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 (오수완 장편소설)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 (오수완 장편소설)

$17.00
Description
먼 우주에서 축구에 진심인 자들이 찾아왔다!
함께 공을 차며 웃고 즐길 수 있다면, 그러면 된 거 아닐까
“우리와 축구를 해서 이기는 지구인에게
소원을 하나 들어드립니다.”

광대한 지식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흡인력 있는 작품들을 발표해온 오수완 작가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지구인을 위한 축구 교실』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오직 축구를 하기 위해 외계인이 지구에 찾아왔다는 독특한 설정 아래 함께 공을 차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가 특유의 위트와 마음 한편을 찌릿하게 하는 서정이 영상을 보는 듯 세심한 장면 묘사와 어우러져 한편의 산뜻한 축구 소설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부상으로 은퇴한 전직 축구 선수 욘은 식료품 창고에서 일하면서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통조림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살아간다. 함께 살던 여자 친구는 떠났고 집은 점점 무너져가는데 그는 집을 수리할 돈도 없고 미래를 대비할 생각도 없다.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에 찾아와 지구의 축구 문화를 칭송하며 자신들과 축구 시합을 해서 이기는 지구인에게는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단 기회는 모두에게 한 번씩만 주어진다. 정말로 외계인과의 시합에서 이겨 소원을 이루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욘은 이것이 신세를 고칠 수 있는 기회라고 믿는다. 부상 때문에 선수로 뛸 수 없는 욘은 축구 교실을 열기로 한다. 그리고 각자 사연을 가진, 그러나 축구에는 영 소질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인다.
저자

오수완

2010년『책사냥꾼을위한안내서』로제2회중앙장편문학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0년『도서관을위한책들을위하여』로제16회세계문학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탐정은어디에』『족구의풍경』『켄』이있다.

목차


토크쇼
세계
그날밤
축구교실
첫번째수업
두번째수업
세번째수업
네번째수업
막간
다섯번째수업과테스트
더프
출발하기전까지의일들
다시세계
방랑자들
시합
세계,의문들
다시
바보들
시합전에
다시,시합
소원
그뒤의일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당신에게주어진단한번의기회를위해
“축구의모든것을가르쳐드립니다.”

왜하필축구일까?라는질문에외계인은이렇게답한다.“축구가인류문화를대표하기때문입니다.”“축구에는지구라는별에서인류가진화를거듭하며이룩한모든것들이들어있어요.그래서우리는축구를통해인류가쌓아올린것들을경험하고싶은겁니다.”그들이이경험을나눠주는지구인들에게감사의표시로이기면소원을들어주겠다고말하자세상은온통축구에대한이야기로넘쳐난다.생전축구공은건드려보지도않은사람들이외계인과시합을하겠다고덤비고,선수들도마찬가지여서리그는마비되고모든축구대회가취소되기에이른다.
세상이이렇게축구에열광하니“2부리그득점왕,축구의모든것을가르쳐드립니다”라는욘의축구교실에도이런저런사람들이모여든다.작은식당을운영하는라마,라마의단골인경찰슈워츠,아픈엄마를홀로간병하는버스기사페트로풀로스,정육점을하며욘의전여자친구와사귀고있는욘의친구브루스,학창시절괴롭힘을당하던친구를도와주지못한일에죄책감을느끼는은행원은수,말을더듬는욘의주치의닥터코플랜드,청각장애인딸이집을나간탓에애태우는판사오셔,지게차사고로한쪽손을다친욘의직장동료데이비드,욘의직장인사담당자로거침없는성격의지글러,남자친구에게억눌려지내는역사교사안젤라등이실력을길러서외계인과의시합에나가기위해,혹은그저기분전환을위한운동을하려고축구교실을찾는다.
욘에게는축구교실을도와주는친구리오가있다.낚시터에서만나친구가된리오는맨손으로물고기를잡고요리와명상을잘할뿐아니라뱀을물리치는법을알고있으며축구실력또한수준급이어서점점더축구교실에없어서는안되는존재가되어간다.욘은드리블,패스,슛하는법등기초부터가르친다.처음에는여자들이소외되는듯했지만연습방식을조정하자남녀가함께뛰는건문제가되지않는다.처음에는골대도없이공터에서공을차던그들에게리오는골대를만들어주고펜스와라인도만들어준다.제대로된경기장을갖자사람들은신이나더연습에몰입하고새로운기술을습득한다.2대1패스를배우자자신감이향상된다.다른팀과연습경기도한다.나이,직업,성별,기질이다른이아마추어들은축구를배우며서로조금씩가까워지고,함께땀흘리며공을주고받는자체를즐기게된다.

뜨거워진몸.거친호흡.귓가에울리는심장박동.몸전체에서피어오르는땀냄새.붉어지는하늘너머에서불어오는서늘하고상쾌한바람.그리고주위에는함께몸을부딪치며공을주고받은사람들이,마찬가지로뜨거운몸으로거친호흡을내뱉으며,방금전까지있었던일에대해웃으며떠들고있었다.(107쪽)

축구교실사람들을가르치며뛰는양이많아지자욘은부상당한무릎이나빠진다.통증때문에괴로워하는욘에게리오는티베트에서배웠다는마사지를해준다.마사지를받자어쩐일인지욘의무릎통증이씻은듯이사라진다.기적적으로다시축구를할수있게된욘은더큰꿈을위해축구교실을당분간접고외계인과시합할팀을찾아리오와함께길을떠난다.

“우리는누구나도움이필요해요.
혼자서뚫을수없을때2대1패스를하는것처럼요.”

가슴가득기대를품고떠났던욘은모든것을잃은채로고향에돌아온다.모든것을망쳐버린자신을저주하면서.그에게무슨일이있었던걸까.리오는왜함께오지않은걸까.축구교실사람들은엉망진창이된욘을따뜻하게맞이하고지친그를끌어안아준다.욘이길을떠나기전하루동안그들한사람한사람을차례로만나게되었던것처럼이번에도축구교실사람들을차례차례만난다.그들은평소에는잘하지않을자신의어려운이야기를들려주면서욘스스로자기이야기를꺼내게끔한다.마치패스를하듯이.욘은벌써자신이혼자가아니라는것을알고있다.

“문득이런생각이들었어.나한테아무것도없는게아니라는거.내가혼자가아니라는거.무슨말이냐면,나한테는축구가있고,축구를같이할친구가있다는거야.그냥그러면된거아니냐이거지.인생이시궁창이라도,여전히공을차면서웃고즐길수있으면되는거아니냔말이야.”(309쪽)


욘은축구교실을다시열고,모두한팀이되어외계인과시합할준비를한다.마침내외계인과의시합이열리고,그들은그라운드에자신의모든것을아낌없이쏟아붓는다.이기기위해서가아니라조금더나은플레이를하기위해,자신에게부끄럽지않기위해,동료를돕기위해,그리고자신을자랑스러워하기위해.

오수완작가는2022년말‘축구와종말에관한조용한이야기’라는부제를단또다른축구소설『켄』을펴냈다.『지구인을위한축구교실』은그와달리시끄럽고왁자하며유쾌한이야기다.작가는스스로묻는다.애초에,왜축구소설을쓰기로했던걸까.왜인지설명할수는없지만서른넘어동네축구클럽에들어간이후주에한두번은축구를하며,“옷장서랍한칸이유니폼으로가득하”고,“축구가글쓰기와더불어삶의한축이되”고,“축구장으로연결된지도를별자리처럼마음속에품고살아”간다면그와축구사이의인연이예사롭지않다.그의축구소설도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