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섬과 박혜람 :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섬과 박혜람 :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15.80
저자

임택수

저자:임택수
경남진주에서태어나열네살까지살았다.이후,서울과프랑스의몇몇도시에서일과학업을이어갔다.프랑스폴베를렌메스대학(PaulVerlainedeMetz)에서불문학석사학위를받았다.2024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오랜날오랜밤」이당선되었다.같은해장편소설『김섬과박혜람』으로제20회세계문학상을수상했다.오롯이혼자이고싶을때,노트북을챙겨공항으로간다.

목차


김섬과박혜람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2024년제20회세계문학상수상작『김섬과박혜람』이나무옆의자에서출간되었다.2005년첫수상작『미실』(김별아)을시작으로『아내가결혼했다』(박현욱),『내심장을쏴라』(정유정),『저스티스맨』(도선우),『도서관을떠나는책들을위하여』(오수완),『우리가겨울을지나온방식』(문미순)등쟁쟁한작품들을배출해온한국대표장편공모상인세계문학상에올해는응모작160편이모였다.

그가운데최고작으로선정된임택수작가의『김섬과박혜람』은사랑과관계에서방황을거듭하면서도끝내자신들의인생행로를찾아가는두여성의이야기를그린다.“오랜친구이자룸메이트였던김섬과박혜람은각자사랑과이별,공포와상처를겪으며“커다란바위의안쪽같은어둠”을경험하지만종국에는“기억과재생”의경로를통과하며자기만의빛을만들어간다.이과정이한국과프랑스라는이중의공간과문화를배경으로펼쳐진다.심사위원단(최원식,은희경,정홍수,전성태,하성란,정유정,박혜진)은과거와현재를절묘하고유려하게오가는시간의미학적운용을높이평가했다.소설의시간성은“인물내면의모순과갈등을깊이있게보여줄뿐아니라철학적,종교적개념으로확장”되며,“신중하면서도친근하게명상적분위기를자아낸다.이는독자들을금세인간학과사랑론의연구자로만든다.”

진중하면서도사려깊은이작품에“보기드문고전적기품”을갖춘소설(정홍수),“소설의본령에대해오래간만에생각하게해준소설”(하성란),“취향이나시대의흐름과무관하게오롯이그자체로빛나는작품”이라는추천의말도더해졌다.독창적이면서공감을일으키는문장도언급하지않을수없다.시적이면서도원하는바를정확하게전달하는문장,“어디에서도본적없는묘사들이이소설을다른모든소설과구별되는단하나의소설로만든다.”(박혜진)

“모자라고결핍된것속에아름다움이숨어있다는데.”
“우리모두의존재자체가그렇지않을까?”

박혜람이미술관에서쿠르베의자화상[상처입은남자]를바라보는소설의도입부는의미심장하다.사랑과관계,만남과이별,그속에서필연적으로겪는상처와의대면은이야기전체를관통하는어떤여정이기때문이다.

대학때부터죽함께살았던김섬과박혜람은혜람이옛연인최준오의부름을받고프랑스로떠나면서갈라진다.혜람은오직준오하나만보고프랑스로떠났고,사랑하는사람과행복한가정을이루고살수있을거라는꿈을꾼다.혜람보다먼저프랑스로건너가중학교미술교사로일하던준오는혜람이오자한없이다정하고친절하게그녀의적응을돕는다.자신의보호와도움아래서만혜람이살아갈수있다는듯이.그러다혜람이어학과정을마치고문화해설사자격증을취득해일을시작하자태도가돌변한다.

누구에게나오류의어둠이시작되는지점이있다.알면서도대수롭지않게생각했다가제대로깨달았을때는이미어둠에빠진다음이다.준오만을생각하고프랑스로가겠다고결정했을때김섬은극구반대했었다.‘너를너무사랑하기때문에너의모든것을알고싶다’는준오의욕망은의심과불안을낳고오래지않아폭력의형태로나타난다.한번시작된폭력은점점강도가높아지고둘의관계는파국으로치닫는다.혜람은작문치료를받으면서자신의상처를직면한다.“고작두개일뿐인마음인데왜서로못맞추고엇갈리는지”괴로워하던혜람은한국에돌아오지만김섬과의관계마저손상되고만다.우정보다더진했던관계가깨어진뒤혜람은설악산자락에서게스트하우스를운영하며몸과마음을회복해간다.

김섬과홍지표의관계도일반적인궤도로진입하지못한다.친구이상으로생각했던박혜람이떠난후혼자가된시간을버티기위해일상에최선을다했던그녀는강단있는기질로통념을위반하며결핍을채우려한다.하지만그녀의세계는여전히불편하고불완전하다.김섬은자신이미래를꿈꾸며홍지표와의만남을이어온것이아니며,그가동거녀와헤어지길바란적도없었다는사실을깨닫는다.동료의죽음과현장업무에서비롯된외상으로고통받는홍지표는김섬과새로운출발을원하지만,청소년시절의트라우마로인해정신적인균형을잃는다.그와헤어진후에임신사실을알게된김섬은아이를지우려생각했다가결국마음을바꾼다.“지금은탯줄로연결되어있지만태어나자마자곧바로독립된생을꾸려가게될”존재,“비록자신이품고있지만아이는이미하나의개별적존재”라는각성때문이다.또하나의섬이생긴것이다.

그렇게두사람은각자의길을오래거닌끝에재회한다.오늘의나무가어제의그나무가아니듯천천히변화한모습으로.

김섬은상처로상처를가린다.그것은부활이고,타투는그녀의조언에다름아니다.박혜람은진지한눈빛으로수백수천가닥의중첩된선으로채워진그림을본다.안팎이따로없고,공간의구분도사라진선앞에서그녀는생각한다.어떤사랑도모든것을보여주지않는다고.숨겨진그무엇이진실이라고._‘작가의말’에서

소설에는김섬과박혜람,그들의남편과연인인최준오와홍지표이외에도다양한인물들이등장해짧은인연을나누고헤어지거나다시만난다.한국과프랑스라는이중의공간과문화는여러인물의삶속에도그대로투영되어있다.폭설이라는재난이없었다면만나지못했을인연들은또다른장소에서또다른모양으로만남과헤어짐을이어간다.그리하여소설을끝에이르면비록우리모두가“우주를떠도는외톨이별”같은존재일지라도“단지가깝게있거나멀리떨어져있다는차이만있을뿐”“그하나하나가한데어울려”마침내성운처럼장관을이루는것이아닐까하는생각을품게된다.

임택수작가는2024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되며작가로데뷔한뒤연달아세계문학상을수상했다.그는『김섬과박혜람』을통해“실패한사람들,어떤중단된삶을사는사람들,계획과는좀어긋나게길을가는사람들에게약간의위로를건네고픈마음이었다.”면서“중간에꺾이더라도계속나아가기를바라는”마음을독자에게전했다.이제개화하기시작한그의문학이활짝피어나는모습을설레는마음으로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