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주

세르주

$16.00
Description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내 정체성의 일부임을 부정할 수 없는, 깨지고 상한 형제애의 세밀한 질감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 지적이고 활기찬 소설이다. 이 시대 세계적인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야스미나 레자는 “남자와 여자가 만들어내는 삶의 변주”에 대한 절대적인 귀를 가진 작가이다. 어느 작품에서나 그녀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그들이 함께한 삶의 변주를 다채롭게 재현한다. 2021년에 발표한 이 소설 《세르주》에서도 레자는 트라우마, 복잡한 가족 관계, 중년의 위기를 우울하지만 눈물 어린 재미를 더해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의 헝가리인 선조들이 돌아가신 곳을 우리 시대의 회한을 안고 찾아간다는 것”이 목적이었던 여행은 “가족다운 가족”으로의 회귀는 불가능함을 깨닫는 것으로 끝이 나는 듯했으나, 레자는 그 흔한 드라마를 멋지게 마무리해냈다. 서로를 참을 수 없고 그러면서도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형제간의 통렬한 대화가 빛나는 작품이다.
저자

야스미나레자

[아트][대학살의신]등의희곡으로세계적으로인정받은프랑스의극작가이자소설가이다.유대계이란인엔지니어아버지와유대계헝가리인바이올리니스트어머니사이에서1959년태어났다.파리10대학에서사회학을,자크라꼭JacquesLacoq드라마스쿨에서연극을공부했다.

1987년에발표한희곡[장례식후의대화]로몰리에르상,로렌스올리비에상,토니상을받았다.1994년에발표한희곡[아트]로몰리에르최고작가상을수상했고,이후이작품은30개이상의언어로번역되어세계곳곳에서공연되었다.1996~1997년런던공연으로로렌스올리비에상과이브닝스탠더드상을,1998년에는뉴욕에서토니상을받았다.2006년에발표한희곡[대학살의신]은비엔나의연극상네스트로이상과독일어공연부문최우수상을수상했다.[대학살의신]은영화로도각색되어야스미나레자는프랑스세자르최우수극본상을받기도했다.

그녀가쓴소설로는《행복해서행복한사람들》《비탄》《아담하버베르크》《아르투어쇼펜하우어의썰매안에서》《어디에도없는곳》《새벽저녁혹은밤》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이시대최고의극작가이자소설가인야스미나레자의신작소설
“기억과기억의문화로부터우리가끌어올려야할것들”

할머니의묘지에서손자가읊조린다.“마구잡이로설치한가건물같은우리가족,그걸지탱하고있었던건할머니당신이셨어요.”
이작품은육십대인세남매가함께떠난여행을계기로해묵은갈등이폭발하고그것을해결해가는과정에서가족으로서의정체성을확인해가는소설이다.세계적인극작가이자소설가인야스미나레자의소설답게세남매가서로를향해쏟아붓는대사들은거침이없고,그속에함축된사유는깊다.
<아트><대학살의신>등의희곡으로20대부터몰리에르상·로렌스올리비에상·토니상·세자르상등을석권한최고의극작가답게,야스미나레자는이소설에서세남매의이야기를통해삶이라는블랙코미디를한편의연극처럼펼쳐보인다.이작품《세르주》는뮤진트리가다섯권째로국내에출간하는레자의작품들중가장최근작이다.

어머니가돌아가신후,육십대인세남매는함께여행을떠난다.목적지는유대인의순례지아우슈비츠이다.이소설에서그장소는매우중요하기도하고,한편으로는굳이특별하지않을수도있다.유대인인그들은자신들의기원을찾아보고자그곳으로의여행을계획했지만사실그기원에대한동질감은없기때문이다.그래서그들의뜬금없이겸허한여행은역사가만들어낸공포의기억을되새기기보다그들,세남매의해묵은갈등이폭발하는장이되어버린다.

이책의제목이자주인공인세르주는이들포퍼가의장남이다.겉으로는강한아버지의그늘에서난데없는폭력을무던히견뎌내는척하지만내면의상처는늘탈출의욕망과허세로표출된다.작은악당노릇을하며‘역마살’이낀그는평생탈출구를찾고자했으나변변한성공을얻지는못했다.그런탓인지,육십대성인남자답지않게징크스에민감하고미신에집착하며매사에부정확하다.
이소설의화자이자둘째인장은그런형이답답하면서도안쓰럽고,그래서늘자신이챙겨야한다는부담감을안고산다.어려서부터형을졸졸따라다닌터라형에대해서는누구보다잘알지만,일찍부터집밖으로떠돈형탓에무색무취의삶을제몫으로취한면도있다.그는가족이라는울타리를누구보다중요하게생각하지만정작본인은가정을꾸릴의지가없다.대신제각각인가족내에서영원한완충장치를자처한다.
세남매의막내인여동생나나는부모님의사랑스러운딸이고한때는두오빠의히든카드였으나빈털터리인스페인좌파청년과결혼하면서부터포퍼가와는삶의지향점이완전히달라졌다.오빠들은그런여동생이아깝고못마땅하고그래서도동생을그렇게만든제부를한톨만큼도인정하고싶지않다.

어머니가살아계신동안은의무로라도매주모여가족애를상기했지만,이제세남매는가족답게소통한지꽤오래됐다.그래도누군가가바람을잡은덕에모처럼함께아우슈비츠로여행을떠났으나,이제그들은역사를보는시각도좋아하는것도너무다르다.뭔가를공유하는가족이었던가싶고,수용소의정적만큼이나서로를향한마음은황량할뿐이다.저마다의시뮬라르크속을헤매는세사람.“우리는같은길을뱅뱅돌았다.쥐새끼한마리보이지않았다.세르주는차가흔들리면흔들리는대로무감각하게몸을맡기고있었고,나나는차창에코를갖다대고풍경만바라보고있었다”가그특별한여행지에서의그들의모습이다.

관찰과풍자사이의단단한균형
야스미나레자는“남자와여자가만들어내는삶의변주”에대한절대적인귀를가진작가이다.어느작품에서나그녀는독특한캐릭터를만들어서그들이함께한삶의변주를다채롭게재현한다.이시대최고의극작가답게그녀의대사에는독보적인음조가있다.세심한관찰과정확한풍자는그녀의특기다.이소설에서도레자는트라우마,복잡한가족관계,중년의위기를우울하지만눈물어린재미를더해깊은공감을자아낸다.“우리의헝가리인선조들이돌아가신곳을우리시대의회한을안고찾아간다는것”이목적이었던여행은“가족다운가족”으로의회귀는불가능함을깨닫는것으로끝이나는듯했으나,레자는그흔한드라마를멋지게마무리해냈다.혈연으로연결된삶의또다른기억을촉발하는순례의이야기로.그런맥락에서언뜻극단적인설정으로느껴질법한아우슈비츠라는장소는최적의배경이다.

“우리는아무데로도가지않는길을걷는다.우리는폐허를,추악하고짓눌린폐허를봄내음속에서볼것이다.”_162p

이소설에서도레자는독자를웃게하다가동시에마음아프게만드는재주를어김없이발휘한다.세르주가쏟아내는대사에는미워할수없는인간성과수많은아이러니가있다.나나의대사에서는도발적이면서도공허한속내가느껴지고,남얘기하듯던지는장의대사는차분함과우울함이동시에배어나묘한여운을준다.주인공들은서로를자극하고싸우고원망하지만,레자는그들을하나로묶는사랑의흔적과공유된기억을소설의곳곳에서섬세하게상기시킨다.모두가삶의무의미함과우울함,노년의쇠퇴,끊임없이기억을빼앗아가는시간의위협에나약한존재들이기때문이다.

서로를참을수없고그러면서도죄책감에괴로워하는형제간의통렬한대화,긴장에도불구하고곳곳에서빛을발하는신랄한유머는이소설의강점이다.또한,삶의장애물들을다루는관점은우울함속에서도활기를놓치지않게한다.나치의역사,불행의흔적을관광하는여행패턴,추모의문화를어떻게다뤄야하는지에대한논평은포퍼일가의역사에우아하게녹아들어독자의사유를자극한다.어떤역사적사실의옳고그름보다,그사실에서우리가간과해서는안될관점이무엇이냐가더중요하다는것.아무리불편하더라도정확한관점을유지하는것이중요하다는것을다시한번생각하게하는소설이다.그런면에서,레자는역시레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