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광의 여인, 비비안 마이어

역광의 여인, 비비안 마이어

$14.00
Description
어느 날 우연히 발견된 사진들. 사후 남겨진 사진 작품들로 뒤늦게 세상의 빛을 받은 사진작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자신만의 프레임 안에 담은 예술가. 고독했으나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비비안 마이어. 프랑스 산골 마을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과 그 유산으로 평생의 고단한 삶을 견뎌냈을 그녀의 삶을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퍼즐 조각을 맞추듯 세심하게 그려낸 책이다. 수십 년 동안 사진 작업을 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조차 자기 작품을 생전에 거의 보지 못했던 예술가. 역광 속에서, 굴곡들 속에서 외로이 생을 마친 비비안 마이어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비비안이 찍은 사진 한 컷 없이 오직 텍스트만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독자들은 역광에 선 그녀의 삶을, 그곳에서 그녀가 어떤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는지를, 그리고 그 피사체를 어떻게 사진에 담아내고자 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가엘조스

GaëlleJosse
프랑스의시인이자소설가.2011년오트르망출판사에서첫소설《고요한시간들》을펴냈다.이어서2012년에《조화되지않는우리의삶》,2013년에《눈雪의결혼식》을발표했다.2013년《조화되지않는우리의삶》으로알랭푸르니에상과국립오디오독서상을수상했는데,이책은여러고등학교에서교재로사용되기도했다.《엘리스아일랜드의마지막경비원》(2016)이큰성공을거두었고유럽연합문학상을받았다.2018년에발표한《오랜초조함》으로는제네바도서전관객상,심농상과엑스브라야상을수상했다.

목차

호숫가의벤치 009
근원들의시간 040
목숨을건지다 056
프랑스에서,행복의한조각 068
모든것이무너질때 082
대면,그리고돌아옴 097
뉴욕,견습의시기 108
시카고,다른삶을향해주사위가던져지다 125
붕괴그리고추락의현기증 146
어둠이내리다 162
책을마치기전에… 172
옮긴이의말 186

출판사 서평

보이지않는사진작가,잊힌여인비비안마이어
암울한인생이었으나,이제영광이눈부시게빛나는한예술가의이야기

추운겨울,얼어붙은미시건호숫가,벤치에앉아있는한노파의모습을묘사하는것으로저자는비비안마이어의삶에관한이야기를시작한다.모양새없는외투를걸치고,닳아빠진구두를신고,해진모자를쓴여인.벤치양옆에선헐벗은나무두그루까지….흑백사진이어야만할것같은이장면은실제로비비안이맑은정신으로겨울바람을쐰마지막순간이었던듯하다.
아이들을돌보던보모.자신이찍은사진대부분을실제로보지못한사진작가.뉴욕과시카고의길거리를지칠줄모르고걸어다니던사람,프랑스오트잘프지역푸른골짜기에서보낸행복한유년시절을그리워하던아메리카여자.그냥,사라져,잊힌여인일뻔했던예술가비비안마이어.

그녀의사진들은어느날우연히발견되었다.시카고교외한가구창고에오랫동안잠들어있던사진·필름더미가경매에나왔고,25세의젊은사업가존말루프가그것들을낙찰받고서다.그는사진에문외한이었으나,자기가수중에넣은것이무엇인지알고싶은호기심에그사진을찍은사람에대한정보를캐나가기시작했고,그과정에서베일에가려진한여인의삶이조금씩드러났다.비비안마이어는그얼마전83세의나이로,아무에게도알려지지않은채세상을떠난참이었다.
그때부터존말루프는끈질기게노력한다.전문가들이그녀의작품을무시하거나외면하는것에아랑곳하지않고,비비안마이어의사진들로전시회를열고,그녀에관한자료를정리하고,책을출간하고,다큐멘터리까지제작한다.그녀의비범한시선이,독특한앵글이,섬세한프레임이예술계를강타한다.그녀의삶이일면들이조금씩알려질수록,사람들은더욱더그녀에대해궁금해했다.그녀는어떤사람이었는가.

저자가엘조스는그녀의뿌리인프랑스에서의흔적들을찾아나선다.비비안마이어의모계가프랑스인이었기때문이다.비비안은1926년뉴욕에서태어났으나1932년에어머니의고향인프랑스로가서그곳에서6년을보낸다.그녀의어머니는딸을프랑스에남겨둔채고향을떠나미국에정착한어머니,즉비비안의할머니를찾아미국이라는낯선세계로진입했으나,적응에실패하고다시고향으로돌아간것이다.비비안의어머니마리아에게는미국에서의세월을말소해버리고새롭게시작하고싶은,아메리칸드림이좌절된꿈이었음을인정해야하는,18년만의씁쓸한귀향이었다.
딸만을데리고빈손으로돌아와친지들의도움으로간신히몸뉠곳을찾았으나그곳에서도역시삶을재건하기가쉽지않은마리아와는달리,비비안은대도시뉴욕과다른자연의정취속에서들로숲으로뛰어다니며유년의시간을행복감으로채워나간다.
저자는비비안의사진가적재능에중요한양분이되었을이시절을특히주목하고,그곳에남아있는그녀의흔적을퍼즐조각붙이듯맞춰나간다.그6년후결국다시뉴욕으로,그암울한곳으로되돌아가야했던비비안에게는그때가일생에서가장행복한시간이었으리라.

비비안마이어가언제누구에게서사진을배웠는지는여전히수수께끼로남아있다.어려서그녀를돌봐준주변의몇몇사람중사진일을했던누군가가있긴했으나,그사람으로부터영향을받았다는확실한증거는없다.당시그녀의생활형편으로볼때자력으로카메라를사고,사진을찍으러여기저길돌아다니고,찍는족족인화하고확인하며기술을연마할상황이아니었음도분명하다.
어머니를따라다시돌아온뉴욕에서,가정내불화와폭력속에방치된채성장한비비안은스스로돈을벌어야할상황이되자보모일을직업으로택한다.당시그녀와함께했던사람들의증언에의하면,그녀는한시도몸에서카메라를놓지않았고,일하는틈틈이짬이날때마다사진을찍었다고한다.현실이라는한계를넘어자신이이해하는대로자신의삶을만들어가려는의지가그만큼강했던걸까.의지할데하나없는불우하고고독한삶이었음은더말할필요가없겠으나,그녀내면의힘은무엇에도속박되지않았으며뜨겁고열정적이었음이느껴지는대목이다.

“그녀는걸었다.멈췄다.프레이밍.직관적으로,완벽하게.찰칵.그녀의인생에서는다른것이그녀와대적했다.사람들의인정말이다.그러나비애도동정도없었다.선의도관음증도없었다.창작의절박함뿐이었다.사람을살아있게만드는그놀라운긴장감.얼핏보고파악하는어떤것.현실을직시하던,그리고갑자기멈춘시선.”_181p

그녀는돌보는아이들을,주변사람들을,거리에서만나는무수한사람들을자신만의시선과감성으로바라보고그순간을포착해프레임안에담았다.위대한사진가들의재능에버금가는재능으로거리사진을찍는데자신의시간을,자신의인생을모두바쳤다.매일찍고평생끌고다닌무수한필름들은이제찬란하게제모습을드러냈으나,그녀는자신의예술적작업에대한전세계적열광을누리지못하고그녀의자리,그역광속에서사라져버렸다.

비비안은도대체왜,그여유없는상황에서도자신의모든것을오로지사진작업에쏟아부었을까?그녀가50여년동안거주했던시카고에는스튜디오도많았을텐데,왜한번도자신의작업물을전문가들에게보내지않았을까?자신의재능을감지하고있었으면서왜작은인정이라도추구하지않았을까?그녀의삶은상처,결별,가족의고통스러운비밀들그리고심연처럼깊은고독뿐이었을텐데,그녀의작품에담긴그공감,유머는어디서온것일까?

“한인생의심연위로몸을기울이는것은,역광속에서,굴곡들속에서,가능성들속에서,말줄임표속에서한운명을해독하려하는것은현기증나는시도다.그것은강물에체를던지는것,깨진파편을,녹슨못을그리고금을함유한돌멩이를수면위로가져오는것이다.그것은이모든수확물을해독하는것이다.시대의떠들썩한소음들을넘어잃어버린목소리에귀기울이는것이고거기서메아리를들으려고시도하는것이다.”_170p

끊임없이질문하게만드는마이어미스터리는요즘시대의우리로서는참으로상상하기쉽지않지만,비비안마이어의목소리에귀기울이고하나의단서라도더찾아그말을해독하려고애쓴저자의시도덕택에,이제우리가비비안의메아리를듣는다.역광의여인비비안마이어,어쩌면그녀도자신의삶은수수께끼로남고자신의전부였던사진들이제대로빛나기를원하지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