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야 (다이앤 리 장편소설)

주야 (다이앤 리 장편소설)

$13.19
Description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로야』 그 후의 이야기!

사고 같은 인연의 이름, 가족!
끊기고 끊어낸 후에 다다른 위로와 연결

내가 엄마를 지우면 엄마도 날 지운 거야.
지운다고 진짜 지워지겠냐마는,
그래도 안녕. 이쯤에서 안녕.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자, 밴쿠버에 거주하는 한국계 이민 작가 다이앤 리가 새 장편소설 『주야』를 펴냈다. 『주야』는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로야』를 잇는 작품으로 시간상으로는 『로야』 이후의 이야기지만, 집필 의도로는 『로야』를 품은 이야기다. 밴쿠버를 배경으로 중산층의 삶을 사는 한국계 캐나다인 여성이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상처를 응시하며 삶을 회복해가는 『로야』의 이야기는 『주야』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심화?확장되어 더욱 확연하고 능동적인 결말에 이른다. 위태롭게 이어지던 엄마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시어머니가 가족 구성원으로 합류하는 새로운 현실에서 주인공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관습적인 가족 관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거쳐 자유롭고 주체적인 개인에 대한 옹호로 나아간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또 다른 방향의 연결과 삶에 대한 낙관으로 이어진다.
지난 4월 『로야』가 세상에 나왔을 때 작가는 이 작품이 전체의 한 부분임을 밝힌바, 그로부터 8개월의 시차를 두고 출간된 『주야』는 작가가 최초에 그리고자 했던 큰 그림의 전모를 보여준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인 작가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헌정하듯 두 작품의 챕터가 모두 합해 서른 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점도 인상 깊다.
저자

다이앤리

1974년대구에서태어났다.경북대학교독어독문학과와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대학원을졸업하고본대학교,서울대학교,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독어독문학과에서박사과정을공부했다.2001년캐나다로이주해현재남편과딸과밴쿠버에서살고있다.클래식음악을애호하여밴쿠버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부회장으로활동하고있다.몇해전겪은교통사고를계기로오랫동안감춰왔던고통의근원을들여다보고스스로를회복하기위해쓴첫소설『로야』로제15회세계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

목차

1.Variatio14
2.Variatio15
3.Variatio16
4.Variatio17
5.Variatio18
6.Variatio19
7.Variatio20
8.Variatio21
9.Variatio22
10.Variatio23
11.Variatio24
12.Variatio25
13.Variatio26
14.Variatio27
15.Variatio28
16.Variatio29
17.Variatio30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엄마가나를끊었다.나는끊겼다.

『로야』에서중년의한국계캐나다인여성화자는교통사고후유증을치료하며폭력가정에서자란성장기와부모와의어긋난관계를거듭떠올린다.성인이되어부모와물리적거리를두고살아왔지만한국에있는원가족은여전히화자의삶속에밀착해있다.특히엄마는현재화자를가장힘겹게하는존재다.폭력의가해자인아빠는고인이되었지만폭력의피해자인엄마는끊임없이보상을요구하며화자의삶에부당하게침입한다.끝없이딸을원망하며자기권리만을내세우는엄마에게염증을느낀화자는‘관계의철수’까지생각하지만난데없이도착한엄마의감성적인메시지에끝내미련을놓지못하고그속에갇힌다.이렇게유지된엄마와딸의관계는『주야』에서또다른양상으로변화한다.
『주야』의이야기는화자와엄마의관계가끊어지는것에서시작된다.‘나’의생일에엄마에게서전화가온다.엄마는‘나’의생일은기억하지못하고자신이뱀에물린사실을알리며,딸이엄마가죽었는지살았는지아무관심이없다며목소리를높인다.그로부터한달이지난추석날,엄마의안부를묻는‘나’에게엄마는또다시감정을쏟아낸다.“전화한통하는게그래힘드나!!!”“엄마혼자있는게안불쌍하나!엄마혼자잖아!!혼자!!!”당신을세상에서제일불쌍히여기는엄마를더는견딜수없어‘나’는마음속에서울리던말을내뱉고만다.“혼자가뭐어때서.혼자있는게대수야?”“사람은누구나혼자야.”그러자엄마는“끊어!끊어!!끊어!!!”를외치고전화를끊는다.엄마와연결된가느다란끈이끊어지는순간이다.
이후‘나’는엄마에게긴글을보낸다.자신이자란가족이얼마나처참한모습이었는지,당시엄마아빠가어린아이에게어떤심각한신체적정신적상해를입혔는지진실을알리는글이었다.‘나’는엄마가과거의참혹한진실을수용하고문을열기를바랐지만엄마는끝내침묵하고어떠한연락도해오지않는다.엄마는‘나’를끊었고,‘나’는자발적고아가되었다.

엄마가먼저떠났다는걸알지만,이젠나도안녕.

『주야』에서또하나의중심사건은마마준(시어머니)의방문이다.화자가‘엄마의상실’로슬픔에빠져있는와중에이란의시어머니가캐나다에와화자의집에머물게된다.일찍부모를떠나살아온남편에게어머니와함께하는생활은“낯선이와의동거”였고이전에는알지못했던어머니의허물을보는계기가된다.남편은아버지의폭력을겪으며가족을위해희생한어머니를가엾게생각하던과거와달리,이제어머니가자신의수고를너무나당연하게취급하고마치빚을돌려받는사람처럼뭐든받으려고만해서뻔뻔하게느껴진다고말한다.반항기소년처럼감정을터뜨리던남편은어머니가이란으로돌아간후어머니와의갑작스러운동거를‘사고’였다고표현한다.예기치못한사고인줄알았는데꼭일어나야만했던사고였고,그덕에어머니의진짜모습을보게됐다고.
‘나’역시엄마의사랑을확인했다고믿는순간에엄마의진짜모습을보고만다.시어머니와생활하면서종종엄마를생각하곤하던‘나’는자신을부당하게내팽개친엄마를원망하면서도그리워한다.엄마에게문자를보낼양으로그동안엄마와주고받은메시지가있는대화창을보다가“늘사랑하는너에게”보낸엄마의“감꽃목걸이선물”을발견한다.몇달전화자가엄마에대한미련을떨쳐버리려마음먹었을때그마음을돌이키게해준바로그선물이다.‘나’는이미사랑을주고있는엄마를못믿고못보고못되게군자신을한탄하며엄마에게용서를구하려하는데,바로그때반전이일어난다.감꽃목걸이는오직한명뿐인딸에게주는사랑의선물이아니라타인에게관심받고주목받기위해엄마가사용한도구일뿐이었다.엄마의진심은여전히엄마자신의삶만중요했다는사실을직시한‘나’는이윽고자신을끊은엄마를지우고엄마에게작별인사를한다.“엄마가먼저떠났다는걸알지만,어쩌면이미아주오래전에떠났다는걸알지만,이젠나도안녕.”

혼자지만혼자가아니고,끊겼지만연결된경험

자신을끊은엄마를지워버리기까지‘나’는과거와현재,꿈과현실,의식과무의식,이곳과저곳을오가며끊임없이엄마와아빠를만난다.그한편에현재의가족인남편과딸로야가있고,그들을방문한마마준과세상을떠난바바준(시아버지)도그속에함께한다.『주야』에서는이들각인물의성격과부부간에,부모자식간에주고받는영향관계가더입체적이고다면적으로드러나피해자와가해자를단정하여나눌수없게한다.남편이어머니와의동거를사고로받아들였듯이,‘나’역시부모를만난것을사고라고본다.부모와자식의인연이사고의성격을띠며,사건처럼분명한가해자가있지않고연루된모든이들이피해자일수있다는것,‘나’의가족이고속도로에서겪은교통사고처럼예상할수도없고고의성도없다는것이다.물론사고로입은상처는흉터를남긴다.지나간시간을되돌릴순없고,감쪽같이사라지는상처는없기에.그러니일부러숨기지않고필요시에얘깃거리로취급하는것이치유고,다친데가새살로다시(re)덮이는(cover)것이회복이라고‘나’는믿는다.
엄마와의단절이화자에게형벌이아닌위로가됐다는점도눈여겨볼만하다.이는연결됐어야할지점에드디어연결됐기때문에느끼는평화로움이다.“나자신이무지(nescience)했던건불가지(不可知)해서였고,무지를깨달은덕분에공동의(con-)지각(science),즉양심(conscience)에닿을수있었다.혼자지만혼자가아니고,끊겼지만연결된현상을경험했다.”는화자는무거운짐을내려놓아한결가벼워진상태다.『로야』의‘갇힌’결말과확연히달라진점이다.

자유롭고능동적인개인으로존재하고자하는한여성의이야기

인물의생각과감정을빈틈없고아름다운문장으로묘사하는작가의장기는『주야』에서도빛을발한다.뿐만아니라이번소설에서는기성제도와관습,개인의고유성과자율성을인정하지않는다수와집단의규범에날카로운시선을던진다.작가는전통적인혈연관계의본질과그것이붕괴되어가는모습을화자가시청하는드라마〈소프라노스〉를통해상징적으로보여주는데,이는화자를비롯한현대의가족이직면한문제와도일맥상통한다.외부의힘때문이아니라내부에서파멸해가는소프라노가족과조직의이야기를화자는“부수기위해지은것,끝내기위해시작한것”이라평한다.여기에는전통적인사고방식에얽매어일방적인역할을강요하는가족관계는더이상지속될수없다는뜻이함축되어있다.
요컨대『주야』는가족의이야기인동시에,상하고일그러진과거와그로부터비롯된현재의불안과불균형을뛰어넘어자유롭고능동적인개인으로존재하고자하는한여성의이야기다.그러므로“무엇보다『로야』가매력적인이유는화자가미치도록자기자신을사랑한다는데있다.여성스스로자기자신을긍정하고사랑하게되는것,그것은모든여성이원하는것이아닐까.”(소설가강영숙)라는추천의말은『주야』를향해서도여전히유효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