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원, 은, 원

은원, 은, 원

$16.80
Description
존재의 근원에 대해,
관계의 근원에 대해,
끌림의 근원에 대해 묻는 SF 연애소설
소설가 한차현과 영화인 김철웅이 공동 집필한 SF 연애소설 『은원, 은, 원』의 주인공들이 처음 서로를 알게 되는 공간은 물류센터의 야간 아르바이트 현장이다. 남자 주인공 차연은 홀로 사는 반지하 방을 나와 두 시간을 전철과 버스로 달려 그곳에 도착해, 산더미처럼 출력된 송장을 일일이 확인한 뒤 오만 가지 물품 중 해당 품목을 ‘피킹’하는 시급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스물아홉 살의 청년이다. 그 앞에 나타난 여자 은원은 한 인터넷쇼핑몰에 소속된 서른다섯 살의 팀장. 신자유주의와 플랫폼노동 시대의 일면을 응축한 공간에서 시작되는 그들의 소소하고 잔잔한 연애담은 어느 날 은원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기이한 미스터리로 변신한다. 그리고 차연이 은원을 되찾고서 은원의 속사정이, 그녀의 정체가 드러난 뒤 『은원, 은, 원』은 누아르 색채를 띤 SF 연애소설로 확장된다.
소설가 한차현은 그의 열다섯 번째 장편소설 『은원, 은, 원』을 김철웅 감독과 공동 기획·집필함으로써 한 편의 스타일리시한 영화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몰입도 높은 서사를 보여준다. 20년 넘게 소설을 쓰는 동안, 혁명을 꿈꾸는 유전자합성인간, 외계인으로 변신하는 교회 목사, 남성용 정조대에 갇혀 고생하는 여관 여행자, 자신의 허벅지살을 도려내어 그것으로 만두를 만들어 파는 분식점 사장, 가글액으로 외계 좀비를 물리치는 고등학생 등 독특한 인물들을 형상화해온 작가는 『은원, 은, 원』에서도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인물 ‘은원’을 내세웠다. 또 다른 주인공이자 이야기의 중심인 ‘차연’ 역시 한차현의 소설에 반복해 등장하는 이름으로, “슬프고 음울한”, 그리고 “절절한”(작가의 말) 이 연애소설을 힘 있게 이끌어가는 캐릭터로 빛난다. 첨단 기술을 소재로 하기에 기존의 연애소설과 결을 달리하는 『은원, 은, 원』은 존재의 근원, 관계의 근원, 끌림의 근원에 질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다. 마치 평행우주를 보는 것처럼 과거, 현재, 미래를 섞어놓은 입체적 시간 구성은 이 작품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든다.

저자

한차현,김철웅

저자:한차현

장편소설『입맞춤바이러스주의보』『늙은이들의가든파티』『제1회서울역삼초등학교18기동창모임준비위원회』『사랑할땐사랑이보이지않았네1,2』『Z,살아있는시체들의나라』『우리의밤은당신의낮보다요란하다』『슬픔장애재활클리닉』『사랑그녀석』『숨은새끼잠든새끼헤맨새끼』『변신』『여관』『왼쪽손목이시릴때』『영광전당포살인사건』『괴력들』,장편동화『세상끝에서온아이』,소설집『내가꾸는꿈의잠은미친꿈이잠든꿈이고내가잠든잠의꿈은죽은잠이꿈꾼잠이다』『대답해미친게아니라고』『사랑이라니여름씨는미친게아닐까』외다수출간.

O형.개띠.황소자리.INFJ-A.1999년세기말부터끈질긴전업소설가.각종문학상수상경력일체없음.2024년현재종로누상동골목의아주작은텃밭이있는아주작은단층집에서아내문은,딸교원과함께소설쓰며술마시며안주만들며음악들으며영화보며화분키우며고양이털과싸우며주말이면온종일K리그와씨름하며어떻게하면예쁘게나이들수있을까궁리하며대충잘사는중.



저자:김철웅

1993년충무로촬영부로상업영화현장입문.<하피>조감독,<예스터데이>제작팀,<동승>메이킹등다수의상업영화스태프경험.2010년시나리오<꾼>으로제1회NHN(네이버)게임문학상은상수상.2018년중국동영상플랫폼아이치이(愛奇藝,iQIYI)웹영화<여의주방>각본각색.그간13편의독립(단편)영화를제작하고22편의장편시나리오를작업했지만업계전문용어로엎어지거나주목받지못함.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연출지부소속이라는사실이부끄러워(?)그신분을숨기며살고있다.

‘1분에14타’,‘MC편도준’등의닉네임으로영화관련커뮤니티나팟캐스트에자주출몰했음.현재안양과상암동을오가며여러가지빅픽처를구상중.

목차


은원,은,원
작가의말_돌이켜보건대,연애소설입니다

출판사 서평

‘제주도를함께여행한은원,종로에서같이차마셨던은원,
그리고지금내앞의은원이전부다른은원이라는사실을잊지않으려해요.’

배달주문송장의물품을‘피킹’하는물류센터야간아르바이트로먹고사는스물아홉살남성차연.저녁시간에구내식당에가는대신직접싸온바나나를까먹으며휴게실에서스티븐킹의소설을읽던그에게다가온은원은한인터넷쇼핑몰에서이제막팀장으로일하기시작한서른다섯살여성이다.차연이무심히건넨바나나에은원은도시락으로,이후엔즉석식품세트로화답하며인연을이어가던중,은원이자신의마음한구석을점차잠식해가는것을느끼던차연은용기를끌어모아그녀에게좋아한다고고백한다.

처음만난날이며칠인지,사귀기로한날은며칠인지,함께어디에가서무엇을하고무엇을사고무엇을먹었는지하나하나기억하는세심한청년차연은머릿속에서랍장이있는듯정확하다.그는과거뿐만아니라어느순간미래를넌지시보기도한다.

미래?
8년뒤.아니면9년뒤.은원과나의미래가보였어요.우리가그곳에함께있는모습이.[…]늦은겨울이었어요.2월말이지만춥지않은날이었어요.주말이었고,은원과내가익선동골목을함께걷는중이었어요.8,9년뒤였으니우리도그만큼…….
[…]안궁금해요.말하지말아요.그런이야기무서워.[…]지금은그냥지금이야기만해요.그게제일좋아.

그런데,만난지600일쯤되던때두사람이제주도로함께여행을다녀오고서,갑자기은원이아무연락도없이사라졌다.은원이살던집에는일상의흔적이구석구석그대로남아있고,은원이일하던직장에서는며칠째소식이없다며근심이가득하다.은원의친구가일하는곳을간신히되짚어찾아가지만낯선이들에의해쫓겨난차연.실종수사전담팀경찰들은그를위로한다.

“대한민국은실종공화국이에요.[…]천만다행으로,그들중거의95프로가일주일안에실종해제처리되곤해요.결국은아무탈없이귀가한다는의미예요.세상모든실종은세상사람들숫자만큼이나다양한이유를갖고있지요.그러니너무걱정마세요.제말씀은,걱정을너무심하게하지는마시라는겁니다.”

그러나차연은더우울해진다.은원에대해아는것이,누군가은원에대해물었을때대답할것들이뜻밖에많지않다는것을알았기때문이다.그누구보다은원에대해많이이해하고있다고자신했는데…….걷잡을수없이우울에빠져들던차연에게갑자기걸려온전화한통.

“남자친구는모르죠?은원이에게무슨병이있는지.[…]베르니크코스타로프증후군.아이고이름도어렵지.”

한번도들어본적없는병에대해설명하는은원의어머니와고모.은원에게어느날갑자기개인고유의과거정보들을대부분회상못하는해리성기억상실증이발병했는데이증상이1년에한번또는7~8년에한번예고도없이일어난다는것.다시기억을잃은은원이일상을되찾는것을기꺼이돕겠다고나선차연은,자신을기억하지못하는은원을다시만나두사람이함께했던과거에대해하나하나찬찬히들려준다.그렇게새로운시간을쌓아가고,공유된추억을만들어가던차연에게별안간은원의고모가다시찾아와묻는다.

“은원이가행복하기를바라나요.[…]장차어떠한경우건,은원이를여전히은원이로서이해해주고아껴줄수있나요.”

그리고‘물론’이라는차연의답에두연인을비밀리에한장소로데려간다.진실이살아있는곳이라는여의도CL23생명연구소안에서‘출입금지’라고쓰인철문이열리자,놀라운광경이그들을기다리고있다.타원형캡슐세기안에눈감은채누워있는알몸의여인들.세쌍둥이처럼똑같은그들은은원의얼굴과몸을그대로지닌또다른은원들이었다.소스라치게놀란차연만큼이나충격에휩싸여흐느끼는은원.그렇다면차연과600일을함께했던그은원과이은원은같은은원인가?다른은원이라면그은원은지금어디에있는가?그리고눈앞의이은원은어떻게될것인가?이제차연의삶은또다른차원으로진입한다.

“은원은,그야말로세상에단한명뿐인은원이니까.”
과거·현재·미래를넘나들며,사라진것을찾아헤매는우리시대젊음의초상

『은원,은,원』은잃어버린사람,잃어버린기억,잃어버린정체성을찾아시간을넘나들며방황하는이들의초상을보여준다.복제인간이라는SF소재가이작품에서는,우리와먼시간공간이아닌바로지금이곳에서현실적으로펼쳐진다.잃어버린것,사라진것을되찾는데결정적인힘을발휘하는것은혼란과두려움가운데남은기억의힘이다.그힘으로,사라진연인의빈자리를버텨내고,사라진연인의흔적을추적하고,사라진연인의기억이되살아나도록격려한다.끄떡없이매몰차고거대한줄로만알았던비가시권의권력도,그휘하의사람들도기억의서사가불러온감동의물결에휩싸인다.그리고유일한존재라고믿었던연인을실제로상실했음에도,다시관계그려가기를새롭게시작할수있다.우리가사랑한것의근원은대체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