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모든답을앞당기는시대,『주역』은왜아직묻고있는가.”
고대의난해한경전으로만여겨졌던『주역』을문학,철학,예술의언어로재해석한『독서주역』이출간됐다.저자는20년이상셰익스피어의작품들과『주역』을사유해온지식을바탕으로『주역』을점복의도구가아닌‘변화의맥락과감응을읽는지성’으로새롭게복원한다.특히셰익스피어희곡속인물들의파란만장한선택을『주역』의괘에대입해풀어냄으로써,책에흥미를더한다.『독서주역』은“주역을쉽게설명한책”이아니라“주역을읽는새로운시선을가진책”이다.셰익스피어의인물들을주역의눈으로읽어본저자의오랜경험이그시선을탄탄하게받쳐준다.
왜지금『주역』인가.
『주역』하면흔히점괘와길흉을떠올린다.실제로『주역』은오래전점을치는데사용되었던텍스트에서출발했지만,수천년동안동양의사상가들이인간과세계의변화,그변화에대응하는삶의태도를사유해온고전이기도하다.핵심에는64개의괘가있다.각각의괘는고정된운명이나미래를말하기보다,인간이놓일수있는다양한상황과그안에서일어나는변화를보여준다.
그렇다면수천년의고전『주역』이인공지능과알고리즘의시대를살아가는우리에게무슨의미가있을까.모든것이빠르게변하고,수많은정보가실시간으로쏟아지는시대에우리에게필요한것은미래를미리아는능력만은아니다.오히려지금무슨일이일어나고있는지,변화가어느방향으로움직이는지,언제나아가고언제멈춰야하는지를판단하는능력이중요하다.AI는답을빠르게준다.그러나맥락을읽고때를가늠하고아직결정하지않을지판단하는일은대신해줄수없다.
『독서주역』은바로이지점에서『주역』을다시읽는다.『주역』을미래를예언하는점서占書가아니라변화의맥락과삶의리듬을읽는책으로바라보는것이다.인간은변화를통제할수없지만변화에응답할수는있다.그리고『주역』의괘는그응답을위한단서를제공한다.이책이말하는『주역』의지혜는미래를맞히는데있지않고,변화하는세계속에서스스로판단하고응답하는데있다.
‘주역에관한책’에서‘주역으로읽는책’으로.
기존의『주역』관련서는원문과괘사·효사를풀이하거나,64괘가지닌의미를현대의생활과연결해설명하는방식으로독자에게『주역』의세계를안내해왔다.원문을충실하게읽고전통적인해석을이해하는일도,『주역』을현실의삶에적용하는일도모두중요한공부다.
『독서주역』은그와조금다른길을택한다.『주역』의의미를하나의정답으로고정하지않고,다른시대와다른인간의삶에겹쳐읽어보는것이다.저자는『주역』의핵심개념인‘기미幾微’와‘감응感應’을중심에놓고,인간의관계와감정,선택과망설임,때와자리의문제를살펴본다.『주역』의괘를설명하는것에서더나아가,문학과철학,예술속에서살아움직이는인간의모습을통해『주역』을다시읽는다.그래서이책에서독자는64괘의의미를외우는대신,한사람의삶을하나의괘에비춰보고질문하게된다.같은상황에서도누가어떤자리에있는가에따라선택과결과가달라지고,같은괘라도어떻게응답하느냐에따라길과흉이달라진다.『주역』을지식으로배우는것이아니라자신의삶을읽는하나의언어로경험하는것,이것이『독서주역』이제안하는새로운독법이다.
셰익스피어를『주역』으로읽어본사람의시선.
이책의저자는셰익스피어의인물들을주역으로읽어본사람이다.정보는넘치고미래는예측할수없는시대,우리는매순간선택의갈림길에선다.저자는복잡한현대의삶을『주역』의괘와셰익스피어작품속복잡한인간의삶위에겹쳐놓는다.‘기미’와‘감응’이라는키워드를바탕으로,셰익스피어의인물들이겪는갈등과선택을『주역』의괘와연결한다.『주역』을제대로읽는다는것은결국인간을제대로읽는일인지도모른다.
저자는그가능성을셰익스피어의인물들을통해탐색해왔다.셰익스피어의작품에는욕망과사랑,권력과배신,망설임과결단,몰락과회복을오가는수많은인간이등장한다.저자는셰익스피어의인물들을통해기존『주역』관련책들과는다른『주역』의독법을보여준다.셰익스피어뿐아니라동서양의문학과철학,예술을『주역』의개념위에겹쳐놓는것은『주역』을박제된고전으로남겨두지않기위해서다.오래된괘의문장과오늘의인간사이에새로운대화를만들어내는것.그렇게『독서주역』은『주역』을‘해석해야할고전’에서오늘의삶을읽게하는살아있는책으로되돌려놓는다.
『주역』을읽는다는것은괘의고정된의미를해독하는일이아니라,흔들리는내삶을괘에비추어나만의문장으로다시읽는일이다.그래서『독서주역』이던지는마지막질문은이것이다.나는지금어떤괘의문장으로살아가고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