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와 함께하는 여름

랭보와 함께하는 여름

$17.00
Description
아르튀르 랭보. 열 살에 시를 쓰기 시작해서 열여섯 살에 〈취한 배〉로 선배 문인들에게 자신을 드러낸 후 3년간 쏟아낸 시로 할 말을 다 해버린 시인. 이후 절필하고는 먼 곳을 떠돌다가 아프리카에 정착하여 문학적 재능을 봉인해버린 이 비범한 시인의 삶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작가이자 모험가인 저자 실뱅 테송이 우리에게 제안한다. 그를 만나고 싶다면 아덴 행 비행기 표를 사는 것보다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을 펼쳐보라고.
아나키스트·부랑배·펑크 랭보·천재 또는 야만인·아방가르드 예술가…등 수많은 호칭으로 불리지만, 무엇보다 ‘시인’으로 충분한 랭보. 유능한 안내자 실뱅 테송을 따라 랭보의 길을 걸으며 그의 삶과 시를 만나보는, 명징하고 유머러스한 에세이이다.
저자

실뱅테송

SylvainTesson
작가·여행가.일찍부터극한조건의여행과탐험을일삼았고두발로세상을살며다수의책을출간했다.《노숙인생Unevieàcoucherdehors》으로2009년공쿠르상(중편소설부문)과아카데미프랑세즈상을수상했고,《시베리아숲속에서DanslesforêtsdeSibérie》로2011년메디치상(에세이부문)을수상했으며,《눈표범LaPanthèredesneiges》으로2019년르노도상을수상했다.그의여러책이대중의사랑을받았는데,특히《호메로스와함께하는여름》은2018년프랑스에서가장많이팔린에세이이자전분야의베스트셀러6위에자리매김했고,《눈표범》은2019년베스트셀러1위를기록했다.

목차

방위와굽이09

새벽의노래
도화선처럼21
배-어머니30
가족은하나의체제다34
조숙한괴물39
그러나무엇이있었다…43
내면의목소리들51
아방가르드보다앞에서57
랭보의재활용63
정치적재활용69
함의含意타도!80

말의노래
파우스트가되다85
임무완수90
현실에충성하다96
신비와아편100
상상의미술관106
견자와부랑자116
타자의규율121
배경의지옥130
일뤼미나시옹137
아에이오우,아야!145
장난151
황금과진창159
자기훼손167
복구172

길의노래
걷기와꿈181
어린시절의길들187
아르튀르의걷기191
죽음을향한걸음196
죽도록,권태199
말과움직임204
왜침묵했을까?208
달아날것,저아래로달아날것!215
우리와먼,아프리카에서219
고통의암225
숙명주의는휴머니즘이다230
포기의지리233
살아야겠다237

옮긴이의말241

출판사 서평

아르튀르랭보의길을만나는시간.

“하지만랭보,그대는어디로가고싶은지알았는가?”

매년여름프랑스의라디오방송국〈프랑스앵테르〉에서몽테뉴·보들레르·빅토르위고·호메로스·파스칼등,위대한작가들의명저에관한이야기를나누고그내용을책으로펴낸이“함께하는여름”시리즈는지금까지프랑스에서만85만부가판매되고전세계75개언어로번역되었으며,현재프랑스고등학교의문학교재로쓰이고있다고한다.이제는연례행사가되어,해마다많은독자가위대한저자들을먼저라디오방송으로,뒤이어책으로만나기를고대하는이시리즈를국내에서는뮤진트리가매년여름소개하고있다.

2020년에방송되고2021년에책으로나온이랭보편의저자는모험가이자작가인실뱅테송이다.걷고또걸으며바라본풍경속에서생각을다듬고시를쓴방랑자랭보를,극한조건의여행과탐험을즐기는작가테송이깊은이해와빛나는사유로이야기한다.이책에대해프랑스아마존에독자들이남긴수백건의서평이증명하듯,테송은우리에게랭보를안내하기에더없이적합한사람이다.테송의문장은강렬하면서도아름다워서,이책에서도37개의주제로쓴에피소드하나하나가읽는이의마음에바람을불어넣는다.

역시나,테송은랭보를이야기하기에앞서시인랭보가늘걸었던길을따라걷는다.프랑스와벨기에국경에위치한뫼즈강을따라,랭보가쏘다녔던들판과그가바라본풍경속에스며들면서,이곳을거닐며시를썼던어린랭보를만난다.첫시를썼던열살의랭보,매일라틴어로수많은시를써댔던학생랭보,자신의시를파리의베를렌에게보냈던랭보.좁기만한고향을떠나브뤼셀·런던·파리·자바·아프리카를떠돌며도화선같은삶을살고,시집두권과떠들썩한침묵을남기고는급기야다리하나를잃고서른일곱에죽은시인의삶을돌아보기에그만한곳이없었으리라.

“왕이되고싶었으나제운명의하인이된인간,랭보.”
아르튀르랭보는어떤사람인가.랭보는1854년10월20일프랑스북동부샤를빌-메지에르에서태어났다.벨기에와의접경지역으로산과계곡에인접한곳이다.아버지는늘부재했고강인한어머니슬하에서자란그는학교에서온갖상을휩쓸며일찍부터남다른두각을나타낸다.
아르튀르는열살에글을쓰기시작한다.어린학생아르튀르는자신이내면에품은것이무엇이고,자신이누구이며무엇을바라는지안다.그는시인이될거라는걸안다.그는첫시들을파리에있는몇몇문인들에게보낸다.랭보는우리가한세기반이지난지금도암송하는시들을열다섯살에쓴다.열여섯살에는시인베를렌의초청으로파리에가문인들앞에서〈취한배〉를읽는다.좌중은그가천재임을간파한다.그로부터3년동안그는오늘날우리에게전해진시들을불꽃처럼쏘아올린다.
랭보는베를렌과의열정적인사랑으로끝없는추문과스캔들을일으키며파리로,런던으로,브뤼셀로유랑한다.1873년19세에베를렌을떠난후《지옥에서보낸한철》을출간하지만,아무도알아주지않는다.1875년그는마지막으로베를렌을만나《일뤼미나시옹》원고를맡기고는절필하고침묵한다.그는열다섯살에서열아홉살사이에모든걸말했는데,아무도듣지않았다.
이후그의삶은아시아로아프리카로아라비아로이어진다.태양과모래와권태속에서그가무엇을하고사는지는몇몇편지에서단편적으로전해질뿐이다.그렇게15년의침묵또는모호한삶끝에그는뼛속깊이에병을담고프랑스로돌아온다.깨끗한병원에서죽음을맞이할시간만겨우남긴채.

“랭보는한시대의이야기다.”
저자테송은시인랭보의불가사의는불멸의영예와과작에있다고말한다.어떻게그토록적은작품이아방가르드의세상의기폭제가되었을까.오늘날우리가아는랭보의시들,《지옥에서보낸한철》과《일뤼미나시옹》에수록된시들모두는랭보가나이열다섯에서열아홉사이에쓴것이다.“나는타자다.사랑은재발명되어야한다.아브라카다브라스러운.진짜삶은부재중이다.사랑을창문너머로”같은,지금까지도즐겨쓰이는이상투어들도랭보가쓴표현들이라니,150년이라는세월의간격이무색할정도다.
당대수많은사람이그의시에담긴비밀을풀고자애쓰고,그의시에주석을달고,시대의온갖사조를달아그를소환했으나,정작본인은그모든것을보지도듣지도못한천재.이토록강렬하고이토록공허한삶이또있을까.

열여섯살에선배시인에게보내는편지에“저는아직제가가진게무엇인지알지못하지만…그것이분출하려합니다…”라고말한이천재는분출하려하는그‘무엇’을《지옥에서보낸한철》과《일뤼미나시옹》에쏟아낸후,다시는시인의삶을되돌리지않는다.할말을다했다고생각한것일까.이제랭보는먼곳을떠돌고,아프리카의태양아래에서완전한유랑생활에자신을내맡긴다.“무기무역상랭보,돛단배의바람에실려가는랭보,눈물과태양의랭보가아르덴지방의음유시인랭보,베를렌의야수같은밤의연인이자석탄처럼캄캄한하늘에뜬시의혜성랭보뒤를잇는다.”
아프리카로의이주가먹고살기위해애쓴것인지속죄의수단이었는지알수없는이벼락같은시인의삶을돌아보며테송은말한다.그를만나고싶다면아덴행비행기표를사는것보다《지옥에서보낸한철》을펼쳐보라고.우리는그의일탈에열중할것이아니라그의계절이피운꽃을읽어야한다고.랭보의진실과가치는그의시속에있지그의시대의모순속에있는것이아니라고.

“나는여전히같은곳에있어요.하지만떠날생각입니다.”
랭보의시는길의노래다.말을타거나아니면걸어서이동하던시대에살았기때문이기도했지만,랭보는걷기를주저하지않았다.몇번의가출을감행할때도,일자리를찾아국경을넘어벨기에까지갈때도그는걸어서이동했고,이후아프리카에정착해서도그는길위의삶을살았다.
시인랭보에게길위에서보낸계절이없었다면그의시들이그만큼풍부했을까.삶은사막이고,권태는고통이며,걷기는유일한치유법이었던랭보.하지만시인이즐겨했던걷기는방랑벽으로이어지고,그가도주하다시피선택한아프리카에서의길은그를지치게하고때이른죽음의원천이된다.지옥에서보낸계절일망정지독한권태는못견디던그는먼아프리카에서어머니에게다음과같은편지를쓴다.“더구나제게불가능한것이하나있는데,바로눌러앉는삶입니다.”

고향마을에서의산책으로시작한그의삶은아라비아의자갈길위를걷는행보로끝이난다.그는왜그리먼곳으로떠나려고만했을까.거울에비친자신의모습을,자신의의식을마주치지않고싶어서였을까.평생연금생활자로살겠다는꿈조차펴보지못한채서른일곱에급작스러운죽음을맞이한랭보의삶은살아서도죽어서도여전히수많은해석을남기고있다.
이제“언어를바꾸는것,세상을다시말하는것”이목표였던랭보를,테송의랭보를만나러갈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