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라스의 그곳들 : 작가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 떠난 길

뒤라스의 그곳들 : 작가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 떠난 길

$13.00
Description
“이 집, 이 정원에 대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말할 수 있어요. 모든 걸 알지요. 옛 문들의 자리를 알고, 연못의 담장도 알고, 모든 식물을, 모든 식물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알아요. 심지어 야생 식물들이 자라던 자리까지 압니다. 전부요.”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며 영화감독인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자신의 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곳에 있을 때마다 영화를 찍고 싶어진다는 집. 어떻게 하면 한 장소가 그런 힘을 가질 수 있을까.
뒤라스가 오랜 절친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미셸 포르트와 나눈 대담 형식의 이 책은 1976년에 프랑스 텔레비전 채널에서 방영한 2부작 프로그램 〈뒤라스와 장소들〉을 위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작가가 스스로 말하는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보여준다. 뮤진트리에서 출간한 “작가의 삶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 떠난 길”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조지 오웰·사무엘 베케트·밀란 쿤데라에 이어 또 한 명의 걸출한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삶의 흔적들을 소개한다.

저자

마르그리트뒤라스,미셸포르트

본명마르그리트도나디외MargueriteDonnadieu.1914년,당시프랑스식민지였던인도차이나의도시지아딘에서태어났다.1921년아버지가돌아가신후,프랑스어교사인어머니의인사이동에따라두오빠와함께동남아시아곳곳으로이사를다니며어린시절을보냈다.1932년프랑스로귀국해소르본대학에서수학,정치학과법학을공부하고1943년첫소설『철면피들』을출간하면서본격적인작품...

출판사 서평

“나의장소,내고통과사랑의장소”
마르그리트뒤라스가이야기를품고느끼고체험한그곳들.

1984년에출간되자마자세상을발칵뒤집어놓고그해공쿠르상까지받은소설《연인》의작가마르그리트뒤라스.그녀는프랑스령인도차이나에서태어나17세까지그곳에서살았다.이후프랑스로돌아가수학·법학·정치경제학을공부했고,1943년에첫소설을발표하며본격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특별했던성장환경을배경으로한작품들로큰성공을거둔그녀는영화로도영역을넓혀,자신의소설들을직접영화화했고소설속주인공들을변주한여러작품을연출했다.그녀에게있어책과영화는매우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다.소설이그대로영화화되거나,소설일부가다른소설의소재가되고이어또영화로되었으니까.즉영화<롤베스타인의환희>의일부로책《사랑》을썼고,《사랑》을영화로만든게<갠지스강의여인>이듯이.

이인터뷰집을구상한장본인이자다큐멘터리감독인작가미셸포르트는뒤라스의소설텍스트와그녀의사진들을대위법처럼구상하고,매우구체적인질문으로인터뷰를진행한다.마르그리트뒤라스의다양한장소들,노플의집,공원,숲,트루빌의호텔,바다,모래와물의고장등,작가의소설과희곡과영화들에부단히등장하는뒤라스의장소들을제시하는것이다.영화를촬영하기위해집을선택하는것이아니라집이먼저였다는작가가그곳에서이야기를품고느끼고체험한장소들이다.
뒤라스의집에서촬영된첫번째인터뷰에서뒤라스는자신의영화에서장소가차지하는중요성에대해돌아본다.

여자들만이깃들수있는그집
뒤라스의영화대부분은외부와단절된집안에서진행된다.자신의이름으로처음갖게된노플르샤토에있는집이다.머릿속을항상차지하고있었던그집에한편의이야기가찾아왔고,집자체가이미영화였던곳.“이집엔롤베스타인,안마리스트레테르,이자벨그랑제,나탈리그랑제가살았고,그외온갖여성들이살았습니다.그래서인지이따금이곳에들어설때면여자들로북적이는느낌이들어요.”
그집은뒤라스의책에등장하는모든여자가살았던곳이고,뒤라스는그집을여자들만의장소로두고싶어했다.그곳에서미셸포르트와첫번째인터뷰를진행하며그녀는집과여자들에관한여러생각을피력한다.여자만이느끼는집에대한감정,원천적으로몸이생명을품게되는여자의삶,어머니를기억하며생각하는모성의모델,세상이변해도달라지지않는집과여자의관계에대해.그리고누구나안도감을찾아서오는집에도가족에대한혐오와도피욕구가새겨져있다는사실에대해.

온전한자유를경험한곳,유년의땅
두번째인터뷰는가족앨범으로시작한다.그녀가태어나고자란인도차이나,부모님과오빠들,프랑스인이라기보다베트남인처럼살았던어린시절,그리고그녀의어머니를불행하게만든땅에관한이야기가펼쳐진다.공무원이었던아버지의부임지를따라여러곳으로옮겨다니며살았고,아버지가돌아가신후어머니가전재산을털어산땅이형편없는불모지임이드러나남은가족의삶이나락으로떨어졌던곳.하지만,그곳에서뒤라스와형제들은더없는자유를누렸다.
“너무나절망에사로잡힌어머니는정말끔찍한삶을살았어요.어머니가그렇게절망에붙들려있으니우리는완전히자유로웠지요.(…).그래서우리는달아나서온종일밖에서지냈죠.보시다시피프랑스인이라기보다는베트남인들이었죠.”
그특별한경험과강력한기억은이후뒤라스의여러작품에중요한모티프로등장한다.

글과영화의배경이된곳,바다
뒤라스에게바다는낭만의장소가아니다.어린시절의바다이기도한그바다는사랑이비워진곳이고죽음이어른거리는불안의장소다.
“내책들속에서내가언제나바닷가에있었다는걸조금전에떠올렸어요.나는아주어려서바다와관계
를맺었지요.(…).나는바다가정말무서웠어요.내가세상에서가장겁내는것이바다예요….나의악몽들,나의무서운꿈들은언제나조수와,물의범람과연관되어있어요.”
온전히글로쓰인곳,빼곡히채워졌으나오히려텅빈,언어를초월해야만읽을수있는것같은바다.그런면에서독자는이책에실린바다이미지들을삽화가아니라텍스트와이어진끈으로보고읽어야한다.

미셸포르트는노플르샤토에위치한작가의집을촬영한사진들과더불어뒤라스가그곳에서촬영한자신의영화<나탈리그랑제>에대해얘기하도록부추기고,뒤라스는집과연관된칩거에대한모든생각을표현한다.두사람의대담은장소들이얼마나기억을품고있으며,어떻게《태평양을막는제방》의땅인도차이나에서보낸어린시절을다시살게하는지고스란히드러낸다.그곳에서작가는《갠지스강의여인》을쓰고촬영했다.그러니,이대담에서말은단지증언이아니라글로실행으로연결된다.

인터뷰는다채롭고,책에실린마흔한컷의사진들은작가의사생활을공유한다.열정적이고자신을정확하게표현하는이뛰어난여성의삶의흔적을따라가는것은매우흥미진진하다.방치된장소의한방구석에서,인적없는길에서아이디어를끌어올리는걸좋아했던뒤라스.어린시절의땅,물,모래,수평선의빛을무한대로바꾸는기억들을다시금발견하는뒤라스.
타계한지여러해가지난지금도뒤라스는여전히그장소에스며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