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낱말들 :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일상의 낱말들 :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18.00
Description
2주에 한 번, 네 명의 작가 앞에 도착한 뜻밖의 낱말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밥을 먹고, 양말을 신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상은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주의 깊게 살피기 어렵다. 만약 일상을 구성하는 여러 낱말들이 때마다 하나씩 우리 앞에 놓이고, 그 낱말들로 각자 짧은 에세이를 쓰기로 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양말을 신으려다 문득 인간이 언제부터 양말을 신게 되었는지 궁금해지거나, 오래전 어느 날 허기진 내 앞에 정성껏 차린 밥상을 놓아준 누군가를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글을 쓰고 공연을 하며 변호사로 일하는 김원영,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김소영,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이길보라, 동물복지를 공부하는 수의사 최태규. 각자의 분야에서 고유한 시각과 분명한 목소리를 드러내온 네 명의 작가 앞에 2주에 한 번 새로운 낱말이 도착했다. 일상의 사물이나 경험을 가리키는 낱말들을 받아든 네 사람은 오늘의 내가 되기까지 통과해온 삶의 여러 순간과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소중한 존재들, 각기 다른 몸과 마음, 감각으로 경험한 세상의 모습을 글에 담았다. 네 사람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다른 시각으로 쓴 커피, 양말, 아침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커피, 양말, 아침 이야기를 궁리하게 된다. 빙 둘러앉아 소곤소곤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던 네 명의 작가가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옆으로 자리 하나를 내어주는 다정한 권유를 담은 책이다.

저자

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골형성부전증으로휠체어를탄다.열다섯살까지병원과집에서만생활했다.검정고시로초등학교과정을마치고,장애인을위한특수학교의중학부와일반고등학교를거쳐서울대학교사회학과를졸업했다.서울대학교로스쿨을졸업하고국가인권위원회등에서일했으며,‘장애문화예술연구소짓’에서연극배우로활약하기도했다.현재서울에서변호사로활동하고있다.[사랑및우정에서의차별금지및권리구제에관한법률][인...

목차

들어가며

1부반복되는리듬

커피
전투식량캔커피/복잡해서재미있는일/코피와커피/동물이살만한카페는없습니다

양말
예술적양말거부자들/양말을신는존재/엄마와산타클로스가지킨양말/구멍난양말


밥짓기라는의식/‘밥’하면부추김치/너와나의밥/밥을준비하는과정

아침
무려매일오는아침/아침의좋은기운/다른세계의아침/고양이가잠에서덜깬아침

[반복되는리듬]_최태규

2부속삭이는사물들

텔레비전
텔레비전과다양한‘알몸’들/3분이면될까요?/농인엄마와함께보는텔레비전/텔레비전안과밖의동물들

손바닥
손바닥인사/어린이의손바닥/자존심강한손바닥/손바닥맞대기


책의물성/아기그림책의둥근모서리/더듬더듬읽어내려가는책/책을즐기는순간

바닥
바닥을감수하는춤/바닥처럼딱딱한일/차가운바닥에앉아서/그바닥을디뎌야한다면

[속삭이는사물들]_이길보라

3부움직이는마음

장난감
치타와윌슨에대하여/가지고노는구슬이좋지/세상에서가장멋진불빛장난감/장난감하나에들썩이는기분

병원
병원을보호하는사람들/걸어서갈수있는병원/시끄럽고번잡스러운장례식/마지막장면은병원이아니길

흔들흔들
흔들흔들몸곁에/흔들리는이하나/손으로만지는흔들흔들/멀미가날것같은공포

소곤소곤
소곤소곤,마음이털어놓는말/외우기로해요/수어로비밀말하기/우리는작은목소리로말해요

[움직이는마음]_김원영

4부고요히흐르는시간

게으름
게으름과천장의무늬/‘마음먹기’를하기/게으른장애인/게으름이아니라지루함

기다림
하염없는기다림/기다리는어린이/들을수없는기다림/매일매일기다려

서늘함
서늘한하늘/365계절/서늘한바람앞에서/간담을서늘하게하는고양이

안녕
구름이어떻든,안녕/여러분의안녕/손과입으로부르는안녕/안녕,귀여운내친구야

[고요히흐르는시간]_김소영

출판사 서평

2주에한번,네명의작가앞에도착한뜻밖의낱말
닮은듯다른우리의이야기를시작하는열여섯가지단어

우리의일상은언뜻비슷하게보이지만자세히들여다보면무수히많은방식으로다르다.우는아이를달래며아침을맞이하는사람도있고,고양이의머리를쓰다듬으며잠에서깨는사람도있다.누군가는휠체어를타고집을나서고,누군가는수개월째병원에서생활하고있다.책을읽는자세도,손바닥을사용하는방법도모두조금씩다를것이다.일상이야말로한사람의고유한이야기가가장선명하게살아숨쉬는곳이아닐까.
장애를가진몸혹은다수가아닌정체성과서사를가진사람들의존엄함을이야기해온김원영,동등한권리와개별성을가진동료시민으로서어린이라는존재를한층분명히보이게한김소영,농인부모의청인자녀인코다CODA로서소수자의언어와감각을통역해온이길보라,동물들이덜고통받으며더나은환경에서살수있도록동물복지를공부하는수의사최태규.사회를향해뚜렷한메시지를발신해온네창작자가이번에는그메시지를품고키우고다듬어온자신의‘일상’을이야기한다.
시작은한라디오방송국의제안이었다.2주에한번새낱말을받아그와관련한일상이야기를구상한뒤그것을각자의공간에서녹음해청취자에게전하는프로젝트였다.커피,손바닥,장난감,병원,소곤소곤,흔들흔들,게으름,서늘함등일상의사물이나경험을가리키는열여섯가지단어가작가들을찾아왔다.방송이끝난뒤작가들은음성형태로만존재하던이야기를완결된한편한편의글로새롭게정리하고,낱말을중심으로모은열여섯꼭지의글을주제에따라네개의부로묶었다.특별한형식없이목소리로만전해지던이야기들이일정한형식과질서를갖춘텍스트로옷을갈아입자각자의개성과매력,역할과관점이한층선명하게드러났다.성장환경이나신체조건도다르고,하는일도사는곳도다른네사람이일터에서,집에서,병원이나마트,거리에서무엇을유심히보고무엇에호기심이나불편함을느끼는지비교해보는것도이책을읽는재미가운데하나다.
‘양말’이라는낱말앞에서김원영은“민망한이야기이지만저는스무살무렵부터서른살이훨씬넘을때까지양말을신지않았습니다”라며발이크고다리가길어보이기위해휠체어위에커다란구두를올려놓고바지속맨발로꽉움켜잡고다니던시절을고백하고,최태규는매일같이함께양말벗기기놀이를하다양말에구멍을내곤하던개방울이를회상하며수의사의유년이야기로손색이없는일화를들려준다.‘밥’이라는낱말에김소영은부추김치를떠올린다.물통을들고뒷산약수터에올랐다가탈진해돌아온여덟살의자신에게다섯살많은언니가부추김치를얹은밥을먹여준일은어른이된지금까지도힘이되는기억이다.한편이길보라는“청인들밥먹다가그입으로대화해.먹을거다보여.조금더러워”라는농인의말에감탄했던기억을떠올리며다름이주는새롭고놀라운관점을더많이발견하고싶다고말한다.이렇게닮은듯다른네사람의글을읽다보면,그동안이들이각자의영역에서보여준남다른이해와통찰이어떤경험과생활속에서빚어졌을지조심스럽게짐작해볼수있다.

최태규의리듬,이길보라의사물,김원영의마음,김소영의시간

이책은총네개의부로구성되어있다.각부의주제는일상을구성하는유무형의요소인리듬,사물,마음,시간이다.작가들은자신에게가장잘어울리는주제를맡아각부마지막에조금긴글을한편씩실었다.각자의일상이주로펼쳐지는곳이어디인지,그곳에누가있는지,그들과어떤고민과대화,발견과배움을나누는지를엿볼수있는글들로네사람의개성이가장뚜렷하게드러나는부분이다.
동물에게날마다일정하게반복되는리듬을제공하면서도그반복이지루함을낳지않도록변화를주는일의중요성을아는최태규는‘반복되는리듬’이라는주제를맡았다.농사회와청사회를오가며서로다른감각을연결하는이길보라는라디오가말없는사물에소리를선물하듯이다른관점을경유하면새로운언어와서사를갖게된다는생각을전하며‘속삭이는사물들’에대해썼다.‘쓸모있는’일을해야겠다는생각에변호사가되었지만글을쓰고공연하는삶에자꾸마음을빼앗기는김원영은‘움직이는마음’이라는글을통해삶에서가치나의미를찾지못해자주마음이흔들리는우리를격려한다.독서교실에서어린이들의성장과정을지켜보는김소영은한사람안에차곡차곡쌓인시간을발견했던일화를들려주며그렇게시간으로이루어진존재이기에모든사람을존중할수밖에없다는생각을담아‘고요히흐르는시간’이라는글을썼다.

최태규의[반복되는리듬]
동물을잘돌보는일은동물에게필요한리듬이무엇인지동물에게묻고,그리듬을찾아내는일입니다.그리고,매일반복되지만동물이반복이라고느끼지않도록변주를주는일입니다.반복만있으면리듬이아닙니다.반복되는와중에우리를춤추게하는변화가자잘하게쪼개져들어가야좋은리듬이됩니다.그리듬이무엇인지머리를싸매고고민하는일이서로를이해하는과정입니다.그과정이동물을이해하는데에필요한리듬입니다.-94쪽

이길보라의[속삭이는사물들]
라디오는눈을감고도들을수있습니다.청각을기반으로한여러소리의조합으로새로운공간을구현해내지요.그속에서는언어를가지지못한사물들의공간이생겨납니다.평소에크게관심을가지지않았거나별생각없이마주했던물체들이달리보입니다.평소에자주사용하는시각이라는감각을제외하고감각해야하기때문이지요.(…)다르고낯선관점을경유하여말이없는사물들은언어와서사를갖게됩니다.말그대로속삭이는사물들이됩니다.-188쪽

김원영의[움직이는마음]
이러한마음에는근본적인회의감이깃들어있습니다.잠시존재했다사라지는무대를만드는일.특별한사용목적이없는,굳이말한다면어떤종류의아름다움을위해서만존재하는사물을제작하고전시하는일의의미를되묻는것입니다.(…)다만우리는자신이만들어내는쓰레기를의식할수있는존재이며,무엇보다도그것을‘반복하는삶’에서도종종깨닫는다는것.멈추거나포기하거나다른세계로도피하는대신자신이버린것들을의식하고의심하고줄이려애쓰면서삶을반복한다는것.그러므로(…)여전히좀더나아질여지는있다는것.-267~272쪽

김소영의[고요히흐르는시간]
어린이가자라는걸보면서어쩌면시간은흐르기만하는게아닐수도있다고생각해봅니다.어린이의몸과마음에시간이기록되기때문입니다.(…)열한살어린이를들여다보면열살,일곱살,다섯살의어린이가있습니다.얼굴과몸에그리고마음에성장의과정이남아있습니다.시간은한톨도남김없이어린이를이루는데쓰입니다.시간은쌓입니다.(…)저는모든사람이그렇게시간으로만들어졌다고생각합니다.한사람안에는길고긴시간이들어있습니다.그시간을생각하면모두를존중하지않을수없습니다.서로돕고아껴주는것이당연합니다.-353~356쪽

이제당신의이야기를듣고싶습니다
당신의커피,양말,아침이야기가궁금합니다

이책의글감이된열여섯가지낱말은작가들이직접정한것이아니다.밖에서주어진것이었고,작가들은때로는반가워하며때로는당황스러워하며각자의이야기를구상했다.“이낱말들을스스로정하지않았기에일상이곳저곳숨어있는작은물건,흔하지만귀한경험에주의를기울일수있었습니다.(…)스스로낱말을정했다면아마늘이용하는‘휠체어’나‘엘리베이터’를떠올렸을것같습니다”라는김원영의말처럼,뜻밖의글감을타인에게서건네받았다는것이책에생기와재미를부여한다.미리알고준비할수도없고,평소생각해본적이없다거나좋아하지않는다는이유로거부할수도없다.진솔하고내밀한기억과경험의조각들이툭튀어나오기에좋은조건이다.
일상에작은균열을내며찾아온낱말들에작가들은불현듯유년시절의기억을떠올리고,부끄러웠던감정이나후회되는사건을고백한다.오랜시간배우고일하며다듬어온지금의생각에비추어예전의경험을다시해석하고,늘곁에두었으나주목하지않았던사물에서뜻밖의이야깃거리를발견한다.그러면서자기자신을좀더자세히들여다보게된다.내안에소리없이쌓인시간과중요한순간마다함께해준존재들,무심히사용했던사물들이지금껏나를지탱해주었다는사실을문득깨닫는다.쓰기전에는예상하지못했던기억과감정,발견과깨달음에자세를가다듬고흐트러진자신을일으켜세운다.
이책을읽는누구라도이런경험을할것이다.새로운낱말을만날때마다자기안에서뜻밖의이야기를길어올리게될것이다.스스로를좀더자세히관찰하고‘그리나쁘지않은걸.생각보다잘살아왔네’라며작은위안을얻을지도모른다.여기열여섯개의낱말이있다.이책을함께쓴네명의작가들이그랬듯이할얘기가없다고밀어내지말고,하나씩앞에두고나의이야기를시작해보자.당신의커피,양말,아침이야기가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