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기원 : 시리 허스트베트 에세이

어머니의 기원 : 시리 허스트베트 에세이

$23.00
Description
소설가이자 인문학자인 시리 허스트베트가 가족과 문학의 안과 밖에서 ‘어머니’의 기원을 짚어보며, 사회·문화적으로 가부장제에 가려진 어머니에 관한 허구와 진실을 치열하고 짜릿하게 들춰낸 책이다.
“나, 시리 허스트베트를 좋아하네. 〈어머니의 기원〉을 읽으면 그렇게 된다. 미술에 대해, 사랑에 대해, 무엇보다 사람에 대해 쉼없이 글을 써 온 허스트베트가 모성에 관해 쓴 이번 책을 아껴 읽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머니의 삶과 죽음을 나의 삶과 죽음과 나란히 놓아보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없는 그리움이라는 감정 앞에서 나의 언어를 찾아보려고 애써본 사람이라면, 허스트베트의 가족 이야기로부터 기이할 정도의 친숙함을 경험할 것이다.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떠나간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은 절박함과 때가 늦기 전에 나의 시간을 그에 엮어보고 싶은 애틋함. 문학적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을 언급하는 순간의 날 선 애정. ‘뇌 문신’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한 창작자 남편을 둔 여성 창작자들의 속을 긁어내린다.” _ 이다혜 작가

이 책에 실린 각각의 에세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판이지만 한 권의 책으로 재배치됨으로써 또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박한 지식과 정교한 언어로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것들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허스트베트의 다른 저작들을 더 찾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저자

시리허스트베트

SiriHustvedt
인문학자이자소설가로,1955년미국미네소타주노스필드의노르웨이계미국인가정에서태어났다.미네소타주의세인트올라프대학을졸업한후뉴욕컬럼비아대학대학원에서영문학을공부했고,찰스디킨스에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
시인으로문단에데뷔하여1983년에시집《ReadingtoYou》를출간했고,1992년에발표한첫소설《당신을믿고추락하던밤TheBlindfold》은‘올해의미국단편’에2년연속선정되었다.이후발표한여러작품가운데《내가사랑했던것WhatILoved》은평단의찬사속에국제적인베스트셀러가되었고,《불타는세계TheBlazingWorld》는맨부커상후보에올랐다.
또한,워싱턴내셔널갤러리에서열린요하네스페르메이르특별전측의요청으로기고한〈진주목걸이를한여인〉에대한소논문한편으로미술평단에엄청난화제를몰고전격입성한후,독창적인미술에세이《사각형의신비MysteriesoftheRectangle》를출간했다.
어린시절부터겪어온편두통을계기로신경학·정신의학·정신분석학·철학등을깊이연구하여의학과철학분야에서도다양한활동을해왔고,2012년에국제가바론인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7 틸리
29 내어머니의바다와그바다가내것이된사연
32 돌과재
39 어머니와의산책
87 마음의상태들
93 유령멘토들
108 열린경계들:지적유랑자의삶에서나온이야기들
139 뉴욕에서의단상
148 팬데믹시대의독서
155 당신을만났을때나자신을다른사람으로보게되었다
161 문학의미래
189 번역이야기들
200 신바드변주곡:스타일에관한에세이
247 그는펜을떨어뜨렸다
259 읽기라는수수께끼
308 살아있는사물
314 성프란치스코를예방하며
321 이것과저것둘다
372 남자는무엇을원하는가?
421 희생양
470 역자해설

출판사 서평

정신분석,문학및예술비평을결합하여모성의원형을분석한
시리허스트베트에세이

“나는모성을이해하려면모든경험을포괄해야한다고생각한다.
좁고단순하지않고,방대하고복잡해야만한다.”

사회·문화적으로가부장제에가려져희생의이미지로굳어진‘어머니’에관한허구와진실을여러각도에서관찰한,허스트베트다운통섭적사유가돋보이는책이다.저자는자신가족의초상화로시작해서정신분석,문학및예술비평을결합하여모성이라는심오한주제를새로운시선으로바라본다.
스무편의에세이는소재나형식면에서조금씩다르고명시적으로모성에관한것으로프레임이지정되지는않지만,전편에걸쳐목소리는일관되고어디에서나모성에대한사유를담고있다.스스로를지적유랑자라고칭하는작가답게,이책에수록된글의범위는문학·신경학·정신분석·예술·사회분야를넘나들고이야기는다채롭다.예술에세이로,문학비평으로,정신분석에세이로도읽힐수있는이책에서허스트베트의글쓰기는사적인기억에서출발하여서서히공적담론의영토로진입하며비판적사유로진화한다.
허스트베트는1887년미네소타에서노르웨이인부모사이에서태어난할머니에게바치는매우개인적인에세이‘틸리’로이야기를시작한다.그녀는할머니‘틸리’를매우활기차고열정적인여성으로묘사하는것이상으로,아버지가가계의역사를정리할때자신의어머니에대한정보를누락하고오로지부계에만초점을맞추었다는사실을주목한다.그렇게자신의삶과경험뿐만아니라가족의독특한역사를바탕으로경계의빈틈을탐구하는글은곳곳에서날선애정을드러내며독자를휘청이게만든다.

“우리가보는그림에서빠져있는것들역시중요하다.”

어머니와매우친밀했던허스트베트는고단하고넉넉지않은형편에도활기와유연함을잃지않고집안에평화를유지해온자신의어머니와할머니의삶을반추하고그들과의추억을되짚어본다.노르웨이인이민자로서척박한땅을일궈내고어려운시기에도성실한가장으로식솔을책임져온할아버지와,그런가계에서부계중심이라는지향점을지녔던아버지의삶도되돌아본다.그렇게어머니들,아버지들,그리고다른사람들의삶을살펴보며우리삶의출발점인어머니라는존재,모성이라는역할의어떤부분이사회·문화적제현상에서무시되고간과되고심지어혐오의대상이되어야하는지를페미니즘적시각에서고찰한다.
인간은모두어머니에게서태어나고,상당기간어머니의돌봄을받아야두발로설수있는존재임에도,어머니라는존재의핵심측면은사회·문화적담론에서제외되고어머니는종종사회병폐의희생양이되어왔다.왜그런것인가.모성은언제나페미니즘의중심에있었지만조금더깊숙이들여다보면페미니즘의담론조차모성의원형에대해간과하는부분이있는것같다.그것은또어째서인가.

이책에수록된여러편의에세이중<그는펜을떨어뜨렸다>,<읽기라는수수께끼>,<이것과저것둘다>는치밀한비평가인허스트베트의탁월함이매우돋보이는글이다.허스트베트는공부하고많이읽고잘사유하는법을배우고싶었고,미래라는이름의장소에서생활비를낼수있는사람이되고싶었으나,여성이라는이유로수업의동료로,학문의제자로,강렬한책의온전한창작자로받아들여주지않은남자들,허스트베트자신이이룬모든지적결과물에유명인인남편의도움이있었을거라고믿고주저없이말하는남자들로부터받은상처를‘뇌문신’으로지니고산다.
그래서도,엄격한위계질서의사회속에서글로써‘설득’의전형을보여준수사학의대가제인오스틴을,지금도수많은해석을불러일으키며독자의마음속‘경계’를허무는소설《폭풍의언덕》을쓴에밀리브론테를,선제적으로남성성을걸치고다니며남성비평가들의편견에맞섰던화가루이즈부르주아를여성을혐오하는세계에서지적·창조적·전략적능력으로살아남은비범한모델로우뚝세운다.

문학을좋아하는독자라면<문학의미래>를읽고나서다음페이지로바로넘어가기가쉽지않을것이다.허구가난무하는세상에서좋은이야기와나쁜이야기를구별해내기위해서는문학을읽고그분별력을키워내야한다고,소설은진실인척하지않으며좋은소설은사람과세상을다른관점으로보게해준다고,좋은책에는편견을무너뜨리는힘이있다고,그래서어떻게세상을살기로선택할지에대한독자의생각과감정을바꿀수도있기에,우리는좋은이야기를읽어야한다는.문학과소설에대한허스트베트의깊은신뢰가참으로독자의마음을먹먹하게한다.

“우리는모두어머니의몸에서태어났다.
어떤담론도혼합과변화의진실들을바꿀수는없다.”

“내개인적일화들은여성혐오라는큰그림속에서보면소소하고희극적이지만,이주제를탐구하면서나는,비록완성과는거리가멀더라도―아직해답을찾지못한질문들이많이남아있다―우리가보는그림에서빠져있는것들역시중요하다는사실을보여주고싶었다.순수한부계유전의꿈이간단없이서구사상을사로잡았고,사유양태와문화안에서존재하는다양한방식들에너무나도깊이침투해이제잘보이지도않게된온갖종류의권위,기원,번식,창조성의관념들과단단히묶여있음을드러내고싶었다.여성혐오는나쁜꿈이다.권력과통제에대한흉측한판타지다.여성혐오는시시각각탈바꿈하는역동적인인간의진실을,우리가어떻게성장하고서로섞이는지,우리가사람과사상을어떻게낳는지,그모든진실을일그러뜨린다.”_420p

허스트베트가제시하는굳건한방향을따라어느덧책을끝까지읽고나면,이시대에그녀가우리에게전하고자하는메시지가,새롭게다시바로세워야한다고생각하는그힘찬이미지가텍스트저변으로부터선명하게떠오른다.가족의사랑과증오,인간의편견과잔인함에대해,기정사실이된성性적이데올로기에대해우리가간과해서는안될시급한질문들을제기한이박식가의여정에,변화해야하는경계에관한탐구에많은독자가동참하고자극을얻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