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오래 따뜻하지 않았다

나는 너무 오래 따뜻하지 않았다

$15.00
Description
“무슨 일이 있었니? 말해봐, 다 들어줄게.
그리고 안아줄게.”

우울한 내가 우울한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소설가 차현숙 14년 만의 신작 에세이
35년간 우울증을 안고 살아온 소설가의 다사다난한 치유 일기

1994년 『소설과사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소설집 세 권과 장편소설 두 권을 펴낸 작가 차현숙이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담은 에세이를 출간했다. 세 번째 소설집 『자유로에서 길을 잃다』 이후 1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며, 에세이로는 첫 책이다. 작가는 2008년 『자유로에서 길을 잃다』에 수록된 소설들을 통해 우울증을 처음 고백했는데, 그로부터 14년이 지나도록 병은 재발을 거듭했고 고통은 계속되었다. 이 책에서는 “소설에서의 ‘자전적 요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작가가 겪은 우울증과 다사다난했던 지난날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스물셋에 시작된 우울증이 자주 재발해 대학병원 정신병동에 여러 차례 입원했다. 가족 중에도 우울을 앓는 사람이 많았다. 우울증은 삶에서 의욕과 열정을 앗아갔다. “손과 발이 잘린 듯”한 무기력에 빠지면 글쓰기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세상과의 통로가 닫힌 채 오랫동안 아프고 가난하고 외로운 은둔자로 살았다. 밑바닥까지 내려앉는 날들 속에서 아픈 자신을 또렷이 자각하게 되었고, 차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다. 약 때문에 흐려지는 기억을 붙잡으며 어떻게든 매일 쓰려고 애쓰다 보니, 감사하게도 열정이라는 고귀한 감정이 되살아났다. 2020년부터 일기처럼 쓴 이 글들은 오랜 고통에 대한 가감 없는 기록이자 삶을 향해 내딛는 가뿐한 한 걸음이다.
저자

차현숙

1994년「소설과사상」에단편소설「또다른날의시작」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비,봄을만나다』(1997)『오후3시어디에도행복은없다』(2000)『자유로에서길을잃다』(2008),장편소설『블루버터플라이』(1996)『안녕,사랑이여』(2002)를펴냈다.

목차

프롤로그

1장우울을안고산다
내가가장두려운것
하루의시작
나에게는현재가없다
이건사는게아니야
제발나좀내버려둬
돈에홀리다
의사의충고
기초생활수급자가되다
텃밭과정원이있는아파트
노란소파
흩어진가족
이타적인이기주의자
여기서더나빠지지는않겠지
이상행동
혼자견디는것이삶이다
깨진밥공기
지금걱정해야할두가지9
내영혼의거처
동백나무수목장
우울증이라는질병

2장이상한유전자
어린날의트라우마
소아우울증
쪼끔언니
나의상처를사랑해줘
이름도얼굴도모르는큰언니의죽음
엄마와나의마음의고향
가난한부부
스물세살여름
아홉살많은아저씨
죄의식과강박증
죽고싶어요
다시아프지않기위해
담배와우울증
왜저입니까
세친구
나의조카,배우최진실·최진영
우울증은어디에서오는가

3장나는소설가다
소설이라는신세계
소설가가되다
은퇴가없는직업
예술가는두번째
글을써야한다는강박
아프고가난하고외로운은둔자
내문학의어머니,박경리선생님과김영주선생님
박완서선생님과의선문답
뒤늦은대답
우울증을앓는여성들

4장예술가의우울증
헤밍웨이의기억
장그르니에의불안
반고흐의자화상
앤드루솔로몬의‘한낮의우울’
버지니아울프의‘자기만의방’
링컨과처칠
로맹가리의‘자기앞의생’
윌리엄스타이런의‘보이는어둠’
그레이엄그린의글쓰기
우울증의종류와여러증상들

5장소리에놀라지않는사자와같이
소리에놀라지않는사자와같이
나살고싶어
좋은신호
일기쓰기
비수같은말
엄마가돌아가시는줄알았어요
기다림이있는풍경
열정이필요해요
자낙스
미친게아니에요
음악치료
마음근육단련하기
저녁회진
더더러운병도있어
개방병동으로
세상으로나가다
나만의우울증완화방법

에필로그

부록_벡의우울척도
작가후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이지옥같은상태에서벗어나고싶을뿐이에요.“

“나의하루는이렇게시작된다.눈이반짝떠지고,곧가슴이두근거리고벌렁거린다.”“하루를어떻게살아야할지공포가쓰나미처럼몰려와내정신과몸을덮친다.불안해서견딜수가없다.”(24쪽)작가는우울증에걸린사람의하루를이렇게묘사한다.우울과불안과기분장애는우울증의기본적인증상이다.우울은사람을무기력하게만들고,불안은영혼을망가뜨린다.기분장애는사람들과의관계속에서사회생활을하기힘들게만든다.“이지옥같은상태에서벗어나고싶”다는외침이터져나올정도로.이런우울의증상들을제때치료하지않고방치하면나쁜생각의늪으로빠져들게되고,자살충동으로이어져불행한사태를일으킬수도있다.
작가는35년간만성우울증을앓으면서자살충동을이기지못해세번자살을시도했고,열한번정신병동에입원했다고고백한다.남편의거듭된사업실패는우울증재발의큰요인이었다.우울을겪는동안가족은흩어지고친구들은떠났다.일을하지못하니생계가어려워져기초생활수급자가되었다.죽음의문턱까지갔던비참하고외로운순간들을거치다보니미치도록사람이그리웠지만,작가는결국혼자견디는것이삶이라고스스로를다독인다.우울을저주하면서도자기삶의일부로여기고평생다스리며살아야한다는것을덤덤히받아들인다.그리고현재가진것을감사히여기며일상을알뜰하게가꾸자고다짐한다.

“왜저입니까?왜우리자매들입니까?
왜대를이어조카들입니까?”

우울증이생기는데는유전적요인이크다.유전적요인은가벼운우울증보다심한우울증에서더많이나타나고,나이가많은사람보다젊은사람의발병에더크게영향을끼친다고하는데,작가는자신의우울증도유전적요인이크다고진단한다.
실제로작가의가계에는우울증을앓는사람이많았다.엄마와언니들,그리고조카들까지.조카들중에는범국민적사랑을받던배우최진실과최진영도포함된다.대를이어전해지는“우울증유전자”와잇따르는죽음의고통에작가는욥의아내처럼절규한다.“왜저입니까?왜우리자매들입니까?왜대를이어조카들입니까?”
어린시절의가정환경도우울증에영향을끼쳤다.“지독히도가난한채소장수”였던부모는자식에게살뜰한사랑을주지못했다.아버지가다른셋째언니에게는학대를당했고,외사촌오빠의추행도트라우마를남겼다.자신에게닥친불행을누구에게도말하지못한채우울하고불안하고애정에굶주린성장기를보낸작가는,성인이되어서는부모님의기대에대한부담과부모에게경제적도움을주지못한다는죄의식에짓눌렸다.그러다스물셋에첫우울증이발병했다.

“어디가아프죠?”
“죽……고……싶어요.”
나는딱그말만했다.이시형박사는바로입원절차를밟으라고했다.속전속결.나는왜냐고묻지않았다.그냥이해할수있었다.게다가의지력제로상태가아니던가.의문을가졌다해도이유따위묻지않았을것이다.나는건물8층의정신병동에대기없이곧바로입원했다._「죽고싶어요」에서

나는아프고가난하고외로운은둔자
가진것없고몸은아프지만행복하게살것이다

무엇보다큰고통은글을쓰지못한다는것이다.만성우울증은예술가에게절대적으로필요한열정을앗아갔고,소설을쓰지못한채13년이흘러갔다.그야말로형벌과같은시간이었다.서른둘에소설가가되었을때는더이상우울증을앓지않을거라기대를품었지만우울증의방아쇠는자꾸만당겨졌다.우울증이심해진어느해는청탁받은소설이있다는걸잊어버린나머지마감독촉전화를받고도영문을모른채웃음을터뜨렸다.단기기억상실과기분장애때문이었다.쓰지못하는고통은써야한다는강박으로이어졌고,강박은불안을낳으니악순환이계속되었다.작가는“평생최선을다해소설을쓸거라다짐했는데,지금의나는……아프고,가난하고,외로운은둔자일뿐이다.”며쓰디쓰게읊조린다.

책의마지막장은정신병동에입원했을때의병동일기다.자살충동이걷잡을수없이심해질때작가는살기위한조처로한달가량자의입원을한다.마지막입원이길바라며마음의근육을단련하는시간,병원에서주는밥과약을먹고,음악치료와미술치료등전문적인치료를받으면증상은호전된다.병원에서매일일기를쓰고의사와양질의면담을하면서소설을쓸열정도다시찾아간다.40일만에퇴원하는날,작가는복역을마치고세상으로나가는출소자처럼마음을다잡는다.평생항우울증약을먹어야하지만,가진것없고몸은아프지만행복하게잘살거라고.크고작은세상일에얽매이지않고,겁먹지않고살거라고.

극단적인순간을여러차례겪으면서도작가는삶을향해걸어나간다.그가자신의우울증과괴로웠던지난날에대해글로쓴이유는그것이스스로살기위한치유의과정일뿐아니라우울증을앓고있는사람과그들의가족,친구들에게도움이될수있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자신의병에대해안다는것과모른다는것은전혀다른결과를가져온다.알면적절한조치를취할수있고다스릴수있다.작가는자신의경험을통해우울증이어떤병인지를제대로알리고,우울증에대한개인과사회의인식이좀더성숙해지기를소망한다.또한우울증을겪고있는이들에게는함께용기내어힘든날들을잘헤쳐나가자는우정어린마음을전한다.
오래전작가가사랑하는사람에게듣고싶었던말을우울로힘들어하는이들에게들려준다.“무슨일이있었니?말해봐,다들어줄게.그리고안아줄게.”

나는살아남았다.충동적인자살을하지않기위한나만의방법도몇가지알게되었다.한때는죽기위해애를쓰고살았지만이젠살기위해애쓴다.이글을쓰는동안소설을쓰고싶은열정에사로잡혔다.그러니어떻게죽을수있겠는가.열정은그어떤감정보다고귀하고,나를살맛나게해준다._‘작가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