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빚, 정당한 빚 (새로운 부채 윤리 구축을 위한 학제간 기획)

부당한 빚, 정당한 빚 (새로운 부채 윤리 구축을 위한 학제간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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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수많은 사람들이 빚(부채) 문제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세상에 빚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빚이 없는 세상은 그야말로 유토피아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결코 그럴 수 없다. 빚은 인류의 생활과 경제활동에 있어 불가피하다. 그럼 이 빚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어야 할 것인가?
통념적인 생각과 달리 빚은 화폐경제가 시작된 이후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빚은 인류가 발명한 생산물의 교환과 화폐경제가 등장하기 이전에 벌써 존재했다. 초기 인류의 역사에서 빚은 일종의 ‘선물’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공동체를 존속시키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지원과 나눔의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 특히 벤덤과 로크 같은 철학자에 의해, 그리고 경제학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인류는 빚에서 ‘가치’와 ‘도덕’을 제거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빚은 도덕중립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이제 빚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반드시 갚아야 할 부채 혹은 의무로 굳어졌다. 반면 채권자 입장에서 빚은 반드시 돌려받아야 할, 그리고 돌려받기 위해 일체의 수단을 강구할 수 있는 권리로 둔갑했다.
20세기 후반 인류의 경제지형도를 뒤바꾼 신자유주의의 등장은 빚 문제를 더욱 복잡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변질시켰다.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국제적 규모의 금융기관에 취업하여 고난이도의 수학 방정식을 사용하여 개발한 금융기법들은 이제 채무자들을 헤어나올 수 없는 빚의 수렁에 던져 넣었다. 개인이 제 아무리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도 국가적 단위에서 진행되는 약탈적 금융기법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단 한 순간에 무너뜨리며, 이런 상황에 처한 개인에게는 희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더욱이 제1세계가 전지구적 범위에서 자행하는 경제적 수탈에 의해 제3세계 사람들의 삶의 질은 물론이거니와 생태계자체가 극도로 파괴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로써 현대 사회에서 빚은 사람들의 삶을 해체하고 목숨을 앗아가며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가장 무시무시한 살상 무기에 다름 아니다.
특별히 한국사회가 직면한 빚 문제는 여간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특정 계층, 특정 세대가 부동산과 금융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경제적 안전망의 밖에 위치한 숱한 청년들과 서민들이 빚 문제로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며 여기에 일본의 야쿠자 자금 등이 고리의 대출을 통해 채무자들의 목을 더욱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기실 한국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살 문제도 결코 빚 문제와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양자는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신학과 윤리학을 전공하고 현재 미국의 대학에서 가르치는 저자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어 더욱 악화된 빚 문제 해결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경제학, 인류학, 철학, 신학, 종교학, 윤리학 등 다방면에 걸친 학제간 연구를 통해 이 문제를 통전적으로 추적해 들어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역사를 통틀어 빚 문제가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 그것의 폐해가 무엇인지를 구체적 사례와 통계를 들어가며 설명한 후에,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소위 아브라함 종교라 불리는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 전통에 내재한 원리들을 살펴본다. 구체적으로 이슬람에서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손실분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나눠지는 원리를, 유대교에서는 희년의 원리를, 기독교에서는 은혜의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결국 빚이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무제한의 권리를 행사하는 착취와 억압의 기제가 아닌, 채권자와 채무자가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 및 채무자의 재기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부담을 함께 나눠서 지는 공감적 윤리를 제안한다. 그것은 선물의 경제학을 가능케 하는, 빚의 은혜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한국의 독자들은 이 책에서 분석 및 제안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사회가 떠안고 있는 빚 문제의 심각성을 다각도로 성찰해 볼 수 있을 것이며, 또 이의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정책 입안과 실천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한국인 윤리학자에 의해 쓰인, 빚 문제에 대한 포괄적 학제간 연구로서 앞으로 이 분야를 연구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저자

안일섭

저자안일섭
미국노스파크대학교의CarlI.Lindberg철학교수다.시카고대학교에서사회및종교윤리를주제로박사학위를받았으며저서로는PositionandResponsibility?(2009),?ReligiousEthicsandMigration:DoingJusticetoUndocumentedWorkers?(2013),?AsianAmericanChristianEthics:Voices,Issues,andMethods?(2015,공저)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감사의글
서론

1장도덕과관련이없는(amoral)부채의역사와유형
2장신자유주의금융화와정당한부채개념
3장갚을수없는부채와부도윤리및파산윤리
4장이슬람금융윤리와지대소득자부채경제에대한반대논거
5장유대교의희년윤리와채무면제문제
6장기독교와미덕부채윤리

맺는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추가]

이슬람금융경제학자들에게는2007-2008년의미국금융위기가중요한시험사례의하나였으며,그들의주요관심사는이슬람금융서비스산업의복원력이었다.예컨대M.카비르하산과라셈카예드같은학자들은“현재의세계금융위기는대체로이슬람금융서비스산업의복원력,그리고자신을보다전통적인금융시스템보다신뢰할수있는대안으로제시할수있는능력에대한진정한시험으로보인다”고주장한다.비슷한맥락에서,폴커닌하우스는“이슬람금융과이슬람경제옹호자들은한걸음더나아가이슬람은행들은전통적인은행들보다최근의위기에서보다더큰복원력을과시했는데이는윤리기준및특정금지사항들을준수했기때문이라고주장한다”고말한다.그는이슬람금융및이슬람경제옹호자들의주요주장을다음과같이간략하게요약한다.“간단히말해서,세계금융위기는이슬람금융이보다효율적이고,안정적이고,공정함을증명했다.”
_4장이슬람금융윤리와지대소득자부채경제에대한반대논거

이번장의목적은보다종합적이고총체적인부채윤리구성과관련해서유대종교전통과사상,안식년및희년개념을살펴보는것이다.보다구체적으로,나는이장에서우리가사는세상이점점더세계화되고금융화되어감에따라희년은고대유대교의개념이며따라서시대에뒤떨어졌고오늘날에는관련이없다는대중적인견해에대항해서정기적인안식년또는희년을세계적으로혹은정치적으로적용하는일이더절실하게요구된다고주장한다.4장에서살펴보았듯이,종교전통과아이디어는금융시스템,특히부채경제전반에관련된규칙과정책을어떻게조직,관리,평가해야하는지에관한귀중한윤리적통찰력을제공한다.HIPC이니셔티브는종교전통과아이디어가세계화된현대사회에서보다총체적이고현실적인부채윤리구성에어떻게중요하고적절한자료가될수있는지를생생하게보여준다.이번장은세부분으로구성되어있으며,각부분마다독특한주제에초점을맞춘다.첫번째부분은유대교안식년및희년개념에대한역사적ㆍ이념적탐구에할애된다.이탐구에기초해서,나는제3세계국가들의지긋지긋한부채문제와관련된윤리문제및보이지않고계약되지는않았지만그럼에도대체로인정되고있는선진국들과다국적기업들같은부유한채권자들이제3세계국가들에지고있는환경상의채무라는우리시대의시급한두가지문제들을살펴볼것이다.
_5장유대교의희년윤리와채무면제문제

나는이전장들에서금융화시대에필요한부채윤리는사회윤리라는주장을전개함으로써금융위기의다양한구조적ㆍ역사적측면들을조사및분석했다.이번장에서나는이주제를계속유지하면서미덕윤리의핵심적인통찰력을건설적으로포용한다.금융위기를주의깊게분석하면이위기는구조적실패및행위자의실패에의해야기되었음을명확히보여준다.따라서보다총체적인부채윤리를개발하기위해서는윤리적재구성의구조적측면과행위자측면모두를통합해야한다.이번장에서나는특히매니저와서비스공급자로서건사용자와규제자로서건금융세계에연결된행위자들을위해설계된새로운미덕윤리를고안하고자한다.나는이새로운유형의미덕윤리를통해보다포괄적이고총체적인부채윤리를개발하고자한다.그과정에서,나는특히기독교의종교사고와담화를고찰한다.앞의두장들에서와마찬가지로,종교에대한고찰은은행업과금융이라는세계에종교의이상을교리화하기보다는특히보다총체적인부채윤리에대해중요한윤리적통찰력을개발하는데초점을맞춘다.
_6장기독교와미덕부채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