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꽃향기 : 베네치아 푼타 델라 도가냐 미술관과 함께한 침묵의 고백

한밤중의 꽃향기 : 베네치아 푼타 델라 도가냐 미술관과 함께한 침묵의 고백

$14.00
Description
뮤진트리에서 펴낸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2016년에 발표한 두 번째 소설 《달콤한 노래》로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는 베네치아 푼타 델라 도가냐 미술관에서 홀로 하룻밤을 머물러보라는 제안을 수락한다. 집을 떠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산만함보다 고독을 선호하고, 현대미술에 대해 문외한인 그녀가 옛 세관 건물을 개조한 미술관에 갇혀 밤을 보내야 하는 시간을 기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묘한 예술작품들과 함께 밤으로 빠져들면서 레일라 슬리마니는 예기치 않게 아버지를 떠올리고, 자신, 감금에 대한 환상,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실에서는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을, 조용하면서도 이야기꾼인 도시 베네치아처럼.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깊고 투명한 사유가 빛나는 작품이다.

저자

레일라슬리마니

1981년모로코라바트출생.1999년프랑스로이주해파리정치대학을졸업했다.잠시배우의삶을꿈꾸다가2008년부터시사주간지[젊은아프리카]에서기자로활동했다.2014년여성의성적욕망을적나라하게다룬첫소설『오크의정원에서』를발표해큰화제를불러일으켰다.2016년에두번째소설『달콤한노래』를출간한후평단의극찬을받으며공쿠르상을수상했다.이책은수상전부터독자들의...

출판사 서평

작가레일라슬리마니가
베네치아푼타델라도가냐미술관에서하룻밤을보내며떠올린,말하지못한것들

“글을쓴다는것은곧침묵을가지고노는것이며,실생활에서는말할수없는비밀들을우회적으로말하는것이다.”

뮤진트리에서출간하는‘미술관에서의하룻밤’시리즈의다섯번째작품이다.
‘미술관에서의하룻밤’시리즈는프랑스스톡출판사의기획작으로,작가가아무도없는미술관에서하룻밤을머물며떠오르는사유를글로풀어내는프로젝트이다.이번프로젝트의두주인공은모로코-프랑스의작가레일라슬리마니와베네치아의푼타델라도가냐미술관이다.

모로코에서태어나프랑스파리로이주해활동하는작가레일라슬리마니는베니스의푼타델라도가냐미술관에서하룻밤을지내보지않겠느냐는편집자의제안을받아들인다.글쓰기에집중하기위해서는지인들과의약속뿐만아니라아예전화마저차단해야할처지인데도그런제안을덥석받아들인이유는,‘갇힌다’는것이주는뿌리칠수없는유혹때문이었다.“나도나갈수없고다른사람도들어올수없는장소에혼자만있는것.의심의여지없이이것은소설가의환상”이기에.

작가는베네치아에도착한후인파로북적이는거리를아무말없이돌아다닌다.사진을찍거나글감을생각하지도않는다.그녀는이오래된도시에서의산책을순전히내적인체험으로만들고싶다.안전을위해서라도온통환하게밝히고사는세상과는딴판인,베네치아의어두운골목길들을걸어미술관에당도했다.앞으로몇시간동안작가는과거와현재가어우러진이거대한건물에서오로지전시된작품들만대면하며고독한밤을보낼것이다.그곳에서는때마침서른여섯명의작가가참여한‘장소와기호’라는전시가열리고있다.

푼타델라도가냐미술관은베네치아의명물이다.17세기에건립되어당대최고의도시베네치아로들어오는모든선박의물품들에관세를징수하는세관으로쓰였던건물을20세기에개축했다.2007년,베네치아시는약30년간방치되어있던이건물을재건축하기로결정했고,기존건물의높이나넓이를절대로변경하지말것과대리석외벽을그대로유지할것,등의까다로운조건들을내걸고재건축작업을공개입찰에부쳤다.자하하디드를내세운구겐하임재단과안도다다오를앞세운피노재단이치열한각축을벌였고,세관건물은전통을살리고자한안도다다오의세심한감각으로재탄생해다양한현대미술을선보이는멋진미술관이되었다.

“글을쓴다는것은혼자가된다는것이다.”

아랍문화속에서성장한레일라슬리마니에게미술관은서양문화의발산물,그녀가아직이해하지못한코드를가진엘리트주의공간으로남아있다.미술에,특히현대미술에대해서는더더욱아는바가없는작가는오늘밤이특별한미술관에서무엇을느껴야할지조금혼란스럽다.그러나그런걱정은기우였다는듯,이밤의특별한상황은레일라슬리마니에게작가라는직업에대한성찰과자서전적성찰을촉발하고,평소잘생각하지않는아버지오스만슬리마니를떠올리게한다.그녀의아버지는모로코에서정치금융스캔들에휘말려투옥되어가족에게깊은트라우마를드리웠고,석방후에무죄로판명되었으나그로인해때이른죽음을맞이한분이다.

이제예술작품들과함께베네치아의미묘한밤으로빠져드는작가는자기자신,감금에대한환상,정체성,동양과서양사이에서의인식을정면으로바라본다.고독을선호하는,내성적인작가가모로코에서보낸자신의어린시절과아버지에관한못다한이야기를,창작자로서의삶과글씨기의절박함을털어놓기에이보다더좋은곳은없을듯하다.

텅빈미술관에서슬리마니는예술과문학사이의다리를만들고,맨발로걸어다니며명쾌하고시적인상념을꿈같은분위기로전달한다.특히작가로서의삶에대해많은이야기를한다.과거로돌아가는것을좋아하지않는그녀가오늘밤,특별한도시에있는이미술관에자발적으로감금되어,오래전소설가가되기로작정한이유를고백한다.“아버지가세상을떠나고나자나는열심히글을쓰기시작했다.(…)나는이해받지못하는사람들에관해썼으며,그들의영혼속으로최대한깊이헤엄쳐내려갔다.나는내내면의목소리와음악,내머릿속을통과하는단어들에주의를기울이면서내안에서사는법을배웠다.나는현실을부정하기위해서,그리고모욕당한사람들을구해내고싶어서글을썼다.”_118p

80년대까지만해도라바트에는미술관이아예없었고연극을볼기회도극히적어서그저책속으로만빠져들었던어린시절의단편들,여성들은자유롭게이동조차하지못했던사회에서‘착한소녀’가되고싶지않아밤이면남몰래집을빠져나가외부를정복하고자했던욕구,파리로이주한후아랍과서양의중간에서양쪽으로부터이방인취급을받으며살아가는긴장감,그리고자신을작가의길로들어서게했던아버지에관한기억들이그녀의내면에서솟아오른다.동시에,라바트의집마당에가득퍼지던강렬한꽃향기가한밤중의미술관으로스며든다.

“글을쓴다는것은곧자기자신과세계를창조하는자유를발견하는일이다.”

짧지만꽉찬이책에서슬리마니는오랫동안다져온문학에대한깊은성찰을펼쳐낸다.그녀의예술적감수성은매번문학적으로확장되고,그녀의감각은그녀를삶의본령인글쓰기로되돌려놓는다.지극히고독한직업이면서도헤아릴수없는자유의공간인글쓰기는레일라슬리마니에게본능적인것이다.

그녀는때때로고통스러운명료함으로자신의존재깊숙한곳에서무엇이자신을문학에그토록집착시키는지를탐구한다.슬리마니에게글쓰기는거의금욕적인탐구이자,삶과세상에서스며나오는아로마의본질을파악하려는느린디캔팅같다.그녀의독서목록은그런요점을자연스럽게보여주고,그녀는우리에게감성과그깊이가놀라운인상적인텍스트를전달한다.
이른아침작가는짧지만꿈같았던잠에서깨어꿈에서처럼미술관을떠나고,그날밤은꽃향기외에는아무것도남지않는다.덕택에우리는이책을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