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인생

노숙 인생

$17.00
Description
2009년 공쿠르상 단편 부문을 수상한 이 책에 관한 해외 독자들의 의견 중에 “왜 실뱅 테송을 읽을까? 아마도 그가 우리가 쓰지 않은 걸 쓰기 때문일 것이다”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테송의 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단박에 공감할 표현이다. 여행가이자 작가인 테송은 남이 쓰지 않는 방식으로 글을 쓰고, 남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으니까. 탐험에 가까운 그의 극한 여행의 기록은 《시베리아 숲속에서》, 《눈표범》 등의 책으로 출간되었고, 그 작품들은 각각 프랑스의 대표 문학상인 ‘메디치 상’, ‘르노도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세상의 구석들을 가능한 한 현대 기술의 지원 없이 발로 누비는 테송은 발뿐만 아니라 눈으로도 글을 쓴다. 걷는 동안 불쑥 등장하는 세세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그의 문체는 추적자처럼 정확하다. 그가 사계절 내내 걸어서 탐색하는 광대한 세상이 어느 순간 그의 말 속에 자리하고 있다. 다채로운 캐릭터, 있을 법하지 않은 상황을 진정성 있는 시선으로 담아낸 이 열다섯 개의 단편은 그의 편력이 낳은 또 하나의 멋진 결실이다.
공쿠르상 단편 부문 수상(2009)
저자

실뱅테송

저자:실뱅테송

작가이자여행가.일찍부터극한조건의여행과탐험을일삼았고두발로세상을살며다수의책을출간했다.《노숙인생Unevieacoucherdehors》으로2009년단편소설부문공쿠르상과아카데미프랑세스상을수상했고,《시베리아숲속에서DanslesforetsdeSiberie》로2011년에세이부문메디치상을수상했으며,《눈표범LaPantheredesneiges》으로2019년르노도상을수상했다.



역자:백선희

프랑스어전문번역가.덕성여자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그르노블제3대학에서문학석사와박사과정을마쳤다.로맹가리·밀란쿤데라·아멜리노통브·피에르바야르·리디살베르등프랑스어로글을쓰는중요작가들의작품을우리말로옮겼다.옮긴책으로《웃음과망각의책》《마법사들》《햄릿을수사한다》《흰개》《울지않기》《예상표절》《하늘의뿌리》《내삶의의미》《책의맛》《호메로스와함께하는여름》《파스칼키냐르의수사학》등이있다.

목차

-아스팔트007
-돼지041
-동상056
-버그076
-호수 098
-그여자124
-난파133-행운154
-글렌167
-미립자184
-섬189
-크리스마스트리207
-우편물214
-내포224
-등대243

옮긴이의말258

출판사 서평

공쿠르상단편부문수상(2009)

노숙하며내면을들여다보기.“숲에는정의가있다.그러나그것이인간의정의인건드문일이다.”

프랑스의작가실뱅테송이자연과인간에관해쓴책은첫페이지에서부터우리가그림같은풍경속으로여행을떠나는것이아니라인간본연의자리,즉광활한세계속의아주작은부분을여행하게될것임을깨닫게한다.관록있는여행가인이작가는노숙을일상으로삼으며,우리를구소련의광대한영토,전통적인스코틀랜드,키클라데스제도의가장자리,심지어중동의중심부로데려가우리인간이살고있는곳의이야기를들려준다.
열다섯개의단편은페미니즘,동물복지,생태학,역사등다양한주제를다루고있다.각각의이야기는역사적사실이나사회적현실을바탕으로독자의상상력을자극하는동시에동시대성을유지한다.

이책에실린열다섯편의이야기중<아스팔트>편의비극적운명을읽다보면인간의애석한망상이초래하는불운을생각하지않을수없게된다.
조지아의낙오한시골에사는에돌피우스는도로라곤자갈길하나뿐인마을에아스팔트를깔아야한다고주장하며미온적인마을사람들을설득한다.오로지도시만꿈꾸며온종일빈둥거리는쌍둥이딸을구원할길은그것뿐이라고생각해서다.아스팔트가깔리자첫째딸은그길로도시를제집처럼들락거리다애인의차가전복되는바람에함께죽고,딸을죽게만든아스팔트를원망하며한밤중에트랙터를몰고가아스팔트를온통파헤쳐놓고돌아오니남은쌍둥이딸이슬픔을못견디고손목을그은바람에다급하게이웃의차에실리고있다.이웃이말한다.다행히아스팔트도로가있으니도시까지한시간안에만도착하면살릴수있을거라고.
이한편의짧은이야기안에시대와지리와그곳사람들의삶이응축되어있다.노숙을일상처럼살며세계곳곳을누비는테송의시선은늘이렇듯사람들을,그것도불운한사람들을향해있다.

테송은파타고니아,조지아,아프가니스탄등을배경으로지뢰제거반병사,불평등과학대에복수하는여성들,집약축산업에절망한축산업자,난파선약탈자들,세상끝의등대지기…등을등장시켜탁월한이야기꾼으로서의재능을한껏펼쳐보인다.이책의주인공들은저마다비극적인운명에처해있고대부분극적인몰락을피하지못하지만,부드러운아이러니가단편들전체를관통하며독자에게강력한메시지를각인시킨다.
전체가행복하지않은이야기임에도불구하고이책에실린한편한편의글이아름답다고생각되는건무슨조화일까.스케일있는풍경들에,간결하면서도감각적이고순수하면서도화려한문체때문만은아닐것이다.그는평범하지않은주제를통해세상을바라보며다양한인물들의삶의면면을그리고,현대사회의명암과연결짓는다.그러면서고독,파괴,휴머니즘등의철학적개념들도파고든다.

“피오트르는혼자지내지않으려고개한마리를,배고프지않으려고총한자루를,춥지않으려고도끼한자루를가졌다.이날그는개를쓰다듬었고,총에기름을쳤으며,도끼를갈았다.모든야심위로숲의커튼을치면삶은복잡하지않다.”_110p

세상은우리가연민을갖고봐야할불운한사람들로이루어져있고인류는마치조난자들같다고,테송은말한다.그에게인간은세상의중심이아니라,무언가에갇힌존재다.그것이본성이든환경이든아니면물질이든.
하지만작가는욕망과운명의무게추를간결한통찰로조율하며이세상에조난된우리의희망을자극한다.인간의탐욕과무지는어떤결과를초래하는가.세상과사람들에결코도덕같은것을내비치지않는데도,그의글은독자로하여금“운명의법과자연의힘이욕망과희망보다훨씬강력하다는사실”을인정하지않을수없게한다.

자연에바치는서정시처럼존재내면에미치는풍경의영향력을유려하게포착한이책은무엇보다우리사회의과소비를생각하게하고,삶에접근하는방식을다시한번가다듬게만든다.상상의기제가낳을수있는것들보다훨씬시적인것들을지리적현실속에서보고살아온그가이단편들에서는길위뿐만아니라인간영혼속으로의여행을제안한다.운명의법칙과자연의힘을거스르는인간의‘애석한망상’이초래하는불운을더이상되풀이하지않기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