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아도 유효한 (해이수 에세이)

기억나지 않아도 유효한 (해이수 에세이)

$14.00
Description
천년 고탑에 쌓인 시간을 배경으로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 『탑의 시간』의 작가 해이수의 첫 에세이다. “문학을 통해 소중한 것을 배우고 뛰어난 분을 만났으며, 전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등단한 지 20년이 넘어 처음으로 펴낸 에세이에서 그동안 문학의 길에서 배우고 만나고 알게 된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바다에 관한 상념이 테마이고, 2장은 작가 생활의 에피소드가 중심이다. 3장은 특정 시기의 편지 몇 통을 골랐고, 4장은 한 뼘 분량에 담은 사연을, 5장은 깊은 인상을 남긴 분들을 선별했다.
“우리 안에 들어온 것들을 모두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들의 이름을 잊었다고 해서 그 순간의 감각까지 잊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이 다소 행복하고 때로 은혜롭다면 기억나지 않은 그것들이 유효하게 작용한 덕분이다.”
누군가가 떠난 공간과 미처 전하지 못한 말에서 ‘존재’가 준 온기를 읽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29편의 글에 찬찬하게 담겨 있다.
저자

해이수

2000년『현대문학』으로등단했다.소설집『캥거루가있는사막』『젤리피쉬』『엔드바텐드』,장편소설『눈의경전』『십번기十番棋』『탑의시간』등이있다.심훈문학상,한무숙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등을수상했다.단국대학교문예창작과에재직중이다.

목차

하나 바다의여러얼굴
11 거대한곡선의회항
18 미얀마바닷가마을에서
23 빛나는수평선
27 한폭의바다
33 바다의여러얼굴
45 저파도를건너오는새로운적

둘 기억나지않으나상당히유효한
55 수첩백서
61 기억나지않으나상당히유효한
68 내문학적영혼의멘토
76 I&island
92 삼단장애물
104 위대한공포

셋 겨울강을건너는그대에게
113 나의‘코레일아티스트’에게
118 막정들기시작한나의‘까칠한’벗에게
121 균형의춤
126 겨울강을건너는그대에게
132 마사이마라에서
140 쿰부히말라야에다녀와서

넷 방울소리로남은겨울
151 희미한초상
155 방울소리로남은겨울
158 공포와대면하는법
161 문턱을넘지못한자의시간
164 고도3400미터의달바트
170 그한마디를묻지못하여
173 이도시가가르쳐준몇가지

다섯 그를이해하는소소한에피소드
181 비밀의방
189 그를이해하기위한몇가지소소한에피소드
202 한사람이떠난자리
209 스스로등불이되어갈뿐

218 지은이의말

출판사 서평

내안의산을오르고무한한바다를건너며
배우고만나고알게된것들.

등단20년만에처음펴낸에세이에서저자는그동안만났던바다의여러얼굴로이야기를시작한다.해이수의글에는바다와산,그리고사람이자주등장한다.그중에서바다는,망망대해이건한폭의요가매트이건,그에게삶의목표를향한여정이며지향점을알려주는나침반이다.‘소설습작생’신분을면하게해준당선소식을듣고는당시유학중이던시드니의항구를날이저물도록배회했고,마흔으로접어들어서도3년째붙들고늘어진장편소설이생각대로풀리지않자보길도의바다에서불구덩이같은속을달랜다.그러면서생각한다.‘나는이바다에서표류하고있는가,아니면흘러가고있는가?’

“숨을몰아쉬며바위섬에발을딛고올라섰을때나는삶의패러다임을바꿔야한다는걸절감했다.시각을바꾸지않으면그대상은영원히바뀌지않으므로.육지에서이쪽을보면섬이지만바다에서육지를보면그곳역시거대한섬에지나지않으므로.그러고보니나는바다에있었고이세상은바다에뜬섬이었다.”_39p

이에세이의제목과통하는「기억나지않으나상당히유효한」편에서는미얀마바간에얽힌에피소드를이야기한다.어느해몹시더웠던여름,소설을구상하던저자는“막연히‘관계의기쁨과고통,그리고그것이지나간자리’를쓰고싶었”고,그막연함이번뇌를일으키던차에불현듯미얀마바간이떠올라바로그곳으로떠난다.구상하고있던소설의적합한무대라는확신이강하게들었던만큼그곳에서면멋진스토리가달려들것으로기대했으나,바간에도착한순간환상은깨지고보이는건허공뿐이다.
하릴없이닷새를배회하다결국그곳의바람과풍경만을가슴에담고돌아왔지만,마침내그곳에서의시간은작가의가슴속에서‘기억나지않으나상당히유효한’시간으로살아나,구상했던소설에동력을제공한다.

“오로지나는힘쓰는일없이힘을썼다.정말다행스럽게도바간을떠올리는일은행복했다.쓸거리가없으면바간의나무와꽃과강물과구름을썼다.불어오고나가는바람처럼그것들은기억나지않을듯하면서도전부내안에있었다.나는소설을쓰는일없이소설을썼다.”_66p

‘지은이의말’에서해이수는“뭔가부족해여기저기를헤매고다녔다”고하지만,그의글을보면‘여행’은그의삶에서뗄수없는키워드임이여실하다.그는어릴적숲에서길을잃어본경험을통해‘숲을아는것과통과하는것의차이’를일찍배웠다고했다.결빙의산정을혼자오르는것과좋은작가라는목표를향해가는길은닮은꼴이라는것도온몸으로깨우쳤다.그래서삶의갈림길에서확신이필요할때마다그는높은산을향해떠난다.그리고‘추운곳에서살아움직이며얼음처럼빛나는가장높은정신’에관해묻고또묻는다.

소설가해이수에게사람은모두‘뇌관을건드려주는불꽃’이고창조적심지를돋게하는자극제인듯하다.사람의여러얼굴을통해자신의얼굴을바라보고,사람이라는수많은강을건너며삶의폭을가늠한다.이책은그렇게이십여년동안내면의산을오르고무한한바다를건너며배우고만나고알게된것들에관한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