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

$16.80
Description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단 한 사람의 관객을 위해 단 하나의 작품만 전시하는 미술관
당신과 나를 만나게 해줄 이야기가 여기 숨어 있다!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채기성 신작 소설

“힘드시죠, 그 마음 저도 알아요.”

■ 속도와 효율의 시대에 지친 우리 모두를 위한 힐링성장소설
■ 가장 복잡한 도시에 자리한 가장 소박한 미술관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이야기들

더 많은 것, 더 빠른 것을 우선시하는 지금 이 시대, 서울 한복판에 이상한 미술관이 있다.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의 주인공 ‘호수’는 더 많은 것, 더 빠른 것을 겨루는 취업 경쟁에서 수년째 낙오한 상황에서 이 미술관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서울의 중심에 자리했으면서도 ‘너무 조용하고’ ‘교통도 불편한’ 지역인 부암동 언덕 위의 ‘랑데부 미술관’은 언제나 단 하나의 작품만 전시한다. 작품으로 만들어지길 바라는 사연들을 신청받아 그중 채택된 한 가지를 소재로 미술관 소속 작가가 전시를 준비하는 것. 소설 속 가상의 미술관이라기에 너무도 현실적인, 우리의 이야기가 군데군데 스며 있고 겹쳐 있는 랑데부 미술관의 사연과 작품들은, 각박하고 때로는 비정한 세상과 멀리 떨어진 듯한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우리 삶을 가까이서 다른 눈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공간으로 의미화한다.
2021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채기성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은 다가가기 어렵지 않은, 누구에게나 어떤 이야기에나 열린 미술관, 그리고 현실의 삶에 다시 나서도록 위로를 건네는 미술관을 그린 특별한 미술관 소설이자 감동적인 힐링성장소설이다.

저자

채기성

저자:채기성
2019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앙상블」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1년장편소설『언맨드』로제17회세계문학상을수상했으며,2022년장편소설『반음』으로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받았다.2024년첫소설집『우리에게있어서구원』을펴냈다.

목차

어쩌다부암동
발끝에매달린것
보이지않는젊음
다정한눈빛으로말해요
위로의맛
투명하고반짝이는몸짓으로
단하루의전시
보이는게다는아니니까요
긍정이징크스
흔적을지워주세요
눈에띄는일
소중한걸잃고서
잃어버린소리의느낌
인생의폼
계절의변화
오늘하루쉬는날
뜨거운게좋아요
여러분의마음만받겠습니다
얼굴을찾아서
사는게다화나는일투성이라고요?
누군가를마음에담는일
별헤는밤의언덕에서
랑데부미술관
다시봄이찾아오면요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우주에하나뿐인존재들이모여든그곳에서
잊고있던겹겹의내얼굴을마주치다

해마다반복되는시험과낙방에지친호수는미술관업무를위한아무런조건도못갖췄다고여겨지는자신이어째서이곳에들여졌는지알지못한채일을시작한다.취업뿐아니라가족관계를비롯한일상전반이무너진상태였던그는,자신의내밀한고민과소원을털어놓는방문인들의이야기를미술작품으로만나면서서서히변화해간다.다른사람의이야기들을통해위로와용기를얻게되고,자신의적성을제대로이해하게되고,다른이들의감정을헤아릴줄알게된다.그러나『부암동랑데부미술관』은호수한사람만이아니라여기에등장한모든사연신청자들의변화와상호작용을따라가는소설이다.즉잃어버린젊음을그림으로보여달라는칠십대,오랫동안인연끊고지낸아빠얼굴을그려달라는스트리트댄서.문신을지워달라는조직폭력배,성대결절로첫뮤지컬주연을포기한가수,어머니의반대에도국밥장사를하고싶다는전직야구선수.세상이화나는일투성이라는젊은가장과그주변사람들,나아가작품을만드는정체불명의미술관작가까지서로바라보고다독이며물들듯,이‘마법의성’같으면서도소박한문화공간에서치유와성장을이뤄간다.복잡한도심을내려다보는언덕위단출한미술관에서삶의희망을발견하는여러주인공들에우리도속해있음을책장을넘기며알아차리게될것이다.

속도와효율이중요시되는사회에서사람들은쉽게피로감을느낀다.일상은수많은정보와디지털콘텐츠,SNS로둘러싸여있다.오프라인에서진정으로관계를맺어가는것이어려운세상에살고있다.『부암동랑데부미술관』은여백과관계에대한이야기이다.소설속이야기들을통해독자가자기자신과대화할수있다면,더나아가관계의의미를돌아볼수있다면더할나위없겠다._‘작가의말’에서

“어떤마음의이야기든꺼내어들려주세요.
당신의사연이작품이됩니다.”

호수는출근첫날부터미술관에서특별한경험을한다.‘오로지당신만을위한사적인예술공간’이라고소개된‘랑데부미술관’에는관객과의‘소박하지만운명적인조우’를위해특별한것을마련해두었다.자유롭게감상을적는‘방명록’이있고,관람후자기만을위한미술작품을신청하고싶은이들을위한‘사연의방’도있다.단한사람의사연으로제작한단하나의작품만전시되는미술관에어떤사연이들어와있을까?

인생을걸었는데도실패했습니다.희망이라는게뭔지알수있을까요?

호수는이문장아래적힌사연을읽어내려간다.직장생활로모은돈으로창업해이끌어오던카페를,근방에새로생긴프랜차이즈들과재료가격상승등으로결국폐업하게된안타까운사연을읽고난호수는곧작품으로눈길을돌린다.<저의목소리를들어주세요>라는제목에덧붙여진‘자전거에올라타페달을구르면목소리를들을수있다’는설명에따라호수는작품으로설치된자전거의페달을땀이나도록굴리고누군가의목소리와함께모니터에나타난한남자의모습을발견한다.

“저는당신의자아입니다.당신이힘을내는동안만목소리를낼수있죠.그러니조금더힘을내주시겠어요?왜냐하면꼭당신에게할얘기가있거든요.”

목소리가관람객호수에게간간이말을걸며독려하고,비바람을맞거나언덕길을오르는듯한설정환경을한참지난끝에모니터는한문장만을남기고암전된다.

‘희망은제가발견했어요,당신발끝에서.’

호수는그글에아련해지는기분을느낀다.지난6년간사람들에게서가장많이들었던말은,언젠가는잘될거야같은비교적성의없는응원과걱정스레다른걸해보면안되냐는염려뿐,제갈길을잘가고있다고말해주는사람은드물었고,자신을향한사람들의한결같은암담한시선에몸을움츠리곤했다.점점호수는자신이원하는것을말하는걸주저하는사람이되어갔다.그러다뜻하지않게일터가된이곳랑데부미술관에서‘희망’이라는낯선두글자를만났다.그는한편에마련된방명록을넘겨본다.

-자기눈에는보이지않는게희망인지모르겠어요.절망이모든걸가리니까요.그런데일단일어나보겠습니다.그리고발을굴러페달을밟아볼게요.
-사랑이큐피드가이어주는거라면,희망은자기만이스스로에게줄수있는선물같아요.그게어렵잖아요.자신에게잘대해주기가요.
-힘드시죠.그마음저도알아요.[…]저도수도없이좌절한후에도일어섰어요.주저앉지않고나아가시기를.

방명록옆‘사연의방’에들어가보니의자와책상이놓여있고사연을넣는함이따로있다.순간사연을적어보고싶은마음이들었지만,아직은자신이없다.마침바깥에서분무기와마른걸레를든청소부할머니가호수를향해참여유가있어보이는얼굴이라고말을걸어온다.

“요즘사람들아니다싶으면쉽게뒤돌아서기도하잖아요.너무조급해하고또손해를보지않으려고하는게이해가가지않는건아니지만…….”[…]“그런데새로오신분은안그럴거같아.”

청소부할머니의미소에화답하지않을수없었던호수는자신이아주오랜만에웃음짓고있다는것을깨닫는다.그리고이곳에서더일해봐도나쁘지않겠다는마음이든다.그날이후새로운업무에적응하면서사연신청자와소통하고,또한명의관객으로서작품을맞닥뜨리고,방문객과사연신청자한사람한사람의감정을깊이배려하는오영균학예실장과학예연구원손다미를바라보며호수는삶이무엇인지,함께하는것이무엇인지,자신이좋아하는것이무엇인지배워나간다.그리고계절이몇번바뀐후이모든작품을만들어내는작가가누구인지도비로소알게된다.