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킬 (이재량 장편소설)

올 킬 (이재량 장편소설)

$13.29
Description
“이놈의 세상은 참 더러운 것투성이다.
나는 그저, 순결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우리의 강박증을 돌아보게 하는 슬프고도 무서운 이야기
“나 혼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정신병자가 아니다.
나는 저 인간들과는 다르다. 그래서 이제껏 그토록 힘들었던 것이다.
함께 살 수 없는 것들과 함께 살아야 했기 때문에.”

남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기 원칙과 윤리를 지키면서 남과 더불어 사는 ‘순결한’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재량의 두 번째 장편소설 『올 킬』은 그로테스크와 공포, 유머와 비장함이 함께 직조된 작품으로, 다양한 비유와 상징으로 세태를 성찰하게 하는 슬프고도 무서운 우화다. 공포 서스펜스 소설이면서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지닌 『올 킬』은 작가가 어렸을 때 집에 나타났다가 곧 사라져버린 한 마리 바퀴벌레가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다. 사라져버린 바퀴벌레가 삼십 년 넘도록 작가의 기억 속에 강박적으로 살아 있었던 것처럼 청결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한 인물, 고광남이 『올 킬』의 주인공이다. 고광남은 “지구를 좀먹는 바퀴벌레 일당과 일생일대의 대결을 펼칠 영웅”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역이지만 소심하고 예민하고 조심스럽고도 고집스럽게 자기 안에 틀어박혀 스스로를 끊임없이 반추하는 인물로, 작가 이재량의 전작 『노란 잠수함』(2017년)에서 서로 다른 네 명의 인물이 거침없이 질주해가던 것과 아주 다른 겉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올 킬』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강력한 스토리텔링과 생생한 캐릭터를 펼침으로써 작가의 또 다른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저자

이재량

1974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4년『문학의오늘』겨울호에단편소설「캐럴」을발표하며등단했다.2017년인생의빛나는한순간을찾아가는두노인과한소녀와한청년의수상한동행을그린첫장편소설『노란잠수함』을펴냈다.

목차

1부타이탄
2부돛에바람을싣고
3부사냥꾼의장례식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여기,세상끝까지쫓아가더러움을박멸한다는궁극의서비스가있다

느닷없이나타난바퀴벌레를한시간동안사투를벌인끝에잡아변기안에버린뒤각종집기들을세척하고태우고나서이제다섯번째로손을씻는고광남.그는결혼생활7년만에아내와헤어져6년을혼자살다서울생활을청산하고3년전제천금수산자락으로이사와작은오두막에서자기만의텃밭을가꾸며산다.방안의먼지한톨을참지못하고,한시간짜리샤워를하루에두세번,십분이상걸리는손세정을수시로하는광남씨의결벽은일종의완벽주의였고해병대출신이자환경미화원이었던아버지로부터물려받은내력이었다.광남씨는그가족사가반복되기를원치않았고,자기방식을바꾸지않고살기로했기에금수산아래에서자급자족에가까운생활에만족하며혼자지낸다.아들배식을보지못하는것말고는별아쉬움없이.
그평화로운일상은갑작스러운바퀴벌레의출몰로산산조각난다.아울러지난달자신의오두막옆으로이사온유명건축가노상용과살림연구가서영실부부네도광남씨의고요함을어지럽힌다.자연친화적삶을산다고잡지에소개되고친환경마을을조성한다고백방으로뛰어다니지만실제로는디젤차연기를내뿜고다니고,음식물쓰레기를제대로처리하지못해온갖벌레들이들끓도록놔둔다는것을광남씨는알고있다.심지어돼지먹이로쓰기위해음식물쓰레기를수거해가겠다는평동리양씨의말도마다한그들이다.
어느날읍내에서‘해충구제전문회사(주)올킬’의광고를발견하고바퀴벌레소탕을위해서비스를신청한광남씨.하얀스타렉스를타고오두막을찾아온올킬의안희수대리는나이를가늠할수없는하얀방호복차림의거구의여성이다.그녀는주사기로독을주입하고기다란흡입기를휘둘러오두막의바퀴벌레떼를소탕해버린다.그러나광남씨의오두막에새로운바퀴벌레들이반복적으로유입되자안희수대리는그들의진원지로노상용의이층집을지목하고,광남씨에게브이아이피고객가입과프리미엄서비스신청을권유한다.고객이사는주변의모든해충을끝장내는이올킬서비스를바퀴벌레에시달리던광남씨가마다할이유가없다.서비스를신청한이튿날,그는바퀴벌레뿐만아니라노상용네의음식물쓰레기는물론이고노상용서영실부부역시모든가구들과함께사라졌음을깨닫는다.남은것은이층집건물과노상용이자랑하던전축,광남씨에게도들려준말러교향곡<타이탄>앨범뿐이다.그리고사라진부부가양씨집에보냈다는택배상자…….
3개월후이층집에이재훈과엄향기부부가새로이사온다.그들은각각웹프로그래머와웹디자이너로재일교포2세이자심장이안좋은엄향기를위해자연의삶을선택했다고말한다.광남씨는예전과달리이웃을갖는것에마음설레는자신을발견하나,그들의사생활에깊이관여할수록눈에들어오는이면의모습에또다시견딜수없어한다.게다가올킬의서비스를받았음에도바퀴벌레는박멸되지않았고,급기야이재훈이자기집해충을없애달라고올킬의프리미엄서비스를신청했다는사실을알게된다.전전긍긍하던광남씨는어쩔수없이안희수를찾는데…….
어느덧봄이찾아오고,일곱살때부터떨어져살던아들배식이고등학생이되어광남씨오두막을찾아온다.배식은아버지와부딪치지않기위해이웃들이살던이층집에서지내기로한다.그런데사라졌던바퀴벌레가아들의방문과동시에어김없이다시나타난다.광남씨는몇달전프리미엄서비스를실행할때생긴발의상처가심각한수준으로악화된데다자신과마찬가지로아들마저바퀴벌레로잠못이루는상황에이르자걷잡을수없이무너져내린다.더이상보고만있을수없다고생각한그는마침내순결한삶을위한최후의결단을내린다.

살갗을뚫고돋아나는순결한날개,윤기흐르는시커먼날개를꿈꾸다

『올킬』의주인공고광남의결벽은완벽주의이자아버지에게서물려받은내력이다.어렸을적그토록거부하고반항했던아버지의청결에대한집착강요,그것이약화된것은광남씨스스로아버지못지않은강박증을드러내면서부터였다.지저분하고제멋대로인세상,정당한보상과대접이없는세상으로부터자신을구분짓겠다는이강박증은광남씨를세상과더욱멀어지게한다.때때로마음따뜻한이웃을향해관계맺기를기대해보기도하지만,원체가족안에서제대로관계를형성하거나애정표현을경험해보지못한광남씨는서툴기만하다.계속좌초되는인간관계는더심각한강박증으로광남씨를내몰고,이악순환을끊고자,결벽증의대물림을끊고자광남씨가선택한것은도시와가족을떠나는것.그러나그곳에서광남씨는바퀴벌레라는또다른도전을맞닥뜨린다.
바퀴벌레는위선적이고청결치못한이웃이불러온것이지만,바깥환경에극도로예민해진주인공이스스로자신의일상에불러온것이기도하다.모든혐오와원망의대상들,감정들이그검고작고불결하고불길한존재에투영되어수챗구멍에서,옆집의쓰레기통에서,아내와살던아들의배낭에서,잠자리에서,급기야는고광남자신의몸속에서도기어나오는것이다.『올킬』에서이바퀴벌레들은현실과환상을오가면서끊임없이등장하여고광남에게그가혼자살고있지않음을,원하던바대로혼자서만살수는없음을거듭환기시킨다.
신과악마,선과악의이분법을모호하게만드는또하나의캐릭터인올킬의안희수대리는광남씨의간절한바람을들어주러온존재이면서,소설에등장하는구스타프말러교향곡<타이탄>의거인을연상시킨다.소설의장제목들을한예술작품에서따오는방법은이재량의첫소설『노란잠수함』과마찬가지로이번소설에서도적절하게사용되었다.특히말러가<타이탄>3악장을쓸때영감을받았다는그림<사냥꾼의장례식>은이소설전체의분위기와모티프를드러내주는작품이라해도될것이다.
『올킬』은한인물의삶과심리에집중하면서도현대사회의다양한층위의문제들을건드리는강력한스토리를전개하는작품이다.검은해일처럼밀려드는공포와파국으로치닫는이야기는작가이재량의잠재력을더욱기대하게만든다.

소설을쓰기시작할때주인공광남씨는그저까탈스러운아저씨에지나지않았다.내주인공이라도실제생활에서라면되도록피하고싶은사람이었으나,소설을마쳐갈무렵에는동정을넘어한줌존경스러움마저느꼈다는사실을고백해야겠다.그는단지강박과결벽을가진인물만은아니었다.순결한삶.광남씨가원한것은그것이었던것같다.그삶의방식에동의하든동의하지않든,타협하지않는정직성과끝까지밀어붙이는용기는존중받을만하다고생각한다.그럴싸한말은많으나그말을증명하는삶이적은시절엔더욱.이소설은바퀴벌레에관한이야기이면서,순결하게살고싶었던사람에관한이야기다.그리고무엇보다무서운이야기다.적어도나에게는.독자여러분에게도그렇기를바란다.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