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사무라이

$17.00
Description
1600년대 초 어느 해 5월 5일, 일본 동북부 센다이의 작은 항구 쓰키노우라에서 새로 건조된 웅장한 갤리언선 한 척이 출항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배에는 일본인 백여 명과 스페인 선원 사십여 명이 탈 예정이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스페인의 식민지인 멕시코다. 그 일본인들에는 일본 동북부 지역의 최강 세력 다테 마사무네의 사절인 사무라이 네 명이 포함되어 있고, 특별히 그들의 통역으로 스페인인 신부 한 명이 동행해 있다.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건너가는 길. 처음 가보는 뱃길.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 먼 곳으로 가는 것일까. 그들은 과연 ‘왕’을 만날 것인가.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고 머지않아 돌아왔을 때도 오늘처럼 많은 사람이 항구에 나와 반겨줄 것인가.
죽음으로써 역사를 만들어 낸 한 인간의 삶을 통해 인생과 신념의 의미를 재해석한 엔도 슈사쿠의 역작이다.
저자

엔도슈사쿠

1923년도쿄에서태어나구만주다롄에서유년기를보내고고베로귀국한후,열한살때가톨릭세례를받았다.1949년,게이오대학불문과를졸업한후,프랑스의리옹대학교로유학.1955년에발표한『하얀사람』으로제33회아쿠타가와상을수상했고,『바다와독약』으로신쵸샤문학상과마이니치출판문화상을수상하며일본의대표적인문학가로서입지를굳혔다.
1966년에『침묵』을발표하여타니자키쥰이치로상을수상하였고,이작품은동서양문화의차이나신학으로해결하기난해한문제등을밀도높게다루었다는극찬을받으며,세계25개국이상의언어로번역출판되었다.1995년,문화훈장을수상하였다.종교소설과통속소설의차이를무너뜨린20세기문학의거장이자일본국민작가로평가받고있다.주요작품으로는『침묵』,『바다와독약』,『예수의생애』,『내가버린여자』,『깊은강』등이있으며,그밖에도『나를사랑하는법』,『회상』등,다수의인생론이나수필집이있다.

목차

제1장 007
제2장 058
제3장 099
제4장 158
제5장 202
제6장 258
제7장 325
제8장 347
제9장 393
제10장430
해설 515

출판사 서평

“골짜기의밤을모르는사람은진정한어둠과어둠의침묵을모른다.”
정치의소용돌이에휘말려역사의어둠속으로사라져간한인간의역사를추적한
엔도슈사쿠의대표작.

이책《사무라이》는17세기일본의기독교박해상황을토대로쓴소설《침묵》을발표하여세계적으로극찬을받은엔도슈사쿠가《침묵》의시대보다조금앞선1600년대초일본을배경으로쓴소설이다.실제로있었던사건을저자가역사가들의연구를참고해가며세심하게분석하고중간중간본인의체험을가미해흥미진진한픽션으로만들었다.
1600년대초일본에도시대.멕시코와직교역을원한다는영주의서신을멕시코총독에게전달하기위해머나먼길을떠난사무라이사절단.아무것도모르고아무런눈치도채지못한채넓은세계를찾아가야했던사람들.이책에나오는네명의사무라이는소설의주인공으로서각각다른캐릭터를갖고는있지만,우리가그동안미디어를통해접했던‘사무라이’와는그이미지가사뭇다르다.
새로운정치세력이패권을장악했고사무라이가큰역할을하던전쟁같은것이더이상없는시절이되어,이제사무라이들은주군이정해준땅에서농민들처럼농사를짓고그들과더불어긴겨울을준비하며평범한삶을산다.하지만언제어디서나주군에게충성을다하고,사명을완수하지못하면자결함으로써속죄하는사무라이의전통은여전히그들의정신적중심축이다.어느날,누가봐도농사꾼의얼굴을한그들에게예상치못한임무가주어진다.그임무에왜자신이뽑혔는지도모른채,그들은갑작스러운주군의명령에따라골짜기에서의삶을떠나종자들을데리고낯선곳을향해출발한다.그여정이4년이나걸릴줄은생각조차하지못한채.

《사무라이》는스케일이큰작품이다.등장인물들만봐도일본인,멕시코인,인디오,스페인인,이탈리아인…등상당히다국적이다.지리적배경은동양의작은섬일본에서멕시코를거쳐유럽대륙까지이어진다.정치와종교,지략과술책,충성과배신,개국과쇄국,항로와무역…등의주제가촘촘히엮여이야기가매우다채롭고흥미롭다.동양과서양,기독교와비기독교간문화의차이가극명하게대비됨에도궁극적으로통하는그무엇도느껴진다.
네명의사무라이외에,일본을그리스도의나라로바꾸려는열정과야망으로사지에뛰어든스페인인신부벨라스코,자신이생각하는그리스도를가슴에품고고향일본을떠나멕시코에서인디오들과함께사는전前수도사는기독교에관한슈사쿠의생각을대변하는인물들이다.특히슈사쿠는이소설에서하세쿠라의종자인‘요조’라는매우특별한캐릭터를만들어냈다.책을읽는내내그를눈여겨보게되고,소설을다읽은후에야안개에싸여있던그가제대로이해되는,이소설에의미를더하는주요인물이다.

이소설에서저자의관심이어디에놓여있는가는집필하는동안마음에그리고있었다는제목에여실히드러난다.이책은애초에‘왕을만난남자’라는제목이될터였다고한다.주인공인하세쿠라가임무를수행하는동안몇몇왕과대면할기회를얻은것을생각하면이제목도가능했을것이다.하지만고생끝에만난왕들과의회견은모두실망으로가득한것이었고,하세쿠라를비롯한사무라이들은육체의세계에서완패하여굴욕을당하고실패자로서일본으로돌아온다.그동안국내의상황도바뀌어서,정신의세계를지탱하던의무감과자존감도더이상내세울상황이아니다.
하세쿠라는절망적인상황에,죽음의심연앞에섰을때결국또한명의왕을만난다.‘사람들로부터경멸당하고거절’당해온왕,슬픔에빠진자에게함께하는개가되어주려는그분이다.하세쿠라는한없이말라빠진그가엾은왕을만나고받아들이며비로소자신의슬픔을견딜수있게된다.그런점에서,하세쿠라의인생을해석한엔도슈사쿠의이이야기는한인간이마음속에서더듬어간정신의항해를그린진실한기록이라고도볼수있다.

이소설을읽고나면,아시아의다른나라들과달리일본은왜기독교도의비중이상대적으로적은지,일본의기독교박해역사가어디에서기인했는지,그들이자국인기독교도뿐만아니라서양선교사들까지무자비하게박해하고추방한이유가무엇인지,그배경에어떤정치논리가존재했는지가명확하게이해된다.그런점에서도이작품은역사적인가설로보더라도매우가치있는작업이라고볼수있다.픽션임에도살아있는역사처럼느껴지고,이어지러운세상에하나님은진정어디에계시고자하는것일까를생각해본사람이라면진한감동을얻게되는작품이다.

“세계는넓었습니다.하지만저는이제사람을믿을수없게되었습니다.”이소설에서가장산뜻하고건강한정신을지닌,가장젊은사무라이인니시의절규는한없는안타까움을자아낸다.“이세상에는죽음으로완성하는사명이있다”라는문장을읽으며도대체무엇을위한죽음인가를생각하지않을수없다.“수많은나라를걸었다.드넓은바다도횡단했다.그런데도결국자신이돌아온것은척박한땅과가난한마을밖에없는이곳이라는실감이새삼가슴에차오른다.그것으로됐다고사무라이는생각한다.사무라이는자신이본것이수많은땅,수많은나라,수많은도시가아니라결국인간이어떻게해볼도리가없는업이라고생각했다”라는하세쿠라의독백에는오로지주군과조상에대한충정으로고생을견디고살아돌아온사무라이의허무함이짙게드러난다.

엔도의작품의영역본대부분을번역한일본문학전문가반게셀은“이책은많은점에서저자가그랬으면좋겠다고바란대로의작품이다.동과서,신앙과불신,열정과묵종,이것들을관련시키며수많은풍부한멜로디를자아내는대교향악이다.그리고이음악적인작품에서출연자들이각자이질적인전통을짊어지고서전혀다른악기를연주하고있는데도불구하고마지막에완성되는후렴은어디까지나아주맑고보기좋게조화를이뤄울려퍼지고있다.그것이가장중요하다”고했다.
하얀눈을뒤집어쓴채,내리는비를고스란히맞고서,언제나묵묵히주인을기다리며서있던종자요조가주인을떠나보내며한마지막대사,“여기서부터는…저분이함께하실겁니다”가바람결에계속울려오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