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연인 (전경린 소설)

이중 연인 (전경린 소설)

$11.00
Description
사랑이 서로의 폐허를 덮어주고
시원의 얼굴을 건져낼 수 있을까

‘정념情念’의 작가 전경린 신작소설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에 흘렀던 사랑 이야기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을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이 동시에 다가온다. 동시성의 법칙은 연애 월드에서 꽤 알려진 징크스이다. 파스칼은 말한다. 정념情念은 지나치지 않으면 아름답지 않다. 사람은 지나친 사랑을 하지 않을 때는 충분히 사랑하지 않은 것이다. ‘정념의 작가’, 혹은 '대한민국에서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전경린의 신작 『이중 연인』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섬세한 문장과 강렬한 묘사로 삶과 사랑의 양면성을 그려내는 작가 전경린의 이 번 신작 『이중 연인』은 『이마를 비추는, 발목을 물들이는』(문학동네) 이후 이 년 만이며, 장편소설로는 열세 번째 작품이자 고품격 로맨스소설을 표방하고 있는 나무옆의자 ‘ROMAN COLLECTION’ 시리즈의 열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전경린의 장편소설 『이중 연인』은 사랑이 서로의 폐허를 덮어주고 시원의 얼굴을 건져낼 수 있는지를 묻는 소설이다. 작가는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에 흘렀던 어찌할 수 없는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가을 하늘에 새떼처럼 풀어놓았다. 아울러 『이중 연인』은 어떤 여자에게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떤 여자에게는 예사로운 일인지도 모를 ‘이중 약속’에 관한 이야기다. 부주의하게 겹쳐버린 약속, 중복되는 사랑 이야기인 셈이다.
저자

전경린

1995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중편「사막의달」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으로『염소를모는여자』『바닷가마지막집』『물의정거장』『천사는여기머문다』등이있고,장편소설로『아무곳에도없는남자』『내생애꼭하루뿐일특별한날』『난유리로만든배를타고낯선바다를떠도네』『열정의습관』『검은설탕이녹는동안』『황진이』『언젠가내가돌아오면』『엄마의집』『풀밭위의식사』『최소한의사랑』『해변빌라』『이마를비추는발목을물들이는』등이있다.어른을위한동화로『여자는어디에서오는가』,산문집으로『그리고삶은나의것이되었다』『붉은리본』『나비』『사교성없는소립자들』등이있다.한국일보문학상,문학동네소설상,21세기문학상,대한민국소설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현진건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연인.7
작가의말.207

출판사 서평

부주의한사랑,사랑도그네를타는가

“힘들거나불편하고슬프고불안한건사랑이아니야.
사나워지는것도사랑이아니야.
힘들어지면언제든그만두도록해.”

아트매거진기자인나(함수완)는늘기사마감에시달리지만유명인사의생일모임에서미술평론가이며큐레이터인이열을만났다.외국어를쓸것같은인상이었다.뭔가궁리하는듯한눈빛과사탕을물고있는듯무표정한입주변이이상하게마음을끌었다.모임이끝나고치근거리는보석디자이너와국회의원비서를따돌리고두사람은함께택시를탄다.아울러그날밤나는침대에누웠을때뭔가심상치않은일이생겼다는느낌이들었다.이열이한말들이차례로다시떠올랐던것이다,‘갑시다’에서부터‘이런말을하게될줄은몰랐는데’까지.봄의솜털같이여린눈과뜻밖의낮은웃음소리도.처음본남자의마음이그녀의몸에물컹닿았던것이다.
설마그럴까,하는사이에한여자가울기시작한다.이열과나의세번째데이트때만난여자였다.믿을수없을만큼굵은줄기의눈물,마치수돗물을튼듯쏟아지는눈물이었다.말그대로눈물샘이터진것이다.일행과술자리를파하고일어서던여자가이제막술집에들어선이열과눈이마주치자마자모두에게노출된장소에서펑펑우는여자.그녀는연극배우심보라였다.즉흥적으로심보라의집으로들어가게된세사람은함께식사를하게된다.식사와함께와인을마시던중5년만에만났다는보라와이열은무반주로왈츠를춘다.춤은너무자연스러워서두마리새가노는것같았다.혼몽한잠결에이열과보라가복도끝방으로서로를밀며들어가는것을본것같았다.아니본것이아니라눈을감은채귀로들은것같았다.복도의벽에부딪치고스치는두몸,문에부딪치는쿵하는소리와웃음소리,문이열리는소리,부스럭거리는소리,웃음소리…….
지방출장을끝내고나는동료장과황경오의대학동기모임에어울린다.세명과일관계로알게된장은그들과온도가약간달랐다.모임에서방송국피디출신이자아마추어등산가황경오는“아,난오늘첫눈에반했는데.”라는말로나를도발한다.“나가서둘이한잔더할래요?”라는말도.그러나방송국일로이년전에만난적이있던황경오는기억을하지못하고있었다.아니,모른척하고있었다.첫눈에반했다는말에대해“그거사실입니다.오늘이아니라이년전에.”라는또다른도발.황경오는감정을극적으로만드는재주가있었다.
눈을떴을때,곁에황경오가잠들어있었다.나는전날아침에집에서나설때만해도,이년전에본남자와침대에나란히누워있게될줄은상상도못한일이었다.내코트와발목스타킹과옷가지들이,그의외투와양말과옷가지들이방바닥에던져져있었다.기적인지,재난인지판단할수없었을정도.마음을열고한사람을받아들이면다른사람이동시에다가온다.동시성의법칙은연애월드에서꽤알려진징크스였던것.오랫동안아무도없다가,저먼천체에별자리들이이동하듯남자들이한꺼번에밀려드는식이이었던것이다.
방으로초대해달라는나의요구에대해황경오는단호하게거절한다.방이없는사람처럼,아내라도있는사람처럼.황경오의방에다녀온바로다음날나는이상한전화를받게된다.사무실에선사적인통화를자제하는오전열시였다.전화기속의여자는내게대뜸반말을했다.황경오의전처였다.자살시도도했었다는그녀.그녀는“그방에다신가지마.”라고협박할뿐만아니라“적어도그방에선그이와붙어먹지말란뜻이야.”라는말을남긴다.
사랑도그네를타는가.순수한남자와육감적인남자의사이의거리는얼마인가.인생에서사랑과투자,두가지를하지말라고경고했던엄마는정작두가지를다했고둘다실패했다.나는적지않은용돈을엄마와여동생을위해보내야했다.나는엄마가사는모습을보면서역설적으로인생에안도했다.결혼생활십일년만에아버지가죽은뒤몇번이나배가뒤집히고표류했지만엄마는매번구조되어새배에올라탔다.동시성의법칙앞에서당황하게된나는혼란에빠질수밖에없었고,운명처럼심각한교통사고를당하게되는데…….

사랑의달콤함,난폭함,허망함에관하여

삶이란강철과시멘트와유리로지어진냉혹한인공물이었다.
그에비하면사랑은거품이고,구름이고,종이배이고,
새의깃털이고,아이스크림이었다.

『이중연인』은저자의설명처럼서로에대한막연한호감과삶에대한관심,끊을수없는그리움과특별한관대함이테두리를이어가지만중심은비어있는사랑의이야기다.사랑의달콤함,난폭함,그리고허망함에관한보고서다.작가전경린은슬픔과행복을은밀하게견디며변화하고변화를받아들이는내성적인무늬가이세계의아름다움인것을겨우예감하고있다.그중심에『이중연인』이있다.

비스듬히어긋난연인사이에사랑을담아보았다.서로에대한막연한호감과삶에대한관심,끊을수없는그리움과특별한관대함이테두리를이어가지만중심은비어있는사랑.그중심은폐허일까,시원일까.이제사랑을배우며서로의폐허를덮어주고시원의맑은얼굴을건져낼수있으면좋겠다.봄의갯버들같은눈빛이돌아오기를간청하며마지막장을썼다._‘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