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검찰과언론탓만할텐가?”
세계최저의출생률과최고의자살률의원인과구조를찾는
사회학자김동춘의한국현대정치·사회·역사연구
다음대선에서윤석열정부의실정에힘입어민주당이다시집권할수도있겠지만,그들이한국사회를제대로이끄는정치세력으로거듭날것이라는기대를갖기어렵다.촛불시위라는,김대중·노무현정부와는비교할수없을정도의엄청난정치적자본을갖고출발한문재인정부는심지어21대총선에서국회의석180석을얻은뒤에도개혁을미적미적했다.이를본우리는도대체어떤조건이충족되어야민주당이움직일것인지묻지않을수없다.언제까지검찰과언론탓만할텐가?(…)자본주의사회에서자본이없는사람은제아무리애를써도경제적강자에게맞설수없다.입법,사법,행정등국가의모든시스템은투자,고용,구매력같은‘시장력’을가진사람에게유리하게작동한다.사회경제적약자들이시장력의횡포로부터스스로를보호할수있고,정치사회적의사결정과정에주체적으로참여할수있어야민주주의가보장된다.그런데한국에서는재벌대기업의힘이강하고,지역·노동·시민의연대는매우미약하다.국민의힘은거론할것도없고,민주당도입으로만“진보와개혁”을말할뿐사회경제적약자의고통과아픔을돌보지않는다.약자들은표가되지않는다고생각하기때문일까?(…)해마다2000여명이산업재해로사망하지만,민주당이만든중대재해처벌법(시행2022년1월27일)으로는이죽음의행렬을멈출수없다._「머리말」중
한국은국가의경제규모나재정,그리고1인당소득등많은지표에서선진국에진입했다.그러나사회구성원이자신의생존과존엄을유지하는데드는비용―노동·주거·교육·의료·복지비용―을대부분사적으로지불하고있다는점에서사회시스템은후발국·개발도상국수준에머물고있다.정치는바로이지점에서작동해야한다.사회시스템의발전이경제성장과발맞춰일어나도록구조와제도를짜고,경제적팽창이사회시스템의확장으로흘러오게끔인도해야한다.세번의‘민주’정부(김대중1998~2003년,노무현2003~08년,문재인2017~22년)는국민에게이것을약속했지만,그약속은지켜지지않았다.“양극화는한국에서만나타나는현상은아니다”라는노무현의푸념을받아들이기에는현재우리에게주어진상황이너무나엄중하다.“20년연속으로집권하지않는한민주적사회개혁은불가능하다”라는이해찬의말은실패한이들의변명일뿐이다.이에김동춘은지구화와신자유주의라는파고속에서정권교체에성공한역대민주진보대통령과민주화운동세력이,그리고이들의주도로구성된민주당의정치가사회개혁에실패한과정을설명하기위해한국현대정치속으로들어간다.
민주주의를내팽개친자본주의를
얼마나더지속할수있을까?
출생률은낮고자살률과산재율은높은나라는대체로불평등이심각하다.자산과소득을기준으로볼때한국은OECD국가중미국다음으로불평등한국가이다.소득상위0.1퍼센트가최하위의1000배를벌고,자산상위1퍼센트가국가총자산의70퍼센트를소유한다.또한소득상위10퍼센트가전체소득의절반을차지한다.게다가한국의불평등은다층적구조로사회안에매우깊고넓게펼쳐진다.우선정규직과비정규직노동자사이에심각한격차가있다.정규직안에서도기업규모나업종에따라임금격차가매우크다.토지와건물소유여부에따른자산불평등이상당하며,여기에더해학력도소득의격차를늘린다.이로인한불평등은당연히구성원의삶의질을떨어뜨릴뿐아니라사회의존속자체를심각하게위협한다.김동춘은이상황을“민주주의를내팽개친오늘의자본주의는이제국가와민간의부채위에서‘시간벌기’나하면서버티고있는것인지도모른다”라고묘사한다.
인간이생존하기위해서는경제적풍요와높은보수뿐아니라가족,교육,주거,사회적관계맺기등재생산의영역또한매우중요하다.우리는친밀감,성적만족,신체의안전,건강,인간적자존감유지,휴식과레저,정체성의인정등사회적삶을추구하는존재이기때문이다.그런데재생산은개인의활동이아니라집합적이고구조화된사회적활동이며,이를위해국가는사회정책을펼친다.하지만자본주의,신자유주의,시장중심주의가민주주의를압도한한국에서사회정책은경제정책에종속되고,국가는그책임을개인에게떠넘겼다.
가족은사회의기본세포이고,가족구성원재생산은가족밖의모든사회적관계의재생산과연결되어있다.문제는근대이후한국인의삶에서가족이떠맡은책임이과부하되었다는점이다.(…)심각한억압과전쟁,이주와경제위기등대환란이발생할때마다국가와사회는거의기능부전에빠져가족에게생존과복지의임무를떠넘겼다.만약가족과친족이그부담을감당하지못하면무방비상태의‘개인’만남게된다.특히시장질서가사회관계의전영역을지배하게된상황에서복지,교육,주거등모든사회적재생산을가족이책임져야한다면가족은파괴될것이다._41쪽
성장주의의덫에빠진
민주당과민주정부
박정희식개발주의시대는오래전에끝났고한국경제의고속성장기도이제다지나갔다.그러나민주정부를자처한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는모두성장주의를국가운영의최고목표로다시불러왔다.이들에게투표한다수국민은민주정부가보수세력의성장주의와단절하기를바랐지만,기대와달리이들은국가의방향을왼쪽으로돌리지않았다.그결과“자본주의발전이일정수준에도달한21세기에도한국의성장주의는아주유별나다.‘성장제일주의’,‘성장지상주의’,‘성장만능주의’라불러도좋을것이다.”
성장주의는사회발전의핵심요인또는필요조건이경제성장에있다고본다.이것을달성하면다른목표나가치까지충족시킬수있다는전제로,오로지성장을국가발전의지상과제이자모든사회문제의치료법으로간주한다.이이데올로기는2차세계대전이후국가를하나의총체적경제단위로보고국민소득과GNP,GDP등의지표로세계의거의모든나라를줄세우면서일반화되었다.박정희정권에서는수출액이바로성장의지표였다.그리고세번의민주정부또한이지표를끊임없이환기하며성장의굴레를벗지않았다.
앞선민주정부가성장주의를가장중요한국정목표로제시한까닭은재벌대기업을비롯한한국의주류보수세력을끌어안기위한것일수도있다.혹은한국인이여전히경제발전과선진국따라잡기신화를철석같이믿고있다고보고선거용구호로내건것일수도있다.그런데민주화이후민주정부가표방한성장주의는박정희식재벌밀어주기개발주의를언제나다시불러온다는점이중요하다.민주정부의성장담론이설사선거공학적고려때문이라하더라도그것이복지,정의,형평등의다른가치와결합되지않으면친기업,반노동,반복지,반환경의틀에서벗어나지못한다.(…)선거철마다성장주의의신화가쩌렁쩌렁울리는한국민의복지와증세,삶의질이라는문제는언제나경제에종속될수밖에없다._77~79쪽
사라진정책,
침몰한사회력과연성정치
사회의자기치유와갈등조정기능이제대로작동하면국가나기업이지불해야할경제적비용(의료비,보험료,각종보상비,소송비같은갈등치유비용)은줄어들것이다.이와같이형성된사회력을기반으로정치적갈등을조정하는것을‘연성정치softpolitics’라부를수있다.연성정치는곧시민정치,혹은시민자치,사회의자체갈등조정이나정화능력을말한다.이것은억압적공권력발동,대의제정치나각종소송,사법부의판결에덜의존하면서이익집단이나주민들이스스로조정하고타협하여갈등을해결할수있는능력이다._61쪽
그러나국가의통제혹은의도로형성된한국의‘시장의존·가족부담’체제는노동·주거·교육·의료·복지등모든분야에서사회정책을대체했다.국민각자의투표권보다소비력이더중요한‘소비사회’,사회모든분야에서효율성과경제성을강조하는‘기업사회’는결국제도정치의역량을약화시키고비선출권력인행정관료가국가운영에더큰영향력을행사하는‘관료정치’로이어졌다.민주화이후한국에서여러번정권교체가이루어졌고민주당과국민의힘은번갈아가며총선에서심판을받았지만경제관료들은언제나승승장구했다.“노무현정부가기용한이헌재등은김앤장법률사무소와정부를회전문드나들듯오가면서거의모든정부에서정책결정에막강한힘을휘둘렀다.이명박·박근혜정부는김앤장공화국이라부를수있을정도였으며특히박근혜의청와대는김앤장출장소나다름없었다.그리고문재인정부에도김앤장출신이기용되었다.”
이책은경제관료들이공직과김앤장을오가며만든정책의결과가지금한국의경제·사회시스템이라고설명한다.여기에서사회정책은당연히경제시스템의일부혹은하위체계로설정된다.이어서한국노동·주거·교육·의료·복지분야의특징을“경제관료들이사적인이해와관심으로주도한성장주의이자경제지상주의”로정의한다.이들은기업이윤,즉효율성과경쟁력,소비자선택권이라는이름으로노동·주거·교육·의료·복지영역에서공공성강화를강력하게반대했으며,개인과민간기업이이부문을담당해야한다고끊임없이주장했다.그틈에서진보정당과시민사회,노동운동이끊임없이저항했지만,이미성장의도구가된정치는사회의고통에좀처럼응답하지않았다.
김대중대통령의지식정보강국이나경제제일주의담론은개발주의의식의반영이며,노무현대통령의‘2만달러시대’선포와“농업도시장바깥에머물수없다”는발언은그가개발주의,성장주의,시장주의지향을갖고있었기때문이라고봐야할것이다.문재인정부의혁신성장담론역시개발주의헤게모니를인정한상태에서나왔다.이들의생각과가치관,문제의식과전문성모두개발주의와시장주의를지향했다._326쪽
국가의실패,민주당의사회정책성적표를넘어서한국민주주의·자본주의의경로대전환으로
세계최저의출생률과최고의자살률에집약된한국인의고통은사회적삶과재생산을위한기본재를확보하기어려운보통사람들의현실을,개인과가족에게필요한모든것을시장에서‘직접구매’해야하는핍진한삶을대변한다.여기에서위기에빠진사람은자살에이르게된다.책의후반부에서는외환위기이후지속된성장주의와신자유주의기조가나아가사회의‘집단자살’을심화시켰다고분석하며,민주당의집권도이추세를교정하지못하고속도를늦추는정도에서대체로실패했다고질타한다.
지은이는오늘우리가직면한현실을정치인과관료집단의성적표이자총체적‘국가실패’의결과로정의한다.좀더정확히말하면지금까지세번집권한민주당의성적표라는것이다.‘자유’에대한맹종과‘자유시장’이라는신화는교육분야에서경쟁주의와시험능력주의를,주거분야에서부동산광풍을탄생시켰으며,오랜기간고착된저조세저복지정책은약자들간의경쟁과이기주의를더욱부추겼다.민주당은“중산층을전부투기꾼으로만드는정책을펴면서투기를잡겠다고하고,노동자와약자,빈곤층을극도로이기적인존재로유도하는정책을펴면서이들에게복종과자제와협력을요구했다.”
이책은지구화와신자유주의논리는시장을자연법칙으로간주하지만사실은그렇지않다고말한다.지구화의불가피성을제한적으로인정하면서도무차별적인시장주의,평가만능,실적주의,능력주의를현실사회에구현하는주체는국민국가,구체적으로정치권력·정부라고지목한다.그리고바로이지점에서교정의가능성을발견한다.“지구화혹은신자유주의적구조조정은공공정책의산물이지불가항력의자연법칙이아니다.이점을인정해야논의와대안모색을시작할수있다.”우리가직면한자본주의적모순의심화,기후위기,감시사회의전면화는시민주체의역량을강화하고구조적차별과억압을타파할동력을꺼트린다.따라서“한국은안보국가,개발국가,신자유주의국가의틀을벗어나평화국가,복지국가,생명·안전국가로동시에나아가야한다”라고제안하며,그중심에국가의공공성과사회적유대회복을놓는다.그리고이를위해서는새로운사회계약,그리고지배층의양보와사회적타협이반드시필요하다.
이책에는앞으로의경제발전에대한생각이나주장을거의담지않았다.필자가이분야에대한식견이부족하기도하거니와,무엇보다도공공정책을바로세우고기업생태계를정상화하는것이곧지속가능한경제발전과일자리창출로이어진다고보기때문이다.한편현재의국민의힘과윤석열정부에대해서도거의언급하지않았다.그이유는이들이한국의미래를열수없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그래서비판과분석은주로민주당을향했다._「맺음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