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전자 (조경아 장편소설)

복수전자 (조경아 장편소설)

$13.00
Description
부조리한 세상을 돌파해나가는 새로운 방식의 연대
갑갑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줄 유쾌하고 도발적인 복수 이야기
『3인칭 관찰자 시점』 조경아 신작 장편소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때, 복수전자로 오라!

보통 사람도 한 번쯤 품어봤을 복수의 감정을 소재로,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세상을 돌파해나가는 새로운 방식의 연대를 상상하는 소설 『복수전자』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2018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작가 조경아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신도시 상가 한편에 시대를 초월한 듯 자리 잡은 웃기고 이상한 가게가 있다. 복수전자. 각종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전파상처럼 보이는 이곳이 억울한 사람들의 복수를 대신해주는 곳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12년 전 자신의 심장 같았던 친구 베드로를 잃은 테오는 천직이라 여기던 사제직을 내려놓고 오랜 방황 끝에 복수전자를 열었다. 아무런 잘못 없이 일방적으로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복수가 자신을 지킬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분노와 원망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 수도 있는 개인의 복수를 사회적인 복수, 사회적 방어 시스템으로 대치시키겠다는 것이 테오의 생각이었다. 그의 바람대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사람들이 지난 12년간 복수전자의 힘으로 새 삶을 찾았다. 그리고 지금, 국회의원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255번째 의뢰자 기성우가 찾아오면서 복수전자와 테오는 새로운 도전에 놓인다.
테오는 작가의 전작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시점을 갖지 못한 채 관찰자들의 시선에 둘러싸여 있던 주인공, 연쇄살인범의 아들 바로 그다. 작가는 한 독자의 질문을 계기로 테오가 그 후 어떤 삶을 살았을까를 떠올리다가 12년 뒤의 이야기인 『복수전자』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테오를 사제에서 복수전자 사장이 되도록 만든 가혹한 과거사는 얽히고설킨 복수 이야기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저자

조경아

서울출생.직장생활을오래했으며,20대에는대중가요작사가로활동하기도했다.2018년장편소설『3인칭관찰자시점』으로제14회세계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노래소설『외롭고웃긴가게서소설을읽다』를2018년8월부터다음카카오브런치에연재하여추천작품으로선정되었다.

목차

프롤로그:뜨거운복수
1.휘말리다_의뢰자255.기성우
2.파고들다_의뢰자254.옥선정
3.마주하다_의뢰자258.윤두성
4.관여하다_의뢰자181.윤보미
5.금기하다_의뢰자260.한상현
6.불행하다_의뢰자261.정혜영
7.드러내다_의뢰자258.윤두성
8.뒤틀리다_의뢰자262.마우식
9.돌아가다_의뢰자262.마우식
10.고백하다_의뢰자47.이현민
에필로그:차가운복수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복수는차갑게해야제맛!

복수전자에복수를의뢰하려면50단계복수게임을마스터하고수십페이지에달하는질문지에응답하는제법지루한절차를거쳐야한다.복수를악용하려는사람을걸러내는장치인셈인데,이런관문을통과한후에도복수에임하는열가지원칙에동의해야계약이이루어진다.계약금은만원,잔금은결과의만족도에따라지불해도되고안해도그만이다.복수성공률은99퍼센트.목적을달성한사람들은대체로잔금을내는대신복수전자가도움을요청하면자기위치에서가능한방법으로다른사람의복수를지원하는,일종의재능기부를선택한다.
전자제품수리라는본연의업무는요셉의몫이다.12년전아버지에게학대받던소년요셉은공대를졸업한어엿한청년이되어테오를보좌한다.전직소매치기도팔도비상한기억력과강인한체력으로제역할을충실히해내며,한때복수전자의도움으로학교폭력의지옥에서벗어난고등학생보미도복수전자를제집드나들듯하며일손을돕는사람중하나다.
복수전자가내세우는“복수는차갑게해야제맛”이라는홍보문구는복수라는행위의성격을적확하게함축한한마디다.감정에치우치지않고냉정하게,현명하고영리한복수를해야한다는것.뜨거운복수로처절한실패를경험한바있는기성우는이문구에솔깃하면서도그들이왜이토록남의복수를대신하는일에열심인지이해할수없다.기성우의의문에테오는이렇게말한다.

“우리는그렇게거창한신념을가지고일하지않습니다.사실복수라는개념은유치한발상으로보이기쉽고또다른형태의범죄가되기도하죠.하지만복수가또다른피해자가발생하는것을막을수있다면해볼만하지않을까요?그래서우리는복수심으로인생을망칠수있는사람들을대신해서복수를해주고있는겁니다.비교적영리하게.”(62쪽)

또다른피해를막았다는안도감과위안

소설은국회의원아버지에게복수하려는기성우를중심으로복수를결심할수밖에없었던의뢰자들의절박한사연과복수실행과정을보여준다.기성우의아버지기승만은사학재단이사장시절재단기금횡령,부당해고,교사채용비리를일삼은데다국회의원출마전그의부도덕한행위를폭로하려는해직교사의집에불을질러기성우의가장친한친구이현민과그의아버지를사망에이르게한장본인이다.그럼에도그는국회의원에당선되어승승장구하는중이고교육부장관후보로도거론되는상황이다.아버지를몰락시키려는마음에한시가급한기성우에게복수전자가내놓은첫번째미션은아버지와의관계복원이다.한마디로아버지의믿음을얻으라는것.예상을한참벗어난복수설계에기성우가반발하자테오가일침을놓는다.

“남도아닌핏줄에게하는복수가그렇게달콤하고통쾌할거라생각했나요?(중략)진짜복수를하고싶다면,그사람의심장에흐르는피가몇도인지알정도로그사람에대해모르는게없어야합니다.그래야그가두려워하는게무엇인지그가고통스러워하는것이무엇인지정확하게알수있습니다.진짜복수는내가아닌그사람이가장끔찍하게여기는무언가를던져주는겁니다.그게당신한테는달콤한꿀처럼여겨지더라도.”(96쪽)

이렇게기성우의복수는장기과제가되고,기성우는복수계획에대한후속관리를명분으로복수전자구성원들과긴밀한관계를맺는다.기성우외에도다양한사연을가진사람들이복수전자를찾는다.상급자의부당한지시에따르지않았다는이유로정직처분을받은공무원,버스기사의졸음운전이빚은교통사고로딸을잃었으나누구도책임지지않는현실에분개하는아버지,여섯살아이를참혹하게살해하고도고작10년형을받은인면수심10대범죄자들의출소일이다가오자복수를결단하는아이의부모도있다.복수전자는이들에게딱맞는복수법을설계하여완벽에가까운성공을거둔다.복수후의감정이통쾌함이든후련함이든지리멸렬함이든의뢰자들은어쨌든끝을맺었다는것,그로써또다른피해를막았다는것에안도감과위안을느낀다.

약한존재들이힘을합쳐철옹성같은대상을무너뜨리는상상

복수전자와의뢰자들간의만남을경쾌하게그리던소설은베드로의죽음이라는과거사와연관된인물들이모종의의도를품고복수전자에접근하면서아이러니하고비밀스러운색채를띠어간다.베드로를죽이고수감된마우식과그의감방동료윤두성,마우식과기성우,기성우와이현민등의뢰자들간의숨겨진연관관계가밝혀지면서복수와원한의거미줄은마침내테오의목을조여온다.테오는피할수없는선택의기로에놓이고이를지켜보는복수전자식구들의불안도극대화된다.

복수전자의대의는여전히유의미한가?복수때문에인생을망치는사람들이안타까워서,그들이불행의고리를끊을수있도록돕는다것이혹오만한생각은아닌가?신도아니면서신도안하는일을하려던것은아닐까?비록완벽할수는없어도복수전자의활동이가혹한현실에맞서어떻게든살아내고자하는미약한존재들의연대인것은분명하다.그리고이들이힘을합쳐철옹성같은대상을무너뜨리는상상은때로소설밖현실이되기도한다.“이이야기가복수에대한이야기이든현실에선일어날수없는판타지이든누군가에게무겁지않은위로가되기를.아무것도할수없는갑갑함속에서트림같은뚫림이되기를”바란다는작가의말을더욱든든하게마음속에담게되는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