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극 -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

스페인 연극 -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

$15.00
Description
삶의 무상성無常性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야스미나 레자의 탁월한 실존적 코미디
《스페인 연극》은 야스미나 레자가 2004년에 발표한 희곡으로, 레자가 즐겨 다루는 주제인 가족 관계를 세밀하게 관찰한 작품이다. 배우라는 캐릭터를 가진 다섯 명이 주인공으로, 작가는 극 중의 극에서 가족을 이루는 이들의 가차 없는 대화들을 통해 위기에 처한 한 가족의 좌절과 절망을 포착한다. 절망적인 인간을 그리는데 탁월한 레자의 장기가 다시 한번 유감없이 발휘되고, 배우들의 시적인 언어가 작은 떨림을 만들어내며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작품 속 연극에서 연출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자기 자신이 되면 됩니다.” 그러나 레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나 자신이란, 진정한 자아란 무엇인가를.

저자

야스미나레자

저자:야스미나레자YasminaReza
《아트》《대학살의신》등의희곡으로세계적으로인정받는프랑스의극작가이자소설가이다.유대계이란인엔지니어아버지와유대계헝가리인바이올리니스트어머니사이에서1959년에태어났다.파리10대학에서사회학을,자크르코크JacquesLecoq드라마스쿨에서연극을공부했다.
1987년부터발표한희곡《장례식후의대화》《아트》《대학살의신》등으로몰리에르상·로렌스올리비에상·토니상등을여러차례수상했고,2000년에아카데미프랑세즈의그랑프리를수상했다.
소설로는《행복해서행복한사람들》《함머클라비어》《지금뭐하는거예요,장리노?》《비탄》《세르주》등이있다

역자:백선희
프랑스어전문번역가.덕성여자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그르노블제3대학에서문학석사와박사과정을마쳤다.로맹가리·밀란쿤데라·아멜리노통브·피에르바야르·리디살베르등프랑스어로글을쓰는주요작가들의작품을우리말로옮겼다.옮긴책으로《웃음과망각의책》《마법사들》《햄릿을수사한다》《흰개》《울지않기》《예상표절》《하늘의뿌리》《내삶의의미》《책의맛》《파스칼키냐르의수사학》《호메로스와함께하는여름》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무대위에서배우들이스페인의젊은작가가쓴극인‘스페인연극’을리허설하고있다.야스미나레자는가상의이연극을축으로,극중의배우들을인터뷰형식으로분리하고극중의극인‘스페인연극’의현장으로데려가고또한그극중의극인‘불가리아연극’으로연결한다.이러한삼중구조가입체감을부여하며배우들의다채로운캐릭터와함께작품에흥미를더한다.

“연출가는이렇게말하죠.그냥자기자신이되면됩니다.”

이야기는스페인의한가정을중심으로진행된다.남편과헤어진뒤홀로사는필라르와그녀의새애인이자건물관리인인홀아비페르낭,필라르의두딸누리아와오렐리아,그리고오렐리아의남편마리아노가주인공들이다.전남편과헤어져혼자된필라르는예순이넘은나이지만새남자를만났고이제새로운삶을시작하고싶어한다.그녀는아이들앞에서페르낭을“내약혼자”라고부르지만,그녀의두딸은이러한엄마를못마땅해한다.딸들은둘다배우인데,동생인누리아는데뷔하자마자곧큰성공을거두고유명세를치르기도한다.반면언니인오렐리아는동생보다먼저배우가되었음에도아직변두리극장을전전하는연극배우다.누리아는언니에대해은근히우월감을느끼고,동생에게열등감을느끼는오렐리아는누리아의사소한말에도예민하게반응한다.오렐리아의남편마리아노는수학선생이지만세상에존재하는것자체가비극이라고말하는염세주의자이고알코올중독자로서매사에오렐리아와부딪친다.

가족끼리애정이라곤없어보이는이들은다함께만나는것이일년에두어번뿐인데도모이면서로상처를주고상처를받는다.뻔한트집으로상대의약점을찌르고,순간순간동맹을찾고,동맹을계속바꾸는걸보면한편의코미디같지만,그래서오히려삶의비극성이두드러지고,주인공들은각자짊어져야하는삶의무게로고통스러워한다.

나자신이란게뭔가,그런게존재하기는하는건가

가족내에서의작은긴장을탁월하게그려내는레자는이작품에서다시한번,의사소통의부재와고독은가장가까운가족간에더심각해질수있음을여지없이보여준다.극의마지막부분에서,페르낭은어느겨울날공원에서필라르에게멋진망토와구두를사러가자고제안하고,마리아노는오렐리아에게안경점에가서자신의안경을좀골라달라고부탁한다.그들에게필요한것은특별한무엇보다도사소한일상의일을함께하는것임을깨닫게하는대목이다.

연극과현실을오가는작품속에서주인공인배우들은캐릭터를통해실제의자기자신을찾아간다.그런면에서이극은배우들의이야기라고도볼수있다.배우라는직업에대한그들의견해,연출자와배우의역할,그들이현재연습하고있는‘스페인연극’에대한이야기등이극중현실속에서배우들의독백으로제시된다.특히삶에대한야스미나레자의철학을대변하는배우들의독백이매우시적이며깊은내공을드러내는데,배우로서의삶과연극,그리고사랑에대한성찰을함축적으로표현하고있기에긴여운을남긴다.

책속에서

배우(누리아배역의):연출가는이렇게말하죠.그냥자기자신이되면됩니다.하지만나자신이라는게뭘까요?배우로서나자신은뭘까요?그런게존재하기는할까요?내방에는사진이하나있어요.배우들이텅빈무대에올라,존재하지않는풍경을바라보는사진이죠.그들은길잃은듯보여요.정말잃은게아니라,방향감각을잃은거죠._33p

배우(마리아노배역의):배우는작가를소멸시키기위해존재한다는걸아셔야합니다.작가를소멸시키려고하지않는배우는글러먹었죠.그런배우는타협하는배우이고,어떤방식으로든당신의번드르르한처방을짓밟길원치않는배우는아무짝에도못쓸배우라고요._40p

배우(오렐리아배역의):나의어머니는내가유쾌한작품을연기하길바라죠.나도유쾌한작품을연기하는걸좋아해요.유쾌한것이슬픈것보다열등한건아니니까요.하지만그래도슬픈작품이더오래남죠.마음에.오래도록._49p

배우(마리아노배역의):이글을쓰는배우는마흔살이라예술가로여겨지든말든관심이없으며,당신이늘어놓는가치관과교훈에짜증만나니,부탁하건대,하나의정의에우리를가두지말아주시오.그정의가당신눈에는멋져보일지몰라도,우리는존재하기위해어떤말도필요치않아요,
우리는존재하지않으니,우리를그저이기적인존재들로불안정하고,나약하고떠도는공허같고아무것도아닌존재로생각해주기바랍니다._75p

내인생의대부분을그애들한테바쳤는데,이제나는그애들에게아무것도아닌존재가되어있네요.정말이지아무것도아니죠.당신은내가아직아름답다고생각해요?당신이이미그렇게말한걸알지만다시그말을해줘야만해요.그게더는진실이아니라는걸내가알기에다시말해줘야만해요._10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