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남극 탐험기 (김근우 장편소설)

우리의 남극 탐험기 (김근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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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근우의 신작 장편소설 『우리의 남극 탐험기』. 소설은 한국의 무명작가 ‘나’가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 박사와 남극을 탐험하고 와서 쓴 탐험기 형식을 띠고 있다.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이라는 이름에서 20세기 초의 위대한 탐험가를 떠올린 독자라면 이 소설이 더욱 반가울 것이다. 섀클턴 박사는 탐험가 섀클턴 경과 미들네임까지 일치하는 동명이인이고, 박사와 ‘나’를 남극으로 인도한 이가 바로 섀클턴 경이다.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섀클턴 박사와 ‘나’가 각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왜 그들이 남극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시간 순으로 서술한다. 그리고 1998년 잠시 동안 한 공간에 있었던 그들이 2015년 한국의 지하철에서 극적으로 다시 만난 이후부터 두 사람의 본격적인 남극 탐험기가 펼쳐진다.

김근우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아이러니와 패러독스 넘치는 문장으로 “말이 되는 일만 일어나는 세상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고, 바른 말만 해야 되는 세상에서 마음을 흔드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너무나 말이 되게’ 들려준다. 뻔하고 경직된 세상에 청량제처럼 날아든 그의 이야기는 황당무계하면서도 진실하고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코끝 시큰한 감동을 선사한다.
저자

김근우

저자김근우는1980년서울에서태어나초등학교때외가에가본것외에는서울인근을벗어난적이없다.태어날때부터하반신신경계의이상으로제대로걷지못했고,초등학교4학년때까지아홉번에걸쳐수술을받았다.중학교2학년때도저히건강이허락지않아학교를그만둔뒤운명처럼소설에빠졌다.1996년하이텔,나우누리등피시통신게시판에『바람의마도사』를연재해큰인기를얻었으며,이후여러편의장르소설을썼다.
2015년,서울불광천을배경으로가족처럼여기던고양이를잃어버린노인과고양이를잡아먹은오리를찾는사람들이좌충우돌하는블랙코미디『고양이를잡아먹은오리』로제11회세계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2016년에는학교폭력,집단따돌림등의학원문제를새로운감각으로풀어낸청소년소설『우수고스트레스클리닉』을펴냈다.

목차

우리의남극탐험기|7
작가의말|296

출판사 서평

‘지금여기’가아닌그어딘가를찾던두남자의
황당무계하고도코끝시큰한남극탐험기

『고양이를잡아먹은오리』로제11회세계문학상대상을수상한작가김근우의신작장편소설『우리의남극탐험기』가나무옆의자에서출간되었다.소설은한국의무명작가‘나’가영국의저명한경제학자인어니스트헨리섀클턴박사와남극을탐험하고와서쓴탐험기형식을띠고있다.어니스트헨리섀클턴이라는이름에서20세기초의위대한탐험가를떠올린독자라면이소설이더욱반가울것이다.섀클턴박사는탐험가섀클턴경과미들네임까지일치하는동명이인이고,박사와‘나’를남극으로인도한이가바로섀클턴경이다.
소설의전반부에서는섀클턴박사와‘나’가각자어떤삶을살아왔는지,왜그들이남극으로떠날수밖에없었는지를영국과한국을오가며시간순으로서술한다.그리고1998년잠시동안한공간에있었던그들이2015년한국의지하철에서극적으로다시만난이후부터두사람의본격적인남극탐험기가펼쳐진다.흥미로운것은1907년인류최초로남극횡단에도전한어니스트헨리섀클턴탐험대의이야기가박사와‘나’의탐험기속에절묘하게녹아들어있다는점이다.
김근우작가는이번작품에서도특유의아이러니와패러독스넘치는문장으로“말이되는일만일어나는세상에서말도안되는일을벌이고,바른말만해야되는세상에서마음을흔드는헛소리를하는사람들”의이야기를‘너무나말이되게’들려준다.뻔하고경직된세상에청량제처럼날아든그의이야기는황당무계하면서도진실하고어처구니없으면서도코끝시큰한감동을선사한다.


“이길수있다면싸울필요도없지만이길수없다면싸워야하는거야.”

섀클턴박사는말그대로드라마틱한인생을살았다.1947년에태어난그는미숙아망막병증으로생후두달도되지않아두눈의시력을잃는다.상류층명문가출신으로집안의아낌없는보호와지원속에서자라지만‘남과다르다는죄’로인한배척과멸시와조롱은소년시절내내그를따라다닌다.마음속에세상에대한원한이쌓이려하던열한살의어느날,그는섀클턴경의목소리를듣는다.“넌여기서뭘하고있니?”“이길수있다면싸울필요도없지만이길수없다면싸워야하는거야.”박사는그말에완전히사로잡힌다.
타고난두뇌와강인한의지로열일곱살에명문옥스퍼드대학에입학한그는또다른고통에직면한다.신의장난인지남자를사랑하게된것이다.결국그는눈물을머금고사랑하는사람을떠나보낸다.스물세살에박사학위를받고케인스주의경제학자가된후에는좌파와우파모두에게공격당하고버림받는다.그는어디에도속할수없고어느쪽도선택하지않는다.그러다1998년의어느날또다시섀클턴경이나타나말을건넨다.“이봐,친구.나와함께남극으로가자고!”

박사의인생에비하면‘나’의인생은시시하고썰렁했다.중학교때까지야구선수를하다그만둔까닭에공부는문맹수준이어서어찌어찌고등학교를졸업하고지방무명대학경제학과에입학한‘나’는어느날강지진이라는이상한국문과교수의강의실에서섀클턴박사의목소리를듣는다.“자네는지금왜여기있나?”중학교때야구장에서들었던바로그목소리.이후이목소리는‘나’의인생을줄곧따라다닌다.
‘나’는강교수의조카와사랑에빠지지만이유없이그녀를차버린다.그후의경으로지원해시위진압도중부상을당했을때는우파와좌파싸움의희생양이되어꼼짝못하는신세가된다.복무를마치자마자경제학과를자퇴하고체육교사가되기위해모대학체육교육학과에입학한다.졸업후임용고시를준비하던중갑자기글을쓰고싶은욕구가일어소설한편을완성한다.이작품이모출판사신인문학상에당선되어얼떨결에작가가된다.이후에쓴장편소설은모문화재단의장편소설상까지받는다.그러나이후에더나은작가가되려고노력해서쓴작품들은줄줄이평단과독자모두에게외면당한다.당장끼니걱정을해야할정도로생활고에시달린다.때로자살을생각하기도한다.그럴수록확실해지는것은지금여기는내가있을곳이아니라는것.그렇다면어디로가야하는가.

이처럼박사와‘나’는전혀다른곳에서전혀다른인생을사는데도끊임없이같은질문에봉착하고비슷한상황에놓인다.“지금여기는내가있을곳이아니다.언젠가는반드시그어딘가로떠나야한다.”이것이두사람을이어주는공통된화두였다.마침내그들은2015년한국의지하철에서만나한눈에서로를알아본다.

“마침내만났군요.”
“그래,마침내우리가남극으로떠날때가온거지.”(172쪽)


“말이되는일만일어나는세상이니까말이안되는일이일어날수있는거야.”

68세의박사와32세의‘나’는섀클턴경이인도한대로남극으로떠난다.21세기의탐험은과학기술과장비의발달로섀클턴경의시대에비할바가못된다.그러나극지의엄혹한자연은예나지금이나다를바없다.게다가섀클턴박사는고령에시각장애인이다.그런데도두사람은떠났다.물론준비는철저히했다.그들은킹조지섬에서미리빌려놓은보트를타고남극대륙으로들어간다.아무도몰래남극대륙의파머반도에도착한두사람은남극점을통과해대륙을횡단하는야심찬탐험을시작한다.인류라고는오직두사람밖에없을것같은눈과얼음의땅.뼈가갈라지는것같은추위속에서도그들은한껏해방감을느끼며스노모빌을운전해간다.그러나초반의순조롭던여정은곧크고작은어려움에부닥치고급기야폭설과혹한으로오도가도못하는절체절명의위기를맞는다.이윽고포기는매너가아니라며다시길을나서려할때그들앞에믿을수없는광경이펼쳐진다.곰이나타난것이다.남극에등장한북극곰이라니.게다가말하는곰이라니!
여행을하다보니남극까지오게됐다는여자북극곰에게그들은치피라는이름을붙여주고탐험의동료로맞아들인다.아니동료가되기를간청한다.그들에게치피는구세주나다름없었다.치피는어마어마한힘과속도로박사를태우고무거운짐까지끌며앞으로나아간다.치피덕분에남극의험한산도넘을수있었다.그런데또문제가생겼다.치피와나눠먹다보니식량이바닥을보이기시작한데다손발의동상도점점악화되어갔다.결국탐험을계속하느냐마느냐로‘나’와치피는극단적으로대립한다.그때또다시믿을수없는일이눈앞에펼쳐진다.펭귄수백마리가그들을향해날아오는게아닌가.날아다니는펭귄이라니!치피는펭귄을보고환호한다.펭귄고기라면얼마나훌륭한한끼식사인가.
과연그들은식량문제를해결하고무사히남극을횡단할수있을까?더큰고난이그들을기다리고있지는않을까?

소설전반부에서박사와‘나’의인생을병치시켜서술했듯이두사람의탐험이야기는100년전섀클턴탐험대의이야기와맞물려전개된다.100년전원대한목표를품고나선그들의탐험은시작부터좌절되었다.그들에게는도와줄곰도펭귄도없었다.스스로를구할수있는건오로지자신들뿐이었다.절망적인상황에서수개월동안버텨낸대원들과불굴의의지로전대원을구한위대한실패자섀클턴경의이야기는오늘날까지도인간이스스로만들어낸기적의한표상으로기념된다.그러니섀클턴박사가경의뒤를따르려는것은지극히당연한일일터다.이제박사와‘나’는진정으로자기길을가야한다.
이길수없기에싸우고,실패할것이기에도전한이‘바보’들의이야기역시누군가에게또하나의기이하고특별한실패의기록으로기억될것이다.남극에서의탐험은끝났지만인생의탐험은또다시시작된다.

[책속으로추가]
어쨌든우리의사랑은끝났다.다끝났기에나는비로소말할수있었다.
“미안해.네가반드시들어야하는말,누군가는반드시들려줘야하는말을단한마디라도찾고싶었는데찾지못했어.어쩌면그런말은남이아니라너스스로찾아야했던건지도모르겠어.”
혜진은울면서말했다.
“바보.그런말은남이찾아줘야하는거야.다른말은자기가찾아서자기스스로들려줘도되지만그말만은남이찾아서남이들려줘야하는거야.”
“어쩜그런지도.그렇다면나를위한말은네가찾아주지않을래?너를위한말은내가찾아줄테니까.어쩌면영원히찾을수없을지도모르지만,그래도한번시작해보지않을래?”
혜진은웃으면서말했다.
“탐험을하자는거지?”
“그래,탐험이야.”
나는일곱빛깔무지개끈을혜진에게내밀었다.(2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