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카라바조 (반양장)

고독한 카라바조 (반양장)

$22.00
Description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대상이 한 장의 그림 속 여성이었다면, 그 감정은 어디로 흘러갈까. 《고독한 카라바조》는 예술의 이미지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고, 그 흔들림이 어떻게 문장으로 되살아나는지를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의 산문이다. 프랑스의 작가 야닉 에넬은 고등학생 시절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카라바조의 그림 속 여성의 모습에 강렬히 매혹된 뒤, 30여 년간 그 이미지와 함께 살아가며 한 편의 세계를 쌓아 올린다. 예술가의 전기나 회화에 관한 해설이 아닌 이 책은, 한 이미지에서 시작된 격렬한 욕망이 어떻게 글쓰기와 삶의 방식으로 연결되는지를 그리는 문학적 탐험이다. 그림과 문학, 육체의 감각과 글쓰기의 충동이 어우러지며, 한 인간이 예술과 마주하며 세상을 읽어내는 방식이 고독하고도 강렬하게 펼쳐진다.
저자

야닉에넬

YannickHaenel
1967년프랑스렌에서태어났다.어린시절을아프리카에서보내고프랑스로돌아와국립군사학교를졸업했다.현재1997년창간한〈위험경계선Lignederisque〉의공동편집장을맡고있고,2010년부터문학및영화잡지〈탈주병Transfuge〉과발행이재개된〈샤를리엡도CharlieHebdo〉의칼럼니스트로활동중이다.그림에관심이많아《고독한카라바조LaSolitudeCaravage》,《블루베이컨BleuBacon》등을출간했다.그외지은책으로《원Cercle》(2007년데셍브르상,2008년로저니미에르상수상),《장카르스키JanKarski》(2009년프낙소설대상,엥테랄리에상수상),《창백한여우들LesRenardspâles》(2013),《왕관을꼭쥐세요Tiensfermetacouronne》(2017년메디치상수상)등이있다.

목차

01。첫번째여성011
02。행동취하기015
03。의식018
04。비밀스러운삶022
05。에로틱한운명027
06。그려진형상들의침묵031
07。참수034
08。유디트039
09。계시043
10。카라바조의모든것049
11。진주를찾다053
12。사랑의초원058
13。산루이지데이프란체시064
14。그리스도의팔068
15。이소명은누구를위한것인가?073
16。내면으로의불타는도약078
17。카라바조의삶082
18。고독의지점088
19。거세된눈094
20。아버지의죽음099
21。페스트104
22。기적의샘110
23。그림을배우다119
24。로마에도착하다(1)126
25。로마에도착하다(2)134
26。배껍질을벗기다144
27。여기과일들이있다149
28。전복과난잡함157
29。엿먹어라164
30。바구니170
31。미스터리180
32。델몬테의집에서191
33。불의의미스터리197
34。엉덩이와발208
35。엉덩이와무217
36。붉은눈223
37。지혜는오지않을것이다229
38。카라바조의프란체스코성인235
39。바글리오네와의다툼244
40。세잔과카라바조253
41。알렉산드리아의카타리나성녀258
42。유디트와다른사람들272
43。검은나비278
44。운명의날287
45。범죄이후293
46。사형집행인들301
47。몰타310
48。탈출318
49。시칠리아!323
50。그리스도께다가가다330
51。마지막비밀339
52。돌아감347
53。카라바조의이름356
54。진실에따라363

출판사 서평

“예술은바라보는것이아니라,살아내는것이다.”
자전적성찰과예술비평이결합된문학적탐험

화가카라바조에관해이야기하는것은미지未知의것들과마주하는일이다.이예술가와작품들은20세기중반미술사학자로베르토롱기가재조명하기전까지,오랜세월동안거의잊힌인물이었다.그렇게역사속무덤에서홀연히등장한카라바조는전설로둘러싸인존재였다.16세기그의시대에이미‘괴짜’로여겨졌고,불꽃같은기질과반항적인성격으로인해결국살인을저지르고쫓기다불행하게삶을마감했지만,카라바조는열정적인화가였다.오늘날남아있는그의60여점의작품이그사실을증명해준다.
소설가이자《블루베이컨》의저자이기도한야닉에넬은이책《고독한카라바조》에서카라바조의작품과삶을자신만의방식으로이야기한다.에넬은자신의삶을뒤흔든〈홀로페르네스의목을베는유디트〉와〈마태오성인의소명〉,〈병든바쿠스〉,〈세례요한의참수〉등을비교할수없는시선으로바라보며,그림을통해인간내면의욕망과고통,아름다움과구원의의미를탐색한다.

삶을사로잡아버린이미지,그욕망의시작
군사고등학교라는폐쇄적이고규율적인공간속에서십대소년은도서관에서우연히한장의그림을만난다.검은벨벳커튼을배경으로서있는한여성의모습이클로즈업된이미지다.그순간부터그여성의얼굴,귀에걸린진주와나비리본,어깨선과눈빛은단지회화로남지않는다.그이미지는삶을갈라놓는칼날처럼작용하며,그소년의눈과손,정신과욕망을완전히사로잡는다.
그림속여성을향한집착은단순한에로티시즘이아니다.그것은인간이세계를감각하는방식의변화를,그이전과이후를가르는통과의례로기능한다.언어보다앞선감각,개념보다앞선이미지를내세우며,이책은우리가잊고있었던‘첫이미지’의위력을되살려낸다.삶이갑자기명확해지는그순간,우리가무언가를사랑하기시작한바로그시점으로에넬은독자를천천히끌어들인다.
작가가주목한것은그림의미학이아니라,그림이인간의내면에어떻게흔적을남기는가이다.유디트의귀걸이에달린검은나비와진주는단지장식이아닌,욕망의상징이자삶의비의秘儀로작용하며독자에게도강렬한몰입을요구한다.

그림이내삶을다시쓰게했다는고백
《고독한카라바조》는카라바조에대한전기나해설서가아니다.이책이집중하는것은한장의이미지,한점의회화가한인간의감각을어떻게변화시키고,그감각이어떻게삶전체를다시쓰게만드는가에대한서사다.그여정은15년후,로마의미술관에서마침내그그림과재회하는순간절정에달한다.
〈홀로페르네스의목을베는유디트〉라는작품의충격적진실앞에마주한에넬은진정한계시를경험한다.한때사랑이라믿었던형상이그작품속‘유디트’였고,그제야전체구도가드러난그림속에서그녀는남자의목을베고있었다.강렬한아름다움이폭력과뒤섞인그장면앞에서,에넬은처음으로자신이사랑한대상이무엇이었는지깨닫는다.그욕망이얼마나잔혹하고모순적이었는지,얼마나오랜시간동안의맹목적인투사였는지를.그러나이발견은절망이나배신으로끝나지않고,그순간부터에넬은그강렬한자각을글로옮기기시작한다.
작가는점점더이미지의세부로침잠해들어가며,단지미술감상의수준이아니라자신의전존재를이그림에반영하고재구성한다.그리고결국말한다.‘그림은내가보았던것이아니라,나를본것이다.’문장은이체험의매끄러운재현이아니라,그그림속폭력과침묵,빛과고독을언어로복원하려는격렬한시도이다.《고독한카라바조》는한명의작가가예술을어떻게살아냈는지를보여주는드문기록이다.

문학과예술이만나는지점에서벌어지는일
이책이특별한것은예술과문학이어떻게서로를매개하며,서로를치환해나가는지를끈질기게탐구하기때문이다.야닉에넬은카라바조의그림을통해문학의기원을다시질문한다.그는말한다.‘한여자를생각한다는것은글을쓰는것이다.’단지사랑의대상을노래하는차원이아니라,이미지가언어를어떻게불러내는지,그리고그언어가다시현실의윤곽을어떻게바꾸는지를그려낸다.이때문학은현실을묘사하는수단이아니라,현실을구성하는감각의형식이된다.
카라바조의빛,그림속살의떨림,침묵속에서도약하는손의움직임-이모든것들은언어로번역되며새로운현실을구성한다.그리고이과정에서,우리는예술이란단지과거의유산이아니라지금이곳의생을환기하는감각의전환이라는사실을확인하게된다.《고독한카라바조》는그예술적체험의내면화된기록이다.혼자있는시간,무언가에압도당했던그순간,말할수없던감정을따라가며생겨난문장들이이책을이루고있다.

‘미술’과‘문학’의경계를넘나드는이책은카라바조라는인물을통해우리가진실로사랑하는것은무엇이며,글을쓰는이유가무엇인지를묻는다.그림속얼굴이당신을오래쳐다보고있었던것같은기분,그게언젠가당신의삶에도있었던순간이라면,이책은그기억을다시꺼내줄것이다.그런점에서《고독한카라바조》는예술을삶의언어로바꾸고싶은모든독자에게바치는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