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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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례식장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진짜 우리의 밤이 시작된다!

서울의 밤을 환상처럼 꿈처럼 떠도는 청춘들
삶과 죽음을 껴안는 아름다운 애도와 성장의 서사
2022년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미실』(김별아),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정재민), 『저스티스맨』(도선우), 『로야』(다이앤 리),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오수완), 『언맨드』(채기성)까지 매해 독자를 매료시켜온 세계문학상이 올해도 196편의 응모작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고요한 작가의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20대 남녀를 주인공으로 청춘의 방황과 성장, 죽음의 의미를 깊고도 무겁지 않게 그린 작품이다. 일곱 명의 심사위원단(최원식, 은희경, 권지예, 정홍수, 하성란, 강영숙, 박혜진)은 “죽음의 이미지가 압도하는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서울 밤의 시내를 풍경으로 세계를 스케치하는 이 소설은 청춘의 막막함과 외로움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는 가운데 여백의 미를 보여 준다.”고 평했다. 권지예 소설가는 “죽음이 이토록 깊고 푸른 밤의 여행 같다면, 우리는 삶을 얼마든지 설레며 견딜 수 있다. 아름다운 애도와 성장의 서사가 청춘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위안을 선물하리라 생각된다.”는 추천의 말을 보탰다.
‘나(재호)’와 ‘마리’는 자정이 넘어 장례식장 일이 끝나면 새벽 첫 차가 다닐 때까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도보로, 그다음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밤새 불을 밝힌 맥도날드를 찾아 광화문 일대를 떠돈다. “그렇게 걷고 또 걷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는데, 소설은 삶과 죽음의 시간을 껴안고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가슴 시린 초상에 이른다.”(문학평론가 정홍수)
고요한 작가는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한 권씩 낸 기성 작가로,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세계적인 문학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소개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저자

고요한

2016년[문학사상]과[작가세계]신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세계적으로권위있는번역문학전문저널[애심토트(Asymptote)]에단편소설「종이비행기」가번역소개되었다.첫소설집『사랑이스테이크라니』(2020)와첫장편소설『결혼은세번쯤하는게좋아』(2021)를펴냈으며,2022년『우리의밤이시작되는곳』으로제18회세계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우리의밤이시작되는곳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걷고달리며생의무게를뛰어넘는싱그럽고아릿한청춘의밤

취업을못하고아르바이트로생활하던재호는그아르바이트마저잃고장례식장빈소에서도우미를한다.그는자정이넘어장례식장일이끝나면오토바이를타고서울시내를돌아다닌다.어릴적목조르기게임을하다가자신이누나를죽였다고생각하는그는하얀뱀의환상을보며트라우마에시달린다.누나의죽음에대한죄책감과알바인생의고달픔을잊기위해그는밤이면오토바이를타고달린다.
어느날새벽재호는같은장례식장에서일하는마리가맥도날드에있는것을발견한다.대학졸업후공무원시험에떨어진마리역시여러아르바이트를거쳐이곳까지왔다.그녀는집이동인천이어서장례식장알바가끝나면교통비를아끼기위해맥도날드에서공무원시험공부를하며밤을보냈다.재호는새벽첫차가다닐때까지마리와함께밤을보내기로한다.
밤거리로나선두사람은장례식장이있는서대문에서광화문과종로일대를걷는다.선선한바람이부는봄밤은산책하기에더없이좋다.천국상조라는글씨가크게쓰인검은조끼를입은재호와길에서주운하얀면사포를쓴마리,그모습을보고흠칫놀라는사람도있지만이들은덕수궁앞에서‘이리오너라’를외치고,교보문고앞벤치에앉아있는염상섭의동상을끌어안고,역사박물관에전시된전차에슬쩍들어가손을흔들기도한다.어느날부터둘은오토바이를타고밤에도불을밝힌맥도날드를찾아시내곳곳을돌아다닌다.라이딩은광화문에서종로로,동대문을거쳐대학로로,다시서대문으로돌아와남산까지이어진다.
소설이스케치하는서울의밤풍경은우리가알던서울을새롭게바라보게한다.때로는스쳐지나가며때로는멈춰속을들여다보며골목과거리가품고있는이야기를들려준다.독자는서울도심의구체적인지명과건물이름을따라가며재호와마리가달리는모습을영상을보듯떠올리게된다.“서울의밤이환상처럼꿈처럼이렇게아름다웠던가.한편의영상이미지가윤슬처럼빛나는소설”이라는권지예소설가의말이가슴에박힌다.

“우리도언젠가저물고기처럼훨훨날아가는날이오겠지.”

순진무구한이들의밤산책은경쾌하고싱그럽지만한편으로는쓸쓸하고아릿한감정을자아낸다.취업난과불안한미래,죽음에대한트라우마,가족과의문제등쉽게풀기어려운삶의무게가그들의어깨에매달려있기때문이다.에드워드호퍼의그림<밤을지새우는사람들>처럼불켜진맥도날드에서밤을보내는재호와마리역시어둡고적막한현실에서위로를구하는사람들처럼보인다.역사박물관맞은편에있는설치미술해머링맨앞에서나누는두사람의대화는알바인생의고충과취업에대한갈망을직접적으로보여준다.

“해머링맨은죽지도않고이자리에서백년천년망치질을하겠지.”
“기계의숙명이겠지.하지만해머링맨은우리보다나아.적어도해머링맨은정규직이니까.”

재호와마리가오토바이를타고가다가청계천에서튀어오른물고기를쫓는장면은밤의라이딩을환상적으로보여주는데,여기서도둘은정규직일자리에대해생각한다.두사람은청계천에조성되어있는수십마리의물고기등을보고그중한마리의줄을끊어날아오르게한다.물고기는청계천을날아올라광화문을지나인왕산으로간다.그들은물고기를잡기위해인왕스카이웨이에오른다.속도를높여따라가지만물고기를놓치자하늘을헤엄쳐날아가는물고기를보면서말한다.

“우리도언젠가저물고기처럼훨훨날아가는날이오겠지.”
“우리에게도그런날이올거야.우리도언젠가는정규직일자리를얻을거야.”

삶속에스민죽음을수용하는아름다운애도와성장의서사

『우리의밤이시작되는곳』은장례식장이라는배경과가족의죽음이라는상처를통해삶속에스며있는죽음을생각하게만든다.재호가누나의죽음에서벗어나지못하는것처럼재호의부모역시그로인해삶이바뀌었다.두사람은누나의죽음이후이혼했다.아버지는이른나이에은퇴하고‘아름다운죽음을준비하는사람들’(아죽사)모임을운영한다.죽음에대한토론을하고책을읽으며새회원이들어오면임종체험센터에간다.그곳에서영정사진을찍고수의를입고관앞에서유서를쓴다음관속에들어가눕는입관체험을한다.일본여행가이드인엄마는이혼후다른남자와살면서도아버지집에자주오고아버지와일본여행을떠나기도한다.재호는두사람이누나때문에서로를놓지못하고삶의한쪽을서로에게기대사는거라고느낀다.그리고자신이슬픔을떨치기위해오토바이를타는것처럼엄마역시슬픔을잊기위해비행기를탄다고생각한다.
고베지진으로가족을잃고20년넘게재호네집에세들어사는일본인히로시역시가족의죽음에죄책감을느끼며죽음을두려워하는인물이다.그는죽음과친숙해지고덜슬프기를바라는마음에빨간색양복을입고조문을가고,아죽사멤버들에게도빨간양복을선물한다.그는모임을통해천천히죽음에대한두려움에서벗어난다.
고요한작가는수상후인터뷰에서“죽음에대한두려움을없애고좀더가볍게접근하고싶어서20대의감정을끌어”왔으며,취업난을겪는청년들이장례식장아르바이트를하며죽음을접하는형식을취했다고설명한다.죽음이라는긴여행을떠나는사람들을애도하고배웅하는일을하면서재호는스스로위로를얻고자신의트라우마와도마주볼기회를얻는다.

우리의밤은죽은자들이있는장례식장에서시작되었다.벚꽃이흐드러지게핀장례식장에서보았던창밖풍경.상주들의울음소리와시끄럽게떠들며술을마시던조문객들.그사이로피어오르던육개장냄새와국화냄새와밤새도록꺼지지않고타오르던향냄새.그런냄새속에우리의밤이있었다.그리고일이끝나장례식장을나서면진짜우리의밤이시작되었다.(217쪽)

장례식장을둘러싼하얀벚꽃,달빛을받으며날아오르는오토바이,우물같은달속으로들어가는하얀뱀,물살에흔들리는운하속벚꽃과꽃잎을낚아채달아나는물고기떼등선명한이미지가떠오르는장면들도삶속의죽음과죽음속의삶을상징하는듯하다.“쓰이지않고말해지지않은침묵과여백의공간을서사화하는능력”(정홍수)이야말로이소설의빛나는부분이다.또하나돋보이는작품의미덕은인물들이가족이나타인과관계맺는방식,서로를대하는마음이흔히보이는전형성을탈피했다는점이다.개성적인인물들이보여주는유연한사고와적정한거리감각,다름에대한존중이오렌지처럼상큼하고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