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테르의 편지들 (편지로 쓴 여섯 개의 삶)

에스테르의 편지들 (편지로 쓴 여섯 개의 삶)

$18.50
Description
“말로는 닿지 않던 삶을, 글로 다시 이해하는 시간”
편지를 쓰며 나아가는 여섯 명의 삶, 여섯 가지 이야기
《에스테르의 편지들》은 프랑스의 작가 세실 피보가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여섯 명의 삶과 그 사이의 관계를 사유하는 소설이다. 프랑스 북부 릴의 서점 주인 에스테르가 편지 쓰기 아틀리에를 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가족 안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청년, 전직 피아노 교사인 외로운 칠십 대 여성, 산후우울증으로 결별 위기에 처한 미슐랭 셰프와 제빵사 부부,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성공한 사업가, 아버지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는 서점 주인 등, 여섯 명의 참여자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유대감을 형성해 나간다.
우리는 왜 중요한 이야기를 늘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남겨두는가. 그 말들이 글이 되어 터져 나오는 과정이, 귀한 손편지에 담겨 전해진 상대의 속내에 귀 기울여주는 수신인들의 자세가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감정을 과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삶의 균열과 선택의 무게를 정확한 문장으로 포착하는 세실 피보 특유의 글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

세실피보

CécilePivot프랑스의문학가이자언론인.방송계에서경력을시작했고여러출판사에서일한후뉴스매거진에합류했다.2017년에첫책을발표했고,2019년에발표한첫소설《심장박동Battementsdecœur》으로비평가들의찬사를받았다.《에스테르의편지들》은작가의세번째소설이다.

목차

본문 9
옮긴이의말 348

출판사 서평

“우리는왜중요한이야기를늘제대로말하지못한채남겨두는가”프랑스북부릴의서점주인에스테르가
편지쓰기아틀리에를열면서벌어지는이야기를담은소설
《에스테르의편지들》은아직국내에소개되지않은작가인세실피보의장편소설로,인간과삶에대한애정으로가득한서간소설이다.상처입은여섯영혼이편지쓰기아틀리에에서만나석달동안편지를교환하며서로를치유하는과정이설득력있고밀도있게전개된다.
마흔두살로프랑스북부도시릴에서작은서점을운영하는에스테르는편지쓰기수업을개설하기로마음먹고서지원자를모집한다.지역신문에공고가나간후지원자가쇄도할거라는기대와달리다섯명이지원하여,어쩔수없이에스테르자신도참여자가되기로한다.
여섯명의참여자는각자두명의편지상대를정해,주기적으로자신의삶을편지로써내려간다.편지는반드시육필로써서우편으로보내야하고,그들사이에오간편지는카피하여에스테르에게도전달한다.
에스테르는이과정을기획한사람이자,모든편지를읽는관찰자이며,동시에자신의삶을편지로써내려가는참여자다.그녀는누구의문제도대신해석하지않는다.다만글로쓰는과정이사람을어떻게변화시키는지를가까이에서지켜본다.말하는자와듣는자,참여자와기록자라는에스테르의이중적역할이이책에독특한긴장을만든다.

말과글이서로다른방식으로삶을드러낼수있다는믿음
소설속여섯명의주인공들은각자해결되지않은문제를안고있다.그문제는관계일수도,삶의방향일수도,스스로에대한이해의부족일수도있다.이들은그문제를직접마주하는대신,편지라는우회로를선택한다.말로는엉키던감정과생각이,글로옮겨지는순간조금씩형태를갖기시작한다.저자는여섯개의삶을누군가를중심으로배열하지않는다.각자는자신의편지상대에게말을건네며,자신의기억과선택,현재의삶을서술한다.
《에스테르의편지들》은말과글이서로다른방식으로삶을드러낼수있다는믿음에서출발한다.에스테르는홀로지내는아버지와가까이에살면서도오랫동안편지를주고받았고,그경험을통해말로는닿지못하는영역이글로는가능해진다는사실을체감했다.이개인적인기억은여섯명이참여하는편지쓰기아틀리에로확장된다.이책에서편지는감정을토로하는수단이아니라,타인의삶을바라보고기록하기위한거리이자윤리적장치로작동한다.직접말하면감정이되지만,편지로쓰면사유와판단이될수있기때문이다.그렇게‘재구성된기억’의소설은단순히회고가아니라삶을다시배열하는시도로전환되어,말하지못했던감정이뒤늦게언어를찾는과정으로되살아난다.
참여자들이편지에쓰기시작한것은,문제의당사자에게도,때로는자기자신에게조차정확히말하지못했던‘자신의문제’였다.편지는해결을요구하지않는다.다만삶을설명해보라는요청앞에서,각자는처음으로자신의상황을문장으로마주하게된다.이과정에서참여자들은예상하지못한도움을받는다.타인의반응보다먼저,스스로의문제를바라보는시선이달라진다.그말들이글이되어터져나오는과정이,편지에담겨전해진상대의이야기에귀기울여주는수신인들의자세가깊은감동을자아낸다.그렇게각각은이해하고,이해받고,그단계를지나앞으로나아갈힘을얻게된다.

말이막힐때글이열어주는것은해답이아니라,앞으로나아갈수있다는감각이다.
이책은겉으로보면편지형식의소설이지만,실제로는한사람의삶을관통한말해지지못한감정들,가족,사랑,죄책감,그리고자기자신에게보내는늦은고백을차분하게드러내는작품이다.세실피보의문장은절제되어있고정확하다.드라마틱한사건을앞세우지않지만,삶의결정적인순간들이지닌무게를놓치지않는다.
《에스테르의편지들》은한사람의고백이아니다.참여자각자의삶은에스테르라는인물을경유해드러난다.에스테르를중심으로등장하는다섯명의인물은각기다른선택과기억의방식을지닌다.누군가는말했고,누군가는끝내침묵했으며,같은사건은전혀다른의미로남았다.저자는이차이를섣불리해석하거나판단하지않는다.대신“우리는타인의삶을어디까지말할수있는가”라는질문을조심스럽게던진다.
이책에서편지는감정의분출이아니라사유의형식이다.직접말하지않고,시간을두고쓰며,스스로의기억과판단을끊임없이점검하는방식이다.각각의이야기들은위로를건네기보다,독자각자가자신의관계와침묵을돌아보게만든다.덕분에이들의편지는사적인이야기로시작해,관계와기억,말의윤리라는보편적인질문으로나아간다.

《에스테르의편지들》은누군가의삶을이해하려애써본적있는모든독자에게,말과침묵사이의긴장을다시생각하게한다.이책이독자에게건네는것은“편지를써보라”는조언이아니다.대신,말이막힐때다른언어가존재한다는사실,문제를당장해결하지않아도정직하게바라보는단계까지는갈수있다는가능성을보여준다.말하지못했던나를처음으로제대로바라보게만드는것.그렇게자신을객관화하고대화의물꼬를찾으며,용기를유지하는방법에대해말하는소설.그리하여한삶이마침내자기언어를찾는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