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때기 포트 (김이수 장편소설)

깔때기 포트 (김이수 장편소설)

$13.00
Description
한국식 누아르의 정점. 인천 앞바다에
〈신세계〉에 필적할 액션 누아르가 떴다.
“인생 뭐 있니, 갑빠 있게 살자.”
돈 냄새와 피 냄새 가득한 인천 깔때기 포트 재개발 지구
냉혹한 세상에서 폼 나게 살고 싶은 삼류 인생들
한번 들어서면 결코 도망칠 수 없는 길이 여기 있다

2015년 악의 심연과 폭력의 밑바닥을 섬뜩하게 그린 첫 장편소설 『가토의 검』으로 만만치 않은 필력을 보여주었던 작가 김이수의 두 번째 장편소설 『깔때기 포트』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가토의 검』이 탄탄한 구성과 기막힌 반전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추리소설이었다면 『깔때기 포트』는 인천의 ‘깔때기 포트’라는 재개발 지구를 중심으로 냉혹한 세상에서 폼 나게 살고 싶은 삼류 인생들의 꿈과 현실을 누아르풍으로 그렸다.
가난한 대학생 영민은 인천 지역의 전설적인 폭력 조직 장바우파의 말단 조직원인 친구 상구의 소개로 그들이 불법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약을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폭력 조직과 연계된 일이라는 점이 찜찜했지만 수입이 다른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터라 영민은 착실히 일해 등록금을 벌어 반드시 졸업하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약 배달 사무실의 사장은 과거 장바우파의 행동대장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합리적인 사업가로 보였으나, 그의 수하인 조배는 첫 만남부터 영민을 모욕하더니 사사건건 괴롭힌다. 게다가 영민이 사랑하는 다해마저 조배와 기분 나쁘게 얽혀 있다.
한편 깔때기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장바우파의 움직임도 바빠진다. 상구는 지금이 기회라며 영민에게 조직에 들어올 것을 종용하고, 조배는 1년에 억은 가뿐히 번다는 약 배달 사업을 차지하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영민과 조배, 조배와 사장의 관계도 꼬일 대로 꼬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약 배달 사무실 금고가 털리고, 일대를 발칵 뒤집은 방화 사건이 일어난다. 태풍이 몰아치던 그 밤, 장바우파는 한번 들어가면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깔때기의 삽치기 골목에서 배신자를 응징하는 토끼몰이를 시작한다. 그리고 영민의 인생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선다.
저자

김이수

저자김이수는경기도부천에서태어나인하대학교일본학과를졸업하고일본쓰쿠바대학원에서정치학석사학위를받았다.
2013년단편소설「위대한유산」으로김유정신인문학상을받으며등단했고,2015년첫장편소설『가토의검』을발표했다.현재국회입법조사처에서입법조사관으로일하고있다.

목차

깔때기포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인천의역사성과특수성이탄생시킨독창적리얼리즘

소설의주요무대인깔때기포트는가슴아픈역사를지닌곳이다.인천상륙작전당시미군이월미산의인민군방어시설을무력화하면서민간인마을까지네이팜탄으로폭격하는바람에수많은민간인사상자가나왔다.이후미군은월미도에상륙해살아남은원주민을모두내쫓고마을을미군기지로사용했다.월미도포격으로쫓겨난원주민이모여살면서형성된무허가판자촌이바로깔때기포트다.영민과상구모두이깔때기출신으로이들에게깔때기는가난과모멸의상징이었다.어린시절그토록떠나고싶었고,떠난후에는두번다시돌아가고싶지않았던그곳이지금은재개발업자들과땅주인들에게일확천금을낳는황금어장으로탈바꿈하려는중이다.
깔때기포트재개발사업권을따낸한영건설과그들의뒤를봐주는장바우파는깔때기똥치골목에사는원주민들을쫓아내려한다.이에대항하여깔때기원주민들은항만노조간부출신황철배를철거대책위원장으로내세워재개발반대운동을벌여왔다.이들은오랜세월정부를상대로월미도사건진상규명과피해자보상을요구해왔는데거기에더해이제는철거에맞서싸워야하는처지다.그런데황철배가한영건설로부터뇌물을받은혐의로구속되면서주민들은허탈감에빠지고,깔때기재개발은급물살을탄다.
이처럼깔때기포트라는공간이지닌역사성과특수성,그로부터비롯된이해관계와갈등은소설의서사를작동시키는정교하고풍요로운밑그림이다.
영민은깔때기출신에월미도피해자가족이기도하지만장바우파와관련된조직에서아르바이트를하면서자신도모르는사이에더욱더현실적인이해관계의당사자가되어간다.이제그의주변을채우는것은허세에찬건달들과비즈니스로포장된폭력의세계다.깡패가된걸자랑스럽게떠벌이며친구를조직에끌어들이려는상구,노골적으로적의를드러내며영민을무시하고조롱하는조배,겉으로는사람좋아보이지만언제무서운민낯을드러낼지모르는사장,그리고권력의꼭대기에앉아허허실실상대를꼼짝못하게만드는장바우.영민은그속에서영리하게처신하며꿋꿋하게자기미래를설계해간다.조폭세계에발을담글생각은추호도없다.하지만그역시그들의사업과권력관계에영향을받고,실리를위한선택을할수밖에없다.그리고어머니와여동생과다해는그의선택을더욱절박하게만드는사람들이다.
영민에게어머니와여동생은아킬레스건이며,그를버티게하는이유인동시에미치게만드는존재들이다.대학졸업하고제대로된직장잡아서대문있는집에서가족과함께사는것이그가꿈꿔온미래였는데,이제는미래를꿈꾸는것자체가불투명해졌다.다해는얼마간이미래에들어왔다가금세나가버렸다.“너같은가난뱅이하고는그냥엔조이야”라며이별을선언한그녀.그는사랑하는사람들을지킬돈도백도없다.사장은누누이얘기했다.비즈니스에서가장중요한건‘때’라고.때를놓치면편하게갈수있는길도가시밭길을헤치며돌아가야한다고.기회를엿보며절치부심하던영민에게이윽고상상도할수없었던충격적인사건이닥치면서때가온다.분노에찬그는분신과도같은피닉스오토바이를몰고깔때기로질주한다.자신이하려는일이무엇인지똑똑히인식하면서.

소름끼치도록현실적인결말,짙은페이소스,비장미넘치는누아르

언덕에서포구로이어지는동네의형태가여성의자궁모양같다하여깔때기포트라이름붙여진이곳에서는독특한지형탓에한때폭력배들사이에서일명토끼몰이라고불리는수많은살인작전이벌어지곤했다.이골목에갇히면깔때기앞바다에수장되는것말고는빠져나갈도리가없었다.그날밤영민은또하나의먹잇감을기다리는사람들속에있다.소설전체를통틀어최고의명장면으로꼽힐이작전은팽팽한긴장감과폭발적인에너지로순간순간긴박하게전개된다.눈앞에서영상을재생하는듯한생생한묘사와진실을따져묻게하는대사,잔혹한비밀의공모는누아르의비장미를한껏끌어올린다.

[책속으로추가]

“불상사는없었어?”
인터넷에떠다니는철거사진을보면화염병이난무하고,사람들이피를철철흘리며바닥에나뒹굴었다.
“준비가완벽했거든.경찰이일차로장벽을쳐주고,그뒤를용역애들이막아줘서마음놓고작업할수있었어.2인1조로집집마다돌아다니며안에사람이있나살펴보고,빈집이확인되면,바로기사한테무전때리는거야.그러면기사가삽차를몰고와서그냥뭉개버리는거지.골목하나해치우는데30분도안걸렸어.집이허술해서삽차로쓰윽미니까,쭈르르무너지더라고.”
“시장에서장사하는사람들이몰려왔을텐데?”
“여기가깔때기아니냐?전경하고용역애들이입구를꽉막고있으니까,소리만빽빽지르지한발짝도못들어오더라고.나중에시의원하고단체에서쫓아왔지만그때는상황이마무리된상태라길을터주고우린싹물러났지.”(238쪽)

배달은이제자릴잡았다.수입도좋았고,사장하고도잘맞았다.오랜만에일이잘풀리기시작했다.영민은어머니의얼굴을떠올렸다.아버지병수발로구겨진종잇장같은인생을살던어머니였다.아버지의죽음으로숨통이트이기시작했다.어머니는그가대학만졸업하면아무걱정없다고했다.믿는다고했다.어머니는자신만믿는다고했다.어머니말대로그동안잘해왔다.고등학교를무사히마치고대학도들어갔다.하지만더이상잘할수없었다.다해를생각하면조배,이개새끼를그냥둘수없었다.(267쪽)

스르렁,스르렁.삽날이시멘트바닥을긁었다.조배가겁을먹고슬금슬금뒷걸음질쳤다.영민은삽을들어벽을한번내리쳤다.단단한화강암에부딪힌삽날에서불꽃이튀었다.조배가후닥닥두걸음물러섰다.후후후.영민은음침한웃음을흘렸다.삽날로시멘트바닥을긁으며조배와의간격을좁혀갔다.접지한날끝에서기분나쁜소리가났다.밖으로빠져나가지못한소리는골목안에울려퍼졌다.조배가겁먹기에충분한사운드였다.단번에요절내긴아까웠다.천천히공포를느껴야한다.다해를위해무릎을꿇고참회의눈물을흘려야한다.그때까지자신은인내할것이다.골목의폭이점점좁아졌다.화강암벽은단단한근육처럼조배를조여왔다.조배가걸음을멈추고뒤를돌아봤다.거센파도가골목끝을타고넘어왔다.막장에다다랐다.(380~381쪽)




『깔때기포트』는한가난한청년이어려운환경속에서고군분투하다결국폭력조직의하수인이되는과정을소름끼치도록리얼하게그린다.순종적이지도그렇다고반항적이지도않은,다분히위악적인성향을가진그는결국현실을뛰어넘기위해기득권의하부세력으로남는다.작가로서는현재우리사회의구조에서기존의질서를역전시키는다른결말을생각하기어려웠을지모른다.이러한결말이주는짙은페이소스는이소설이가진또하나의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