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항아리 (유익서 장편소설)

노래항아리 (유익서 장편소설)

$13.80
Description
1974년 등단한 이래 40년 이상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해온 원로작가 유익서의 새 장편소설 『노래항아리』. 옻칠회화에 뛰어든 한 남자의 뜨거운 예술혼을 그린 전작 『세 발 까마귀』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회화나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중국의 영향을 벗어나 조선의 풍토에 맞는 것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던 조선 후기, 신비한 노래항아리를 품고 아무도 부른 적 없는 새로운 노래를 찾아 길을 떠난 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진경이 담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이루려는 사람들과 우리 전통 미학을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저자

유익서

저자유익서는1974년한국일보신춘문예에「부곡(部曲)」이,1978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우리들의축제」가당선되어문단에나왔다.고도의상징과알레고리로시대상황을적실히비춰낸『비철이야기』『표류하는소금』『바위물고기』『한산수첩』『고래그림碑』등의소설집과,우리전통음악의우수성과고유한아름다움의근본을밝혀미학적으로승화시킨『새남소리』『민꽃소리』『소리꽃』3부작을비롯하여『아벨의시간』『예성강』『세발까마귀』등의장편소설을세상에내놓았다.한동안동아대학교한국어문학부에서후진양성에힘썼으며,단국대학교대학원과동의대학교등에서소설을강의했다.대한민국문학상신인상,이주홍문학상,PEN문학상,성균관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세그루나무의걱정
노래하는항아리라니
노래가어디갔느냐
항아리의저주
네가노래임자라니?
노래가왜절로나오지요
구곡산으로가자
가벼움과무거움!
대나무꽃항아리
너의노래로구나!
교방식구들
심전율의회초리
노래는길에있다?
‘사람의노래’여야한다
추쇄꾼을풀어라
길은끊어지고
저것이그노래인가
‘사람의노래’를찾는다?
김가의분기탱천
고생이제알아할테지
이야기팝니다
세상에행복은없다!
전기수대우
며느리로삼아도좋다
미친환쟁이
고강의초막
능내정진사
이그림을받아주시오
소리무늬를지은산
고강을만나다!
은행나무의장담
남행길에나서다
남사당패와만남
돌아온항아리
어름사니도일
줄에서떨어진도일
아쉬운작별
강진유배지에서
노래란무엇인가?
너는죽지도못한다!
온섬무당선이네
네가무당을타고났다!
최가네굿청
사또의오판
길베에반야용선을띄우고
저주굿의재앙
이노옴,천벌받을노옴!
길에서만난노래들
다시고강의처소에서
네가노래를이루었다!
고강묘소참배객들
낭자의마지막모습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왜자꾸만어딘가먼곳이그립고가고싶은걸까요?”
세상에한번도불린적없는노래,
삶의진경이담긴참된노래를찾아가는한소녀의여정

사람의노래,세상의노래,새로운노래를찾는고난의길

1974년등단한이래40년이상활발히작품활동을해온원로작가유익서의새장편소설.옻칠회화에뛰어든한남자의뜨거운예술혼을그린전작『세발까마귀』이후2년만에선보이는신작이다.회화나음악등다양한예술장르에서중국의영향을벗어나조선의풍토에맞는것을찾으려는움직임이일던조선후기,신비한노래항아리를품고아무도부른적없는새로운노래를찾아길을떠난한소녀의이야기를통해삶의진경이담긴자신만의예술세계를이루려는사람들과우리전통미학을아름답게형상화했다.

열여섯살소녀솔은노래부르는귀신이붙었는지늘노래를입에달고다닌다.그런솔을볼때마다어미는노래하면팔자사나워진다고윽박지르고매질을하는데도솔은무언가에홀린것처럼노래를그칠수없다.그러던어느날통영갓에녹색두루마기를입은손님이나타나마음놓고노래부를수있게해주면어떠한고생과대가도감내할수있겠느냐고묻기에솔이기꺼이그리할것이며목숨까지내놓을수있다고대답하자그는솔을구곡산으로데려간다.구곡산에서두가지시험을통과한솔은노래를불러담았다가불러내면스스로노래를부르는신비한항아리를얻는다.하지만귀물을소유하는데는그만한대가와고생이따르는법.솔은평생항아리에봉사해야하며,항아리에담긴노래를다익히면새노래를지어불러담아야하는데그것이가장고생스러울것이라는경고를받는다.
항아리를얻은후솔의인생은완전히달라진다.원없이노래를부를수있게되었다는기쁨도잠시,항아리로인해어미가목숨을잃고,항아리에눈독을들이는사또의지시로솔은교방(관기들이머물고교육받는기관)에서생활하게된다.노래와춤과악기를배우며교방생활에익숙해질무렵,항아리가더이상솔의노래를담아부르지않겠다고선언한다.항아리는‘사람의노래’를지어담으라한다.이제까지한번도불린적이없는노래,세상사람들이살아가는모습을담은노래를지으라는요구였다.항아리가노래를부르지않으면교방에서도죽은목숨이기에솔은항아리를메고야반도주를감행한다.
항아리를얻을때어떠한고생과고통도감내하겠다고한다짐을되새기며세상에한번도불린적이없는노래를찾아길을나선솔은천신만고끝에한양에이른다.이때부터솔은각지를떠돌며수많은사람들을만나고그들의이야기를들으며세상을배워나간다.
돈을받고이야기를들려주는전기수대우,우리산천을표현하기에알맞은새로운그림기법을창안하는데매진하다유명을달리한화가고강,아무런대가없이누구도도달하지못한기예를익혀사람들앞에펼쳐놓는남사당패어름사니(줄을타는줄꾼)도일,억울하게죽은망자의혼을달래고좋은곳으로인도하는무당선이네.솔은이들의삶과그들속에살아숨쉬는노래를통해큰깨달음을얻고,그들모두의이야기가담긴노래를불러항아리를감복시킨다.항아리가노래를받아들이자솔은굽이굽이노래를엮어부르고또부른다.그리하여그림을그리다붓을쥔채숨이끊어진고강처럼항아리를부여안고그안에노래를불러담다죽음을맞는다.훗날항아리에서는어디에서도들어본적없는애절하고유장한소리가락이흘러나온다.

세밀하고풍부하게묘사된조선후기예인들의삶
노래속에담긴민초들의한과새로운세상에대한염원

솔이노래를찾는과정은한예술가가자신의세계를완성해가는과정으로,작가유익서가여러작품에서끈질기게탐구해온‘예술이란무엇이고에술가의삶은어떠해야하는가’라는주제의또다른변주라할수있다.드높은경지의예술적성취란제모든것을걸어야만이룰수있는것으로,그속에평범한사람이누리는일상의행복이나일신의안락함은들어설자리가없다.솔은애초에고통을대가로노래할자유를얻은만큼고생을기꺼이받아들이고혹독한시련을겪으면서도결코쓰러지지않는다.그렇게솔은길위에서많은이들과만나고헤어지며세상속에스며있는노래를깨우쳐나간다.

절에가면독경소리,염불소리를들을수있고,들에가면농부들의들노래를들을수있었다.어느날담을넘어낭랑하게들려오는선비의글읽는소리가어찌노래아니라고할수있단말인가.가락을얹어흥미진진하게이야기를엮어나가는전기수의구성진목소리도또한노래를방불했다.고강이그린그림속의산도노래를부르고있었고,어름사니도일의시나위조사설도,매호씨와주고받는재담도,다노래로엮지못할바아니었다.무엇보다무녀가굿판에서부르는넋풀이는노래아닌것이하나도없었다.(340쪽)

소설은솔에게자극과영감을준예인들,특수한직업인들의세계를세밀하고풍부하게묘사한다.전기수대우,화가고강,남사당패어름사니도일,무녀선이네는자기세계를이룬예술가의또다른모습들로,그들의이야기와그림,사설과몸짓,재담과넋풀이는솔이‘사람의노래’를찾는데큰가르침을준다.특히고강의그림과그의준열한정신을흠모한솔은이미세상을떠난고강의초막에머물며그의열정과예술혼을받아담으려한다.또한솔이세상속에서배운것을갈무리해그들모두의노래를엮어부르기위해돌아간곳도심산유곡고강의처소다.

강과산은생명의원천이며정감의곳간이었다.그침없이흐르는강과언제나같은자리를지키고있는산이속삭이는말을비로소알아듣는사람은지혜와덕이높은것이다.고강은강과산이속삭이는말을다알아들었으리라.그렇지않고서야어찌그런심오한경지의그림을그릴수있었겠는가.게다가그강과산의품속에서삶을엮어가고있는민초들의모습을제대로그려낼수있었겠는가.가까스로고강의심오한정신을엿본것같은느낌에용기가솟아오르고는했다.(203쪽)

솔은밤낮으로노래를퍼올린끝에새로운목을얻어누구도부른적없는노래를완성한다.항아리는기꺼이그노래를받아들인다.구곡산에서솔을시험했던가릉빈가와녹색손님도솔의노래를아낌없이칭찬한다.“너는마침내노래를이루었느니라.”“너는소임을훌륭히마쳤다.이제부터는무엇이든네가부르고싶은대로다부르렴.부르는것마다다노래로서모자람이없을것이다.”

예술의진경에이르기위해안락함의유혹을뿌리치고고난을마다하지않는주인공솔과솔에게힘과용기를준화가고강의삶은진한감동을주며,자신만의재주와기예로평범한백성들의고단한삶을위로하는전기수,남사당패,무녀의삶도새삼옷깃을여미게한다.뿐만아니라조선후기사회의모순과핍박받는민중들의현실을담은노래는민초들의한과새로운세상에대한염원까지읽을수있게한다.『노래항아리』는근래한국문학의주류를이루는젊은작가들이결코흉내낼수없는예술의본질에대한집요한탐구와깊은사유,그사유를명징하게풀어낸기품있고진중한문장,인간과삶에대한뜨거운애정에서비롯된해학이빛을발하는시대소설이자예술가소설이다.

[책속으로추가]
그렇듯열심히고쳐부르기를한열흘쯤계속했을까,이제처음부터끝까지한대목도일실이나오차없이똑같이불러낼수있게되었다.지금까지부른노래를항아리도신명을내며담아냈다.개동의노래를온전히불러낼수있게되자가까스로이루었다는자부심이온몸을가득채워왔다.그자부심과느꺼움이복받쳐오르자눈물이비오듯쏟아졌다.눈물과함께얼굴에웃음이활짝피어났다.그동안헤쳐나온역경들이상기되는한편마침내이루었다는자부심이솔을사로잡았던것이다.이성취의흐뭇함을누가알겠는가.몸에날개가돋아하늘높이날아오르는우화등선(羽化登仙)의이큰기쁨과보람을.(356~357쪽)

그의삶에는생활이배제되어있었다.먹는것과입는것즉,곡복사신(穀腹絲身)이유족하고주거가안정되어가족이단란하게생활하는것을세상은으뜸행복으로치기마련이었다.그행복은일정한궤도를따라순행하는일상이바탕을이루고있었다.일상은사랑을키우고웃음을낳는것이다.일상은행복이솟아나는샘과같은것인데,고강은한사코그일상의궤도를벗어나자기만의삶을고집스럽게도모했으니,인생의즐거움이나복락은누려보지못한것이다.일상에서는취할수없는또다른행복을누렸던것인가.돌이켜생각할수록그의황량하고스산스러운모습이안타까웠다.그런애도의기분이술을자꾸만당겼다.(3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