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성경으로 읽다

오뒷세이아, 성경으로 읽다

$19.26
Description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이 둘이 마주할 때 우리는 인간 사유의 가장 깊은 원형을 목도하게 된다.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그리스인들의 순례기인 『오뒷세이아』와 하나님의 인도 속에서 역사적 사명을 발견해 가는 히브리인들의 서사인 구약성경은 인류 정신사의 찬란한 유산이다. 신간 『오뒷세이아, 성경으로 읽다』는 이 두 세계를 나란히 올려놓고 서로를 비추게 하는 독특한 비교문학적 고전 해설서다.
이 책은 어설픈 기독교적 변증이나 성경의 일방적인 우월성을 강변하지 않는다. 대신 두 전통이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의 차이를 정교하게 분석하며, 서로 다른 세계관의 충돌과 융합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솟구쳐 나오는 ‘차이의 생성’에 주목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실용적 미덕은 방대한 『오뒷세이아』 24권 전체의 중심 줄거리를 명료하게 요약하여, 독자가 긴 서사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든든한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는 점이다. 각 장은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오뒷세이아』의 서사적 순서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인물의 성장과 서사의 진행 과정을 입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특히 저자들이 제시하는 “환대”, “기다림”, “지혜”, “운명”, “유혹”, “가정”, “귀환” 등의 주제적 요약은 고대 고전을 성경의 빛 아래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풍성한 사유의 문을 열어준다. 여기에 더해 본문 해설의 흐름을 통섭적으로 확장하는 “5분 인문학”이라는 편집 장치는 이 고전이 보유한 현대적 적실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각 장은 『오뒷세이아』의 해당 구절을 직접 인용한 뒤 성경 본문과 연결하며, 고전 회화와 판화, 삽화 등 다채로운 시각 자료를 배치하여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나아가 이 책은 단순한 줄거리 정리에 머물지 않는다.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의 학문적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비교문화적 시도를 감행한다.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정밀하게 따라가면서 신학과 역사, 철학, 심리학, 문학, 그리고 현대사회의 당면 문제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예컨대 텔레마코스의 성장은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대비되는 ‘텔레마코스 콤플렉스’로 재해석되고, 페넬로페의 기다림은 한용운의 시와 기독교의 기도가 지닌 역설적 미학으로 확장된다. 인류 최초의 서사인 성경과 최초의 문학 작품인 『오뒷세이아』의 이러한 교차 읽기는 시대를 초월해 반복되는 인간의 보편적 고뇌와 본성을 투명하게 응시하고 사유의 시원을 찾아가는 깊은 우물이 된다.
특히 이 책은 외로운 학자의 상아탑 속 독백이 아니라, 뜨겁고 생생한 ‘공동체적 대화’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생명력을 지닌다. 2024년 9월부터 숭실대학교 기독교대학원 세미나실에 매주 월요일 저녁 모였던 연구자들은 『오뒷세이아』의 각 부분을 나누어 해설하고, 발표와 토론을 거듭하며 공동체적 읽기와 대화적 해석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냈다. 엮은이인 김응교 교수가 전체적인 방향과 비교문학적 틀을 제시하여 책 전체의 단단한 통일성을 확보하면서도, 목사 대학원생들이 각자의 학문적 시선으로 고전을 풀어냈기에 해설의 관점이 단조롭지 않고 다채롭다. 흥미로운 비하인드도 있다. 이들이 치열하게 세미나를 진행할 당시에는,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 〈오디세이〉를 만든다는 소식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2026년 8월에 개봉한 이 현대적 영화와 고대 텍스트를 교차 분석하는 과정 역시 책의 마지막 부분에 흥미롭게 수록되어 현재적 적실성을 입증한다.
결국 이 책이 지향하는 종착지는 학식의 유무나 종교의 유무를 떠나 삶의 길 위에서 분투하는 모든 이들을 향해 열려 있다. 과거의 오래된 사건들을 오늘날 현실의 사건들과 대조하여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는 작업은 고전과 성경과 현실의 대화 속에 숨겨진 ‘오래된 미래’를 발견하는 귀중한 성찰이다. 목회자들은 이 책을 통해 목회 현장에서 직접 인용할 수 있는 깊이 있고 따뜻한 인문학적 설교 자료를 얻을 수 있고, 일반 독자와 인문학 학습자들은 세대와 종교를 초월하여 자신만의 삶의 지평을 넓히는 편안한 길동무를 만나게 된다. 독자들은 수천 년 전 서사시의 낯선 이름들 사이에서 문득 마주하는 나 자신의 참된 얼굴을 발견하고, 성경과 인문학이 나누는 흥미로운 대화에 기꺼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저자

김응교

김응교 시인, 문학평론가. 연세대학교 신학과 졸업, 일본 도쿄대 비교문학 연구원, 연세대학교 국문과 박사.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순헌칼리지 교수, 숭실대학교 기독교대학원 기독인문사회학과 담당 교수로 있다. 저서 『처럼-시로 만나는 윤동주』, 『그늘-문학과 숨은신』 등을 냈다.

목차

엮은이의 말 성경의 눈으로 읽는 고전 12
들어가는 말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왜 성경과 비교하는가 15

5분 인문학 『오뒷세이아』의 이전 이야기 『일리아스』 22

1권 텔레마코스를 격려하는 멘토르 아테나 28
2권 이타케인들의 회의, 텔레마코스의 출항 38
5분 인문학 텔레마코스 콤플렉스 45
3권 텔레마코스의 가이드 러너 48
4권 환대의 힘 59
5권 오뒷세우스의 귀향 결정 68
6권 친절한 나우시카아 78
7권 오뒷세우스가 알키노오스에게 가다 84

5분 인문학 아레테 왕비 94

8권 오뒷세우스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머물다 101
9권 인간의 지혜와 신의 시험 110
10권 인간과 신, 유혹과 시험의 상호작용 116
11권 운명에 맞선 오뒷세우스 120
12권 단독자 오뒷세우스 131

5분 인문학 수다나 노래보다 무서운 침묵, 카프카 140

13권 지혜란 무엇인가 150
14권 나그네를 환대 한 에우마이오스 158
15권 텔레마코스가 에우마이오스에게 가다 165
16권 부자 상봉 172
17권 돌아온 오뒷세우스, 주위의 반응 177
18권 대결로 주도권을 잡다 187

5분 인문학 ‘기다림’의 인내와 미학 197

19권 시끄러운 세상에 던지는 도전 206
20권 세 번의 만남 214
21권 자격 없는 자들의 아우성 221
22권 빗나간 창, 몰락하는 구혼자들 232
23권 기다린 만남과 이별 245
24권 데우스 엑스 마키나 252

5분 인문학 호메로스 『오뒷세이아』와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263

에필로그 ‘오래된 미래’와 함께 283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오뒷세이아』는본질적으로구전전통에서전승된서사시다.고대그리스에서입에서입으로전해져내려오던노래를책으로담은것이다.오늘날영화나책은한번소비하고마는경향이있지만그리스인들은이미내용을다알면서도반복해서소비하고귀에피가나도록부르며외우고다닌다.한마디로놀이가된것이다.그리스어린이들은이문학을접하면서자랐으며커서도이러한문학을기반으로세상을바라보았을것이다.이들에게서사시는이야기를넘어세상을이해하는양식이다.이러한점에서『오뒷세이아』는구약성경과유사점이많다.유대인들은기원전10세기책이등장하기전부터모세오경(토라)에음을넣어수없이많이외우고다녔다.지금도일부유대인들은테필린(Tefillin)으로손과팔에감고다니며읽는다.이들에게성경은세상을이해하는양식이고자기의민족적종교적뿌리를근원에두는본질그자체였다.그런의미에서그리스인이읽은『오뒷세이아』와유대인들의토라에는어떤공통점이있을까?
---「1권I텔레마코스를격려하는멘토르아테나」중에서

‘크세니아’(ξεν?α)는‘환대,후대,친절’등으로번역할수있는그리스어다.영어로는‘hospitality’로번역한다.‘크세니아’는『오뒷세이아』를관통하는핵심소재중하나다.위기와어려움에빠진등장인물들이누군가의환대를통해용기를얻고문제를돌파하기때문이다.메넬라오스와헬레네가베푼환대는고대그리스시대환대의정석이라할만하다.시녀들은먼저텔레마코스와페이시스트라토스를목욕시키고,새옷을입혀준후에메넬라오스옆의안락의자에앉힌다.그후갖가지음식과함께포도주를놓고만찬을즐긴다.관례에따르면식사후게스트가어떤사람이며어떤목적으로왔는지를물어야하지만,오뒷세우스의아들임을직감한메넬라오스와헬레네는그의상실감을진심으로위로해준다.
---「4권I환대의힘」중에서

아버지를향해걸음을내딛는아들의마음과20년만에집으로향하는오뒷세우스의마음을비교해볼수있다.아들의마음엔거부감에대한두려움으로가득하다.아들은그런두려움으로아버지집의품꾼이되어도마땅하다는각오다.아들의마음엔아버지의환대는기대할수도없고,기대해서도안된다고여긴다.그에반해오뒷세우스의마음은어떠할까.20년만에집으로돌아가며이미아들을만났다.이젠그가사랑하는페넬로페를만나야한다.거지의모습을한오뒷세우스는어쩌면그의마음을대변할수도있다.그만큼그의마음은너덜너덜하고,페넬로페에게만큼은자신을자신있게내비출수없다.이런자신이라도페넬로페가맞이해줄수있다면,그환대만으로오뒷세우스가집밖에서겪은20년의외로움은보상될것이다.
---「17권I돌아온오뒷세우스,주위의반응」중에서

페넬로페의직조는‘지혜로운유예’이자자신을지키는방어막이다.그녀가밤마다베를푸는것은오뒷세우스가돌아올‘현실적시간’을확보하기위한행위다.그녀의기다림은남편의귀환이라는확실한사건을목표로하며,그수단으로서의직조는외부세계(구혼자)와의싸움이다.한용운의“수의비밀”에나오는자수(刺繡)는“역설적승화”이며,‘구도(求道)의과정’이다.“짓다가놓아두고짓다가놓아두고”하는이유는솜씨가없어서가아니라,님을향한사랑이너무나커서인간의기술로는다담을수없기때문이다.이는이별의슬픔을자수라는행위를통해‘찬란한기다림’으로바꾸는정신적승화다.
---「5분인문학I‘기다림’의인내와미학」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