일텐데,정원은자신이‘에이세븐덕후’라는사실을다른사람에게말하고싶지않다.자신이아끼는대상을남들이싫어할수도있다고생각하면,마음에구멍이나는기분이다.
정원에게가장안전하고안락한공간은바로덕질아이템들로가득한자신의방,그리고SNS친구‘달이’와의대화창이다.1년전,달이가에이세븐팬카페에‘에이세븐1집앨범무료나눔’글을올렸고,정원이거기에댓글을달면서인연이시작되었다.달이가보내온택배상자에는앨범뿐만아니라콘서트굿즈들,멤버들이좋아하는과자들이잔뜩들어있었다.같은가수를좋아한다는이유만으로얼굴도모르는사람에게선뜻호의를베푼달이에게정원은신기함을느끼고,점점더마음을기대게된다.그러던어느밤,언제나처럼SNS에접속해달이와의대화창을열었는데화면에이런문구가나타난다.‘계정이존재하지않음’.
정원의일상은흔들리기시작한다.이렇게일방적으로끝날수있는관계였는데왜몰랐을까?덕질이끝나면언제든멀어질사이였을까?달이가사라지듯갑자기에이세븐이해체해버리면,팬은그저받아들일수밖에없는데.…나의세계는왜이렇게불안할까.

왜좋아하느냐고물으면…
많은미디어에서‘아이돌덕후’는대개감정적이거나맹목적인캐릭터다.아이돌을맹목적으로찬양하고,가까이가기를꿈꾸는.그런데에이세븐을향한정원의마음은그리단순하지않다.정원에게에이세븐은가슴을뛰게하는삶의원동력인동시에,그리멀지않은미래에‘멋진어른’에도달한사람들이다.누구앞에서나당당하고유능한어른.‘나도10년쯤지나면저런어른이될수있을까?’생각하면한숨이나온다.눈에보이는성공때문만은아니다.

밤새땀흘리며연습하고,숙소로돌아와서는텅빈천장을바라보며미래에대한불안과꿈을털어놓고공유해왔을그들만의단단함,그게멤버들을감싸고있는공기였다.간절한만큼치열했을그시절을함께견뎌낸사람들과회상한다는건어떤기분일까.팀이있다는건,동료가있다는건어떤의미일까.(70쪽)

정원은에이세븐에게서자신이그토록바라는유대감을보았고,그유대감이진실하고영원하기를바란다.그바람은정원자신을위한것이기도하다.그마음을틀렸다고,지나친해석이라고말할수있을까?정원은이기대가언제든무너질수있다는것도잘알고있다.‘믿음과응원의대가가상처와실망이되어되돌아오기도한다.하지만그건아이돌과팬뿐만아니라모든관계가다그렇지않나?’(97쪽)
『우리의정원』은이제껏미디어가만들어온아이돌덕후의납작한‘캐릭터’가아닌,아이돌을좋아하는‘사람’의일상과내면을보여준다.그것은사람들이많은동경의대상을추앙하고,혼자상상을부풀렸다실망하고,그럼에도외면하지못하는모습과크게다르지않다.그동경의대상이‘아이돌’이라고해서이제껏그마음을너무가볍게여겨온것은아닐까?

마음의온도가달라져도흔들리지않는것

달이가사라져텅비어버린정원의일상에세명의학교친구들이등장한다.정원이학교도서관에서빌려가는책들이모두에이세븐멤버가추천한책들이라는사실을알아차린도서반의지은,정원이손에든것이에이세븐멤버가좋아하는과자임을한눈에알아본9반반장여레,그리고에이세븐굿즈를가방에달고있어정원의눈길을끌었던나현.덕후는덕후를알아보는법!세친구는정원에게에이세븐멤버가추천한책을함께읽는‘목요독서회’를제안한다.어쩌면이들중한명이달이는아닐까?정원은목요독서회에합류해세친구를유심히관찰하기시작한다.함께책을읽고,에이세븐을포함한다양한관심사와가치관에대해대화하며점점가까워진다.독서취향만큼이나에이세븐을좋아하는마음도다르다는것을알게될수록정원은불안함을느낀다.좋아하는마음의생김새도,온도도,그러다속도까지달라져서셋이더는같은마음이아니게되면이관계도끝나버리는것이아닐까?넷중한명이라도더는에이세븐을좋아하지않게된다면,이추억이사라지는것은아닐까?
그러나정원은주변의많은이들에게애정을나눠주는여레,좋아하는것과이어지는길을묵묵히걸어가는나현,좋아하는마음에소모되지않도록스스로를지키는지은에게서‘관계’에대한믿음을배운다.친구사이를이어주는것은‘마음의모양과무게’가아니라서로가무엇을좋아하는지궁금해하고,영향을주고받고,닮아가려는마음임을깨닫는다.

가끔은내가통제할수없는것들이너무많다고느껴지고,내노력과는상관없이나의세상이다시한번깨져버려도.나는깨진세상속을어떻게든털고나와새로운세계를또짓겠지.이번에는어떤일이있어도내곁에오래있어줄사람들,손을뻗었을때맞닿는거리에있을사람들로가득채운세계를.(168쪽)

모두의취향과애정이오롯이어우러지는정원(庭園)으로

정원과친구들은타인이아끼는대상에관심을가지고,타인의애정을평가하거나재단하지않은채그대로받아들인다.정원은극단적거식증세를가진친구혜수를잘못되었다고비난하지않는다.모니터너머의에이세븐에게가닿고싶은자신의마음과다르지않기때문이다.완전히이해할수는없어도공감할수는있다.다만공허함이채워지지않는다는것도너무잘알기에,정원은혜수에게손을내민다.
아이돌을좋아해보기로마음먹은소민언니,돌고래를바다로돌려보내자는캠페인을여는사람들,길고양이를돌보는선생님,유기견에게새로운가족을찾아주는책방사장님….‘좋아하고아끼는대상’이생기면그마음은자연스레삶으로옮겨진다.무엇을좋아하는지가그사람을,그의삶을말해준다.그사실은정원에게‘나는어떤어른이될까?’즐겁게고민하도록한다.

우리는앞으로어떤어른이될까.어른이된다는건나보다먼저산사람들의뒤를따라가는거라고만생각했다.그런데어떤어른이될지는내가선택하고결정하는것들로이루어진다니,그게어른이되는과정이라니.그것만큼다행인사실이또있을까?

『우리의정원』은누구의애정도함부로무게를재거나단정하지않는태도로청소년을,모든존재를바라본다.기성세대가‘공허한관계’로치부하는온라인속관계를청소년의엄연한사생활로존중하며,그관계에서청소년이경험하는단절과불안을발견하고어루만질수있다.그것은덕후의세계에서는너무나도당연하고절대적인규칙인,‘취향존중’과맞닿아있다.『우리의정원』이말하는‘좋아하는마음’은좋아하고좋아하지않고를기준으로사람을구분하거나나누는것이아니라사람과사람을연결하는마음이다.주변을둘러보면우리가사는세상은그런마음들로가득하지않은가.밤새워노래를듣고,뮤지션의이름으로기부를하고,돌고래를바다로돌려보내고,텀블러를챙기고,갇혀사는동물의삶과길위에선동물의죽음을눈여겨보는‘좋아하는마음의선순환’은충분히가능하다.『우리의정원』은모든취향과애정이오롯하게공존할수있는세상이되기를,모든청소년이마음껏자기만의정원을가꾸어가기를바라는작가의진심이담긴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