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르탕의 베케트

티에르탕의 베케트

$15.00
Description
소설로 만나는 베케트의 삶
아일랜드 태생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사뮈엘 베케트. 그는 반백 년 동안 이주자로서 살았던 파리에서, 티에르탕이라는 양로원에서 생애 마지막 나날을 보냈다. 이 책은 베케트의 마지막 장소인 티에르탕을 배경으로 그의 삶을, 특히 마지막 시간을 정교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작품으로 2020년 공쿠르 첫 소설 상을 수상한 저자 멜리스 베스리는 문학사에서 난해한 작가로 정평이 난 사뮈엘 베케트의 말년을 마치 노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간 듯 일인칭으로 풀어나간다. “내 계획은 실화와 상상의 소산에서 출발해 베케트를 그의 작중인물들처럼 자신의 최후를 마주한 인물로 그려내는 것이었다”고 말한 저자는 노작가의 독백을 생생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베케트의 말년을 돌봤을 양로원 스텝들의 시선을 통해 베케트를 보는 제삼자의 시각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최후의 침묵으로 향하는 위대한 아일랜드 작가의 삶을 매우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

멜리스베스리

MaylisBesserie
프랑스보르도에서태어나지금은파리에거주하며라디오방송프로듀서로일하고있다.첫소설《티에르탕의베케트》로2020년공쿠르첫소설상을받았다.

목차

첫번째시간 009
두번째시간 117
세번째시간 217
옮긴이의말 276

출판사 서평

절정을기다리는대작가의마지막6개월.
문학과노화,기억과상실.

소설의한장면이모습을드러낸다.파리14구의레미-뒤몽셀로에‘르티에르탕’이라고불리는흰건물의수수한양로원이있다.인조잔디가깔린안뜰한가운데에나무한그루가서있고,그곁에안색은어둡지만눈빛만은여전히꿰뚫을듯날카로운노인이보인다.그는다른입주민들과는멀찍이떨어져고향아일랜드의언어와그의문학적망명지인프랑스의언어가뒤섞인기억들을더듬으며시간을보낸다.이노인의이름은사뮈엘베케트이다.
세계대전이라는격동의시기를겪으며위대한작품들을써내려간사뮈엘베케트.고향아일랜드로돌아가기보다치열한전쟁터였던프랑스에서나치에맞서싸우기를택했던전쟁영웅이자아일랜드와프랑스어느한쪽의언어도펜을놓을때까지포기하지않았던코스모폴리탄작가.노년은모든이에게찾아오지만날카로운통찰과명석한눈으로세상을읽어온천재이자1군크리켓선수였던베케트에게노화는더뼈저리게느껴졌을것이다.

베케트의희곡《고도를기다리며》의두주인공블라디미르와에스트라공이오지않는고도를기다리듯베케트는필연적으로올죽음을마주하기위해티에르탕양로원에자발적으로들어간다.인생이라는마지막작품을집필하는작가.그의창작이세시기로나뉘어평가받는다는것을고려할때,그가몸을의탁할마지막장소로티에르탕(제3의시간)을택했다는사실은그의작품세계처럼필연적결말로느껴지기도한다.

저자멜리스베스리는아일랜드와사뮈엘베케트,제임스조이스에관해조사하던중베케트가티에르탕이라는양로원에서삶의마지막시간을보냈다는것을알게된다.끝이오기를,절정이오기를기다린베케트의최후가《고도를기다리며》에등장하는인물들의모습과유사하다는점에매료된베스리는그가파리14구의양로원티에르탕에들어간직후부터생탄병원에서숨지기까지의기간을소설로재구성한다.
소설은1989년7월25일의이야기로시작한다.양로원에함께입소해지내던아내쉬잔이죽은후이다.첫문장이그사실을알려준다.“아내가죽었다.”30여년의결혼생활을함께한,늘곁에딱달라붙어있던아내가더이상곁에없다는사실만으로베케트는추위를느낀다.오늘이무슨요일이던가,날짜가는줄도모른채베케트는창밖을내다보고있다.침대에서바라보는바깥풍경이라고는잎이다떨어진플라타너스한그루뿐이다.그는추위를잊고자마음속에노래한곡을떠올린다.그리고그노래의가사를읊조리다보면떠오르는사람을생각한다.그와마찬가지로아일랜드출신인작가제임스조이스이다.

《티에르탕의베케트》의시간적배경은베케트의마지막해로,베스리는1989년7월25일부터그가사망한같은해12월까지를다시세시기로나눈다.새로운작품을창작할원동력은잃었으나여전히작가인베케트의목소리와그를관찰하고간혹그에게개입하는양로원직원들의‘비-문학적’인기록들이조합된첫번째시간,오롯이베케트가접촉하는외부세계와그의내면으로만이루어진두번째시간,코마상태에빠진베케트의산발적인생각들과주변인들의언급으로만드러나는베케트의육신으로구성된세번째시간이다.유머러스하면서무례하고,한없이형이상학적이다가한없이생리적인주제로넘나드는베케트의정신세계와그의식단,운동,행태를기록하는스텝들의간결한묘사가베케트의내면과외면을동시에보여주듯이어진다.

아일랜드에서태어나반평생이상을프랑스에살았던베케트는주로제2언어인프랑스어로작품을집필했다.실험적극작가이자모더니스트였던베케트는특정한문학적양식을띠게되는것을피하기위해모국어인영어나게일어가아닌프랑스어로글을쓴다고밝힌바있다.그의작품중가장유명하다고할수있을희곡《고도를기다리며》역시프랑스어로쓰이고베케트의손을거쳐영어로번역되었다.베스리의작품속베케트는새작품을쓸에너지는고갈된지오래이나여전히자신의눈에보이는세계,양로원사람들과창밖에서들려오는새소리를머릿속으로묘사한다.프랑스어와영어를혼란스럽게오가며글을쓰는(혹은생각하는)언어적분열증환자이지만,무력한육신에갇힌명석한정신은쉬잔,조이스,루치아,예이츠,더블린,헤이든,위시등과거의사람과장소들을끊임없이되짚는다.

“작별을고합니다,안녕히,안녕히,
순진했던나날에작별을고합니다.”

티에르탕의베케트는언뜻고립된것처럼보이지만사실그는자발적고립자이다.간혹친구와친척이면회를오기도하지만그는대부분의시간을홀로보내고침묵속에서독백하는걸선호한다.양로원스텝들과점잖게대화하더라도속내를이야기하지않는다.그러나생애마지막순간까지,그의머릿속은조이스의《피네간의경야》와춤을추는루치아,예이츠의시구와그야말로생이다할때까지그를돌봐주고떠난쉬잔의목소리로,프랑스어와영어가뒤섞인혼란하고아름다운소음으로차있다.그에게자장가를불러주는게일어,아일랜드의목소리를들으며그의세계는막을내린다.

이소설은곳곳에서베케트에대한오마주가강하게느껴진다.베케트의삶에큰영향을미친사람들,프랑스어와영어를오가는언어적분열,연극의한장면같은구성,그리고자코메티의조각품같은노구의이미지.그요소들로베케트의삶과문학을가식없이펼쳐낸저자의노력덕분에괴팍하고왠지복잡하게느껴지는베케트라는작가의문학이좀더상상가능한모습으로다가오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